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62)
제 262화
262화
자작성이 있는 도시에 도착한 제론과 일행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호텔을 잡고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대화가 대충 마무리되자 쟌느가 품속에서 술병과 술잔을 꺼냈다.
“그건 어디서 나왔어?”
“궁금해?”
“……아니.”
제론은 궁금했지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5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술병과 4개의 술잔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된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쫄기는.”
그런 제론을 바라보며 쟌느가 피식 웃고선 말했다.
“하긴, 그런 귀여운 면이 우리 자기의 매력이지.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거야. 상의가 얇아서 한 겹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두 겹이라서 아공간 주머니를 그 사이에 집어넣고 다니거든.”
“아공간 주머니? 아, 맞네. 쟌느한테도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지.”
뒤늦게 그 사실을 기억해낸 제론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쟌느가 그런 제론의 볼을 앙증맞게(?) 꼬집으며 귀여워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술이야?”
“요즘 식당에서는 주변 눈치가 보여서 한 입도 못 댔잖아.”
제론의 고개가 저절로 위아래로 흔들렸다.
제론과 일행들은 평소에는 얼굴을 로브로 가리고 다녔다.
그 이유가 중앙대륙과 남대륙의 인종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었다.
북대륙인인 쟌느 역시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피부색이 조금 더 구릿빛에 가까웠을 뿐이고, 머리카락 색깔은 비슷하거나 똑같아서 중앙대륙인과 북대륙인의 차이는 정말로 조금 혹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남대륙인은 피부가 더욱 짙은 구릿빛이고 머리카락은 짙은 흑갈색이었다. 로브의 후드만 걷어낸다면 제론과 일행들이 바로 다른 대륙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후드조차 걷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 속에서 술을 맘 편히 마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제론과 일행들은 안주도 없는 안타까운(?) 환경에서 술잔을 기울였고,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기까지 이르렀다.
“저…… 잔이 비었습니다.”
“아, 네.”
로건이 빈 잔을 내밀자 쟌느가 따라주었다. 잔은 작지 않았다. 물 컵보다 컸다. 야영을 할 때 다용도로 쓰는 것이라서 그랬다.
그런 잔을 단번에 비운 로건은 불콰해진 얼굴로 말했다.
“교총지부는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녀님께서 주신 배지를 갖고 계십니까?”
제론은 천사의 날개가 새겨진 해 모양의 배지를 꺼내서 보여줬다.
“교황청에 들렀을 때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그 배지는 생각보다 더 특별합니다.”
로건의 설명은 이러했다.
통행증으로만 알고 있던 성녀의 증표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교황을 상징하는 문양이 허공에 나타나는데, 그것이 이단 심문관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광기 어린 신앙심을 갖고 있는 인간들이 이단 심문관이라는 인식만 갖고 있는 제론이었지만, 사실 대륙에서 그들의 힘을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배덕背德을 저지른 자들이 이단 심문관이 온다고 하면 팬티를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두려움의 대명사였다.
배덕의 대상은 같은 사제라고 해도 논외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성녀를 대신해서 신병을 움직일 수 있는 지휘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중간이 스킵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면 사실이었다. 위의 두 가지 말고도 다른 권한들이 생긴다. 하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권한은 저 두 가지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론은 뇌의 필터로 적당히 걸러낸 것이다.
“교총지부의 위치가 아마 남부지역에 있던가?”
“네. 해양 몬스터를 토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니까 교총지부를 그쪽으로 아예 옮겼다고 들었어요.”
에르딘이 발그레해진 뺨으로 대답했다.
‘쟤는 화경의 고수가 되어 가지고 술에 취하네?’
제론도 내공을 억누르면 취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취할 필요가 없어서 해독기능을 억제하지 않는 편이었다.
‘로레인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제론은 넘어갔다.
문제는 술기운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간 뒤였다.
“어허헝!”
에르딘이 술에 꼴아서 주먹으로 땅을 치며 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 가관이네.”
제론은 영상녹화재생 아티팩트가 있었다면 찍어서 나중에 보여주고 싶었다.
화경의 고수가 술에 취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주정을 부리는데 하필이면 우는 것이라니!
평생을 우려먹어도 모자랄 흑역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개(?)가 아니었다.
“메이엔 야아아앙.”
큰 컵으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던 로건마저 취해서 메이엔에게 달라붙어 아양(?)을 부리고 있었다. 사실 아양을 부린다기보다는 인사불성에 가까운 상태가 돼서 말끝이 늘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
“…….”
제론과 쟌느가 멍하니 그 모습들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방을 옮기자고.”
“뜨거운 밤을 불태우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와?”
쟌느는 제론의 말에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방을 옮겼다.
아니.
계속 저 방에 있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도망쳤다.
* * *
찌르르-.
제론과 일행들을 몇 시간의 거리 간격으로 추격해온 정체불명의 존재가 자작성의 도시를 바라보며 몸을 꿈틀대 괴상한 소리를 냈다.
찌르르르-.
괴상한 소리가 다른 곳에서도 들려왔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한참 찌르르거리던 소리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변했다.
쯔르-.
쯔르르-.
괴상한 소리는 날카로워졌다.
의견 다툼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의견의 차이로 다툼을 한다기보다 전의를 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쯔라-!
쯔라라-!
2개의 괴상한 그림자가 도시 안으로 침투했다.
* * *
“들러붙지 말라고!”
“아이참. 부끄러워하지 말고 누나한테 맡겨.”
제론은 오늘도 엉겨 붙는 쟌느를 밀어냈다. 하지만 참고 또 참던 욕망(?)이 폭발해버린 그녀는 오늘 밤만큼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두 팔에 힘을 주고 제론을 밀어붙였다.
“이 누나가 경험은 없지만 기술은 끝내줘. 믿고 맡겨봐.”
“그게 무슨 경력 있는 신입 같은 소리야!”
손과 발을 사용해서 필사적으로 탈출한 제론은 쟌느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차마 방을 나가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방구석까지 몰리고 말았다.
“흐릅. 아무렴 어때? 그냥 딱 눈 감고 누나한테 맡기라니까.”
“쟌느, 너 점점 이상해져 가는 거 알지?!”
“야!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제론, 너야.”
눈이 회까닥 돌아가더니 이제는 ‘자기’ 혹은 ‘우리 자기’라고 부르던 호칭마저 ‘야!’랑 ‘너’로 바뀌었다.
제론은 전대미문의 공포를 느끼며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했다.
아니.
보호하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
유령마을이 된 켈릭슨 마을에서 느껴본 적 있던 기운이 빠른 속도로 호텔에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다. 제론의 표정이 180도로 변하자 쟌느가 이성을 되찾았고, 바로 취기를 날리며 품속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무장했다.
“적?”
“어. 두 명…… 아니, 두 마리.”
제론이 ‘명’에서 ‘마리’로 정정한 이유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동물은 또 아니었다.
‘곤충에 가까운 느낌.’
제론은 검을 꺼내며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호텔에서 싸운다면 도시의 중심이기에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다.
‘어디냐.’
허공답보를 펼쳐 허공을 걸으며 기감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무슨 방법을 사용하는지 자신의 감각을 피해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은신 능력을 갖고 있는 놈들이었다.
갑자기 왜 모습을 드러냈는지 몰라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저쪽!”
“……!”
쟌느가 먼저 적의 위치를 알아차렸다. 살짝 놀란 제론이 고개를 돌리자 잠자리나 매미의 날개처럼 보이는 것을 빠르게 움직이며 날아오는 괴상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벌레?”
“벌레라고? 저게?”
제론이 무심코 중얼거리자 쟌느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괴상한 생명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광의 검은색 갑주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 갑주는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어둠과 완벽히 동화를 이루고 있었다.
곤충의 날개가 달려 있었지만 분명 사람의 형태였다. 하지만 곧 제론이 벌레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눈이 곤충의 것처럼 겹눈이었다. 사람 혹은 이종족이라면 저런 눈을 가질 수 없다.
“남대륙 이상해.”
“그건 동감해.”
제론과 쟌느는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저쪽이 2명…… 아니, 2마리니까 각자 1마리씩 상대하려는 것이다.
쯔라라라-!
“큭!”
괴상한 생명체의 몸이 잘게 떨리며 괴상한 소리가 났다.
쟌느가 양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음파 공격인 것 같아!”
“오러로 귀를 보호하면서 싸워!”
제론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쟌느에게 대응방법을 알려주며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길게 늘어나며 괴상한 생명체를 향해 날아갔다.
놈은 허공에서 직각으로 궤도를 꺾어 피했다.
찌르르?
그러나 검풍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위로 날아오르다가 균형을 잃고 몸이 180도 뒤집어졌다. 제론의 발차기가 놈의 안면을 걷어찼다. 파각-! 단단한 플라스틱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놈이 투포환처럼 성벽을 넘어 밖으로 날아갔다.
제론이 힐끔 옆을 보니 쟌느가 비도술을 날리고 있었다.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아까처럼 괴로워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괴상한 공격수단이지만 괜찮겠어.’
곤충 인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괴상한 생명체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제론의 기감으로 빠르게 탐색한 수준이 그러했다. 쟌느라면 잠깐 곤혹을 치르더라도 금방 간파할 것이다.
“……그럼 나는 내 할 일을 해야지.”
저 곤충 인간을 죽이려고 했다면 검을 쓸 필요도 없었다.
서서히 사용법이 익숙해진 신성으로 소멸시키면 된다.
그러나 곤충 인간의 정체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배후를 알아내려고 일부러 적당히 살살 친 것이다.
쾅-!
투포환처럼 튕겨 나간 곤충 인간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 앞에 제론이 착지해서 팔을 흔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먼지를 거둬들였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곤충 인간이 보였다.
“그게 얼굴이었냐?”
단단한 플라스틱이 깨지는 소리가 났었다. 그 정체가 얼굴의 갑피였다.
녹색의 피 같은 게 깨진 갑피 사이로 흘러내렸다.
“곤충이라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 아니었군.”
몬스터의 녹색 피와 색깔이 달랐다.
밤이라서 녹색으로 착각했지만 정확하게는 녹색과 노란색의 중간이었다.
끼르르-.
괴상한 소리가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처럼 살짝 변했다.
“갑피를 흔들어서 소리를 내던 거였네.”
제론은 곤충 인간을 해부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분석했다.
끼르-!
살짝 구겨진 날개가 빠른 속도로 흔들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벌새처럼 날갯짓이 빠르고 잠자리처럼 활공 궤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작게 곱씹으며 검을 수직으로 내려쳤다.
곤충 인간의 오른쪽 팔과 오른쪽 날개가 똑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