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1)
제 271화
271화
“어떻게 알았겠…… 아, 좀! 그 주먹 내려놔요. 아직 말 다 안 끝났어요.”
에르딘이 천천히 주먹을 드는 제론에게 말했다.
제론은 당연히 녀석이 헛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주먹은 내리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기로 했다.
“오옹. 그래그래. 계속 말해봐.”
“……어떻게 알았겠어요? 카헤론 공국도 그놈들과 붙어서 비벼 먹었으니까 알았겠죠. ……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제론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웬일로 정상적인 말을 다 하냐.”
“저 원래 정상이에요. 우리 중에서는 제일 정상일걸요?”
다른 일행들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해.”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에르딘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제론은 국경초소로 가서 흔적을 살펴봤다.
‘갖고 갈 수 있는 건 전부 가져갔네.’
국경초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간이침대와 책상, 의자, 물품 보관함 같은 가져가기 힘든 큰 물건을 제외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싹 긁어갔다.
얼마나 싹싹 잘 긁어갔는지 참 검소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충 3일 전쯤 철수했나?’
너무 잘 챙겨가서 남아 있는 흔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3일 전에 철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니까.”
“그거 아까 했던 말이잖아요?”
“흐음. 마충인이나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 때문에라도 대공이 데먼 마운틴에 병력을 집결시키지는 못했을 테니까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겠어. 문제는 마충인과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가 얼마나 되냐는 건데. 그 숫자가 짐작이 되질 않네.”
“저기요? 제론 님?”
“이럴 때 조직에 침투시켜놓은 우리 쪽 첩자가 뙇! 나타나서 미주알고주알 알려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내 말 안 들려요? 야!? 악?!”
제론이 무시하고 있자 그새를 놓치지 않고 반말을 하다가 처맞은 에르딘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에르딘을 구경했다.
“로건, 덥지는 않아요?”
“전 괜찮습니다. 메이엔 양.”
“하지만 땀을 계속 흘리고 있는 걸요? 물이라도 마셔요. 시원하게 해줄게요.”
“어우. 닭살.”
갑자기 옆에서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형성하자 쟌느가 양팔을 슥슥 문댔다. 그리곤 제론을 쳐다봤다. 곧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목석같은 인간한테 많은 걸 바라선 안 된다. 취하고 싶다면 이쪽에서 가야 한다.
“자기양♡”
“…….”
서늘한 정적이 일행들 사이로 내리깔렸다. 제론마저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아씨. 다 눈 안 깔아?”
“…….”
일행들이 쟌느의 카리스마에 쫄아서 눈을 깔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론 역시 눈을 깐 건 비밀이 아닌 비밀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소동이 짧게 있었지만 제론과 그의 일행은 데먼 마운틴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찌르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충인이 마이얀에게 실시간으로 시야를 전송했다.
* * *
“드디어 오는구나.”
마이얀은 카헤론 공왕이 자신의 충고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음침하게 웃고선 제론과 그의 일행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남대륙 전역에서 모인 마충인들을 데먼 마운틴 곳곳에 배치했다.
마충인은 자연과 동화되어 존재감을 감출 수 있는 암살자였다.
제론과 그의 일행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만 잠깐 발목을 붙잡는 것 정도는 가능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기 충분하리라.
또한 마충인들만의 소리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어디서 나타나든 금방 전파가 되어 위치를 곧바로 파악이 가능했다.
다음은 페이크 마스터들.
마충인들처럼 양산이 불가능하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50명과 그들을 각기 10명씩 이끄는 페이크 마스터 5명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5명의 상위 페이크 마스터가 마이얀의 앞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대장 격인 페이크 마스터 5명은 다른 페이크 마스터들과 다르게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마법과도 같은 위력을 가졌지만 발동하기 위한 캐스팅이 필요 없었고, 오러나 마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특이한 능력이었다.
특별한 수련도 필요하지 않아 마이얀은 그것을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도 없다고 해서 초월력超越力이라고 불렀다.
마이얀은 5명의 상위 페이크 마스터에게 명령했다.
“산을 오르는 자들은 전부 죽여라.”
“예. 알겠습니다.”
“강한 놈들이었으면 좋겠군.”
“간만에 몸을 제대로 풀겠군요.”
“킥킥! 피! 피다!”
“…….”
5명의 페이크 마스터들은 불길하게 느껴지는 오러를 몸에서 피워 올리며 흩어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마이얀은 통신 구슬을 꺼내 아인호르타하에게 연락을 취했다.
상황을 설명하자 그가 말했다.
-그렇게 하도록.
“정말 괜찮은 겁니까?”
-…….
아인호르타하는 마이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통신을 끊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던 마이얀은 그저 반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지막 걸림돌마저 무사히 넘어간 순간 더 이상 물불 가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가 오기 전까지 5일의 시간.”
모든 준비를 마치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우선 데먼 마운틴에 광역 마법진을 설치했다.
마이얀 자신과 마충인, 그리고 페이크 마스터를 제외한 모두가 환영 속에서 영원히 헤매는 대규모 환영진이었다.
그 이후에는 일정한 패턴대로 걷지 않으면 땅이 꺼지거나 불기둥이 치솟는 등 오러 익스퍼트 급의 기사들도 한순간에 타죽거나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마는 온갖 함정들을 잔뜩 설치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지.”
지금 데먼 마운틴에 모인 전력은 국가 하나를 멸망시킬 정도다. 하지만 마이얀은 그것조차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제론의 활약은 서대륙과 북대륙에서 빛이 날 정도로 엄청났다.
조직에서 그런 활약을 모를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부족한 상대였다.
마이얀은 그동안 모아놓은 모든 마정석과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광역 마법진과 함정들을 강화시켰다. 큰 위력은 없지만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자잘한 트랩들도 설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상황도 대비해야겠지.”
봉인시켜놓았던 마도서를 꺼냈다.
스으으-!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마도서가 불길한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이제 변수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
* * *
카헤론 공국으로 들어선 제론과 일행은 가까운 도시로 직행했다.
데먼 마운틴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3일가량.
어떤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가야 했다.
제론은 도시에 도착해서 일행들에게 푹 쉬라고 말한 뒤 시내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다.
혼자서 움직인 이유가 뭐냐고?
아직 심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精·기氣·신神의 균형이 어긋났어.’
초로 비유를 하자면 정精은 초의 몸통과 같고, 기氣는 심지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같으며, 신神은 불꽃에서 발하는 빛과 같았다.
하나라도 빠진다면 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니 모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제론은 정과 신이 어긋났다. 상단전을 강제로 틀어막은 탓에 신성이 흐르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신이 흐트러지며 정까지 흔들리게 된 것이었다.
‘그만 생각하자.’
제론이 고개를 흔들었다.
심마는 고민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거세진다.
이겨낸다면 언제 심마에 빠졌냐는 것처럼 멀쩡해지지만 이겨내지 못하고 잡아먹히면 살성으로 재탄생한다. 고수일수록 심마가 더욱 강해지니 제론이 심마에 잡아먹히면 전대미문의 대살성이 탄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마를 이겨낼 단서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생각 자체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상단전의 기운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리스크와 더불어 여러 가지 제한이 뒤따라오지만, 베헤못과 같은 아스트랄의 존재가 적이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던 제론은 해가 저물자 발걸음을 돌렸고, 돌아가던 도중 어느 상인들의 대화를 들었다.
“아, 글쎄. 진짜라니까?”
“예끼! 오크들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왕국이 점령당할 리는 없지!”
“내가 괜히 그런 말을 할까? 수도 전체가 비상이 걸려서 무조건 최대한 멀리 도망치라고 경고를 했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싹 다 대피했어. 아이고. 답답하네.”
한 상인이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른 상인들은 잔뜩 허풍이 섞였다고 생각했는지 피식피식 웃을 뿐이었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도대체 왜 내 말을…… 어헉!”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상인은 제론이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제론이 손을 뻗어 그를 잡아서 일으켜 세워주곤 지금 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제론은 상인이 말하자 손뼉을 치거나 ‘아!’ 하는 감탄사로 적당히 호응을 해줬고, 상인은 제론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것 같자 신나서 한참을 떠들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헤헤. 아닙니다. 귀족 나리. 제 말을 믿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건 사례입니다.”
금화를 2개 꺼내서 손에 쥐여주자 상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이고! 감사합……?”
상인은 어느새 사라진 제론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 *
제론은 여관으로 돌아가며 상인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가헨트 왕국의 수도가 오크에게 함락당하기 직전이라고?’
오크와 손을 잡았다고 추정되는 나라가 가헨트 왕국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가헨트 왕국이 제일 먼저 오크에게 공격을 받았고 함락당하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암살자 길드가 알려준 정보가 잘못되었나?’
많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간다. 어쩌면 그들이 알려준 정보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가 맞는다는 가정하에 생각하면 배신의 가능성도 있었다.
‘정말로 배신이 맞을까?’
오크는 가헨트 왕국을 이용해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가헨트 왕국에 접근해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가헨트 왕국은 오크를 너무 믿었고,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팽 당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보급이나 거점도 중요해지지.’
마이얀과 오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오크들을 부추긴 자가 마이얀이라면 데먼 마운틴에도 오크가 진을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많은 오크들이 입국했다면 누군가 알게 되어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다.
제론은 잠시 생각을 멈췄다.
일행들이 머무르는 여관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행들이 수십 명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제론 님!”
에르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론을 발견하고 외쳤다.
병사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 제론을 응시했다.
딱 봐도 반갑지 못한 상황.
자연스럽게 제론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무슨 일이야?”
“잠시 저희를 따라오…….”
쿠웅-!
대표로 나선 병사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다리를 쭉 편 개구리처럼 바닥에 짓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