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5)
제 285화
285화
“사흘이 지나 윤회의 고리로 떠나지 못한 혼은 흔히 말하는 악령-레이쓰나 스펙터 같은 유령 계열의 언데드가 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세상을 떠돌아다니거나 특정 장소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은 방금 말한 두 가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로레인은 지난 8년 동안 마을을 떠나지 못했다. 마을 울타리를 나가려고 하면 몸(?)이 다시 마을 중심으로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그 현상이 지금 메이엔이 말한 두 가지 경우 중 후자에 해당되었다.
“보통은? 그럼 특별한 경우도 있나요?”
“극히 드물지만 자연 친화력이 좋아서 정령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어요. 로건 님 같은 신실한 믿음을 가진 프리스트는 신의 곁으로 인도되어 천사가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말로 극히 드문 케이스예요.”
“아…….”
사람이 죽어 정령이나 천사가 된다는 말에 에르딘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옆에서 제론이 그의 입속으로 손가락을 콕 찔러 넣었다.
잠시 후 에르딘이 ‘윽! 짜! 퉤! 퉤!’라고 하며 제론에게 침을 뱉었지만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시다시피 레이쓰나 스펙터 같은 유령 언데드의 최후는 하나예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다가 퇴치를 당한다. 그런 경우에는 윤회의 고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한다. 안타까운 최후였지만 많은 피해를 끼친 대가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오랜 시간 세상을 떠돌아다니거나 특정 장소에 머무르는 경우에는, 누군가가 혼의 한을 풀어주거나 어떠한 방법으로 윤회의 고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밖에 없어요.”
본래라면 로레인도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어야 했다.
“간혹 이런 경우가 있어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현상이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고요?”
믿기 힘든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보기 드물 뿐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성경의 요한복음서에 나오는 나사로의 소생에서 이름을 따온 라자루스 증후군Lazarus syndrome이라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1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로레인을 대상으로 적용할 현상은 아니었다.
왜냐면 로레인의 영혼이 8년 동안 육체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시간이 길수록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져요. 영혼이 육체를 벗어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감정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하면서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로레인의 경우에는 그 시간이 짧지도 않았다.
무려 8년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유령마을이었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모두가 목격한 현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로 되돌아왔다. 신비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메이엔 양과 제가 살펴본 결과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이상도 없이 아주 건강했습니다.”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면 로레인의 몸이 가히 초인적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페이크 마스터로 만들어지기 위한 시술을 받은 것이다.
몸속에 텅 비어 있기는 하지만 오러 홀도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평범한 사람이라는 범주를 넘어섰다.
“아직은 로레인 자매님께서 체감하실 정도로 변화가 겉으로 드러난 상태는 아니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이 세지고 몸놀림이 날렵해지는 등 점차 변할 겁니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로레인이 자신의 육체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고 꾸준히 훈련한다면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생존자 중에 로레인 자매님과 같은 마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로레인은 마을로 돌아가면 다시 혼자가 된다는 뜻이다.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이주하는 방법도 있지만 말하지 않았다. 거주지를 옮기려면 영주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에르딘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래?”
제론이 물어봤지만 에르딘은 넋을 놓고 있느라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어깨를 툭 건드리자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되묻는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로레인을 어떻게 할 거냐고.”
“그야…….”
에르딘이 우물쭈물하더니 말을 잇지 못한다. 복잡한 표정 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게 엿보였다.
제론은 소심한 녀석을 향해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함께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네?”
‘정말요?’라는 불신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저도 모르게 주먹이 나갈 뻔했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잖아.”
“네? 제가 로레인을요?”
에르딘이 벌에 쏘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아악!”
“좋은 말 할 때 앉아라.”
“넵.”
제론은 발광하려는 에르딘을 조용히 말로 제압했다.
물론 눈앞까지 주먹을 올린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야. 네가 로레인을 언제 봤다고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겠냐. 금사빠도 아니고 말이야. 좋아한다는 감정은 종류가 다양해. ……아니다. 내가 왜 이런 설명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네가 바란다면 같이 가도록 하자고. 물론! 로레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너라는 걸 잊지 마.”
에르딘은 고민을 하고 대답했다.
* * *
로레인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귀신이 되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먹을 쥐고 폈다. 태양이 주먹 안에 갇혔다가 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나마 가려졌던 태양이 다시금 따사로운 햇살로 뺨을 간지럽혔다.
눈을 감고 따사로운 햇살을 음미했다.
‘8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런 8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5살의 몸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몸이 아직도 불편하고 어색했다. 단순히 꿈이라고 생각했을 때와는 달랐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그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도 좋아.’
살아 있음을 느낀다.
가만히 앉아 햇살을 만끽하는 이 시간조차 소중했다.
그런 로레인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 해?”
“……햇볕을 쐬고 있었어.”
에르딘은 슬쩍 비켜 로레인의 옆에 앉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로레인이 눈을 뜨며 반문한다. 햇볕의 여운이 남겨진 그런 목소리였다.
“너 어디로 갈 거야?”
“왜?”
“……물어본 건 난데 왜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구시렁거리지 말고. 왜 그런 걸 묻는지 알아야 나도 대답을 해주지.”
“너 마을에서 봤을 때랑은 좀 다르다? 그때는 완전 울보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가운 시선에 에르딘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야만 했다.
“너 짜증 나.”
“그래서 싫어?”
“……!”
능글맞게 웃고 있는 에르딘을 한참 동안 노려본 로레인은 끝내 싫다고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부끄럽나 보네.’
에르딘은 로레인의 벌겋게 달아오른 귓불을 발견했다.
슬쩍 웃고선 진짜 질문을 던졌다.
“같이 갈래?”
“……좋아.”
* * *
로레인의 동행이 확정된 순간부터 에르딘이 그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쳤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메이엔과 로건이 로레인의 몸을 검사해서 알아낸 사실과 그로 인해 앞으로 찾아올 변화, 마지막으로 그 변화를 스스로 제어할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그 방법은 너무나도 뻔했다.
“익숙해져야 해.”
“어떻게?”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서.”
마이얀의 실험실을 정리하는 동안 에르딘은 로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교정시켰다. 신체의 변화가 찾아오지 않은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직 힘이 세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불편하게 이래야 해?”
평범한 시골 소녀나 다름없던 로레인은 모든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조금씩 힘이 세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투덜거리기만 할 뿐 에르딘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에르딘은 로레인이 휴식을 취할 때 제론을 찾아가 내공심법을 달라고 요구했다.
로레인의 오러 홀은 개방되어 있었다.
페이크 마스터로 만들기 위해 강제로 연 것이지만 그 크기가 단순한 수치로만 따졌을 때 에르딘의 단전보다 컸다.
앞으로 함께 움직이려면 에르딘이 지켜주지 못할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했다.
“내공심법을 달라고? 나한테 맡겨놨냐?”
“제론 님이 주군이잖아요. 가신한테 한 개쯤 줄 수 있죠, 뭐.”
“미친놈.”
제론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에르딘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봤다.
“내일.”
“알겠어요.”
에르딘이 천막을 나가자 제론은 머릿속에서 수많은 내공심법 중 하나를 골라 오러 연공법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공이 흐르는 순서와 위치만 바꾸면 된다.
천막을 나간 에르딘은 곧장 로레인한테 갔다.
“로……!”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발견한 에르딘이 다급하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곤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서 침대로 옮겼다. 많이 피곤했었는지 침대에 눕힐 때까지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고생해.’
에르딘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정돈해주고 밖으로 나갔다.
나무 밑동에 앉아 해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곳에서 머무른 지도 어연 5일 차.
마이얀의 실험실 정리도 서서히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곧 떠날 때가 되었다.
“하아.”
사실 로레인의 동행이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험난했기 때문이다.
오크가 일으킨 전쟁. 그리고 마탑과 교총지부의 흉계.
마이얀의 끔찍한 실험에 휘말렸던 로레인이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로레인이 마이얀에게 어떤 짓을 당했는지 아는 사람은 제론과 일행들, 그리고 에이전과 포럼이 전부였다. 에이전과 포럼만 함구한다면 그녀가 이전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무슨 궁상을 떨고 있어?”
근심하는 에르딘에게 쟌느가 다가와 묻는다.
“궁상이라뇨. 고민이 많은 거예요.”
“고민과 궁상이 언제부터 같은 말이었는지 모르겠네.”
쟌느가 피식 웃으며 에르딘의 옆에 섰다.
“궁상떨 필요 없어. 생각보다 강한 아이니까.”
“강한 아이? 쟌느 님, 설마…….”
“쉿. 여자의 나이는 비밀인 거야.”
에르딘은 쟌느의 담담한 목소리에 그렇지 못한 살기를 느끼곤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진짜였다. 함부로 입을 놀리면 단검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든 살기가 걷혔다.
“아까 그 아이랑 대화를 좀 해봤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