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4)
제 274화
274화
“으음.”
카헤론 대공의 전담 사제가 진찰을 마치곤 일어섰다.
기사들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무사하십니다.”
“후우!”
사제가 말하자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제님께서 늦지 않게 치료를 해주셔서 사셨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 큰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사제님께서 성에서 머무르셨다는 사실이 하늘의 뜻…… 아니, 정말로 다행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군요.”
“…….”
기사들은 침묵했다. 사제가 말하는 ‘큰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비켜섰다면 대공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그들을 침묵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공국의 오러 마스터가 로건에게 갔다.
그의 앞에서 주먹을 가슴으로 옮기며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다른 기사들 역시 똑같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로건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기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론과 일행들이 그저 반가운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한 감사의 인사를 할 대상은 로건뿐만이 아니었다.
로건이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았어도 카헤론 대공이 죽었을 테지만, 그 이전에 마충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제론이 오지 않았다면 이미 그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진 뒤 알았을 것이다.
제론에게 간 기사들이 검을 뽑아 곧게 세운 채 자루를 가슴 앞으로 가져와 고개를 숙이는, 기사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예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 * *
마이얀은 마충인의 눈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큭큭!”
카헤론 대공의 배가 갈라지며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봤을 때 마이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놈을 죽이려고 했다면 고작 1마리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충고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일 뿐이다.
“그래. 지금 죽이면 안 되지. 놈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카헤론 공국을 마음대로 주물러야 하니까.”
마이얀은 카헤론 대공을 마충인이나 페이크 마스터처럼 자신의 물건으로 만들 계획을 짜고 있었다.
본래의 이지를 상실하고 새로운 이지를 갖게 되니 죽어도 죽지 않은 것이고, 살아도 살지 못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였다.
“이제 놈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카헤론 대공의 개입으로 계획이 살짝 틀어졌지만 이제는 문제가 없어졌다.
* * *
카헤론 대공이 눈을 뜬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대공 전하!”
“……포럼인가?”
“그렇습니다! 소신의 얼굴이 보이십니까?”
“큭큭. 그럼 잘 보이지, 안 보일까?”
카헤론 대공이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포럼의 얼굴이 죽을상이기 때문이었다.
“하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일이……!”
“자책하지 말게. 자네의…… 잘못은 아니야.”
포럼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포럼이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위협을 가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성의 비밀통로를 통해서 올 줄은 몰랐다. 이건 나의 실책이야.’
전대 대공이 다음 대공에게만 알려주는 곳이 바로 성의 비밀통로다.
성이 적들에게 포위가 되어 빠져나갈 길이 없을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마이얀이 비밀통로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 좀…… 얼굴을 피는 게 어떤가?”
“…….”
“아픈 사람 앞에서 안 좋은 표정을 짓고 그러는 거 아니…… 쿨럭!”
“괜찮으십니까?!”
“자네 때문에 안 괜찮을 것 같군.”
카헤론 대공의 말은 진심이었다.
몸은 괜찮은 거냐고 위로는 못 할망정 자신의 잘못이니 어쩌니 하고 있으니 속이 답답해서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은 진심이니까 이만 물러가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론 경께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주시게. 내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니 꼭 예의를 갖추고.”
포럼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침실을 나갔다.
혼자 남게 된 카헤론 대공이 생각했다. 마충인이 비밀통로로 들어와 공격했다. 하지만 목을 베는 게 아니라 배를 갈랐다.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하고 당했다. 놀랍게도 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운이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기절한 이후에 들은 상황으로 판단하건대 분명했다. 하지만 로건이 나섰고, 결국 살아남았다.
만약 로건이 나서지 않았다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겠지만, 분명히 나설 것이라고 계산하고 행동한 것이다.
카헤론 대공이 입술을 비틀었다.
‘충고를 무시한 대가냐?’
역시나 음침한 놈답게 지저분한 짓을 잘한다.
게다가 쪼잔하기까지 하다.
‘언제든 내 목을 취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겠지.’
놈은 계산하고 저지른 짓이지만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제거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카헤론 공국과 페로쉐 왕국을 위해서 말이다.
‘이 저주받은 가문은 사라져야 해.’
카헤론 대공의 눈빛이 무겁게 물든 순간 시녀가 노크를 했다.
똑똑.
“제론 경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전하라.”
끼익-.
카헤론 대공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며 제론이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목숨을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에 맞으나 몸이 이런 지경인지라…….”
“괜찮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단도직입적이라서 좋군요. 마이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그 대가는?”
“제 목숨값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말인즉슨 목숨을 구해준 일이 없었다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론은 카헤론 대공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어젯밤 일이 없었어도 다른 핑계를 대며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그게 끝이 아닙니다. 흉악한 범죄자인 마이얀을 응징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 후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오크와 싸우는 일에도?”
“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진심입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럼 이야기가 끝난 것으로 알고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부디 쾌유하시길.”
제론은 짧게 목례를 하고 나갔다.
카헤론 대공은 문이 닫히자 피식 웃었다.
“적이었다면 상대하기 곤란했겠어.”
마이얀을 엿 먹이려고 한 행동이 좋은 작용을 했다.
* * *
제론은 방으로 돌아가 일행들을 불러 카헤론 대공과 나눈 대화를 전달했다.
쟌느가 ‘흐음.’ 하더니 묻는다.
“진심일까?”
“응. 어제의 일로 생각을 바꾼 모양이야.”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카헤론 대공이 토사구팽 혹은 양패구상을 원했던 어제와 마음은 다르게 먹은 건 어느 정도 진심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제론과 일행들을 적보다는 아군으로 삼아 계속 관계를 잇는 게 나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저희로서는 다행인 셈이네요.”
에르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쫄보 근성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아무런 죄가 없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 같았다.
제론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죽일 만큼 잔인무도하지는 않아서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도 되지 않아서 정신을 차리고 그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봐서는 만만한 녀석은 아니야.”
또한 눈치를 보니 자신의 가문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적이 된다면 위협적이지는 않더라도 귀찮아질 만한 자다.
반대로 아군이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바로 데먼 마운틴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 로건 님께서는…….”
“제가 지킬게요.”
메이엔이 담담하게 말했다. 로건의 눈빛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그녀의 말에 감동 받은 것이다. 에르딘은 마음속으로 한탄했고, 쟌느는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제론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럼 다들 준비하고 있어요.”
제론이 떠난다는 사실을 전하러 갔다.
일행들은 풀어놨던 짐을 다시 쌌다.
* * *
한편 에이전은 제론과 헤어진 이후로 하루에 잠을 4시간씩만 자며 카헤론 공국의 주변에 위치한 영지들을 돌아다녔다.
그로 인해 무려 8명의 영주를 만났고, 총 8천 명의 병력을 모을 수 있었다.
더 모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데먼 마운틴까지 늦을지도 몰랐다.
“제론 님! 당신의 명령을 무사히 완료한 제가 가고 있습니다!”
카헤론 공국과 전쟁도 불사할 만큼 엄청난 기세였다.
덕분에 8천 명의 병사들은 그를 열심히 쫓아가느라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 * *
카헤론 대공은 제론이 떠난다는 말에 아쉬워했다.
그것을 짧게 쳐냈다.
“여기서 더는 볼일이 없으니까.”
몸이 멀쩡했어도 병력을 이끌고 함께 마이얀을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공국의 병사들은 그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짓을 다시는 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주어가 빠진 말이었지만 카헤론 대공은 명석하게 정확한 의미를 알아들었다.
‘기사단을 이용해 상인들을 털고 용병단을 전부 죽이는 짓을 그만하라는 뜻이로군.’
그 기사단은 마이얀의 정신지배를 받고 움직인 자들이었다. 카헤론 대공이 지시해서 움직인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이얀이 한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전부였습니다.”
“마이얀의 짓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제론은 카헤론 대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믿는다고 말했다.
사실 기사들이 아무리 충직하더라도 도적 떼처럼 위장하고 약탈을 하고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어떠한들 카헤론 대공이 그들을 방치했고, 마이얀과 협력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카헤론 대공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앞으로 평생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을 데려가십시오.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포럼, 부탁하네.”
카헤론 대공의 부탁에 포럼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제론이 그를 순순히 데려가는 건 마이얀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함이었다.
바로 떠나는데 마이얀의 정보를 언제 공유받겠는가?
포럼은 사전에 지시를 받았었는지 짐을 챙긴 채였다.
그렇게 그는 제론의 일행에 합류했다.
“마이얀, 그자는 마법사입니다.”
포럼은 함께 이동하며 마이얀에 대한 정보를 말했다.
놀랍게도 마이얀의 정체는 마탑의 탑주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남대륙에 존재하는 3개의 마탑을 전부 다스린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페이크 마스터와 마충인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어떻게 공수하나 했더니, 3개의 마탑을 다스린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 교총지부 역시 마이얀과 관계가 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어.’
오크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쭉 움직인다면 머지않아 의문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를 저희 측에서는 페이크 마스터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명칭도 마이얀 그자를 통해 들은 것이지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