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7)
제 287화
287화
마리온 왕국의 국경을 넘자 험난한 산맥이 제론과 일행들을 반겼다.
에버로스트 산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만한 태산 같은 기세가 산맥을 둘러싸고 있었다.
“엄청 높네요.”
“예로부터 마리온 왕국은 천연의 요새로 유명했어요.”
메이엔이 맑은 자연의 기운을 음미하며 말했다.
“모든 도시나 마을이 산맥에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비교적 옛날에 형성된 도시와 마을들은 곳곳으로 뻗어진 산맥의 중턱에 자리를 잡았고, 그로 인해 타국의 침략에서 많은 이점을 갖게 되었죠.”
마리온 왕국은 수성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갖는 위치선점으로 천연의 요새라 불렸다. 그래서 몬스터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 시기가 와도 타국의 침략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천연의 요새라 불린 것은 아니었다.
옛날에 한 번은 몇 개의 왕국이 연합을 하여 일백만이 넘는 병력으로 마리온 왕국을 침공한 일이 있었다.
반면 마리온 왕국의 전력은 십여만 명에 이르렀다.
비율로 따지면 1대10.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수백만의 병력은 절반도 남지 못한 채 마리온 왕국이 병력을 이끌고 쫓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도망쳐야 했다.
마리온 왕국의 사상자는 고작 1만, 부상자를 포함하더라도 3만으로 추정되었다. 그 이후로 마리온 왕국을 침공하려는 나라가 없었다.
“……하지만 오크들이라면 다르겠지.”
오크는 나무를 부둥켜안아서 부러트릴 정도로 팔 힘이 세고 제자리에서 수 미터를 뛸 수 있을 정도로 다리 힘이 좋다.
전사로 태어난 오크들에게 마리온 왕국의 지형 이점은 천연의 요새가 아닌 조금 높은 산을 오르는 것에 불과했다.
제론과 일행들은 가까운 마을로 향했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화전민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을이 있었다.
“멈춰라!”
마을로 들어서기 전 투박한 가죽 갑옷과 창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제론과 일행들을 막아 세웠다.
자경단으로 보였다.
“무슨 일로 우리 마을에 왔지?”
“사제님을 모시고 남대륙을 돌아다니는 순례자입니다.”
제론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나와 말했다. 그러자 사내들이 술렁이더니 일행 중에 섞여 있는 로건을 바라봤다.
“태양의 교단 사제 로건이라고 합니다.”
“으음.”
사내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끼리 눈치를 살폈다. 로건이 입고 있는 옷은 남대륙의 양식과는 살짝 달랐지만 확실히 사제복으로 보이긴 했다.
“순례자라는데 어떻게 하지?”
“지금 시국이…….”
“하지만 혹시나 신께서 진노하시면 마을에 큰 화가…….”
사내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더니 제론과 일행들을 마을로 들여보내기로 합의했다.
로건이 그들에게 다가가 축복을 내렸다.
“험험. 감사합니다.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현재 마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나 외부 행동거지를 조심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주민들이 제론과 일행들을 발견하고 멈칫하더니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오크의 침공이 있을 거라고 알려졌다고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경계가 심했다.
“여관은 없는 걸로 보이네요.”
마을을 돌아다니며 머물 장소를 찾아봤지만 여관은커녕 여인숙도 없었다.
외부의 도움이 없이 자급자족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 사람들의 경계도 워낙 심해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니 천막에서 자고 일어나 일찍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더 찾아보자. 식료품도 다 떨어졌어.”
고가의 향신료가 이런 마을에 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비교적 상용화된 향신료와 식재료라도 채워야 했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던 제론과 일행들에게 10살 남짓으로 보이는 소녀가 다가왔다.
“언니, 오빠들. 잘 곳이 필요해요?”
“어머. 아름다운 숙녀님께서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쟌느가 소녀에게 다가가 방긋 웃었다. 사실 소녀가 따라붙은 것은 한참 전이었다. 여관을 찾아다닐 때부터 멀리서 감시라도 하듯 졸졸 쫓아다니면서 제론과 일행들을 지켜봤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아마 저 아이의 집이 외부인에게 돈을 받고 잠을 자게 해주는 거겠지.’
대부분의 것을 자급자족하는 마을이라고 하지만 외지인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언가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는 마을에서 알아서 구입하더라도 건축을 하거나 물건을 만들려면 기술자가 필요했다. 혹은 초청해서 기술을 전수받거나 말이다.
그런 경우 외부에서 기술자를 고용하는데 그들을 마을 밖에서 재울 리가 없다. 지나가던 여행객도 마찬가지였다. 저 소녀의 집이 그러한 곳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마을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지켜본 것이리라.
소녀는 쟌느의 질문에 히히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마을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을 재워주는 집이 몇 곳 없어요. 그래서 다른 마을 사람들이 오면 여관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 몇 곳 없는 집이 숙녀님의 집이고?”
“맞아요!”
짐작이 맞았다.
쟌느는 소녀가 너무 귀여워서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어머. 고마워라.”
소녀가 총총걸음으로 안내했다.
“히히. 고맙긴요! 저야말로 운이 좋았어요. 심부름을 가다가 우연히 언니 오빠들을 발견했으니까요. 다른 애들은 요즘 밖에 나오지도 않아요.”
“밖에 안 나와? 왜?”
“다른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방문한 게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외지인들이 방문한 게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이유가 뭘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응. 말해줄 수 있니?”
“말해주는 건 어렵지 않아요. 저희 집에서 주무신다면요!”
쟌느와 소녀의 대화를 듣던 에르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가 장사를 잘하네요.”
“저런 호객행위라면 안 좋아할 사람이 없지. 너도 좀 배워.”
“네? 제가 왜 배워요?”
이번에는 제론과 에르딘의 대화를 듣던 로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저러니까 맨날 맞지.”
“그렇지?”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두 사람 다 그러는 거야?”
에르딘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메이엔과 로건조차도 그의 편을 들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에르딘 녀석 때문에 고생이 많아.”
“저야말로 제론 님께서 그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생각해요.”
에르딘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동질감을 느낀 제론과 로레인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손가락으로 코밑을 훔쳤다.
“지금 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
“너 때문에 그래.”
“너 때문에 그러는 거 모르겠어?”
비슷한 대답과 날카로운 두 쌍의 눈빛 공격에 에르딘은 깨갱거리며 물러나야만 했다.
“우리 집은 여기예요!”
그사이 소녀의 집에 도착했다. 소녀가 집 문을 열며 부모로 보이는 남녀에게 손님을 모셔왔다고 말했다.
“호호.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소녀의 부모는 제론과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 이후 숙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인실 방 1개와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포함된 가격이 1명당 2실버였다.
2인실에서 머무르는 가격은 식사를 포함해 1실버 30브론즈라고 한다.
숙박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할인된다고 하며, 먼저 하루 머물고 추가로 기간을 늘리는 형식도 된다고 하자 알겠다고 한 뒤 방 상태를 확인했다.
방은 관리를 계속 하는지 먼지가 날리지 않고 깨끗했다.
‘이 집 장사 잘하네.’
하루 치를 먼저 지불했다.
일행이 6명이라서 도합 7실버 80브론즈를 내야 했지만 브론즈-동화를 갖고 다니지는 않아서 8실버를 냈다. 소녀의 부모가 거슬러준다고 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다.
‘특히나 마을 사람들의 경계가 왜 심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소녀의 부모의 입장에서는 20브론즈도 반가운 터라 더는 거슬러주겠다며 권하지 않았다. 대신 무엇이 궁금하냐며 말해줄 수 있는 건 전부 말하겠다고 했다.
“마리온 왕국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그…… 죄송하지만 왜 궁금해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으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신께 기도를 올리던 도중 부르심을 받아 이쪽에 계신 로건 사제님을 모시고 중앙대륙에서 남대륙으로 넘어와 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크들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전쟁이 벌어졌다고 하나 신께서 부르신 순례를 멈추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니, 되도록 위험한 곳을 피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여쭈어본 겁니다.”
“아…… 어째 복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제님이셨군요.”
“예. 저는 사제님께서 순례를 마치시길 돕기 위해 동행하고 있는 기사 제로니아 페리안이라고 합니다.”
“에구머니나!”
기사라는 말에 소녀의 부모가 엎드려 절을 하려고 했다. 기사는 준귀족으로 평민들에게는 준귀족 역시 귀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제론은 얼른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지금은 그저 사제님의 순례를 돕는 신의 종에 불과하니 예를 거두십시오.”
“아이고. 사제님께 숙박료를 받으면 안 되는데…….”
“아닙니다. 무언가를 누리고자 한다면 그에 마땅한 값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요. 그러니 부담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다행인데…… 혹시 신께서 노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드네요.”
“저도 한때는 옳지 못한 길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론이 혓바닥을 매끄럽게 놀리기 시작하자 소녀의 부모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일행들이 제론을 사기꾼 보듯 쳐다봤다.
* * *
현란한 혓바닥 놀림에 당한 소녀의 부모는 제론이 묻는 것에 순순히 대답했다.
최근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편이 아니라서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지만 마을 주변의 상황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쉬고 계세요. 식사가 준비되면 불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소녀의 부모가 가자 제론과 일행들이 한 방에 모였다.
기막을 치고 제론이 말했다.
“도적떼가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날뛰는 건지 모르겠군.”
마을 사람들의 경계가 심한 건 도적떼 때문이었다.
몇 차례 공격을 받아 몇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제론과 일행들의 복장이 평범하지는 않으니 도적떼는 아니더라도 좋은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고 오해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메이엔이 말했다.
“마리온 왕국은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도적떼가 많지 않아요. 오크가 일으킨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자들이거나 먹을 것이 떨어진 다른 마을의 자경대일 확률이 높아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로군요. 그러면 오크들은…….”
로건이 낯빛을 굳힌 채 말하던 그때였다.
땡- 땡- 땡-!
마을의 비상종이 울렸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도적떼가 나타났다!”
“빨리 무기를 챙겨서 밖으로 나오세요!”
도적떼가 다시 마을을 습격한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