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0)
제 280화
280화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마이얀이 묻는다.
-어떻게 환영 마법에서 빠져나온 거지?
“잘.”
제론은 짧게 대답하며 목소리가 반사되어 들려온 시발점의 위치를 추적해냈다. 위치를 포착하자 달려가며 기감을 넓게 뿌려 라이프 포스 베슬의 위치를 탐색했다.
마이얀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 그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놈은 찾아낼 수 없거나 찾기 힘든 곳에 숨겨놨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놈과 멀지 않은 고세에 있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리치의 생명을 담아둔 그릇.’
리치는 몸이 부서지면 라이프 포스 베슬의 근처에서 부활한다.
언데드에 대해 조사하면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정보였다.
어느 것에 생명을 담아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물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마이얀의 공간에 그런 이질감을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제론은 보이는 족족 전부 부순다는 쉬운 선택을 했다.
검을 눕혀서 넓게 휘둘렀다. 좌우를 가로막는 벽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마이얀이 행했던 실험의 참혹한 흔적이 나타났다.
오우거‘였던’ 것으로 보이는 생명체가 배양관 안에 있다. 죽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환영 속에서 보았던 미완성의 실험체였다.
‘환영 마법에 걸리기 전에 싸웠던 실험체들이 가짜는 아니었어.’
단전에는 아직 야수가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환영이었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녀석이다.
‘그렇다면 환영 마법이 발동한 시점은 공간이 변화를 가진 순간부터인가?’
항마혼정심으로 환영 마법을 깨트렸는데 위와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환영 마법은 뇌의 미혹으로만 걸 수 있는 게 아니다. 오감을 통해서도 가능했다. 흔히 말해 착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두운 날 나뭇가지에 걸린 천 쪼가리를 보고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쇠의 냄새를 피비린내로 느끼는 것처럼. 착각이라는 의심을 심는 데 성공한 순간 환영 마법의 미혹에 천천히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환영 마법에 빠졌는지 아는 건 중요했다.
‘그 말은 곧 공간이 변화하며 본 것이 실존한다는 거지.’
제론은 기억력이 뛰어나다. 아니, 단순히 뛰어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상단전을 연 이후 한 번 본 것은 일부러 잊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잊지 못한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마치 동영상으로 녹화하듯. 또는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할 수 있는 완전기억능력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기억력을 갖고 있는 제론에게 공간이 변화하며 보고 느낀 이 건물의 구조를 전부 머릿속에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반사되어 들려온 시발점의 위치를 추적해낼 수 있던 것도 그런 기억 능력 덕분이었다.
“거기로 갈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라.”
* * *
마이얀은 제론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져 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괴물이지?’
베헤못과 대적한 존재라는 건 안다. 초월자의 힘을 지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결국은 인간이었다. 초월자가 되었다고 해도 종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내가 방심했다는 건가?’
아니다.
종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만약의 경우도 예상해서 그 이상을 준비했다. 결국은 제론이 자신의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인정해야 한다.’
마이얀은 고집부리지 않았다.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도서를 꺼내 펼쳤다.
누구보다 높고, 누구보다 낮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군주를 불렀다.
-나를 또 불렀구나.
“그렇습니다. 2차 커넥션-계약을 원합니다.”
-그 대가는 네 영혼이다. 영멸이 오기 전까지 나의 노예로 살아갈 것이다.
“얼마든지 살아가겠습니다.”
-계약은 이루…….
갑자기 해골의 형상이 노이즈 낀 텔레비전처럼 흔들렸다. 이상 현상을 알아차린 그가 마도서에 사악한 마나를 불어넣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마이얀이 그를 불렀다.
“위대한 군주시여?”
파츠츠츠-!
해골은 점차 형상을 잃어가더니 먹구름처럼 변해 벼락의 불꽃을 튀기 시작했다. 그때가 돼서야 마이얀은 깨달았다. 해골 군주 따위와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어떠한 ‘존재’가 개입했다는 것을 말이다.
-계약은 이루어졌노라.
먹구름 속에서 ‘존재’가 말하자, 마이얀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리치가 되어 존재하지 않을 침 같은 것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먹구름 속에서 말한 것은 ‘존재’가 그를 배려함이었다. 온전히 당면하였다면 그랜드 위자드가 된 리치라고 해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했으리라.
‘존재’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량을 베풀었다.
“커헉!”
‘존재’가 사라지자 마이얀이 거칠게 기침을 토하며 정신 차렸다.
고대의 군주와 계약하며 얻은 힘 따위는 좁쌀 한 톨로 느껴질 정도로 온몸을 휘감는 거대한 힘을 느꼈다.
“악신…… 네크롬!”
마이얀은 ‘존재’의 정체를 눈치챘다. 고대의 군주와의 계약을 중간에서 가로챌 수 있는 건 아스트랄의 존재 중에서도 악신 네크롬밖에 없었다. 고대의 군주가 그의 화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일어섰다. 악신 네크롬이 무슨 의도로 아스트랄의 약속을 어기고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모르겠다.
‘놈이 그만큼 강하다는 걸지도.’
두려움이 사라졌다.
악신 네크롬의 힘이라면 충분하리라.
* * *
제론은 악신 네크롬의 존재를 느꼈다.
대놓고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다.”
마이얀이 당당하게 마도서를 들고 제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이 그건가 보네.”
마도서를 말하는 것이었다.
제론의 지적을 마이얀은 부정하지 않았다.
“맞다.”
“베헤못은 아닌 것 같고…… 네크롬인가?”
“그것 역시 맞다.”
제론은 눈썹을 찌푸리고 마이얀의 변화를 느꼈다.
엄청난 힘이 들끓고 있었다. 그 힘의 총량은 가히 북대륙에서 강림한 베헤못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였다. 당시 베헤못은 50프로의 힘을 갖고 강림했다고 말했다.
‘그럼 베헤못 70프로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아까의 마이얀과 비교하면 1.4배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힘의 총량은 중요하지 않았다. 비슷한 힘을 갖고 있던 아까도 제론이 압도적으로 마이얀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힘이 1.4배로 늘어났다고 해도 비등한 싸움은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는 악신 네크롬의 권능이지.’
악신 네크롬은 네크로맨시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존재가 나눠준 권능이 결코 시시할 리가 없었다.
“나는 너를 신께 바치기로 했다.”
“인신공양은 좀 야만적이지 않냐?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말이야.”
“그것이 계약의 조건이다. 그리고 내가 한 실험들을 생각하면 인신공양은 오히려 착한 편에 속하지.”
“어……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제론은 볼을 긁적이며 검을 휘둘렀다. 마이얀이 들고 있는 마도서가 절반으로 쪼개지며 라이프 포스 베슬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마이얀은 소멸되지 않았다. 반으로 쪼개진 마도서를 땅에 던졌다.
“나는 더 이상 리치 따위가 아니다.”
“그럼 해골바가지인가?”
마이얀이 뼈만 남은 손으로 흔들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마충인들을 비롯해 페이크 마스터들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는 초월력을 가진 놈들도 있었다.
“캬캬캬! 죽어라!”
판X스틱 4의 불덩이가 몸을 불로 휩싼 채 날아왔다.
“……!”
제론은 당혹스러웠지만 아까처럼 놈을 똑같이 처리했다.
동시에 발밑으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베어내며 마이얀을 향해 권풍을 날렸다.
“캬캬캬! 죽어라!”
“뭐지?”
권풍은 불덩이에게 막혔다.
조금 전에 죽였는데 어떻게 살아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녀석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부터가 난센스지. 이게 네크롬에게 받은 권능 중 하나인가?”
“맞다. ‘죽음의 재생’이라는 권능이지.”
‘죽음의 재생’은 죽은 자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 속에서 꺼내와 재현하는 권능이었다. 모든 죽은 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시전자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죽은 자에게만 가능했다. 마이얀은 실험체들과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고, 여러 실험체가 있을 때에는 다른 실험체들을 전부 기억에 기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 산 아래에서 올라오며 죽은 모든 마충인들과 페이크 마스터들의 제론과 싸운 마지막 순간을 꺼내 재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골치 아픈 권능이군.”
“내가 받은 권능은 총 세 가지다. 하나는 지금 겪었으니 나머지 두 가지를 보여줄 차례로군.”
마이얀이 두 팔을 넓게 벌리자 제론은 몸이 무거워지고 시야가 흐릿해지며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을 알았다.
제론은 고무 인간의 롱소드를 쳐내며 물었다.
“저주인가?”
“맞다.”
“네크롬은 네크로맨시의 악마가 아니었냐?”
“네크로맨시도 저주와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지.”
“하긴. 똑같은 흑마법이니까.”
제론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저주가 엄청나게 강력했다. 저항하지 못했지만 저주만으로도 온몸이 죽처럼 녹아내렸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마지막 권능이다.”
마이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상이 반전했다.
달그락.
마충인들과 페이크 마스터들이 해골로 변했다.
당연하지만.
그 역시 해골이 되어 있었다.
“허.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네.”
제론이 턱뼈를 딱딱거리며 헛웃음을 들이켰다. 팔을 올려서 보고, 고개를 내려 전신을 훑어 내린 뒤 말했다.
“내 뼈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훌륭하네.”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지닌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덤벼드는 해골들을 전부 베어냈다. 해골로 변하면서 저주가 사라졌다.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눈이 없는데 앞이 보인다는 사실이 더욱 이상하고 신기했다.
‘스켈레톤이 사람을 발견하고 덤벼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쓸데없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덤벼드는 해골들을 베어내며 제론은 생각했다.
‘해골이 되었지만 내공은 사라지지 않았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외형만 변하고 나머지는 이전과 동일했다.
겉모습만 해골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수작질에 또 걸려들었네.”
제론은 피식 웃고선 세게 진각을 밟았다.
쾅-!
마이얀의 공간이 부서지며 진짜 세상이 나타났다. 네크롬이 놈에게 준 마지막 권능은 ‘현혹眩惑’이었다. 오감 중에서도 시각을 이용한 정신공격이다. 아까부터 환영 마법을 경계한 덕분에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단하군.”
마이얀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현혹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악신 네크롬의 권능이라고 하지만 시전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했다.”
마이얀은 하이 써클 마법의 캐스팅을 마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