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94)
제 294화
294화
“뭐? 퇴각 준비를 한다고?”
“무슨 이유로 퇴각을 한다는 거야!”
병사들은 첫 승리의 고양감으로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크들이 또다시 공격을 감행해오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언제는 안 위험했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앉아. 오크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해.”
“그래도 계속 전선을 지켰다가는…….”
고양감이 식어가며 병사들의 불안이 조금씩 커져 갔다. 오크들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전선을 지키고 있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퇴각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컸다.
그러한 분위기를 지휘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2차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4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전멸당합니다. 국경 전선을 빼앗기는 정도로 피해가 끝나지 않습니다.”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럴까. 강경하게 나서면 돌아올 반발이 크니까 그런 거지. 페로쉐 왕국과 카헤론 공국의 지원 병력이 온 것은 정말로 고맙고 반가워할 일이지만 첫 승리의 고양감이 너무 컸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승리했다는 점이 오히려 역효과로 온 거야.”
“오크들도 그 사실을 알고 일부러 패배한 척 물러난 게 아니겠습니까.”
지휘부는 병사들이 기뻐하는 것과는 다르게 오크들의 퇴각을 단순히 이쪽 전력이 강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우리가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퇴각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오크들이 하기 나름 아닐까요?”
사령관이 참모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자네는 연합군 소속인가? 오크군 소속인가?”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아무리 제가 오크같이 생기긴 했어도 종족은 인간입니다. 어느 군 소속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걱정해야지.”
참모는 광대를 꿈틀거렸지만 곧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처럼 매일 공격을 한다는 전제하에 최소 5일, 최대 10일이라고 봅니다. 그때쯤이면 2차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군 병사들도 알아차릴 테니까요.”
“나는 최대 5일이 한계라고 보네.”
사령관이 고개를 저었다.
참모들이 이유를 묻자.
“오크들이 숨통을 조여 가듯 공격하는 횟수가 많아질 거야. 공세도 더욱 거세지겠지. 그때부터는 탈영하는 병사들도 나타날 거야. 사기가 꺾인 순간 대군은 오합지졸로 변해.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어. 그런 상태로 전투에 임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경을 버리고 물러나서 재정비하는 게 나아.”
사실 지금도 오크들이 총공격을 하면 큰 피해를 입겠지만 국경 전선을 무너트리는 게 가능했다. 2차 지원군을 이동하는 동안 공격하려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탈영병이 나타난 순간 사기는 급격하게 꺾인다.
군법에 의하면, 전쟁 중에서 탈영한 병사들에 대한 처벌이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처형’하거나 신체의 일부인 코나 귀를 잘라 평생을 치욕스럽게 살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탈영병이 생기지 않도록 공포로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탈영 도중 붙잡히는 것보다 오크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더욱 커지리라.
“……그러한 이유로 최대 5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전투가 시작된 지 7일 만에 국경 전선이 뚫린다니. 허.”
참모들이 헛웃음을 들이켰다. 사령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듣다 보니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전쟁과는 많이 달라. 우리가 그것을 간과한 거지.”
“그럼 퇴각 준비를 강행시킬까요?”
“그렇게 해야지. 안 그러면 여기서 몽땅 다 죽게 생겼는데.”
다행인 점은 두 차례 공격으로 병사들이 고양감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으로 퇴각을 할 절호의 기회였다. 병사들의 반발도 아까와는 다르리라.
지휘부의 퇴각 준비 명령이 다시 하달되었다.
일부 병사들이 여전히 반발했지만 최전방에서 오크와 싸운 병사들은 태도가 달랐다.
첫 승리의 기쁨으로 가슴을 들뜨게 한 고양감이 차갑게 식으며 오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다시금 살아난 것이다.
퇴각 준비 명령은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용병들에게도 전달되었다.
“뭐? 퇴각한다고?”
“우리야 좋지. 전쟁이 하루라도 더 길어지면 돈도 늘어나니까.”
“계속 국경 전선에 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잖아.”
칼밥을 먹고 사는 용병들의 반응은 병사들과 완전히 달랐다. 국경 전선에서 물러난다면 전쟁이 더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며 얼른 퇴각하기를 바랐다. 그들에게 전쟁은 돈을 버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병사들보다 더욱 다루기 쉬웠다.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함께 퇴각해야지.”
“차라리 따로 움직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여긴 위험합니다.”
“그건 절대 안 돼.”
“말콤 대장이 도착하면…….”
“죽는 게 두려우면 너희는 빠져. 어차피 우리의 일이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너희가 얽힐 이유는 없어. 말콤이 걸린다면 녀석한테도 따로 말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콤의 부하들은 제론의 말에 잠시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 계속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말콤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국경 전선이 은밀하게 퇴각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하이 오크 투캉쿠는 나약한 인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저들이 퇴각 준비를 하고 있군요.”
“크릉?”
투캉쿠는 전사가 되어 어째서 퇴각을 준비하는 거냐고 묻어보려다가 말았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던 나약한 인간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퇴각 준비가 끝나기 전에 공격해야 합니다.”
“크르릉!”
투캉쿠는 콧김을 거칠게 뿜어내며 다른 하이 오크들을 소집했다.
몇 차례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9명의 늙은 하이 오크들은 공격한다는 말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러분께서는 조금 늦게 들어가십시오.”
“조금 늦게? 크릉. 이유가 뭐지?”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입니다.”
“전사로서 그럴 수 없다.”
9명의 늙은 하이 오크들은 나약한 인간의 말을 거부했다.
“……전사로서 그럴 수 없다면 알겠습니다.”
“크릉?”
투캉쿠는 나약한 인간이 순순히 물러나자 이해하지 못했다. 작전에 대한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던 인간이었다. 그런데 잠깐의 설득도 없이 수렴하는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하이 오크들이 공격 준비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가자 투캉쿠가 나약한 인간에게 물었다.
“크릉! 아까는 왜 그런 거지?”
“아,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희생양인가?”
“그럴 리가요. 하이 오크들께서 전사로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양보를 한 겁니다.”
“크르르릉!”
투캉쿠는 나약한 인간과 계속 대화를 하며 붙어 있다 보니 조금씩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알아가고 있었다.
보통의 오크였다면 나약한 인간의 말처럼 전사로서 명예롭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투캉쿠는 오크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희생양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말이 통하는 나를 빼고는 다 죽게 놔두려는 것이군.’
하지만 투캉쿠는 그 사실을 다른 하이 오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약한 인간의 말이 틀리냐 맞냐를 떠나 하이 오크들이 희생양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은밀하게 퇴각 준비를 하고 있던 그 날 밤 다수의 오크들이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접근해왔다.
제론과 일행들은 오크의 기척을 감지하고 일어나 말콤의 부하들에게 오크가 쳐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라고 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말콤의 부하들도 정신을 집중하자 오크들의 위치가 경계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 명이 남고 나머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사이에 제론이 일행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에르딘과 로레인은 같이 움직여. 절대로 따로 떨어져서 행동하지 마. 로건과 메이엔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쟌느와 나는 개별행동을 하고.”
“세 보이는 녀석들을 제거하면 되는 거지?”
쟌느가 묻자 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틀 크라이와 정체 모를 푸른 기운을 사용하지 못하는 오크들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오크가 몇 명이 덤벼들어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고 전부 처리할 수 있다. 암살자에 가까운 움직임과 공격법을 사용하는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제론은 말콤의 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알아서 해. 죽지만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다시 보자고.”
헤어지기 전 포션을 2병 꺼내 말콤의 부하에게 건네줬다. 혹시나 다치면 바르라고 준 것이다. 오러 연공법을 익히고 있지만 아무리 잘 쳐줘도 오러 익스퍼트 하급이었다. 늙은 오크라고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제론과 일행들의 대화가 끝나고 움직이려고 할 때 오크들의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말콤의 부하들이 늦지 않게 도착해서 경계 보초를 서 있던 병사들이 살아남았다.
이윽고 호각소리가 울려 퍼지며 적의 존재를 알렸다.
“오크가 기습했다!”
“10시 방향에서 하이 오크 3명, 오크 수백 명 출몰!”
“12시 방향에서……!”
“2시……!”
오크들이 3개의 무리를 나눠서 공격했다. 각 무리마다 하이 오크가 3명씩 있었다. 또한 그들을 뒤따르는 수백 명의 오크들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강력한 맹공격을 펼쳤다.
‘퇴각 준비를 알아차리고 총공격을 하는 건가?’
제론은 12시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이 오크 3명이 동시에 제론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배틀 크라이와 푸른 기운을 사용하지만 못할 뿐 전투력만 보자면 오러 마스터와 동급이었다.
제론은 놈들을 순식간에 베어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하이 오크 3명이 죽었다.
주변에서 돌격하던 오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고 방향을 돌려 제론에게 덤벼들었다.
“전사로서 죽음을!”
“취익! 위대한 전사와 싸우는 영광을!”
오크들은 빈대보다 끈질겼다.
제론이 몇 명을 죽였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하며 죽음을 받아들였다.
“오크들이 왜 전사로 태어났다고 하는지 알겠군.”
정말로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이러한 놈들이 아직도 수십만 마리가 남대륙에 있다고 생각하니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동시에 오크들의 옆구리를 찌른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인간과 오크를 싸우게 만들어서 무슨 이득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흑마법? 아니면 베헤못과 같은 아스트랄의 존재를 소환하려는 건가?’
기감을 넓게 뿌려서 모종의 수작을 부리는 건지 탐색해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어떠한 수작 따위는 없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