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57)
제 257화
257화
“오크가 한 게 아니라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오크가 했다면 마물의 숲과 가까운 이 마을을 전초기지로 삼지 않았겠냐. 하지만 이 마을은 적어도 몇 달 동안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어. 음. 그 령이 몇 년 전에 죽었다고 해?”
“8년 전이요.”
“8년 전이라면 이 마을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도 없겠지.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거야.”
실제로 제론은 마을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오크가 근처까지 다가왔던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곤 다가온 것보다 넓은 보폭으로 멀어진 흔적 역시 발견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8년 동안 오크가 점거하지 않았다.
제론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로레인이 시퍼렇게 질린 낯빛으로 묻는다.
-저 괴물은 뭐야?
“에?”
에르딘이 로레인의 손가락 끝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제론이 있었다. 혹시나 뒤쪽의 창문에서 몬스터가 얼굴을 드밀고 있나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난 또 몬스터가 나타난 줄 알았네.”
-몬스터가 더 낫지! 저 괴물은 뭐냐니까!
“제론 님이야. 우리 파티의 두목이지.”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을 들은 제론이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곧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품위 없게 두목이 뭐냐? 내가 두목이면 넌 도적단원이냐?”
-도적 두목? 도적단원? 너 도적단이었어?
“도적 두목이 아니고 파티 리더야. 도적단도 아니고. 그냥 편의상 말한 것뿐이니까 오해하지 마.”
“령이 뭐라고 하는데?”
“제론 님을 가리키면서 ‘저 괴물은 뭐야?’라고 했어요. 그래서…… 음. 틀린 말은 안 했네. 라고 생각해서 그러려니 했죠.”
-그런 걸 말하면 어떡해!
“지금은 그런 걸 왜 말했냐고 뭐라고 하고 있…… 네요.”
에르딘은 실시간으로 낯빛이 변하는 로레인을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메이엔과 로건에게 갖는 두려움보다 더욱 커다란 공포를 제론에게서 느끼고 있는 로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실수를 했다는 건 알겠다.
때마침 쟌느가 일행들에게 식사 준비를 마쳤으니 먹으면서 말하자고 했다. 로건과 메이엔이 안으로 들어가 조리가 끝난 식사를 내왔다. 제론도 로레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식탁 앞에 앉았다.
-원래 저래?
“어, 음.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에르딘이 검지로 볼을 긁적이며 식탁으로 갔다.
저녁 식사는 큼지막한 건더기가 먹음직해 보이는 토마토 비프 스튜였다.
“자자. 식으면 맛없어요. 얼른 드세요.”
“오, 맛있는데?”
제론이 토마토 비프 스튜를 떠서 한 입 먹어보고 엄지를 들었다.
쟌느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만들었어.”
“응? 요리 공부라도 했어?”
“물론이지. 나중에 우리 자기한테 맛있는 거 잔뜩 만들어주려고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어.”
제론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쟌느를 쳐다봤다.
-우웩.
그 뒤에서 로레인이 못 볼 꼴을 본 사람(?)처럼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게워낼 무언가가 배 속에 있을 리가 없지만 말이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에르딘이 ‘으.’ 하고 질린 표정으로 로레인을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 이내 토마토 비프 스튜를 한 숟갈 떠먹고 ‘오?’ 하는 표정으로 맛있다고 칭찬했다. 쟌느가 우쭐해졌다.
“7일 정도 더 가면 도시가 나오는데…….”
“……자작성까지는 4일을 더 가면…….”
제론과 일행들은 잡담을 나누며 식사했다.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레인이 에르딘의 접시 위에 앉았다.
에르딘이 흠칫 놀라며 로레인을 쳐다본다.
-왜 놀라?
“나 귀신 본 거 처음이야.”
-나도 나를 본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밥 먹고 이야기하자.”
-싫어. 놀아줘.
칭얼거리는 로레인.
에르딘은 로레인이 어린 소녀 같다고 생각했다.
‘겉모습은 소녀가 맞지만.’
죽은 지 8년이 지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탓인지 25살의 소녀라고 하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령의 나이는 죽은 그 순간과 같다는 메이엔의 말이 떠오르면 측은지심이 생겼다.
“제론 님. 로레인을 성불시켜줘도 돼요?”
“……흠.”
제론이 탁! 소리가 나게 숟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했다.
평소였다면 무시했겠지만 남대륙으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들른 마을에서 마주친(?) 유령이었다. 언데드도 아니고 지박령이 되어 살아가고 있기까지 하니 괜히 신경 쓰였다.
‘무엇보다도 의식이 뚜렷한 게 마음에 걸려.’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로레인이 어느 날 눈을 뜨니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졌고 자신은 유령이 되었다. 그것이 무려 8년 전이다. 오크들조차 마을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일단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이야기하지. 밥 먹는 자리에서는 좀 내려오고.”
-……응. 아니, 그럴게요.
로레인은 제론의 말에 꼼짝도 못 했다. 두둥실 떠올라서 에르딘의 등 뒤로 쏙 숨어 제론의 눈치를 살폈다. 덕분에 에르딘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토마토 비프 스튜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먹어야 했다.
식사가 끝나고 일행들이 거실에 모였다.
“로레인이라고 했나?”
-네.
“네. 라고 해요.”
로레인이 조신한 몸가짐으로 앉아 제론의 질문에 대답했다.
“죽기 전의 기억은…….”
“제론 님. 그쪽 아니에요. 왼쪽에 앉아 있어요.”
“……그래.”
에르딘이 친절하게 로레인이 앉아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
“그러니까…….”
“조금 더 왼쪽. 옳지. 거기예요.”
“후우.”
잠시 머리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 제론이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고 질문했다.
“죽기 전의 기억은 아까 말한 게 전부야?”
-맞아요.
“맞다고 하네요.”
에르딘을 거쳐서 말을 전달받다 보니 벌써부터 답답함이 제론의 가슴을 꽉 눌렀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순간 메이엔이 빗자루를 꺼내 마녀의 비술을 사용했다.
은은한 별빛이 거실에 흐르며 로레인의 생전모습이 실체로 나타났다.
에르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레인?”
그가 보던 로레인은 허여스름한 물체에 가까웠다.
나이를 추측했던 건 그나마 얼굴이 다른 신체에 비해 뚜렷했기 때문인데, 그마저도 완전히 형태를 갖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 있는 사람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왜 불…… 어?”
로레인이 퉁명스럽게 대답하다가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손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만지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다가 엉엉 울고 만다. 에르딘이 다급하게 로레인의 등을 토닥였다.
“후우. 조금 힘드네요.”
“제가 닦아드리겠습니다.”
로건이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손수건을 꺼내 메이엔의 이마에서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준 건 덤이었다.
아무튼, 로레인이 진정되기를 기다리길 10분.
쏟아낼 눈물이 없어지자 로레인은 끅끅거리며 울음을 그쳤다.
“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몇 분 정도예요?”
“앞으로 약 1시간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죠.”
제론은 1시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로레인에게 질문했다.
질문은 생전의 기억과 유령으로 있던 8년의 기억이었다.
생전의 기억은 참고할 게 거의 없었다.
앞에서 말한 마을이 평화롭고 행복했다는 것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마을 사람들이 다 사라져 있었고, 자신은 유령이 되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유령의 8년은 듣다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크들이 마을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다고?”
“맞아요. 근처까지 왔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도망치듯 서둘러 돌아갔어요. 상인이나 상단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로레인은 아직도 자신의 몸이 만져진다는 사실이 신기했는지 팔과 다리, 그리고 뺨을 쪼물딱거리며 순순히 대답했다.
“상인이나 상단이 마을 안까지 들어온 적 없어?”
“7년 전이 마지막이었어요.”
제론은 눈가를 찡그렸다. 7년 전이라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을 안까지 들어온 그들이 아무것도 건들지 않고 돌아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상인이나 상단이 나눈 대화 중에 기억나는 게 있어?”
“누가 있는지 큰 목소리로 불러보다가 자기들끼리 뭐라고 말하더니 도망치듯 나갔어요. 으음. 아마 요즘 따라 이런 유령마을이 자꾸 생기고 있다던가?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아요.”
로레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순찰대나 왕국 병사들은 안 왔어? 신전에 소속된 사제들은?”
“네. 근처에는 얼씬도 안 했어요.”
“……얼씬도 안 해?”
제론이 눈썹을 크게 찡그렸다.
저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 마을이 유령마을이라고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왕국순찰대나 조사대, 하물며 신전소속의 사제들마저 파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서 누구보다 민감한 그들인데.
‘8년 동안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지.’
혹시 몰라서 마법사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이런 시골 마을까지 마법사가 올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알아보지 못했을 걸 염려해 로브를 입은 사람이라고 외형까지 설명해줬다.
로레인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요. 아무리 마법사들이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관심도 안 갖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하루아침에 마을 사람 모두가 증발한 현상은 마법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는 건 그들만이 알고 있는 어떠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른 마을에서도 발견됐다고 했지.”
무려 8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미제로 남았다.
“우리가 이 마을에서 알아낼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어.”
“…….”
일행들이 조용히 동의했다. 로레인 역시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외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주변 마을이나 도시를 방문해서 수소문해 알아내는 것이야. 사실 큰 소득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일이 있었냐는 반문이나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는 대답만 돌아올 거야.”
일행들이 제론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번째는 용병 길드나 모험가 길드 같은 곳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어. 그 사람들이라면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다 하겠지만…… 7년 전 상인들의 반응을 보면 아마도 거절하거나, 의뢰를 받아들일 사람들을 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마탑을 찾아가서 물어보는 거야.”
마탑이라는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용병 마법사 혹은 왕실과 귀족 가문에 소속된 마법사와 달리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들은 정말로 괴짜이거나 성격이 모난 자들이 많다. 대부분 마법사들이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아티팩트나 마법을 연구하는 폐쇄적인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보면 된다.
이건 편견이 아니라 대륙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었다.
“마탑은 좀…… 안 가고 싶은데요?”
에르딘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