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79)
제 279화
279화
보호막이 깨짐과 동시에 네 가지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거대한 불의 화살이 허공에서 만들어지며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정수리를 노리며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땅이 흔들리며 발밑에서 돌송곳이 솟아났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중력이 제론의 몸을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흐읍.”
제론은 어깨를 흔들었다. 몸을 짓누르는 중력이 깨졌다. 동시에 검을 휘둘러 사방에서 쇄도해오는 마법을 베어냈다.
검으로 마법을 벤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러를 다루게 된 순간부터는 가능한 일로 변한다. 하지만 4개의 마법을 동시에 베어내는 건 또 다른 의미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같은 곳도 아니었고 전부 위치가 달랐다는 것이다. 그것을 ‘동시에’라고 느낄 만큼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마법으로 공격한 마이얀조차 놀랄 정도였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코앞까지 닥쳐온 제론의 검이 몸을 베어내자 갈비와 척추의 뼈가 갈라지며 상체가 땅으로 떨어졌다.
“약삭빠르군.”
제론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마이얀을 보며 중얼거렸다.
놈은 처음부터 본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
마이얀의 신기루가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거대한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100미터 먼 곳에서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는 마이얀의 모습이 보였다.
마이얀의 주변으로 마나 장벽이 세워졌다.
하이High 써클의 마법을 캐스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적어도 8써클 이상의 마법.’
순순히 마법을 캐스팅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제론은 검강을 길게 뽑아서 날렸다.
콰앙-!
검강이 마나 장벽을 깨트리지 못하고 폭발한다.
다음은 수십 줄기로 이루어진 다발의 검강이었다.
엄청난 폭발이 연쇄로 일어났지만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마나 장벽은 꽤나, 아니 정정해서 엄청나게 단단했다.
‘검강으로 흠집조차 내지 못할 줄은 몰랐는데.’
그랜드 위자드의 힘이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검강으로 부족하다면 더욱 세게 때리면 된다.
심검이니 뭐니 하는 건 아니었다.
괜히 베헤못과 치고 박고 싸웠겠는가?
심검은 하수에게나 통하는 수법이었다.
하이 써클의 마법사라면 정신방벽이 견고할 것이다.
심검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더욱 강한 공격을 하기 전 가볍게 발을 굴러 땅속으로 경勁을 침투시켰다.
‘땅속으로도 어렵겠어.’
마나 장벽의 형태가 경을 통해 느껴졌다. 모든 방위가 막혀 있는 구체였다. 어느 곳으로도 공격하든 똑같다.
그런 계산이 내려지자 제론의 검이 움직였다.
모든 곳이 막혔다면.
‘공간을 가른다.’
탈마의 경지에 올랐던 때라면 전력을 다해야 펼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탈마를 뛰어넘은 지금은 상단전의 힘이 없어도 펼치는 게 가능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초.
의식의 가속화 덕분이었다.
검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진 순간 참격이 마나 장벽을 뛰어넘어 마이얀을 향해 쇄도했다.
-!
어떠한 글자로도 표현하지 못할 기이한 소리가 나며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이얀의 허리를 절단했다. 일반적인 언데드였다면 머리를 박살 냈겠지만 그랜드 위자드의 힘을 갖고 있는 녀석을 저급한 것과 동일한 취급할 수 없었다.
‘아마도 리치Lich일 거야.’
리치는 마법사가 수명의 한계를 벗어나 영생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언데드화시킨 존재를 말한다. 게다가 라이프 포스 베슬이라는 용기에 자신의 생명력을 담아 보관하기에, 그것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래서 제론은 머리를 박살 내기보다는 마법의 캐스팅을 멈추기 위해 허리를 썰어버린 것이다.
“공간을 뛰어넘어서 벨 줄은 몰랐군.”
등 뒤에서 날카로운 손톱으로 철판을 긁는 것처럼 듣기 거북하고 끔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을 찌푸린 제론이 뒤를 돌아봤다.
조금 전에 베어낸 해골과 똑같이 생긴 것이 서 있었다. 썰어버렸던 허리는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아까 저거 가짜였냐?”
“가짜로 보였나?”
질문을 했더니 질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더미Dummy인가?’
진짜처럼 꾸며진 가짜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한 가짜가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더미는 본체에 가까운 화신Avatar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더미를 베어내지 않았다면 캐스팅이 끝난 즉시 마법이 발동했을 것이다.
‘상당히 골치가 아픈 적이군.’
제론은 그런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또다시 공간을 갈라 놈을 베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놈의 더미였고, 또 다른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얀이 비웃음을 띠며 묻는다.
“어디를 공격하고 있는 거지?”
제론은 무언가가 머릿속을 간지럽히는 걸 느꼈다.
‘이상해.’
그랜드 위자드라면 더미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직감으로 그것을 느꼈다.
직감과는 별개로 냉철하게 상황을 보자면.
‘처음부터 하이 써클의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도 됐을 텐데?’
제론이 여기까지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것을 생각해낸 순간 깨달았다.
“전부 다 환영이었군.”
지금 보이는 세상이 가짜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환영이 깨졌다.
제론은 여전히 마이얀의 공간에 있었고, 지하로 사라졌던 건물의 안에 있었다.
“정답이다.”
마이얀이 뼈만 남은 턱을 딱딱딱 부딪쳤다.
소리를 내지 않고 웃는 것이리라.
제론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부터였지?”
“처음부터.”
그 대답에 제론의 입술이 비틀렸다.
“환영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을 텐데?”
“단순한 환영 마법이라면 그랬겠지.”
마이얀은 턱을 딱딱 부딪치곤 제론의 의문을 풀어주겠다는 듯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광역 마법진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평범한 마법 따위로 아스트랄의 존재와 대적한 자를 미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서 강력한 위협으로 경각심을 일깨움과 동시에 작은 위협 정도는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못한다고 방심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을 이용해 광역 마법진 안에 이중으로 환영 마법의 암시를 깔았고, 그 암시가 진실로 변하게 될 트리거Trigger를 장치했지.”
그 트리거는 산의 정상에 있는 실험실에 발을 내딛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산의 정상을 향하며 마주친 모든 것들이 트리거가 작동하기 전까지 제론이 환영에 빠져도 어색하게 느끼지 못하도록 깔아둔 장치였다.
그 장치로 인해 제론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늪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고, 실험실에 발을 내딛는 트리거가 당겨진 순간 턱 끝까지 늪에 빠져든 뒤였던 것이다.
“확실히 까다롭네. 마법사라는 족속들.”
저 말로 마이얀은 제론이 마법사를 상대해본 경험이 전무全無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제론의 힘을 알고 대비하지 않고 싸웠다면 단 하나의 마법조차 완성시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데카론이 그렇게 죽은 건가?’
자신에 비해 수준이 살짝 떨어진다고 하지만 데카론 역시 8개의 써클을 엮은 대흑마법사였다. 마법사가 가장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건 적이 누구인지 알고 그에 따른 준비를 했을 때다. 하지만 데카론은 제론이라는 적이 나타날 것을 몰랐고 얼마나 강한 힘을 지녔는지 알지 못했다. 얼마나 꼴사납게 도망치다가 죽임당했을지 두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준비가 된 마법사는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지.”
“흐음. 그렇다면 지금의 너는 진짜냐?”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재미있는 말장난이군.”
제론은 피식 웃으며 내공을 전신으로 퍼트렸다.
환영 마법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검을 휘두르지 않고 멈췄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마이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모순되는 말이겠지만 두 가지 다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거짓이 진실이 되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은 세상의 신비이자 진리의 일부다. 검을 휘둘러 공간을 뛰어넘어 베는 것도 가능한데 마법이라고 불가능하다는 법은 없다. 편견이라는 틀에 가두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마이얀은 제론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하이 써클의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을 것이다.
놈이 여유를 부리는 건 비장의 한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법의 캐스팅이 끝나기 전까지 지금의 상황을 완벽하게 반전시켜야 한다.
제론은 그것을 아직 자신이 환영 속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보는 현실도 거짓일 수가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가.
내공이 전신의 맥을 타고 흐른다.
왜 환영 마법에 걸렸는가.
이것부터가 넌센스라고 말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이얀은 여러 가지 장치를 했고 트리거가 작동한 순간 자연스럽게 환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하더라도 환영 마법 따위한테 정신이 미혹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마법의 신이라도 나타났다면 모를 일.’
제론이 이룩한 무武의 경지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마이얀은 그랜드 위자드였다. 그 말은 곧 인간을 뛰어넘지 못한 존재라는 뜻이다.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해가 되었다.
‘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제론은 상단전을 강제로 막았다.
그로 인해 정신을 보호하는 방벽에 문제가 생겼다.
어쩌면 그 문제는 바늘로 한 번 찌른 것처럼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크기의 구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구멍이었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 미세한 구멍이 저절로 메워지는 것 역시 아니었다.
마이얀의 환영 마법은 그 미세한 구멍을 통해서 제론의 정신에 침투한 것이다.
‘항마혼정심降魔魂正心.’
제론은 과거 유민현이었던 시절 역혈마공의 광기를 견뎌내기 위해 익혔던 술법을 사용했다. 환영 마법은 뇌를 미혹시켜 헛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었고, 항마혼정심은 그것을 막는 데 최적화된 술법이었다. 제론의 시야를 미혹시켰던 환영 마법이 걷히며 하이 써클의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이얀의 진짜 실체가 드러났다.
“……!”
경악한 마이얀이 보였다.
제론은 그러한 시선을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제법이었어.”
거대한 반월의 참격이 공간을 뛰어넘어 해골의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콰앙-!
캐스팅이 끝나지 못한 하이 써클의 마법은 마나의 폭주로 이어졌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당연하지만 해골의 신체는 산산조각을 뛰어넘어 완전히 가루가 되었다.
폭발의 영향은 제론에게도 미쳤다. 하지만 호신강기를 둘러서 막고 흘려보냈다. 마이얀의 공간은 마법으로 보호가 되고 있는지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을 뿐 눈에 보일 정도의 피해는 없었다.
‘어디냐.’
제론은 놈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놈은 리치다.
라이프 포스 베슬을 부수지 않으면 몇 번을 죽이더라도 다시 부활하는 언데드였다.
놈을 완벽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찾아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