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91)
제 291화
291화
“호오. 대단하군.”
퓨리온 공작은 말콤의 기예를 눈여겨봤다.
단순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가늘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단순히 오러를 무식하게만 불어넣어도 되니까. 하지만 채찍처럼 크게 휘거나 물결이 치도록 움직이는 건 엄청난 컨트롤이 필요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또한 방패술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오러 블레이드의 채찍을 피해 간신히 접근한 놈들조차 방패에 얻어맞아 뒤로 물러나거나 방패의 모서리에 찍혀 아작 나기 일쑤였다.
‘방패술의 공격과 수비 전환이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보통 방패는 화살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그건 당연한 사실처럼 굳어진 상식이다. 간혹 방패를 사용하는 기사나 용병들도 방어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무기가 부서지거나 떨어트리면 투척하기는 하지만 공격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싸울 무기가 없어서 도망치거나 떨어트린 무기를 줍기 위해 시간을 버는 용도에 불과했다.
방패술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익히지 않다 보니 점차 퇴보해갔다.
정확하게는 발전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았다.
그렇다고 방패술이 못 써먹을 정도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단지 오직 방어 용도의 기술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알려진 방패술이 그러했다.
‘방패를 잘 다루는 용병들이나 유명한 가문의 비기로 내려오는 방패술이 공격과 방어를 전환하며 써먹는다고 들었었지.’
퓨리온 공작은 어떤 방패술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겨뤄봤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공격과 방어를 전환하기는 했지만 방패의 넓은 면으로 검이나 몸통을 쳐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말콤의 방패술이 대단하다고 감탄한 것이다.
‘방패로 발을 찍어서 뼈를 부러트리거나 절단하는 건 상상도 못 했군.’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기사나 용병이라고 한들 당황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으로 목을 베거나 칼침이라도 한 방 먹인다면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방패술이 기예를 뛰어넘어 달인-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군.’
퓨리온 공작은 지금 당장 말콤과 겨루고 싶어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참아내며 오크들을 베어냈다.
* * *
오크 대군이 마리온 왕국을 향해 진격하는 사이 3대 마탑은 마이얀이 정해진 시일 내에 복귀하지 않자 새로운 마탑주를 뽑기로 했다.
마탑주를 뽑는 조건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써클의 숫자였다.
마탑주는 마탑을 대표하는 지도자이자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들을 다스리는 지배자였다. 당연하게도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보다 뛰어나야 하며 다른 세력들에게 얕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마법에 능통해야 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써클의 숫자였다.
현재 3대 마탑-백탑, 황탑, 은탑-에서 가장 높은 써클을 엮은 마법사는 총 6명이었다.
부탑주 3명을 포함해 각 마탑의 최고 원로들이었다.
무려 7개의 써클을 엮은 마법사들!
마이얀이라는 괴물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그들이었으나 다른 대륙으로 간다면 능히 마탑주의 자리를 꿰찰 실력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나는 늙어서 다른 이들을 이끌 만한 힘이 남지 않았소.”
마탑 최고 원로들은 이러한 말과 함께 마탑주의 자리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마법사들은 없었다. 최고 원로들의 나이는 최소 70대 중반에서 후반이었다. 7개의 써클을 엮었다고 하지만 권력과 명예를 탐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반면 부탑주들은 50대에서 60대로 비교적 젊은 나이였다.
“그렇다면 우리 3명이서 승부를 겨루면 되겠군.”
“잠깐.”
황탑의 부탑주가 일어서자 백탑의 부탑주가 막았다.
“설마 질 것 같아서 그런 건 아니겠지?”
“천만에. 그저 우리끼리 싸워서 누구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면 엄청난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일리가 있군.”
은탑의 부탑주가 그 말에 동의했다.
7개의 써클을 엮은 마법사가 마법으로 겨룬다면 주변이 초토화되는 건 기본이었고, 자칫 마력이 역류하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마탑에 엄청난 전력 손실이 온다.
“그럼 어떻게 승부를 보자는 거냐?”
“…….”
황탑의 부탑주는 생각에 잠겼다. 이 자리에 참석하기 전부터 고민했던 일이다. 그래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승부를 떠올려왔다. 이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다른 2명의 부탑주에게 달렸다.
“전 탑주가 연구하던 ‘그것’을 먼저 찾아내서 완성시킨 사람이 새로운 탑주가 되는 거다. 어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군.”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마이얀이 실종되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구의 주제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바로 호문쿨루스Homunculus였다.
호문쿨루스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마법기술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창조의 영역에 도달한 마법!
그것을 완성시킨다면 마이얀과 비등하거나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3명의 부탑주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시라도 빨리 마이얀이 연구하던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 * *
그 시각 교총지부에서도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
교총지부 총책임자 헬란드 추기경은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 신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신병들 앞에 나아가 외쳤다.
“신께서 명하사 어둠을 물리치고 빛으로 채우라!”
쿵-! 쿵-! 쿵-!
와아아아아-!
신병들은 창 자루 끝-버트캡을 땅에 찍으며 함성을 질렀다.
“신께서 내려주신 말씀을 잊은 추악한 자들을 벌할 성전이 시작되었노라!”
* * *
오크 대군이 마리온 왕국의 국경에 도착했다.
산맥에 위치한 천연의 요새를 짓밟고 약탈하기 위해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
그런 오크들의 진격을 막기 위해 연합군이 모였다.
싸움은 치열했다.
모든 것을 없애려는 오크들과 지키려는 연합군의 전쟁이었다.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오크들이 태어날 때부터 전사라고 하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첫 접전이 끝났을 때 산맥이 피로 물들었다.
초록으로 빛나던 모든 것이 붉어졌다.
“취익! 인간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다.”
“우선. 취익. 물러난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짓밟고 진격하던 오크들이 처음으로 멈춰 섰다. 하지만 연합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오크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지금은 전투가 소강되었지만 계속 지속되었다면 연합군이 패배하여 물러날 것은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었다.
최소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용병들의 피해는 어떠한가?”
“사상자 1,052명, 부상자 432명입니다.”
“병사들은?”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최소 4배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대략 6천 명이라는 말이다.
“……피해가 막심하군.”
사령관의 한숨이 깊게 흘러나왔다.
첫날의 전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튿날 새벽 오크의 기습으로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되었다.
“막아!”
“하이 오크가…… 커헉!”
첫날의 전투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국경을 방어하는 연합군과 달리 오크들은 보급품을 갖고 다니지 않았다.
왜냐고?
오크들은 전쟁터에서 식량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을 때려죽인 하이 오크가 발밑에 놓인 시체의 다리를 뜯어서 씹어 삼켰다.
그 모습을 지켜본 병사들은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 나도 잡아먹힐 거야!”
“물러나지 마! 물러나면 진형이 무너진다!”
“도망쳐봐야 금방 붙잡혀! 버텨! 버티라고!”
해가 밝게 떠오를 무렵 둘째 날의 전투가 끝났다.
전투가 벌어진 주변에서 붉은빛이 아닌 것을 찾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지휘부의 분위기는 처참했다.
“추정 피해가 첫날의 2배라.”
“…….”
오크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연합군에 비할 바는 못 됐다.
국경을 지키는 연합군의 총병력은 10만이었다.
단 2번의 전투로 20프로가 줄어들었다.
“지원군 소식은 어떻게 되었나?”
“2차 지원군은 7일에서 10일 뒤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
사령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들이켰다.
참모들이 말했다.
“2차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 추가 병력과 용병들을 보낸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티면 그 뒤로는 좀 더 수월해질 겁니다.”
“꽤나 희망적인 이야기로군.”
말과는 다르게 비꼬는 어투였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지휘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티라고 말한 상부를 비꼬는 것이었다.
지휘부가 예상하기로는 최대한 오래 버텨도 이틀이 한계였다.
국경을 방어하는 연합군의 저항이 생각 외로 강해서 오크들이 재정비하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지 비등비등한 전력이라서 소강상태로 진입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추가 병력은 몰라도 용병들 중에서는 남대륙에서 제법 명성을 날리고 있는 용병들과 용병단이 다수 섞여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자네, 혹시 여기서 죽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사령관님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후우.”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품속에서 담배를 빼 불을 붙였다.
“아, 자네도 한 대 피우겠는가?”
“감사합니다.”
“비싼 건데. 쓰읍.”
새로운 담배를 꺼내는 사령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참모가 그 손을 보며 피식 웃고선 말했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 모르십니까?”
“하긴…… 그건 그래. 죽으면 이거 다 피우지도 못한다고.”
“그럼 저도 주십시오.”
“저도 한 대만…….”
지휘부 막사 안이 연기로 가득 찼다.
전쟁 중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지휘부가 보기에 지금 상황이 그만큼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후우- 죽기 딱 좋은 날씨군. 그렇지 않나?”
“흐흐. 조국을 위해서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라가 제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저 집에 있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때문에 물러서지 못하는 겁니다.”
“나도 그렇다네.”
“사령관님은 이혼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령관이 얼굴을 확 구기며 소리쳤다.
“젠장. 꼭 이럴 때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크하하학!”
“큭큭!”
연기로 찬 지휘부 안에서 웃음소리로 시끄러운 그때 전령이 도착했다.
“사령관니…… 콜록! 콜록!”
“무슨 일인가?”
“그, 그게 추가 병력과 용병…… 콜록! 들이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군.”
사령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담뱃불을 껐다. 적어도 하루 이틀은 지나야 도착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말이다.
잠깐이지만 희망이 생기려고 했다.
아직 희망을 갖기에는 일렀다.
“추가 병력과 용병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각 병과를 전부 합쳐 3만 명! 오러 익스퍼트 급 기사를 포함한 300명! 4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포함한 100명! 마지막으로 용병단을 포함한 7,241명의 용병! 이상입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숫자에 사령관이 멍하니 전령을 쳐다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