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3)
제 273화
273화
연회가 끝나고 제론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카헤론은 마이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
한 단어로 충분했다.
바로 악마!
하지만 제론은 그를 믿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은 눈빛과 표정 아래로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어쩌면.
‘토사구팽을 하려는 건가.’
사냥꾼이 토끼사냥을 마치고 사냥개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였다. 카헤론이 사냥꾼이라면 토끼와 사냥개가 동귀어진을 바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흉계를 꾸미고 있다면 그게 제일 뒤탈이 없는 거니까.’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더라도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카헤론이 자신과 일행들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오러 마스터 이상의 강자가 4명씩이나 모여 우르르 돌아다닌다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비슷한 오러 연공법을 익힌 쟌느의 실력을 간파할 수는 있어도, 오러 연공법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무공을 익힌 에르딘은 웬만한 오러 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파악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에르딘보다 두 단계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데, 그조차도 유심히 살펴봐야 안다. 내공심법은 오러 연공법과 다르게 기경팔맥을 타고 흐르기 때문이다.
남대륙으로 넘어와 더욱 강해진 지금이라면 슈롬벨 백작조차 에르딘의 경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어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던 그때 제론의 입에서 한숨이 비집고 흘러나왔다.
대공의 성으로 침투하는 마충인이 느껴졌다.
생각을 대충 정리하고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시녀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사근사근하게 물어오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혼자 다녀올게요.”
제론은 시녀가 따라오지 못하게 막고 화장실로 향했다.
시녀의 시선이 등에 계속 꽂혀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단순히 심부름꾼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심부름꾼이자 동시에 감시자였다. 제론과 일행들이 어떤 행동을 하던 모두 카헤론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화장실로 간 제론이 은신술을 펼쳐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시녀가 화장실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제론의 은신술을 꿰뚫을 정도로 뛰어난 안력을 갖고 있던 건 아니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화장실에서 빠져나가 마충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놈은 빠르고 은밀하게 대공의 성을 탐험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카헤론 대공한테 가고 있어.’
마충인은 이곳저곳 둘러보며 염탐을 하는 게 아니라 대공의 성 구조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막힘 없이 길을 따라서 움직였다.
‘그를 제거하려는 건가?’
대외적으로 카헤론 대공은 마이얀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론 자신을 반란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면서까지 끌어들였다.
마이얀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카헤론 대공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마충인이 대공의 성을 침투한 이유가 납득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용가치가 충분할 텐데?’
마이얀은 카헤론 대공을 찾아가 제론과 일행들이 올 것이라고 알리며, 그들을 막지 말라고 충고했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말해 제론의 피와 살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헤론 대공은 그의 충고를 무시하고 제론과 일행들을 끌어들였다.
제론이 위의 사실을 알 리가 없으니 그런 의문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도 카헤론 대공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가 도와준다면 마이얀과의 싸움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건 사실이지.’
카헤론 대공은 마이얀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적어도 자신보다는 많이 안다고 봐야 했다. 그래서 그가 토사구팽 혹은 양패구상을 노리지만 가만히 두고 본 것이다.
“음?”
제론은 막다른 길에서 멈춰 섰다. 마충인이 지나가고 있는 길은 바로 아래였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비밀통로인가?”
마충인의 목표가 카헤론 대공임을 알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발걸음을 돌려 카헤론 대공의 침실로 향했다.
기사들이 그의 침실을 지키고 있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마충인이 침실로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은신술을 풀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누구냐!”
“물러나지 않으면……?”
제론이 어둠 속에서 횃불이 비추는 공간으로 나왔다.
기사들은 제론의 얼굴을 확인하고 잠시 멈칫했다.
이내 검을 겨누고 말했다.
“무슨 목적으로 대공 전하의 침실까지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충인이 대공을 노리고 침투했어. 대공을 살리고 싶다면 비켜.”
제론이 물러서지 않은 채 말했다.
“마충인?”
“대공께서는 안전하…….”
쿵-!
기사들은 제론의 말을 헛소리로 취급하려다가 침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침실의 문을 열었다.
“끄으……!”
카헤론 대공이 배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상처가 깊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출혈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마충인이 서 있었는데 기사들이 침실의 문을 열자 고개를 돌려 찌르르- 울어 페로몬 공격을 했다.
“아……!”
“오오! 카렌!”
기사들의 눈이 몽롱하게 변하며 양팔을 축 늘어트렸다.
마충인은 다시 카헤론 대공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들 사이로 제론이 앞으로 튀어 나가 손바닥으로 마충인의 팔을 쳐내고 반대 손으로 주먹을 쥐어 복부를 쳤다.
파각-!
단단한 갑피가 부서지며 즙액을 뿌렸다.
마충인은 제론이 페로몬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다시 한번 찌르르- 울었지만, 제론은 이미 페로몬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을 알아내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이얀. 안녕?”
제론은 마충인과 시선을 마주치며 깜찍하게 인사했다. 그리곤 발로 마충인의 목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뚜둑-!
목의 관절이 꺾이며 뼈가 부러졌다. 마충인의 머리가 힘없이 덜렁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격하지 않은 발로 몸을 띄우며 공중에서 회전을 해 뒤꿈치로 옆구리를 세게 찍어버렸다.
갑피가 산산조각 나며 즙액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헉!”
“카, 카렌?!”
그 순간 기사들이 페로몬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배에서 피를 흘리며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카헤론 대공의 모습을 발견한 그들이 허둥지둥 움직였다.
정황상 마충인이 암살자라는 사실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마충인이 제론에게 당한 모습만 보고 방심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키륵-!
괴상한 소리를 낸 마충인이 투명해지며 제론의 손에서 벗어났고, 이후 문으로 도망치며 기사들의 목을 날려버렸다. 목이 부러지고 복부와 옆구리의 갑피가 박살 난 상태였지만 방심한 오러 익스퍼트의 기사 2명 정도는 순식간에 참살할 전투력은 충분히 갖고 있던 것이다.
“칫.”
제론은 마충인의 능력 중에서 투명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잠깐이지만 놓쳤다.
다행인 건 카헤론 대공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망치는 마충인을 따라가 사지를 부러트려서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것을 질질 끌고 돌아와 카헤론 대공의 상처를 지혈하고 사람들을 불러왔다.
시녀들과 기사들, 마지막으로 제론의 일행들이 왔다.
“꺄악!”
시녀들은 카헤론 대공의 몸에서 흐른 엄청난 양의 피와 마충인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카헤론 대공의 상태가 나빠 보이자 침착하게 상처를 소독하고, 몸에 묻은 피를 깨끗한 천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제론에게 물러나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한 뒤 상처를 닦는 시녀를 제외한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했다.
제론과 일행들은 멀리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일행들에게는 전음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려줬다.
“하아. 하아.”
“대공 전하. 정신 똑바로 붙잡고 계셔야 합니다!”
카헤론 대공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이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제론이 상처를 지혈했다고 하지만 이미 많은 피를 흘린 뒤였던 것이다.
‘쇼크는 안 왔다고 하지만 출혈이 너무 심한데?’
과다출혈로 신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티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제가 그를 치료해도 되겠습니까?”
로건이 제론에게 묻는다.
사제인 그로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곤욕이리라.
제론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카헤론 대공이 살아 있다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목숨을 살려준다면 적어도 뒤통수를 치기 전에 한 번쯤은 망설일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히 살릴 만했다.
“잠시 비켜주십시오.”
“다가오지 말라고 하였소!”
기사들이 로건에게 검을 겨누며 살기를 담아 외쳤다.
그들 중에는 오러 마스터도 있어서 피부를 따갑게 만들 정도로 살기가 엄청났지만, 제론과 함께 온갖 위험천만한 싸움과 전쟁을 헤쳐온 로건에게는 담담하게 받아내고 넘겨낼 수준에 불과했다.
카헤론 공국의 오러 마스터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로건이 겪어온 싸움과 전쟁이 너무 엄청난 것이었다.
“비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기사들은 로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기를 받아내자 당황했다.
“당신들이 모시는 주군을 죽일 셈입니까!”
“읏!”
로건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호통을 치자 기사들이 주춤하더니 서로의 눈치를 살피곤 로건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카헤론 공국의 오러 마스터 역시 로건이 카헤론 대공을 향해 걸어오자 입술을 작게 깨문 뒤 옆으로 몸을 돌려 길을 텄다.
로건이 카헤론 대공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가 많이 깊다.’
깨끗한 천 5장이 선혈로 붉게 물들고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사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과다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제가 신호를 주면 깨끗한 천으로 상처를 세게 눌러주십시오.”
“예, 예!”
시녀가 로건의 말에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로건은 짧게 숨을 마시곤 회복의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사르르-!
카헤론 대공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며 상처에 고였던 피가 흘러내렸다.
“지금! 누르십시오!”
“네!”
시녀가 천으로 상처를 세게 압박했다. 깨끗했던 천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로건이 상처를 누르라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상처를 눌러주지 않으면 벌어진 채 아물기 때문이다.
상처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지금은 압박만 잘 해주면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시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후우. 조금만 더 힘내주십시오.”
“네. 사제님.”
큰 상처가 완전히 아물자 다른 자잘한 상처도 치료했다.
시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버거웠을 것이다.
“…….”
상처 치료가 끝나자 카헤론 대공의 숨소리가 제법 안정적으로 변했다.
몸에서 빠져나간 피까지 어떻게 하지는 못해도 응급치료는 끝낸 셈이었다.
로건이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일어난 순간 사제가 도착했다.
“헉! 헉!”
“이쪽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