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6)
제 276화
276화
“캬캬캬! 죽어라!”
미친놈처럼 웃으며 온몸에 불을 두른 채 날아오는 놈을 멍하니 바라보던 제론이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캬학!”
놈의 몸이 두 동강 나며 양옆으로 날아간다.
그 뒤를 이어 두 자루의 롱소드를 들고 있는, 고무처럼 길게 늘어난 두 개의 팔이 나타난다. 그것은 제론의 목과 허리를 노리며 쇄도했다.
“이거 판타지 아니었나?”
제론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거의 이능력 배틀물 수준.
판X스틱 4가 아니라 원X스라고 해도 믿을 상황에 기가 찼지만 놀고 있던 손을 빠르게 움직여 두 자루의 롱소드를 쳐냈다.
고무 인간 같은 녀석이 롱소드를 쥔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길어진 팔을 짧게 줄이며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제론에게 접근했다.
“신기한 능력이지만……?”
제론은 주먹을 내지르려다가 등 뒤에서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느껴지자 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몸이 두 동강 났던 녀석이 멀쩡한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분명히 베어냈는데?’
제론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손끝에 남은 뼈와 살을 가르는 감각은 진짜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놈은 환영이나 분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실체實體를 갖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계속 때려잡다 보면 알게 되겠지.’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페이크 마스터에 불과했다.
탁-!
높게 점프하자 두 명의 공격이 서로를 향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미친!”
“캬캬캬캬!”
고무 인간은 당황해서 멈추려고 했지만 불덩이가 멈추지 않았다. 더욱 불을 거세게 피워 올리기까지 한다.
이대로 부딪치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고무 인간이 롱소드를 휘둘러 불덩이를 베어냈다.
“캬캬캬!”
“까드득! 저 미친놈이!”
고무 인간과 불덩이가 교차해서 지나가던 그때, 불덩이의 반으로 잘려나간 몸뚱이의 단면이 보였다. 뼈와 살이 아니라 불꽃이 뭉쳐서 타오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던 제론의 눈빛이 반짝였다.
‘몸이 불로 변하는 거였구나.’
무슨 능력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겠다.
저런 녀석을 상대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리고 저 녀석들.’
고무 인간과 불덩이의 싸움을 구경하는 다른 3명이 있다. 놈들의 능력도 평범하지는 않으리라.
다시 시선을 돌리며 천근추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동시에 발아래로 강기를 날리자 지면 속으로 파고들며 폭발이 일어났다.
쾅-!
흙과 자갈이 원형으로 넓게 튀어 날아갔다.
폭발이 워낙 세서 맨몸으로 맞았다가는 크게 다칠 정도.
그러나 제론이 노린 바는 이것이 아니었다. 놈들이 만들어진 오러 마스터라고 하지만 고작 흙과 자갈 따위에 당할 만큼 허약하지 않았다.
진짜 목적은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것.
기감이 평범한 사람의 것을 뛰어넘은 오러 마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법이었다. 하지만 페이크 마스터는 스스로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이뤄낸 경지가 아니었기에, 경지에 비해 기감이 뛰어나지 못했다.
그것을 몇 차례의 경험으로 알게 된 제론은 즉흥적으로 이용했다.
그 결과는.
“젠장! 앞이 안 보여!”
“캬캬……?”
고무 인간과 불덩이가 당황하며 그대로 흙과 자갈을 온몸으로 처맞았다.
시야가 가려지니 제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고, 그 상태로 그것을 경계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현실로 이루어졌다.
제론이 괜히 페이크 마스터들을 반쪽짜리라며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캬악! 씨X! 몸에 흙이랑 자갈이 잔뜩 박혔어!”
불덩이가 고통스러워하며 괴로워한다.
“어디냐! 어디냐고!”
고무 인간이 하늘로 높이 뛰어서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제론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제론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3명의 페이크 마스터 중 2명이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1명이 손을 들어 2명을 막았다.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기회다.”
“…….”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2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완전히 방관자 모드로 돌아섰다.
“이 주변을 모조리 초토화시켜 주마!”
한편 고무 인간은 제론이 어딘가에 숨었다고 판단했다.
흙과 자갈이 지나가고 난 자리는 먼지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예졌다. 공격을 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어떠한 공격의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다면 나오게 하면 되지.’
숨을 크게 들이켜자 몸이 공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그걸 하려는 건가?”
“쯧. 우리도 멀리 피해야겠군.”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불덩이 녀석을 제외한 모두가 100미터 이상 멀어졌다.
그 순간 제론이 나타났다. 공처럼 몸을 부풀린 고무 인간의 배를 검으로 찔렀다. 공기가 새어 나가는 소리와 함께 배 속에 차 있던 엄청난 힘이 제어도 하지 못한 채 터져버렸다.
“끄, 끄아아아아-!”
그대로 안구가 돌출해버리며 고무 인간이 즉사했다.
제론은 폭발을 추진력으로 삼아 불덩이의 몸을 반으로 갈라냈다.
“그런 건 통하지 않……!”
캬캬! 하고 웃으며 외치던 불덩이는 자신의 몸 주위로 반투명한 장막이 쳐져 있자 당황하며 말을 멈췄다.
“제법 신기한 능력이었어.”
제론은 불덩이를 향해 빵긋 웃어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장막이 축소되며 불덩이를 손톱의 때만큼 작게 압축시켜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페이크 마스터들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제론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뭐야,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 아니지?”
“그 두 명은 우리 중에서 가장 최약체였다.”
“너희는 좀 다르냐?”
“적어도 두 배 이상은 강하다고 자부한다.”
그 말을 들은 제론이 생각했다.
‘0 곱하기 2는 0이지 않나?’
물론 페이크 마스터들의 힘이 0이라는 건 아니었다.
제론이 생각한 0은 확률을 말하는 것이었다.
“으음. 두 배 이상 강하다고 하니까 자신이 좀 없긴 하네.”
“순순히 목을 내민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
“내가 질 자신이 말이야.”
“……!”
제론이 씨익 웃으며 이어간 말에 3명의 페이크 마스터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아까 손을 들어 다른 2명이 나서지 못하도록 막았던 페이크 마스터가 말했다.
“꿇려서 데려와.”
“…….”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눈살을 찌푸린 그가 옆을 돌아봤고, 멍하니 서서 제론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건가?”
“…….”
안면을 일그러트린 그가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녀석의 어깨를 짚었다. 그 순간 녀석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것도 발끝과 머리끝이 가루가 되면서 말이다.
‘언제?’
다른 녀석은 어떻게 됐지?
그런 의문을 갖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1명도 천천히 가루로 변해 흩날리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지?”
잠깐의 침묵 끝에 그가 물었다.
제론이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잘.”
“이놈!”
그가 버럭 소리친 순간 발밑에서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더니 제론의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림자가 겹치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림자의 주인인 제론은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눈치챘다.
“몸이…… 움직이지 않네?”
그랬다.
눈동자와 입술을 제외하곤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을 까딱여보려고 했지만 신경 자체가 마비된 것처럼 감각이 없었다.
그런 제론을 향해 마지막 페이크 마스터가 다가오며 말했다.
“큭큭. 내 초월력은 어떤가?”
“초월력?”
제론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그를 봤다.
“그렇다.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능력도, 몸을 불로 변화시키는 능력도 전부 초월력이다. 다른 두 녀석은 초월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죽었지만…… 덕분에 나는 손쉽게 네 놈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초월력을 갖고 있는 녀석들은 너희가 전부냐?”
“그렇다. 우리 5명이 전부였지. 이제는 나 혼자밖에 안 남았지만.”
“아아. 하필이면 나는 마지막 한 명한테 당해버린 거네. 이것 참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제론은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기색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론의 코앞까지 다가와 조소를 지었다.
“아 참. 너의 초월력은 뭐냐?”
“그림자를 이용해 적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초월력보다는 좀 더 까다로운 것 같네.”
“좀 더?”
“으음. 이해하기 쉽게 몸으로 설명을 해줄게.”
“……?”
제론이 그렇게 말하곤 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빠득!
근육과 뼈가 파열되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났다.
페이크 마스터는 잠시 흠칫했지만 소리만 우렁찰 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다시 조소를 지었다.
“힘으로는 풀지 못한다.”
빠드득!
페이크 마스터의 말에도 제론이 담담하게 한 차례 더 몸에 힘을 줬다. 소리가 더욱 엄청나졌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제론을 바라보며 그는 조소를 더욱 짙게 뗬다.
이윽고 천천히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너의 피와 살을 원하신다.”
“마이얀이?”
“그렇다.”
라고.
페이크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시야가 암전되었다.
“상당히 재밌는 힘이었어.”
제론은 손으로 놈의 안면을 덮은 채 세게 힘을 줬다.
머리통이 그대로 박살 났다.
머리가 사라진 몸이 힘없이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재밌기만 해서 문제였지만 말이야.”
손에 묻은 피와 뇌수를 털어낸 제론이 기감을 넓게 퍼트려서 에르딘과 쟌느의 상황을 살펴봤다. 여러 명의 페이크 마스터와 싸우고 있는 모양인지 움직임이 제법 부산스러웠다.
“음…… 괜찮겠네.”
초월력인지 뭔지 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녀석은 5명이 전부라고 했다.
그런 녀석이 1명이라도 껴 있다면 모를까 전부 평범한 페이크 마스터들이라면 에르딘과 쟌느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고생은 좀 하겠지만.”
도와줄 시간에 마이얀을 족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 제론은 산의 정상을 향해 경공을 펼쳐 달렸다.
* * *
마이얀은 경직된 표정으로 마충인과의 시야 공유를 끊었다.
“초월력이 전부 통하지 않는다고?”
초월력을 갖고 있는 페이크 마스터는 동급의 오러 마스터를 훨씬 더 상회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들을 이용해 제거한 오러 마스터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런 페이크 마스터 5명으로도 털끝 하나 상처 입히지 못했다.
상당히 재밌는 힘이라는 평가가 고작이었다.
“…….”
제론의 힘이 예상을 뛰어넘어 끝을 보이지 않는다.
봉인시켜둔 마도서마저 꺼냈으나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는 건가?”
마이얀은 마도서를 속박하고 있는 쇠사슬을 풀었다.
쇠사슬이 풀리면서 사악한 마나가 마도서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악한 마나는 검은 연기로 화해 해골의 형상을 만들었다.
-누가 나를 불렀느냐?
“누구보다 높고, 누구보다 낮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군주시여. 제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해골의 입이 양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