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27화
1반의 총인원은 20명이었다.
1왕자 카론과 공작가 차남 로한, 마지막으로 13살 같은 9살 제론을 포함한 숫자였다.
다행인 건 친구를 먹은(?) 카론과 로한을 제외한 나머지 17명과 일일이 인사를 하고 내가 누구니 마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1반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1반 담임 선생님은 아까 예비 선생님이었던 북부대륙 출신의 기사 유한이었다.
“지금부터 자기소개를 하겠다. 맨 앞줄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소개해라. 적당히 짧고 간결하게 하도록!”
유한은 맨 앞줄 오른쪽에 앉은 꼬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부터 해라.”
“반갑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1왕자 전…….”
“여기서는 모두가 동등한 입학생이다!”
지명 당한 꼬마가 일어나서 우아하게 귀족 예법으로 자기소개를 하려고 하자 유한이 호통쳤다.
“저, 아니 나는…….”
꼬마는 잔뜩 움츠러든 채 더듬거리며 자기소개를 했다.
유한의 요청대로 짧고 간결하게 이름만 말하고 주저앉듯 착석했다.
녀석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나는…….”
“내 이름은…….”
한 명, 두 명 차례대로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제론은 9번째 순서였다.
“내 이름은 제로니아 페리안. 줄여서 제론이라고 부르면 된다.”
머엉-!
제론이 일어섰을 때는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는 기적이 벌어졌다.
키와 체격이 같은 9살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교실에 먼저 들어왔던 입학생들은 앞서 제론의 엄청난 존재감(?)을 앞서 느꼈던 바가 있어서 그나마 덜 어색해하는 표정이지만, 나중에 들어온 입학생들은 아니었다.
“우리랑 나이가 같다고?”
“실화인가?”
“응, 아니야. 아무튼 아니야.”
“전설의 거인족이 나타난 걸 보니까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해.”
현실을 부정하는 몇 명까지 나타나고 말았다.
시끌벅적 들려오는 목소리에 제론이 이유 모를 낯부끄러움을 느끼며 착석할 때 뒤에서 카론과 로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거인족이라니.”
“큭큭. ”
“웃지 마라.”
제론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교실이 시끌벅적해지자 유한이 조용히 하라며 다그쳤다.
“자자, 집중! 오늘은 일정이 빠듯하다. 잡담은 나중에 하고 빨리 자기소개부터 마치도록!”
* * *
입학식이 끝났을 때는 오후였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담임 선생님에게 아카데미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일정이 빠듯하다는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바로 숙소 배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배정받은 숙소 앞에 웬 꼬맹이가 서 있었다.
무시하고 들어가려는데 꼬맹이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페리안 남작가 집사 후보생 에르딘라고 합니다.”
“집사 후보생?”
그러고 보니 아까 1반 담임 선생님한테 집사가 어쩌고저쩌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귓등으로 들었는데 집사 후보생이 배정된다고 했나 보다.
“그렇습니다. 성적평가와 지원 분야로 클래스가 나누어진다는 설명은 들으셨을 겁니다. 저는 페리안 남작가의 집사가 되고 싶다고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제로니아 페리안 님의 전담 집사로 배정받은 것이고요.”
참고로 에르딘이라는 꼬마도 9살이다.
그런데 아카데미로 입학하기 전에 선행으로 교육을 받은 것인지 발음이 또박또박했다. 듣기 좋은 미성에 리듬감까지 완벽했다.
‘랩 한 번 시켜보면 기가 맥히게 잘하겠네.’
제론이 곧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왜 우리 가문의 집사로 들어오려는 거지?”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냐고 할 수 있지만 페리안 남작가가 오른 왕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페리안 남작가는 봉신가다.
오른 왕국 건국 이전 건국 왕과 오랫동안 함께한 초대 가주께서 세운 가문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페리안 남작가가 봉신가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소수에 가까웠다.
되새기면 떠올릴 수야 있겠지만 딱 그 정도인 것이다.
게다가 변방에 위치한 남작령의 영주였다.
비교적 유명한 사건이라면 2년 전 베론드 남작과 영지전을 벌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게 있지만, 워낙 변방에 위치해서 다른 지역이나 중앙 수도까지 제대로 된 전황이 보고된 것도 아니었다.
아카데미에는 수많은 귀족 가문의 자제가 있고 돈이 어마무시할 정도로 많은 부호의 자제도 있다. 그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집사로 들어가도 된다. 그런데 굳이 먼 변방의 남작 영주의 막내아들을, 대외적으로 알려지기로는 별 볼 일 없는 남작령의 집사로 올 이유가 전혀 없다.
‘강제로 한 명을 고르게 한다고 쳐도 저 녀석 표정이 나쁘지가 않은데?’
9살짜리의 표정은 굉장히 솔직하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것에 능하지 못하다.
‘아, 물론 형은 좀 논외지만.’
형의 무뚝뚝한 표정은 가히 신의 재능이라고 불러도 대단하다.
가족으로서 9년 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정도로 9살짜리 꼬맹이들의 표정은 굉장히 솔직한데, 에르딘의 표정은 남작 가문 막내아들의 집사로 들어와서 수발이나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자기 신세 한탄이나 불편한, 기분 나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페리안 남작 가문의 가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 집 가훈?”
제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페리안 남작가의 가훈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살자는 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에르딘이 가훈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귀족이라면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살자는 말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게 정상이다.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살 거라면 귀족이 아니라 산이나 숲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고 있었겠지. 그런데 왜 그게 마음에 들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저도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살고 싶거든요.”
“흐음. 뭐, 알아서 해라.”
제론은 쓸데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무공이라도 수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저 말이 거짓말이라고 해도 페리안 남작가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내려면 최소한 7년 뒤의 일이다.
그때까지 천천히 에르딘이 어떤 녀석인지 알아가도 된다.
진짜라면 집으로 데려와도 되고.
“세안을 준비할까요?”
“아니.”
제론은 짧게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족히 30평은 돼 보이는 널찍한 크기였다.
S클래스의 성적을 받은 인원에게만 주는 혜택이란다.
‘내가 살던 원룸 8개를 이어 붙여도 이것보다 작을 것 같은데?’
혼자서 자기에는 너무 넓다. 하지만 개인편의시설이 방 안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쪽 구석에 러닝머신처럼 생긴 기구가 놓여 있었다.
다른 운동기구도 보였는데 간단하게 체력단련을 하기 좋아 보였다.
화장실과 샤워실, 목욕탕도 칸이 나누어져 있었다.
앞으로 혼자서 먹고 자고 싸도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 넌 어디서 자는데?”
“저는 따로 방이 있습니다.”
혹시나 같이 살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다른 건 몰라도 무공을 수련하는 걸 보면 안 되니까.
확실하게 집사가 된다면 가르쳐줘도 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제론은 짐을 정리하면서 에르딘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했다.
1.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 아침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
2. 가끔 이상한 소리가 나도 문을 열고 들어와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
3. 방 안의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4. 두 번 불러도 대답이 없다면 방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에르딘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집사의 덕목 중 한 가지가 주인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슨 일 때문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방해를 받아서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는 짐 정리는 다 한 거야?”
“아니요.”
“그럼 가서 하고 와.”
“예?”
제론이 돌아보니 에르딘이 표정으로 ‘뭐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고 오라고. 어차피 할 거 없잖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
제론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녀석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집사 후보생이란 정말로 피곤한 것 같았다. 주인(?)이 가라고 해도 가지도 못하고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귀엽게도 보였다.
“정말로 할 거 없으니까 가봐. 아 참. 이따가 같이 밥이나 먹자고.”
“……알겠습니다.”
에르딘은 머뭇거리더니 곧 뒷걸음으로 나갔다.
* * *
‘이상한 귀족이야.’
에르딘이 방을 나가서 생각했다. 제론은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지만 아카데미 정문에서 그 사건(?)이 벌어질 때 그 자리에는 자신도 있었다.
제로니아 페리안.
13살 같은 9살 입학생.
대리입학의 의심 붐까지 일으킨 그는 입학식 하루 만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집사 가문에서 태어나 집사가 될 운명을 가진 에르딘으로서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그를 처음 본 순간 반해버렸으니까!
집사가 될 운명을 가진 것처럼 그를 섬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가문 페리안 남작가에 대해 알아봤다.
페리안 남작가의 가훈을 알자 시작부터 놀랐다.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살자!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귀족이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산다니!
사자가 사실은 채식만 한다는 말이 더욱 그럴싸할 것이다.
그런데 진짜여서 또다시 놀랐다.
가르시안 페리안.
아카데미 역사상 한 손에 꼽힐 천재였다.
초기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갑자기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어나와 아카데미의 모든 과목을 섭렵하고 1등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헤이샤르 페리안.
아카데미 역사상 한 손에 꼽히는 천재인 가르시안 페리안처럼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으나, 일부 과목에서는 가르시안 페리안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만든 괴짜였다.
듣기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잘한다고 한다.
위의 두 사람은 아카데미 입학 이후로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연루된 적 없었다.
가문의 가훈처럼 정말로 욕심 없이 조용하게 산 것이다.
페리안 남작 역시 2년 전 베론드 남작-지금은 반역죄로 처형당했지만-과의 영지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힘을 증명했으나 건국 이후로 쭉 그래왔던 것처럼 평화롭게 지냈다.
“참 신기한 집안이야.”
지금 할 게 없다고 가보라니?
이따가 같이 밥을 먹자니?
평범한 귀족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반해버리고 말았지만.”
에르딘이 달뜬 숨소리를 흘리며 혀로 복숭아 빛깔의 입술을 핥았다.
살짝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 * *
“에취!”
제론은 주르륵 흘러내린 콧물을 슥 닦아냈다.
‘누가 내 얘기라도 하나?’
으슬으슬 몸이 떨리며 오한까지 찾아왔다.
혹시나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내공이 벌써 30년 어치나 돼서 웬만한 잔병치레가 없었지만 모든 질병에 면역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은 조심해야 했다.
“에취! 쿨쩍. 오늘은 좀 따뜻하게 자야겠네.”
제론이 계속 흘러나오는 콧물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오
Davin Miltan
Wtf, these kids need to learn bound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