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8)
제 288화
288화
“도와주고 올게요.”
에르딘이 일어나자 제론은 말했다.
“로레인도 같이 가.”
“……!”
로레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아직 사람을 상대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몬스터와 실전경험을 한 것이 전부였다. 사람과 몬스터는 달랐다.
사냥꾼이 짐승을 사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같이 가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싸우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죽여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심리적인 위축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크와 싸우기 전에 사람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알겠어요.”
로레인이 뒤따라 일어선다.
에르딘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저지하지 않았다. 나중에 오크와 싸울 때 실수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방을 나가자 소녀의 부모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르딘과 로레인을 발견한 남편이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마을에 일이 생긴 모양인지라 저는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인, 부탁드리겠소.”
“네. 조심히 다녀오셔야 해요.”
무기를 들고 나가려는 남편을 바라보는 부인의 눈빛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손님들께서요?”
일행이 6명이나 되면서 달랑 2명만 나와 돕겠다고 한 게 불쾌해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외지인이 왜 마을 일을 돕겠다며 나서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또한 그들의 상식으로는 사제-로건의 순례를 돕고 있는데 피를 보는 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사제님께서 무사히 순례를 마치도록 안전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따로 보상을 바라고 나서는 행동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도와주신다면 받았던 숙박료를 돌려드리고, 앞으로 며칠을 머무르시든 간에 일절 받지 않겠습니다.”
아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남편이 나섰다.
자경단이 전부 당하면 마을이 도적떼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힘이 센 남자들은 전부 죽을 것이고, 여자들은 겁탈당하고 불법 노예로 팔릴 것이다.
더 이상 숙박료를 받냐, 못 받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그런 부분은 제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도적떼를 물리치고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에르딘은 감사 인사를 하는 남편에게 먼저 가겠노라고 말한 뒤 로레인과 함께 마을 입구로 달려갔다.
“어, 어헉!”
두 사람의 빠른 속도에 깜짝 놀라 기겁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벌써 싸움이 치러지고 있었다.
“왼쪽에서 2명이 접…… 으악!”
에르딘과 로레인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도적이 동료들에게 알리려고 했지만 어느새 날카로운 창 한 자루가 목을 분쇄하며 놈의 숨통을 끊었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마.”
“……알겠어.”
로레인은 눈빛이 한순간에 돌변한 에르딘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에는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데 싸움이 시작되면 그런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180도 변한다.
‘멋있어.’
그녀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평소의 모습은 귀여워서 괜히 괴롭힐 때가 많았지만 싸움이 돌입한 180도 변한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 뭐 해?”
“아무것도.”
로레인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자경단과 싸우고 있는 도적들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얼굴의 뼈가 함몰되며 절명했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로레인이 잠시 멈칫했지만 첫 살인의 충격은 오지 않았다.
‘그런 것을 느끼기에는 나는 너무 많이 변했어.’
신체의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령으로 지낸 8년의 시간이 그녀를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게 만들었다.
감정이 있지만 지나치게 무뎠고, 타인의 감정과 공감을 할 줄 몰랐으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령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와는 달랐다.
메이엔과 로건은 그러한 현상을 영혼과 육체의 분리가 길어진 탓에 파장이 흐트러져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
에르딘이 로레인의 오른쪽에서 공격을 해오는 도적을 발견하고 외쳤다.
로레인은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발차기로 도적의 가슴을 함몰시켰다.
도적이 달려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에르딘은 로레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안도하며 도적들에게 집중했다.
마을을 습격한 도적떼는 에르딘과 로레인이 합세하자 순식간에 전멸했다. 자경단의 피해는 5명. 그중에서 사상자는 0명이었다.
자경단은 승리의 기쁨을 즐길 틈도 없이 도적떼의 시체를 한곳에 모아 값이 나가는 것만 전부 거둬들인 뒤 불태웠다.
에르딘과 로레인은 그것을 도운 뒤 숙소로 돌아갔다.
뒷수습이 끝난 자경단이 제론과 일행들을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도적떼의 시체에서 거둔 재물 절반과 여러 가지 먹을 것이 있었다.
“도와주신 덕분에 마을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받아주십시오.”
“괜찮습니다.”
“제발 받아주십시오. 그래야 저희 마음이 편합니다.”
처음 마을에 들어올 때와는 달라진 태도였다.
그때 로건이 나섰다.
“재물은 그동안 도적떼의 습격으로 입은 마을의 피해를 복구할 때 써주십시오.”
먹을 것만 받겠다는 뜻이었다.
여러 가지 먹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자급자족하는 마을에서 대단한 먹을거리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밭에서 캐온 감자나 고구마, 채소 같은 것이 전부였다.
반면 도적떼의 재물은 무기나 방어구, 또는 다른 마을에서 약탈한 귀중품들이었다.
어느 쪽이 더욱 비싸고 값질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사제인 로건이 그렇게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끝내 받아들였다.
물론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순례를 다닐 때 재물을 많이 들고 다니면 신께서 노하십니다.”
“어? 다른 사제님들은 안 그러시…….”
눈치 없는 마을 사람 1명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 사실관계야 어찌 되었든 로건이 듣는다면 불쾌해질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머무르시는 동안에는 정성껏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제론과 일행들의 편의가 확실하게 보장된 순간이었다.
* * *
도적떼의 습격 이후로 2일이 지났다.
일행들은 지난 2일 동안 개인 정비와 수련을 했다.
오크와의 싸움을 앞둔 시점에서 전부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나 로레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살살 휘둘러봐.”
로레인은 아직 무기가 없었다. 손에 맞는 무기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기를 고르기 전에 우선 권법과 각법을 배우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 힘을 제대로 조절할 줄 모른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조절은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싸울 때 쓸모없는 힘의 소모가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후웅-!
로레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엄청난 풍압이 에르딘의 얼굴을 때렸다. 단순한 풍압만으로도 얼굴의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여봐.”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지만 여전히 풍압이 엄청났다.
로레인은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힘을 조절하는 건 어려워.”
“약하게 하는 건 해냈잖아. 할 수 있어.”
에르딘이 그녀를 응원하자 로레인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괜히 쑥스러워진 에르딘이 헛기침을 했다.
“힘의 조절은 필요해. 일상생활뿐만이 아니라 싸울 때도 마찬가지야. 적들이 많을 경우에 전력으로 싸우다가는 금방 지치니까 말이야. 그래서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줄 아는 안목도 길러야 하는데…… 아직 그건 무리니까 힘을 조절하는 방법부터 익히고 실전을 통해서 경험을 쌓아가면서 알아가는 게 지금의 너한테 좋은 거지.”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시간이 없어. 나도 너처럼 조급하게 행동하다가 실수를 저지른 적도 많았지. 그럴 때마다 제론 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있어. ……조급해하지 말아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너는 어리숙하고 모자라다.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더 나아질 수 있다. ……라고.”
로레인이 물끄러미 에르딘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 에르딘은 어리숙하고 바보 같지만 실수 같은 것을 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스스로 조급해하고 실수를 많이 했다며 말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에르딘도 그랬었구나.’
그러한 사실을 누군가에게 밝히는 건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인정하고 포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용기가 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대단한 사람이야.’
로레인은 새삼 깨달았다.
* * *
마을에서 머무른 지 4일이 될 무렵 제론과 일행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
로레인이 힘을 조절하는 방법이 조금씩 익숙해져 가며 불필요한 힘의 소모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3일 차의 밤이었다.
제론은 앞으로 이동을 하며 수련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마을을 떠나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특히나 제론에게 호객행위를 했던 소녀가 그랬다.
“벌써 가요? 좀만 더 있다가 가지.”
하지만 소녀는 칭얼거리기만 할 뿐 억지로 붙잡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순례를 다니는 사제님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재방문하기로 말한 뒤 마을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이 도적떼를 막아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로 먹을 것을 한 보따리 챙겨줬다. 덕분에 식량이 든든해진 제론과 일행들은 불필요한 시간 소모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한편 가헨트 왕국과 페룬 왕국을 멸망시킨 오크들은 다음 목표인 마리온 왕국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곳은 모조리 불타버렸고, 무자비한 약탈과 겁탈로 살아남은 사람을 찾기기 힘들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남대륙 전역으로 퍼지자 각국의 왕들은 통신 구슬로 긴급회의를 했고, 며칠이 지나 오크와 맞서 싸우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허. 전쟁이라.”
최북단에 위치한 페로쉐 왕국과 카헤론 공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마물의 숲’입니다.”
“아직도 그곳에 오크가 있다지?”
“그렇습니다.”
“우리 병력이 이동한다면 그놈들을 상대할 여력이 없겠어.”
말인즉슨, 페로쉐 왕국과 카헤론 공국이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헤론 대공은 이에 고개를 저었다.
“다른 왕국에 트집을 잡히는 게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놈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마이얀이 만들어놨던 정신세뇌가 끝나지 않은 미완성품의 마충인들과 페이크 마스터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이용한다면 수백 마리의 오크 정도는 거뜬히 상대가 가능합니다.”
“호오. 그게 정말인가?”
카헤론 대공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으나 재빨리 원래대로 돌린 다음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게.”
“잠시 귀 좀.”
페로쉐 국왕이 가까이 다가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