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4)
제 284화
284화
에르딘은 건물을 샅샅이 뒤졌다. 숨겨진 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감을 차단하는 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과 벽을 두드리며 움직였다.
쿵, 쿵, 퉁.
“……어?”
두드릴 때 소리가 다른 벽이 있었다.
벽 안쪽이 빈 공간일 때 나는 그런 소리였다.
잘못 들은 건 아닐까 다시 한번 두드려봤다.
퉁, 퉁, 퉁.
“찾았다.”
에르딘은 멍하니 중얼거리며 창을 들었다. 강기를 둘러서 벽을 찔렀다. 강기가 벽을 깊숙하게 가르며 들어간다. 가로세로 2미터로 입구를 만들었다.
쿵-!
잘라낸 벽-입구를 밖으로 꺼내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에르딘의 얼굴을 때렸다.
“큭.”
뒤를 이어 여러 가지 지독한 냄새가 혼합된 것이 후덥지근한 공기에 섞여 콧속을 날카롭게 찔렀다.
참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냄새에 소매로 코와 입 주변을 가린 채 안으로 들어갔다. 벽 안의 공간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내공을 두 눈으로 돌려 어둠을 꿰뚫어 본 순간 에르딘은 소리 없는 경악을 지르고 말았다.
다른 의미로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구더기가 반쯤 파먹어 뼈가 훤히 드러난 상태의 시체로 이루어진 산이 쌓여 있었다. 또한 놈들이 얼마나 험하게 다뤘는지 멀쩡한 형태를 가진 시체가 없었다. 사지 중 일부가 없거나 머리만 사라진 몸, 구더기가 파먹지도 않았는데 장기가 없거나 하는 둥 차마 말로 설명하기 꺼려질 정도였다.
“개……새X들!”
에르딘이 이를 갈며 욕설을 지껄였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억누르며 에이전과 포럼을 불렀다. 저 많은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죄, 죄송합니다.”
에이전과 포럼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속을 한 번 더 게워내기 위해 달려갔고, 잠시 후 시퍼렇게 빌린 안색으로 돌아와 사과했다.
그런 두 사람의 심정을 모르지 않았던 에르딘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병사들에게 시체들을 밖으로 옮겨 화장을 부탁하겠노라고 말했다.
들어온 곳으로 나가기 무섭게 뒤에서 토악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에르딘이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자신도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와 여러 대륙을 돌아다니며 본 여러 가지가 아니었다면 참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저 두 사람이 제아무리 험한 꼴을 많이 봤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토악질 두 번으로 끝날 리가 없었다.
다른 곳을 찾기 전 일행들을 찾아가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자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을 짓거나 아까의 에르딘처럼 욕설을 지껄이는 반응을 보였다.
“신이시여……!”
마지막으로 탄식하며 신을 찾던 로건이 건물 밖으로 나가 장례를 준비하겠노라고 말했다. 발걸음을 돌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다시 건물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행들이 하나둘 비밀공간을 발견했다. 에르딘이 처음으로 찾은 곳처럼 시체의 산이 쌓여 있는 곳도 있었고, 비교적 멀쩡하게 보존된 시체가 안치된 곳도 있었다.
두 곳의 차이는 간단했다.
실험체의 재료로 사용되었느냐 마냐였다.
신체의 일부라도 사용되었다면 죽어서 나무 장작만도 못한 신세가 되는 거고, 아니면 사용되기 전까지 잠시 내버려 두는 거지 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끔 뛰어난 재생력을 가진 몬스터 몇몇은 숨이 붙어 있는 채 발견되었지만 멀쩡한 신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무슨 짓을 했는지 트롤이 신체를 재생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마이얀이 죽으며 실험실의 동력이 끊겨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트롤은 배양관 안에서 죽여 달라며 눈빛으로 말했다.
“알겠어.”
에르딘이 창을 들었다. 사람들의 시체처럼 장례식을 치러줄 생각은 없었지만 편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줬다. 이윽고 수색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하실을 제외한 모든 곳을 다 샅샅이 뒤졌다. 생존자는 전무全無했다.
“마지막 지하실이야.”
“…….”
에르딘은 혹시나 로레인의 시체가 지하실에도 없으면 어떡하나 망설였다. 만약 여기에도 없다면 정말로 페로쉐 왕실이나 카헤론 대공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다른 곳에서 페이크 마스터를 만든 흔적이 없었어. 아마 지하실에서 페이크 마스터를 만들고 있었을 확률이 높아.”
페이크 마스터는 전원 인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실험과정을 통해 다른 무언가가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베이스는 인간이었다. 처음 발견했던 인간의 시체로 이루어진 산에 로레인이 없다면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부담스럽다면 내가 들어가서 확인해볼게.”
“……피. 제론 님답지 않게 배려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에요?”
에르딘은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두근.
지하실의 문이 열리자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에르딘이 몸을 움찔 떨었다.
“방금 들었죠?”
“……어.”
제론이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방금 들린 심장 소리는 지하실에서 났다. 그리고 조용하고 규칙적이었다. 말인즉슨 안정된 상태의 살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에르딘이 제론의 확인 대답을 듣자 지하실로 달려갔다.
지하실, 아니 지하의 공간은 지상만큼이나 넓었다. 또한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 거대한 홀이었다.
심장 소리를 듣고 반쯤 정신이 나간 에르딘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장 소리가 들려온 왼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수백 개의 배양관이 있었다. 또한 그 안에는 전부 사람들이 있었다.
심장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배양관 안의 사람들 중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르딘은 한 배양관 앞에 멈춰 섰다.
“로……레인?”
17살 혹은 18살로 보이던 소녀가 아닌 알몸의 여인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웅크리고 가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여인이 바로 로레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살아 있었구나.”
에르딘이 멍하니 중얼거리며 배양관에 손을 댔다.
쩌저적.
배양관 유리가 깨지며 안을 채우고 있던 액체가 쏟아졌다. 동시에 알몸의 여인 로레인도 밖으로 흘러내렸고, 땅에 닿기 전 에르딘이 그녀의 몸을 받았다. 외투를 벗어 몸을 감싸고 두 팔로 안아 천천히 지하실을 벗어났다.
그런 에르딘의 어깨를 제론이 조용히 한 번 두드렸다.
* * *
“으음.”
옅은 신음과 함께 로레인이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허공을 주시하던 그녀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졌다.
이내 눈을 크게 뜬다.
“따사로운…… 어? 목소리가?”
이상함을 눈치챈 순간 몸이 평소보다 무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이 커졌다. 팔과 다리도 길어졌다.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이 허리에 닿는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꿈속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했다.
‘난 죽었으니까.’
로레인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지만 지난 8년 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을 한 가지만 꼽자면 귀신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 그래, 꿈을 꾸고 있는 거구나.”
평소의 꿈과 다르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말할 수 있었다. 8년 전 자신의 몸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가끔씩 그러한 꿈을 꾼 적도 있어서 이상하지 않게 여겼다.
“어른이 된 나.”
8년 동안 가장 바라왔던 꿈이다.
거울이 있다면 얼굴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게 비록 꿈이라도 말이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곧 로레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8년 전으로 돌아갈 텐데. 하지만 8년의 시간은 짧지 않았다. 그녀에게 오랜 외로움을 안겨줬고 포기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어쩌겠어.’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지.
참으로 슬픈 이야기였지만 죽은 사람인 로레인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로레인은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일으켰다.
평소와 다르게 주변 환경이 달랐다.
살짝 쿰쿰한 냄새가 나는 천막이었다.
“땀 냄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일을 마치고 온 엄마 아빠의 몸에서 나던 그런 냄새였다.
다시 울적해지려고 한 로레인은 손바닥으로 가볍게 뺨을 두드리며 기분전환을 했다. 그리곤 내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간이침대와 간이책상, 그리고 간이의자가 보였다. 자신이 누워 있던 곳도 간이침대였다. 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꽤나 난장판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정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꿈에서 깨면 사라지는 공간.
하지만 로레인은 소매를 걷고…….
“응? 옷이 왜 이래?”
입고 있는 옷이 꼭 남자의 것 같았다. 게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양식의 옷. 쿰쿰한 냄새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서 나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꿈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그녀가 자신의 뺨을 꼬집어봤다.
“……아얏.”
세게 꼬집은 탓인지 엄청 아팠다.
뺨이 얼얼해질 정도.
꿈에서 깨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더 실감 나는 꿈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그렇게 입고 있는 옷이야 아무렴 뭐 어떠냐고 생각하며 난장판인 천막 안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는데 ……잖아.”
“……요? 그래서…….”
천막 밖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레인이 정리하던 손놀림을 멈췄다.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8년 전 마을이 그렇게 변한 이후로 잠시 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 전부터는 발길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그래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있다고 한들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랬던 것이 변했다.
마지막으로 마을을 들렀다 간 사람들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이상한 사람들.
그중에서 한 명은.
‘나를 볼 수 있었어.’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중 하나는 그 사람의 것이었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로레인은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으로 천막을 나갔다.
그리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꿈에 불과했지만 반가웠기에.
하지만 꿈이 아님을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깼네?”
그의 하얀 미소가 보였다.
* * *
“특이한 케이스예요.”
“특이한 케이스라고요?”
에르딘은 똑바로 들었지만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설명이 가미되지 않은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육肉을 떠난 혼魂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사흘까지 자신의 몸 주위를 떠돌아다가 자연스럽게 윤회의 고리로 흘러 들어가기 위해 떠나요.”
그것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하지 못할 세상의 이치였다.
윤회의 고리로 흘러 들어간 혼은 길고, 짧은 시간에 거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전생은 누군가가 알고 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나 윤회의 고리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잠시 목을 적신 메이엔이 계속해서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