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61)
제 261화
261화
제론은 차음막을 빠르게 거뒀다. 친근한 척 다가오는 사람이 메시지 마법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더 문The Moon’에서 나왔습니다.
메이엔과 로건에게 수도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다.
중앙대륙 최고의 암살자 길드 ‘더 문’이 모험가 길드로 가는 두 사람의 앞을 막았고, 그 이유가 암살자 길드 연합의 의뢰였다는 이야기였다.
“어, 오랜만이다. 반갑다. 그동안 잘 지냈냐?”
“하하! 잘 못 지낼 일이 뭐가 있겠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대답한 암살자 길드원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 식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정말로 필요라고는 1도 없는 쓸데없는 대화를 나눴다.
“요즘 전쟁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 하필 이럴 때 남대륙으로 오다니 참 기구한 인생이다.”
“사제님을 도와 순례를 다니는데 전쟁이 무슨 상관이냐?”
“그러다가 괜히 휘말리면 다치거나 죽으니까 그렇지. 너도 너지만 알톤은 고향에 약혼자도 있다며? 괜히 비명횡사하면 약혼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그딴 불길한 얘기는 하는 거 아니랬어. 인마.”
“불길한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긴 하지. 그런데 전쟁터에서 오크도 간간이 보인다잖냐. 오크가 용병으로 뛰고 있는 전장에 자칫 휘말리기라도 하면 진짜 큰일 나. 그놈들은 무식해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할 때도 많아.”
제론이 눈을 반짝였다. 1도 쓸모없는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남대륙의 상황을 둘러서 말하고 있었다.
“아, 그래? 어디가 제일 위험해? 그쪽은 최대한 피해서 돌아가야겠어.”
“페룬 왕국이랑 가헨트 왕국. 거기는 무조건 피해. 전쟁이 끝났다는 소문이 돌기 전까지는 말이야.”
“어휴. 고마워. 잘못하면 꼼짝없이 전쟁에 휘말릴 뻔했어. 그런데 남대륙에는 유령마을이 왜 이렇게 많냐? 잘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중앙대륙은 전쟁이 없어서 평화로운데 남대륙은 사방이 위험 덩어리야. 살 떨려서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다니까?”
“유령마을? 십몇 년 전부터 확 늘긴 했지. 이런 변방에도 유령마을이 생길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나아. 거기 어디냐. 그그…… 그래! 가헨트 왕국에는 유령마을이 7곳이나 된다더라. 왕실이나 교총지부, 마탑에서는 관심도 없어. 그리고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암살자 길드원이 자세를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왕실과 교총지부, 마탑에서 암묵적으로…… 알지?”
“설마?”
“어흠! 어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가? 아무튼, 어디 가서 함부로 얘기할 거리는 아니니까 조심해.”
“…….”
“아무튼, 나는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까 이따 밤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암살자 길드원이 흐흐 웃으며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메시지 마법을 남기고 사라졌다.
-두 분께 무례를 범한 소정의 사죄입니다.
제론은 다시 차음막을 펼치고 일행들과 대화했다.
“방금 그 녀석 암살자 길드원이야.”
“……아, 왠지. 남대륙에 우리가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메이엔과 로건 님한테 잘못했다고 정보를 주고 갔다나.”
“……‘더 문’이군요.”
“소정의 사죄라는 걸 보니까 나중에 뭔가 더 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 녀석이 넘겨준 정보를 조합해보자고.”
두서없는 대화로 넘겨준 정보였다. 하지만 포인트만 잘 잡으면 어려운 건 없었다.
우선 전쟁과 오크였다.
오크가 전쟁터에서 보인다는 이야기는 남대륙의 전쟁에 놈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신으로 만들어줬다.
이미 예상하고 왔으면서 뭘 또 확신하냐고 해도 직접 보지 못한 이상 함부로 확신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었다.
‘100프로냐 아니냐의 차이지.’
용병으로 뛰고 있다는 말도 했지만, 이 부분은 오크에 대한 정보를 건네주기 위해 덧붙인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도 페룬 왕국이랑 가헨트 왕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정보까지 전해줬다.
“……페룬 왕국과 가헨트 왕국은 남대륙에서 중부지역이야.”
쟌느가 센스 있게 지도를 펼쳐서 확인하고 말했다.
“남부지역은 가장 마지막에 먹으려나 보네.”
남대륙 남부지역은 해양 몬스터와 해적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오크들이 남대륙을 집어삼키려고 해도 가장 마지막에 처리하는 게 편하다. 남부지역부터 휘어잡다가는 해양 몬스터와 해적, 그리고 중부와 북부를 동시에 상대하게 된다.
“가헨트 왕국이 오크와 손을 잡은 곳으로 추정돼.”
그곳에는 유령마을이 7곳이니 된다고 했다. 왕실이나 교총지부, 마탑도 유령마을에 관심이 없다고 했고, 그들이 암묵적으로 무언가 일을 꾸민 모양이었다. 그게 유령마을일지 오크와 관련된 전쟁일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암살자 길드에서 정확하게 알아냈다면 어렴풋이 단서를 던졌을 것이다.
“뭔가 알아낸 것 같은데 어떻게 써먹을 만한 건 없네요.”
“정확해.”
에르딘이 끙끙 고민하다가 말하자 제론이 공감했다.
‘하지만 정보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페룬 왕국과 가헨트 왕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만으로도 시발점이 두 곳 중 하나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야.”
쟌느가 지도에서 손가락을 슥 위로 올렸다. 제론과 일행들이 있는 곳은 남대륙 북부에서 정중앙에 위치한 페로쉐 왕국의 자작령 도시였다. 변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오지였다. 켈릭슨 마을같이 유령마을을 만들어도 다른 곳까지 쉽게 소문이 퍼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소문이 들려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자작령을 다스리는 영주의 눈까지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자작을 조져보면 뭔가 나오려나?”
“제론 님!”
에르딘이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차음막 때문에 바깥에서 대화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일어선 것이었다.
“말조심 좀 하세요.”
“살인면구 하면 돼.”
“아이고.”
장난이라는 건 알지만 가끔씩 등골이 섬뜩할 정도였다.
“…….”
제론은 에르딘이 자리에 앉자 잠깐 생각에 잠겼다. 왕실과 마탑, 교총지부가 한패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발목을 붙잡았다. 다음 행선지로 어디가 좋을지 다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우리의 정체를 알게 되면 큰일 나겠어.’
성문을 통과하며 검문하는 건 기록으로 잘 남지 않는다. 작은 마을이라면 모를까, 심지어 이 도시는 큰 편도 아니었다. 인구가 1만 명이라도 살면 다행일 정도로 작다. 말만 도시지 남작령의 마을 2개를 합친 크기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기록을 지워야겠어.’
제론은 쟌느에게 밤이 되면 검문소로 숨어 들어가 자신들의 기록을 지우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자작성이 있는 도시로 출발할 거야. 중간에 다른 마을이 있다면 들를 테니까 적당히 준비들 해.”
“알겠어요.”
“이제 여관으로 돌아간다.”
제론과 일행들이 식당에서 일어났다.
* * *
이튿날 오전 10시가 되자 성문을 통과했다.
들어가는 건 검문을 하지만 나가는 건 따로 검문을 하지 않는다.
물론 전쟁이 벌어졌다면 검문을 하지만 페로쉐 왕국은 아직 전쟁의 불길이 미치지 않은 북부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쟌느가 밤새 검문소의 기록을 확실하게 지웠다고 하니, 제론과 일행들이 도시를 방문한 사실은 당시 검문을 한 병사들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알아낼 수 없게 되었다.
“저기 마을이 있어요.”
자작성의 도시로 가던 도중 마을에 들렀다.
켈릭슨 마을처럼 작은 마을이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제론과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감자라도 잡술텨?”
“감사합니다. 신의 은총이 이 마을에 깃들길.”
로건은 노인이 건네는 감자를 감사히 받고 마을을 위해 은총의 기도를 올렸다. 노인들은 참 순박했다. 로건이 태양의 교단 사제라는 걸 알아도 똑같은 젊은이처럼 여기며 먹을 것을 나누었다.
“어, 어어. 그러니까 귀족 나리라고?”
“예.”
“귀족 나리는 뭐 하는 거시기여?”
“그…… 아니에요.”
에르딘이 제론의 존엄성을 널리 퍼트리려다가 귀족의 존재조차 모르는 노인들의 반응에 깔끔하게 포기하고 먹을 것을 받아왔다.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린 이유는 간단했다.
먹을 것을 나눠주는 노인들에게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노인들은 감자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을 공짜로 나눠줬다.
이런 시골에서 자급자족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는가?
가끔씩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다른 마을로 가서 물품과 교환을 해오기도 할 터이니 값을 지불하려고 했던 것이다.
노인들은 괜찮다며 푸근하게 웃으며 먹을 것을 더 챙겨주는 엄청난 순수함을 비췄다. 나쁜 마음과 끝이 없는 욕심만 드러내는 귀족들과는 차원이 다른 착한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금화라도 몰래 두고 가자.”
제론이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물론 마을에는 노인들만 있던 건 아니었다.
젊은 사람들도 대여섯 명씩 있었다.
도시에서 살다가 각박한 인심을 견디지 못하고 온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제론과 일행들을 경계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금방 경계를 풀고 사냥해온 고기를 나눠 먹기까지 했다.
“그런데 말투가 좀 특이한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아, 저희는 중앙대륙에서 왔습니다.”
“중앙대륙이요?! 그 먼 곳에서 남대륙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배를 타고 왔습니다. 마물의 숲을 통과하기에는 담력이 부족하더군요.”
“전쟁 때문에 배를 안 띄운다고 하더니…….”
“선원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저희가 마지막 배를 탄 모양이더군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참…….”
“순례를 다니는 저희로서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요. 사제님께서 믿음이 신실하신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아, 태양의 교단의 신도셨습니까?”
“예. 저는 사냥꾼이니까요.”
대충 해석하자면 혹시나 불운으로 몬스터와 마주쳐서 횡액을 당하지 않게 미신을 비롯해 종교까지 믿는다는 말이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마을에서는 오랜만에 외지인이 왔다며 축제를 벌였다. 말이 축제지 다 같이 모여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제론과 일행들은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마을에는 새로운 외지인이 방문했다.
“뉘시오?”
“…….”
찌르르-.
* * *
제론은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무언가 느껴졌기 때문.
“…….”
“무슨 일이에요?”
에르딘이 물어봤지만 제론은 대답 대신 한참 동안 뒤를 주시했다. 다른 일행들도 신경 쓰여서 제론을 쳐다봤다.
“뭔가 불길해서.”
“음?”
갑자기 불길하다는 말에 에르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주변으로 내공을 퍼트려봤지만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가 있었다면 제론이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말이다.
“……기우겠지.”
제론조차 직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지의 영역이었다.
특별하게 불안할 건더기가 예측되지 않을 때는 더더욱 난해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길을 나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