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60)
제 260화
260화
병사들은 제론이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서슴없이 창을 겨눴다. 남대륙에서 중앙대륙의 귀족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기보다는 전쟁 때문이라고 추측되었다.
‘어떻게 한담.’
제론은 벌써부터 사고를 치고 싶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검문을 거부하고 도망친다면 주변 도시까지 소문이 퍼질 것이고, 소문이 퍼지기 전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사방에 적을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의심 없이 검문을 통과할 방법이 필요했다.
의외로 방법은 간단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태양의 교단의 사제 로건이라고 합니다.”
로건이 앞으로 나서며 외투를 벗고 사제복을 드러낸 것이다.
“……태양의 교단?”
“태양의 교단 사제님께서 함께 동행하신 줄은 몰랐습니다만…….”
병사들이 당황해서 서로를 바라본다.
경계가 살짝 흐트러진다.
태양의 교단은 전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교단이다.
남대륙이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태양의 교단의 선한 영향력이 미쳐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태양의 교단의 사제라고 하면 나쁜 시선보다 좋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로건이 태양의 교단에 소속된 사제라고 하자 수군거림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무시하고 넘어가는 건 무리였다.
그런 교단의 사제가 앞으로 나섰으니 이대로 창을 계속 겨눠야 할지 거둬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태양의 교단 사제님께서 무슨 일로……?”
“인마! 사제님이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정신을 빨리 차린 병사가 얼빠진 얼굴의 병사에게 버럭 소리쳤다. 그러고 나서 로건의 눈치를 살피는데 남대륙에서 태양의 교단이 가진 위치가 제법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 사제님. 죄송한데 신분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로건은 간만에(?) 사제다운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태양의 교단 증표를 꺼내서 병사에게 건넸다. 얼빠진 얼굴의 병사가 증표를 받고 돌아와 버럭 소리쳤던 병사에게 전달했다.
그 병사는 태양의 교단 증표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성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허겁지겁 뛰어나온 그가 실례를 했다며 증표가 진짜라는 사실을 알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로건의 증표가 진짜임이 증명된 순간 병사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태양의 교단의 사제님을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런 시기에 갑작스러운 방문을 한 제 잘못이 큽니다.”
“아이고.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로건이 미안해하자 병사들은 굽실거렸다.
그 뒤로는 검문이 금방 끝났다. 방문을 한 목적과 몇 가지 질문만 간단하게 묻고, 그것을 대답하자 바로 성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제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로건 님께서는 항상 많은 도움을 주셨는걸요.”
제론과 일행들은 간단한 덕담을 나누며 여관에 방을 잡았다. 호텔에 묵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도시에 호텔이 없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가 아니면 호텔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나. 그래도 최고급 여관은 웬만한 호텔도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시설이 좋아서 괜찮다.
여관직원에게 신전의 위치를 물어봐서 알아냈다.
“바로 가죠.”
짐은 따로 풀지 않았다. 호텔과 다르게 여관은 보안이 취약했다. 열쇠로 문을 잠글 수 있다고 하지만 힘을 주면 손잡이를 똑 부러트려서 열고 들어가는 것도 가능했다. 신전에 다녀오는 동안 도둑이 든다면 큰일이다.
‘흔적만 남는다면 쫓아갈 수 있겠지만.’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풀지 않은 것이다.
여관을 나가 신전으로 향했다. 전쟁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에서 불안이 엿보였다. 하지만 불안이 엄청 커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 전쟁의 불길이 크게 번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여기까지 미치지 않아서 체감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자세한 정보는 신전으로 가면 알 수 있다.
“저 앞에 신전이 보입니다.”
“크지는 않네요.”
“믿음이 중요하지 신전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럴 때 보면 로건은 참 신실한 신자였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주교 급으로 보이는 사제가 신도들에게 설교를 하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제론과 일행들을 발견했다. 잠시 설교가 끊겼다.
사제는 신도들이 웅성거리자 말했다.
“새로운 신도가 오셨군요.”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설교를 이어간다. 사제가 설교를 마치고 예배가 끝나길 기다렸다. 대략 20분 뒤 예배가 끝나자 로건이 일행을 대표해서 사제를 만나러 갔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메이슨 주교입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사제 로건이라고 합니다.”
로건이 태양의 교단 증표를 꺼내서 메이슨 주교에게 보여줬다.
“교황청에서 오신 형제님은 아니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희는 중앙대륙에서 이제 막 남대륙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걱정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전쟁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로건은 유령마을에 대해 바로 묻기보다는 다른 주제를 먼저 꺼냈다. 메이슨 주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것을 걱정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것을 공감해주며 한참 대화를 이끌어갔고, 어느 순간 갑자기 기억났다는 듯 유령마을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제가 하루를 머물렀다가 가려고 잠시 마을에 들렀는데 사람이 한 명도 안 살고 있던 유령마을이 있었습니다. 남대륙에서는 유령마을이 흔한 편입니까?”
“으음. 유령마을이라. 제가 주교로 부임을 이후로 외부에는 잘 돌아다니지를 않아서…….”
메이슨 주교는 말끝을 흐렸다.
로건이 아쉬워한 순간 그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신도들이 수군대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켈릭슨 마을을 말하시는 것 같군요.”
“켈릭슨 마을?”
“예. 도시에서 북쪽으로 십 며칠을 가면 나오는 마을입니다. 주교로 막 부임할 때였으니까…… 8년 전? 아마 그 무렵이었습니다.”
로건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로레인이 죽고 켈릭슨 마을이 유령마을이 된 것도 8년 전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신이 없던 때여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데…… 켈릭슨 마을이 저주를 받아 마을 사람들 모두 죽었다던가, 전염병이 돌아서 떼죽음을 당했다던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혹시 마을 안으로 들어가셨던 겁니까?”
“아닙니다. 들어가려다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서 다시 나왔습니다.”
로건이 말실수를 했지만 메이슨 주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들렀다’와 ‘들어가려다가 다시 나왔다’가 똑같다고 생각하며 넘어간 것이다.
“정말 다행입니다.”
“…….”
“제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남대륙 교총지부에서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었습니다. 맞아. 확실히 기억이 나는군요. 아마…… 마을을 조사한 결과 정체불명의 의식을 지내다가 무슨 일이 생겨서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실종됐다고 했습니다.”
“허어.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로군요. 유령마을이 켈릭슨 마을 한 곳뿐만이 아니던 모양인데 비슷한 일로 그런 사건이 벌어진 걸까요?”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도시 주변에서 유령마을이라고 들은 건 켈릭슨 마을밖에 없습니다. 제가 다른 도시로 외유를 나가거나 일이 있어서 출타를 간 것도 아니라서 들은 바가 많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마터면 저도 큰일 날 뻔했군요.”
“그런데 중앙대륙에서 남대륙까지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아, 중앙대륙의 순례를 마치고 잠시 쉬던 도중 다음 순례지를 어디로 갈까 기도를 올리다가 부름에 응답을 받아서…….”
“오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메이슨 주교와 로건의 대화가 꽤나 길어졌다. 덕분에 쓸모 있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제론과 일행들이 들렀던 마을의 이름이 ‘켈릭슨’이라는 것부터 교총지부에서 ‘켈릭슨’의 이상 현상을 알고 있으며, 진짜로 조사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접근금지 지시까지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건과 메이슨 주교의 대화는 다음 순례 행선지가 어디인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사제가 다음 예배를 위해 기도를 올릴 시간이 되었다며 오면서 끝났다.
“후우. 교단의 사제들은 하나같이 말이 많아서 피곤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제론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고 로건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여관으로 돌아가던 도중 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후 3시라서 식당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말이다.
제론은 차음막을 펼쳐서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았다.
“남대륙의 교단에서는 켈릭슨 마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군요.”
“맞아요. 하지만 이상하네요. 교총지부에서 왜 켈릭슨 마을을 저대로 방치한 걸까요? 그리고 로레인은 마을 주변으로 접근한 사람이 없다고 했어요. 오크 역시 마찬가지고요. 조사를 했다는 교총지부의 말이 거짓인지 로레인 양께서 보지 못한 것인지 판단이 잘 안 되네요.”
“판단이 잘 안 되는 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이 떠오르는데…… 제 생각에는 켈릭슨 마을이 유령마을로 변하기 전에 교총지부에서 조사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 의견은 로건이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로건의 말은 남대륙 교총지부가 켈릭슨 마을이 유령마을로 변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제론이 총대를 메고 물었다.
“교총지부가 원흉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아타시아 데이라잇을 기억하십니까?”
로건은 제론에게도 좋지 못한 기억을 꺼냈다.
아타시아 데이라잇.
전前 2성녀이자 전前 추기경이었던 태양과 인간의 신 솔라의 아바타였다.
베헤못의 강림을 위한 매개체였던 그녀는 놀랍게도 조직의 고위간부였고, 또 다른 고위간부인 메이란이 제론을 찾아와 제거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물론 기억하죠.”
“그녀처럼 조직에서 심어둔 또 다른 배덕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고위 사제라면 교총지부에서도 제법 높은 직위에 있을 테고, 메이슨 주교에게 그런 거짓 혹은 지시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지요.”
“교총지부를 믿으면 안 되겠군요.”
“예. 운이 좋았습니다. 교총지부로 바로 갔다면 꼼짝없이 오명을 뒤집어썼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다음은 마탑이군요.”
“…….”
마탑이라는 말에 일행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신전의 경우에는 로건이 있어서 어떻게든 쉽게 접근이 가능했지만 마탑은 정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은 느낌이었다.
“메이엔?”
“저는 마녀라서 불가능해요.”
메이엔이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
“끙.”
제론은 더는 말하지 못하고 난처함만 드러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이 깊어진다.
바로 그때 제론과 일행들에게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들 뭐 하고 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