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5)
제 275화
275화
“스스로 이룬 힘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말 잘 어울리는 명칭이네요.”
페이크Fake라는 단어는 형용사로서 ‘가짜의’, ‘거짓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페이크 마스터라는 명칭은 가짜 오러 마스터를 말한다. 제론이 말하는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와 지칭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의미였던 것이다.
제론의 조소를 바라본 포럼도 그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라고 해도 그 힘은 진짜였다. 반복된 수련과 싸움으로 경지를 이룬 오러 마스터와 대등한 힘을 갖고 있다. 카헤론 대공이 마이얀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것이 괜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러한데…… 정말 괜찮은 걸까?’
포럼은 카헤론 대공의 부탁으로 동행했으나 과연 이들만으로 마이얀을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 의구심을 품었다.
고작 5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공국의 오러 마스터의 말로는 최소 2명 이상이 오러 마스터 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마이얀의 은거지에는 얼마나 많은 페이크 마스터가 있을지 모른다.
‘전력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제론의 시선이 느껴졌다.
자신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눈빛.
그때 제론이 말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
걱정하지 말라고?
무슨 뜻일까?
포럼은 묻고 싶었지만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돌아올까 두려워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하고 온 길.
‘혹시 모르지.’
자신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반전이 일어날지도.
무심코 생각한 포럼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신이시여.’
포럼은 진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다면 어두컴컴한 미래를 밝혀달라며 신께 기도했다.
* * *
7일이 지났다.
데먼 마운틴이 보이는 마을에 도착한 제론과 일행들은 치열한 싸움을 앞두고 마지막 휴식을 가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카헤론 공국의 민심이 예상외로 좋다는 점이다.
바로 낮은 세율 때문이었다.
공국의 세율은 일반적인 국가나 영지보다 10프로에서 15프로 가량 낮았다.
공작령 크기의 작은 나라라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이유를 포럼에게 물어보니 질 좋은 철광산이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은 납득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뭉스러웠다.
세금을 면제한 게 아니다.
조금 더 낮을 뿐이다.
질이 좋은 철이 잔뜩 나오는 철광산이라고 해도 여러 곳에 쓰이는 세금을 전부 감당하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마이얀이 그런 공국의 사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금줄로 이용하며 엄청난 갈취를 했을 것이다.
어쩌면 페이크 마스터와 마충인을 만든 대부분의 자금이 공국을 통해서 조달된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러한 사실들은 중요하지 않아.’
사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도 무의미했다.
큰 싸움을 앞둔 지금 다른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 번씩 이런 잡념이 들 때가 있었다.
‘카헤론 대공은 악인이다.’
동시에 성군이기도 하다.
백성들이 그가 한 악행을 알게 된다면 손가락질하겠지만, 반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두둔하고 나설 것이다.
정말 드물지만 가끔씩 있는 케이스의 인물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그를 악인이라고 여겨야 할지 선인이라고 여겨야 할지 가끔씩 고민이 든다.
제론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의 잡념을 지웠다.
옆에서 들려오는 에르딘의 굳은 결의가 담긴 목소리 때문이었다.
“로레인.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너를 자유롭게 만들어줄게.”
그게 무슨 손발이 사라질 것 같은 닭살 돋는 말이냐고 하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녀석의 결의를 흐지부지 만들 생각은 없었다. 예전에 말한 적 있지만 그러한 계기가 앞으로 그를 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제론은 피식 웃고선 앞으로 걸어갔다.
데먼 마운틴이 코앞이었다.
벌써부터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느껴졌다.
메이엔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광역 마법진이 데먼 마운틴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요.”
“어떤 종류인지 알겠어요?”
“정확한 효과는 모르겠지만…… 환영 계열로 보여요.”
“해제할 수 있겠어요?”
“시간만 충분하다면요.”
마녀의 비술은 마법과 궤가 다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고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었다. 메이엔이 마법에 완전히 무지한 것도 아니라서 가능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1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미안해요. 제가 마법사였다면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을 텐데.”
“괜찮아요.”
제론은 미안해하는 메이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밑에서 마법진을 해제해주세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포럼 경이 메이엔을 지켜주시고요. 로건 님도 마찬가지예요.”
“알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페이크 마스터와 마충인은 산 밑으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은 말 그대로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변수였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몬스터 같은 것 말이다.
“마충인을 조심해.”
제론은 에르딘과 쟌느에게 짧게 경고하고 산을 향해 신법을 펼쳤다.
두 사람도 제론에게 뒤처지지 않게 달렸다.
잠시 후 광역 마법진 안으로 들어서자 머리를 침으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마법진이 두 사람을 환영에 빠트리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었다.
에르딘과 쟌느가 느끼는 통증은 그 정도였지만 제론은 아무렇지 않았다.
신성이 흐르지 않게 상단전을 틀어막았다고 하지만 육체는 또 한 번의 환골탈태로 인간의 격을 넘어섰다.
마이얀이 제아무리 대단한 마법사하고 한들 신화시대의 그랜드 위자드가 목숨을 바쳐 펼친 환영 마법이 아닌 이상 통하지 않는다. 환영 마법진보다 위협이 되는 건 55명의 페이크 마스터도 아닌, 바로 마충인이었다.
자연과 동화가 된 마충인은 제론의 기감으로도 감지가 되지 않는다.
자연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성을 사용한다면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유민현이라는 위협요소를 껴안고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발밑에서 마충인이 튀어나왔다.
키리릭-!
날카로운 손톱이 발바닥을 찔러온다.
제론은 천근추를 역으로 펼쳐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었다.
명검의 날은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는 깃털조차 잘라낼 정도로 날카롭다는 말이 있지만, 깃털이 무거운 물체처럼 빠르게 떨어지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막말로 눈이 내리는 날 식칼을 들고 나가서 가만히 서 있어도 멀쩡하게 잘 내리는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진대 무공을 펼쳤다면 어떨까?
제론의 발끝이 마충인의 손톱을 밟으며 높게 뛰어올랐다.
키릭?
마충인이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당황한 사이 제론은 허공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바로 뻗었다. 강기 덩어리가 주먹의 형상을 이루며 마충인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콰득-!
웬만한 칼질로는 흠집도 내지 못할 만큼 단단한 갑피가 짓이겨지며 즙액을 뿌린다. 동시에 숨어 있던 마충인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제론을 공격했다.
사사삿-!
대기가 날카롭게 베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착지한 제론이 양손을 펼쳐 양옆으로 뻗었다. 강기가 둥그런 구체를 만들며 사방에서 들어오는 손톱들을 막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뻗었던 손을 가운데로 모으자 마충인의 몸이 분쇄된다.
마충인들은 자신의 몸뚱이가 천천히 갈려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제론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는 속도를 0으로 줄이거나 날개를 펼쳤다면 수직으로 날아올라 피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날개는 갑피 사이로 고이 숨겨져 있었다.
마충인들을 지휘하던 마이얀은 그런 문제점을 바로 알아차렸고, 빠르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자연과 동화되어 있던 마충인들 중 일부를 날게 만들어 공중에서 공격하게 한 것이다.
“공중과 땅속에서 동시에 공격하려는 거냐?”
제론은 피식 웃었다.
마이얀의 생각은 기발했다. 상대가 제론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강기막을 몸에 두른 제론은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였다. 땅속에서 기습을 가하든 공중에서 공격을 하든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을 분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충인들 53마리가 순식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마이얀은 주먹을 움켜쥐며 까드득- 이를 갈았다. 제론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쓸모가 없을지 몰랐다.
그 덕분에 에르딘과 쟌느가 숨이 트였다.
두 사람은 제론처럼 찰나의 순간 반응하지 못했고 조금씩 몸에서 생채기가 생기고 있었다. 마이얀이 제론에게만 신경을 쓰며 마충인들을 더욱 집중시킨 덕분에 여유가 생기며 제론보다는 느리지만 점차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에르딘과 쟌느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 페이크 마스터였다.
* * *
“저것들 약해 보이는데?”
“저 여자는 내가 갖겠어.”
“탐욕은 화를 부르는 법이야. 우리 나눠 갖자고.”
쟌느가 페이크 마스터들의 대화를 들으며 볼을 씰룩였다.
블링크 부츠를 발동해서 저질스러운 대화를 나눈 놈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놈들은 깜짝 놀라며 뒤돌아섰지만 이미 두 자루의 단검이 정수리에 꽂힌 뒤였다.
“무……슨…… 일이……?”
“끼헤엑!”
에르딘도 가만히 놀고 있던 건 아니었다.
운룡구대식을 펼쳐 페이크 마스터들의 시야를 어지럽히며 옆구리에 창을 쑤셔 박았고, 동시에 결합 부위를 풀어 단봉으로 대가리를 찍었다.
“어디서 감히 제론 님의……!”
에르딘은 불같이 화를 내다가 쟌느의 반짝거리는 시선을 느끼곤 멋쩍어져서 헛기침을 했다.
“아직 인정한 거 아니에요.”
“내가 아는 귀족가 여식들 소개시켜 줄까?”
“그……래도! 아직 인정 못 해요.”
쟌느가 귀여운 동생을 보듯 에르딘을 쳐다봤다.
“……!”
“……!”
페이크 마스터들은 두 사람의 엄청난 실력에 움츠러들었지만, 당한 놈들이 멍청하게 방심했다고 생각했다.
넓게 퍼져 두 사람을 포위하며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쟌느가 피식 웃으며 단검을 고쳐 쥐었다.
“싹 다 박살 내야지.”
* * *
제론은 두 사람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앞에도 페이크 마스터들이 나타났지만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전부 머리가 몸에서 달아났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자잘한 트랩은 호신강기로 그냥 막아버렸다.
함정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마이얀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기껏 준비했더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힘조차 조금도 빼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패가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인 초월력을 지닌 5명의 페이크 마스터가 제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더 이상 가지 못한다.”
“키킥! 네 피는 무슨 색깔이야?”
2명의 페이크 마스터가 다른 3명을 제치고 나섰다.
미친놈처럼 웃어대는 놈이 몸에 불을 두른 채 날아왔다.
또 다른 놈은 몸이 고무처럼 늘어났다.
“이건 뭐…… 판X스틱 4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