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89)
제 289화
289화
카헤론 대공은 국왕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마충인과 페이크 마스터를 다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최대한 비밀리에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바로 당신조차도 말이죠.”
깜짝 놀란 페로쉐 국왕이 카헤론 대공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그의 힘은 다친 사람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셌다.
“누, 누구 없……!”
페로쉐 국왕은 다급하게 외쳤으나 끝까지 말을 내뱉지 못한 채 눈이 풀렸다. 카헤론 대공의 손끝에서 마나가 실처럼 뽑아져 나와 국왕의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제 꼭두각시로 사십시오.’
카헤론 대공은 음험하게 웃으며 국왕의 정신을 세뇌시켰다. 외침을 들은 누군가가 도착하기 전에 세뇌를 끝내야 했기 때문에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기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세뇌를 끝낼 수 있었다. 이미 여기까지 일을 계획하고 온 카헤론 대공이었기에 가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기사가 여러 개의 문을 열고 도착한 시간은 고작 1분.
카헤론 대공은 재빨리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연기하며 국왕을 조종했다.
“아무 일 없다. 카헤론 대공의 상처가 벌어진 듯하여 깜짝 놀라 외쳤노라.”
“…….”
기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헤론 대공을 쳐다봤다.
고통으로 물든 그의 표정을 발견하고 한참 주시하더니 사람을 불러 국왕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물러났다.
“실례했습니다.”
“그대의 충의를 높게 사겠노라.”
국왕이 평소처럼 반응하자 기사는 완전히 의심을 풀었다.
기사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카헤론 대공은 연기했던 표정을 풀었다.
“하아. 하마터면 들킬 뻔했군.”
“…….”
국왕은 기사가 밖으로 나간 뒤 인형처럼 표정이 사라진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직 정신세뇌가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의심하는 그런 수준이 아닌 카헤론 대공의 지시나 명령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마저 끝내야지.”
기사가 들이닥치는 상황까지 계산해뒀기에 들키지 않았지만 이대로 놔둔다면 주변에서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마무리 세뇌작업을 해야 한다.
카헤론 대공이 페로쉐 왕국을 손아귀에 넣은 순간이었다.
* * *
오크들이 마리온 왕국으로 진격하는 사이 남대륙 각국에서 병사들을 세 차례에 걸쳐 지원하기로 했다.
세 차례로 나눈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오크들이 갑자기 방향을 꺾어 다른 왕국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병사들이 전부 간다면 국방을 지킬 병력이 부족했다. 또한 오크들이 아니더라도 내부의 위협도 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마을을 약탈하는 도적떼와 죽여도 끝없이 나타나는 몬스터가 바로 그것이었다.
두 번째는 물자보급으로 인한 문제였다.
병력은 어떻게든 빠르게 지원이 가능하지만 그들이 먹을 음식과 쉬고 잘 공간이 필요했다. 수십만에 이르는 병력에 보급하려면 비축해둔 것으로도 모자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예비로 쌓아둬야 할 것도 필요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병력의 집결 시간이었다.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였다.
대부분의 국가가 왕실을 제외한 사병을 보유한 경우는 각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밖에 없다. 하지만 불법으로 사병을 갖고 있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들을 조사하고 강제로 징집을 하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마리온 왕국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리온 왕국과 인접한 국가는 몰라도 먼 곳에 위치한 국가는 걸어서 몇 달이 걸린다.
그 시간이면 오크들이 이미 도착해서 마리온 왕국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마리온 왕국의 국왕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개방하기로 했다. 마정석의 소모량이 엄청나지만 그러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의했다. 오크들이 자신들의 나라만 피해서 공격하길 바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대부분의 국가에서 1차로 병력이 도착했다.
각국에서 도착한 병사들은 대부분 성벽 밖에서 진을 치고 머물렀다.
수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숫자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벽 안에 들어오는 병사들은 지극히 소수.
특수한 병과를 가진 경우였다.
그리고.
때마침 제론과 일행들도 마리온 왕국의 수도에 도착했다.
“수도의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네.”
전쟁이 코앞으로 닥쳐왔지만 주민들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병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길어진다면 문제가 되겠죠.”
“오크들은 어디쯤까지 왔대?”
“이제 곧 국경을 넘지 않을까요?”
마리온 왕국은 국경을 넘기 전에 오크들을 저지해야 한다. 그게 피해를 줄일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오크들이 어느 경로로 공격을 가해올지 알려지지 않았다.
제론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흐음. 용병 길드로 가보자.”
“용병 길드는 왜요?”
“전쟁 때문에 의뢰가 들어갔을 테니까.”
전쟁이 벌어지면 큰돈을 버는 건 상인들뿐만이 아니다.
칼밥을 먹고 사는 용병들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뛰어든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보수가 짭짤해지니 용병들은 이때라고 생각하며 너 나 할 것 없이 의뢰를 받아들일 것이다.
“전쟁터에서 가장 정보를 빠르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용병 길드야. 가장 먼저 죽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니까.”
용병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거나 전쟁터에서 칼이나 화살에 맞아 죽는 거나 똑같다. 반면 살아남으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게 전쟁이다. 그래서 살아남기를 바라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거다.
“이참에 다들 용병패 하나씩 만들자고.”
용병패는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그래서 서대륙과 북대륙에서 유용하게 써먹었다.
웅성웅성.
용병 길드로 가자 용병들이 바글바글했다.
제대로 씻지도 않았는지 퀴퀴하고 불쾌한 냄새가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인파를 헤치고 데스크로 가서 용병패를 보여줬다.
“A등급 용병 아론 다이트. 확인했습니다.”
남대륙도 용병패는 다른 대륙과 양식이 동일했다.
발급한 위치만 다를 뿐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추천으로 용병 등록을 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전쟁 의뢰도 받으려고 하고요.”
용건을 간단하게 말하자 데스크 직원이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 대신 D등급으로 발급해줬다.
“전쟁이 코앞으로 닥쳐와서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용병 등급이 높을수록 보수가 많아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제론과 일행들은 보수를 바라고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오크들의 야욕이 남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뻗어 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 다른 대륙에도 오크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갔겠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병력을 보낼 것이다.
도착하는 시기는 늦겠지만 상관없다. 대륙 간의 거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몇 달, 길게는 1년을 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도움을 바라더라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용병단의 이름은 어떻게 하실까요?”
“음.”
제론은 신중한 고민을 했다.
용병단 이름은 중요하다.
중2병스럽지도 않고 유치하지도 않은 이름이 필요했다.
“다들 생각 좀 해봐.”
“아론과 아이들 어때요?”
“미친놈아. 나가.”
에르딘은 첫 의견부터 욕을 먹고 시작했다.
이름을 정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뒤로 줄이 잔뜩 섰다.
“……에스파다Espada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용병단의 이름은 ‘에스파다’로 등록하겠습니다.”
모두 용병패들을 거둬서 용병단의 이름을 각인했다.
의뢰까지 받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줄을 서서 대기하던 용병들의 눈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대놓고 시비를 거는 녀석들은 없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난리를 쳤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스파다는 무슨 말이에요?”
“마지막에 적을 찔러 죽이는 ‘검’을 의미해.”
프랑스 말로 마지막에 소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의미한다.
사실 그라X도 에스파다라는 게임이 번뜩 떠올라서 뒤의 단어만 따왔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미가 좋았던 그런 경우였다.
“마지막에 적을 찔러 죽이는 ‘검’이라…… 좋네요. 고대어예요?”
“뭐…… 그렇지.”
이쪽 세상에 소를 상대로 싸우는 투우鬪牛 같은 투기鬪技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렸다. 에르딘은 에스파다라는 어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 동안 중얼거렸다.
“호텔을 잡자.”
여관은 이미 꽉 찼을 것이다.
용병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빈 방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호텔은 사정이 다르다. 6명이 잘 방 정도는 있으리라.
그렇게 호텔로 향하던 도중 에르딘이 물었다.
“저 녀석들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쁜 의도는 없는 것 같은데 냅둬.”
제론이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용병 길드를 나온 뒤로 따라오는 놈들이 있었다.
딱 봐도 용병들이었다.
사실 놈들의 시선을 느낀 것은 용병 길드 안에서부터였다.
용병패를 꺼내며 정체를 밝힌 순간 몇 명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쟌느와 로레인, 메이엔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용병들 중에서 성별이 여자인 용병들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일행들처럼 외모가 뛰어난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았다.
왜냐면 외모가 뛰어난 여자 용병들은 대부분 죽거나 귀족의 첩실로 들어가는 경우가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놈들의 목적은 외모에 혹해서 온 녀석들이 아닌 것 같았다.
무슨 목적을 가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코지를 하려는 건 아닌 모양인지 살기나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제가 그냥 가서 처리하고 올게요.”
“아냐. 볼 일이 있으면 알아서 접근하겠지.”
“흐음.”
에르딘은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제론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평소의 제론이었다면 당장 찾아가 몇 대 쥐어박으면서 왜 쫓아다니냐고 으름장을 놨을 것이다. 의심이 들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 날도 있겠지. 제론 님도 사람인데.’
잠시 후 호텔에 도착했다.
뒤따라오던 용병들은 제론과 일행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잠시 당황하더니 잠깐 대화를 나눈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에르딘은 역시 안 되겠다며 제론에게 말을 하곤 그들을 쫓아갔다.
* * *
“어떻게 하지?”
“나도 몰라.”
제론과 일행들을 몰래 따라다니던 용병들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호텔로 들어갈 줄 몰랐기 때문이다.
호텔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은퇴한 기사나 용병들을 고용해서 호텔의 안전을 지키고, 숙박하는 손님을 보호한다. 그런 과정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데 출입하려는 불청객도 막는데, 용병들이 바로 그런 입장이었다.
“그분이 말씀하신 분들 맞아?”
“이름은 맞는 것 같은데…….”
“맞으면 알려야 하지 않을까?”
“누구한테?”
“그야 말…… 너 누구야?!”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용병들이 깜짝 놀라 산개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