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7)
제 277화
277화
제론이 초월력을 가진 5명의 페이크 마스터들과 싸우고 있을 무렵 에르딘과 쟌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크윽.”
에르딘은 칼날이 옆구리를 가르며 지나가자 신음을 흘렸다. 창을 회전시켜 창날의 반대편 끝 뭉툭한 부분으로 턱을 올려쳤다. 빠득-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발로 복부를 후려쳤다.
“컥!”
북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옆구리를 칼로 갈랐던 페이크 마스터의 몸이 저 멀리 나가떨어진다.
확실한 마무리까지 하고 싶었지만 또 다른 놈이 덤벼온다.
폭 1미터 길이 7미터의 무지막지한 오러 블레이드가 몸을 반으로 쪼개려고 한다.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공을 더욱 많이 끌어올리며 창날에 얇은 강기를 두르고 쳐냈다.
갈라진 옆구리에서 피가 꿀렁꿀렁 흘러내린다.
재빨리 지혈을 하고 고개를 든 순간 무지막지했던 오러 블레이드가 또다시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뒤로 몸을 기울이며 땅에서 발을 뗐다. 몸이 땅과 떨어진 순간 운룡대구식의 진정한 힘이 발휘되었다.
“내가 죽……?”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던 페이크 마스터가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에르딘의 몸이 허공에서 옆으로 튕겨 나가듯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몸속으로 파고드는 창.
파육음이 여느 때와는 달랐다.
펑-!
창이 놈의 배 속을 파고든 순간 에르딘이 창날에 둘려진 얇은 강기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강기는 배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터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가루로 만들었다.
무림에서 외공의 대가를 상대할 때 내가중수법으로 쓰러트리는 것처럼, 몸 안의 장기를 단련시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후우.”
에르딘이 손바닥으로 얼굴에 튄 핏물을 닦아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연격이 잠시 멈췄다. 신체개조를 당해 트롤에 미치지는 못해도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재생능력까지 갖춘 그들이라지만, 배가 터져 몸이 반으로 떨어지면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쫄아버린 것이다.
“뭐 해? 안 들어와?”
손에 묻은 핏물을 털어내며 에르딘이 입꼬리를 올리자 페이크 마스터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누가 먼저 나설 것인지 정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먼저 나서는 놈이 없었다.
“안 들어올 거면 내가 가야지.”
에르딘은 앞을 향해 창을 눕히고 구부정하게 자세를 만들었다. 기마병의 랜스 차징과 비슷한 자세였다. 페이크 마스터들이 흠칫 놀란 순간 에르딘은 발리스타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흩어져! 흩어지면 돼!”
랜스 차징은 방향을 꺾기 어렵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에르딘은 기마병이 아니었고, 운룡구대식이라는 곤륜파의 모든 정수가 담겨 있으며 상징이나 다름없는 신법을 익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운륭구대식은 구름 속에서 용이 노니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도 그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신법이었다.
구름 속에서 노니는 용이 일직선으로만 날아다닐 리가 없었다.
발리스타처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에르딘이 옆으로 방향을 꺾으며 흩어지는 페이크 마스터 2명의 몸을 꼬치구이처럼 꿰뚫었다.
“꺼억!”
“으악!”
한 놈은 폐가 뚫리며 숨을 내쉬지 못했고, 또 다른 놈은 창대가 배를 깊게 관통하며 비명을 질렀다.
에르딘은 이런 공격에 죽을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목을 비틀며 창을 회전시켰다. 내공을 불어넣어 창강을 형성했다. 동시에 창을 뺐다. 창강이 두 놈의 배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빠져나왔다.
한순간에 엄청난 힘을 폭발시켰기 때문일까?
에르딘은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비틀거렸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지금이야! 덮쳐!”
에르딘의 신위에 두려워하던 놈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쟌느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녀와 싸우던 놈들도 에르딘에게 몰려가자 당황했다.
“나 지금 무시당한 거야?”
쟌느는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단검들을 전부 집어넣었다.
그 대신 블링크 대거와 날이 70센티미터 가량의 단검치고는 긴 것을 꺼냈다.
블링크 대거는 페이크 마스터와의 싸움에서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서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여러 명과 싸우고 있었으니 한 번의 공격이 성공한다고 해도 회수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적들이 주워서 역으로 공격한다면 오히려 대처하기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열이 살짝 뻗쳐오른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쟌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 처음 제론과 싸울 때도 그랬다.
물론 다른 적들을 상대할 때와는 이유가 달랐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제론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힘을 뺄 필요가 없어서 일찍이 항복한 것이다.
그 이후로 대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진 것을 점검하는 수준으로 끝냈다.
“한동안 좀 앓아눕겠지만 말이야.”
그녀가 사용하는 단검술이나 댄싱 워킹Dancing Walking-보법과 신법을 통틀어 말한다-은 여러 가지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이지만, 오러 연공법은 순수하게 슈롬벨 백작에게 전수받은 것이다.
슈롬벨 백작이 익힌 오러 연공법의 이름은 ‘아웃버스트Outburst’.
분노 같은 격렬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몸속의 오러를 연료로 삼아 터트려 모든 오러가 연소되기 전까지 엄청난 힘을 갖게 되는 필살기를 펼치는 게 가능했다. 그 후유증으로 쟌느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며칠 동안 앓아누워 쉬어야 하지만 말이다.
화르륵!
쟌느는 몸속에서 오러가 용광로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표범처럼 자세를 낮췄다. 발이 땅에서 떨어진 순간 섬전처럼 앞으로 뻗어 나가 에르딘을 향해 달려가는 페이크 마스터의 등을 70센티미터의 단검으로 길게 찢고, 척추의 마디를 전부 토막내 버렸다.
“……!”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대로 머리를 밟고 터트린 쟌느가 다음 녀석을 향해 블링크 대거를 던졌다. 동료가 당하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또 다른 페이크 마스터가 빠르게 뒤를 돌아봤지만 날아오던 블링크 대거는 이미 점멸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무…….”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점멸했던 블링크 대거가 나타나 안면에 틀어박혔다. 쟌느의 발이 놈의 가슴을 차고, 동시에 단검으로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두개골과 뇌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채 날아간 시체 한 구가 달려가던 페이크 마스터들의 등에 부딪쳤다. 그제야 쟌느가 뒤에서 공격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앞서 빠르게 뒤돌아섰던 놈과 결과물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몇 초 동안 삶은 더 연장한 것에 불과했다.
“젠장! 이것들은 뭐야!”
“너희 같은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진짜 마스터.”
쟌느의 지원을 안 에르딘이 입가에 조소를 맺은 채 뇌기를 끌어올렸다.
구름 속에서 노니는 용이 온몸에 번개를 휘감고 날아다녔다.
20명이 넘던 페이크 마스터들이 전멸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탈진한 에르딘과 쟌느가 등을 맞대고 겨우 몸을 가눴다.
“헉! 헉! 저 지금…… 살아 있죠?”
“……입을 놀릴 힘이 있나 보네.”
1분가량이 지난 뒤에서야 쟌느가 겨우 대답했다. 어느샌가 등을 맞대고 있던 그대로 주저앉은 두 사람이었다.
“제론 님은…….”
“괜찮……?!”
괜찮을 거라고 말하려던 쟌느는 사악한 마나를 감지하고 표정을 굳혔다.
* * *
메이엔은 광역 마법진을 해제하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느껴지는 사악한 마나에 안색을 굳힌 채 로건에게 말했다.
“가봐야겠어요.”
* *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사악한 마나를 감지한 제론은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앞을 가로막는 마충인들의 움직임이 혼잡하게 변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아까와는 달랐다. 지휘관이 사라진 병사들처럼 느껴졌다.
가늠하기로는 솔라의 아바타로 강신한 베헤못과 비등될 정도로 엄청난 마나량이었다.
‘신이나 악마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스트랄의 존재였다면 막아놨던 상단전을 다시 뚫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단전과 중단전의 내공의 양을 쟀다.
산의 정상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마나보다 살짝 부족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살짝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근소한 차이였다.
산 아래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며 물을 붓듯이 펑펑 쓴 내공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될지 몰라도, 실제로 잠깐의 여유만 있다면 단전을 금방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는 건 그러한 것이었다.
‘곧 도착한다.’
산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마충인들이 줄어든다.
사악한 마나도 더욱 짙게 느껴진다.
마지막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
저벅.
“……놀랍군.”
산의 정상에는 거대한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와 교황청이라고 불리는 교국에서도 보지 못한, 오히려 현대에서나 볼 법한 정보기관처럼 최첨단의 건물이었다. 언뜻 보면 현대의 문물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베이스가 되는 양식은 분명한 중세의 것이었다.
“으음. 조금 아쉽긴 하네.”
복잡 미묘한 마음을 억누르며 제론은 천천히 걸었다.
선명하게 느껴졌던 사악한 마나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까 전에 느꼈던 존재감이 엄청났다.
‘마나를 완전히 갈무리했다.’
마이얀은 3개의 마탑을 다스리는 마법사라고 했다.
마탑의 탑주가 가진 힘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유추가 된다.
적어도 7개의 써클을 엮은 마도사였다.
‘하지만 3개의 마탑을 다스리려면 7클래스 마도사로서는 벅차겠지.’
최악의 경우 8개의 써클을 엮은 대마도사다.
‘아니.’
제론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아까 느껴진 사악한 마나의 양을 생각하면 신화시대 이후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던 9개의 써클을 엮은 그랜드 위자드Grand Wizard일지도 모른다.
가히 신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 존재!
‘상단전을 사용하지 않고 싸울 수 있을까?’
제론은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마법사들의 힘을 최대한 과장시켰다.
대륙에는 마법사의 존재가 무척이나 희귀했다.
정령술사만큼 희귀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마법사라고 불릴 만큼의 써클을 엮은 마법사는 한 나라에서도 최대 수십 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제론조차 만나본 가장 강력한 마법사가 흑마법사였거나 5개의 써클을 엮은 마법사였다.
최대한 과장시키더라도 5클래스 마법사와 9클래스의 그랜드 위자드를 비교하는 건 불가능했다.
‘곤란한데.’
미지에 가까운 적과 싸우는 것이다. 여기서 또다시 다행인 건 베헤못과 같은 아스트랄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랄까. 위안이 되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페이크 마스터처럼 갑자기 갖게 된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도 세웠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그랜드 위자드일지도 모르는 적을 물리칠 방법이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