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298)
제 298화
298화
연합군 진영으로 복귀한 베캄과 병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마치 귀신을 본 듯했다.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누구도 그들이 살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계 보초 병사에게 보고를 받은 사령관조차 처음에는 제 귀를 의심해서 누가 돌아왔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을 정도였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
베캄의 보고를 받은 사령관이 짧게 숨을 토해냈다.
요약을 하자면.
오크군 진영에 광역마법을 퍼부어 혼란을 주고, 단숨에 기습해서 큰 피해를 입히자 놈들이 퇴각했다는 것이다.
“진짜인가?”
“예. 한 치의 과장과 거짓이 섞이지 않은 진실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믿기 어려운 말이라는 건 베캄 경도 이해하리라고 생각하네.”
“…….”
베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곳에 없었다면 절대로 믿지 못했을 거다.’
6명의 용병들과 함께 고작 수백 명의 병사로 오크군을 초토화시켰다.
십여만의 병력이 넘던 연합군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는 결과이리라.
사령관이 거짓말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후우. 우선 돌아가서 쉬시게. 자세한 이야기는 정찰병이 돌아오면 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베캄이 짧게 목례를 하고 나가자 사령관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수많은 병사들이 입을 맞췄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추궁을 해서 한 명이라도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면 끝나는 거니까. 무엇보다도 오크와 싸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크의 피는 몬스터의 것에 가까워서 구분하기 쉬웠다.
‘정찰병이 복귀하면 알게 되겠지.’
설령 그들의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바뀌는 건 없다.
* * *
지휘부 막사에서 나간 베캄이 향한 곳은 제론의 막사였다.
“제론 경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사령관이 믿지 못하더군요.”
“당연한 반응이니까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정찰병이 돌아오면 곧 진실을 알게 될 거니까요.”
제론이 검을 손질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믿는다고 말했다면 마음속으로 짙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정찰병이 돌아오면 판명될 것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무엇입니까?”
“인간 협력자가 있었어요.”
“……! 정말입니까?”
베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되물었다. 그가 제론의 말을 의심하거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자신의 귀를 믿지 못해서 확인하는 것이었다.
‘인간 협력자가 있었다고?’
오크의 군세는 남대륙 전체를 집어삼킬 거센 맹화猛火였다.
모든 왕국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커다란 위협일진대 인간 중에서 협력자가 있다고?
제론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예상하고 계셨잖아요?”
“제……가요?”
“네. 오크는 네크로맨시를 멀리하니까요.”
네크로맨시는 오크들의 주술인 사령술이나 강령술과는 엄연히 다르다.
사령술과 강령술은 죽은 자의 영혼과 교감하여 생전에 그가 이루지 못한 한恨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죽은 자를 일으키는 행위였다.
어떤 의미로는 서로가 이득이 되는 합의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시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망자를 이용하는 모욕에 가까웠다.
오크는 전사로 태어나 전사로 죽어가기를 원한다. 비록 전쟁이라고 하지만 한 명의 전사로서 그들은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 오크들에게 네크로맨시는 육체만이 아닌 영혼조차 더럽히고 모욕하는 행위였다.
“후우.”
베캄이 짙은 한숨을 토해냈다.
제론의 말이 맞다. 다른 대륙 사람들은 몰라도 남대륙인들은 오크들이 네크로맨시를 극도로 혐오한다는 걸 안다.
그런 죽은 오크들을 네크로맨시로 일으켰다.
같은 오크들이 할 짓이 아니다.
흑마법을 익힌 인간 협력자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그저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탑이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흑마법을 메인으로 익히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흑마법을 함께 곁들여 연구하는 마탑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3대 마탑 중에서 황탑이라는 불리는 곳입니다.”
남대륙에는 수많은 마탑이 존재한다. 하지만 ‘진짜’ 마탑으로 인정되는 곳은 3개였다. 베캄이 언급한 황탑을 포함한 3대 마탑이었다. 나머지 마탑들은 스스로가 마탑이라며 자청하지만 실제로는 마법사의 모임에 가깝다고 보면 됐다. 하지만 마법사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었다.
“……남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은 3대 마탑에 발을 한쪽씩 걸치고 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르침을 내려준 스승도 결국 마탑의 누군가에게 마법을 전수받았으니까요. 사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마법사들은 소속감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3대 마탑에 소속감을 갖고 있는 마법사들입니다.”
“연합군 진영에도 협력자…… 아니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마법사들을 대뜸 찾아가 ‘너 배신자지?’라고 물어봐야 발뺌을 하면 그만이고, 배신자가 통신 구슬로 오크군의 인간 협력자와 교신을 하는 순간 습격한다고 해도 적당히 둘러대면 의심을 살지언정 문책을 회피하는 게 가능했다. 마법사의 숫자도 많아서 전부 지켜보고 있는 게 불가능하다.
‘마나를 감지하고 있어도 소용없지.’
통신 구슬의 크나큰 장점이자 단점은 목소리만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마나의 흔적을 뒤쫓으면 통신대상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 흔적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허탕을 치거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통신 구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지원군과 연락을 취하지도 못하게 되는 일도 생기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제론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베캄에게 마법사들 중에서 3대 마탑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이들의 리스트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베캄의 위치에서는 꽤나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그는 그런 기색을 조금도 비치지 않고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베캄이 돌아가자 말콤의 부하들이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복귀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피곤하실 것 같아 나중에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본진에 있던 너희들이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해. 맞지?”
“예. 오크군이 퇴각을 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긍정적이게 변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맞아. 대충 3일 정도 시간을 벌었어. 그래서 너희한테 부탁을 좀 하려고.”
“어떤 겁니까?”
“베캄 경이 곧 3대 마탑과 관련되어 있는 마법사들의 리스트를 가져올 거야. 그들을 최대한 은밀하게 감시해줘.”
“어려운 부탁이로군요.”
“말콤에게 잘 말해줄게.”
말콤의 부하들에게는 협박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이내 그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자 제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좋은 쪽으로 말한다는 거야.”
“…….”
“누구의 부하 아니랄까 봐…….”
“욕이 좀 심하십니다.”
“아, 그래? 말콤한테 그대로 전해줄게.”
“당연히 말콤 님께 심한 말이죠. 저희 같은 녀석들이 어떻게 감히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말콤의 부하들이 다급하게 말을 바꾼다.
제론은 피식 웃고선 여러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동안 알게 모르게 얻은 아티팩트들을 꺼냈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오면 사용해.”
“아티팩트입니까?”
“맞아. 3클래스 이하의 마법을 2번 막아주는 실드 마법이 걸려 있는 것과…….”
아티팩트의 효과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분배했다.
일행들에게 줘도 됐지만 전부 마스터가 되며 필요 없게 되었다. 물론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단검은 제외했다. 그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와 싸울 일은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티팩트를 받은 말콤의 부하들이 기뻤는지 입꼬리를 씰룩거리다가 나갔다.
* * *
정찰병들이 돌아오자 사령관은 어느 정도 과장이 섞였을지언정 베캄의 말처럼 오크군이 퇴각한 것이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베캄 경과 병사들에게 큰 빚을 졌군.”
연합군이 전멸할 뻔한 위기상황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공을 치하하려면 전쟁에서 승리를 한 뒤라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지원군에 대한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
참모들이 고개를 저었다. 한숨만 깊어진다. 상황이 절망에서 최악까지 나아졌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곧 도시에 입성한다.’
오크군이 퇴각하며 도시에 입성할 충분한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세인로 도시까지 퇴각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의 지시에 참모들이 각 진영의 지휘관을 불러 퇴각명령을 전파했다.
퇴각명령이 전파되고 몇 분 뒤.
마법사들 중 한 명이 주위 눈치를 살피며 막사로 들어갔다.
통신 구슬을 꺼낸 그가 어딘가로 통신을 연결해서 퇴각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
[……알겠다.]“그럼 저는 계속 동향을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마법사는 통신 연결이 끊어지자 통신 구슬을 재빨리 숨겼다.
막사 밖으로 나가 주변에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아무도 없군.’
마법사는 마탑 하층에서만 10년을 머무르다가 결국 쫓겨났던 자신에게 찾아온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 * *
연합군은 빠른 속도로 퇴각하여 세인로 도시로 입성했다.
영주가 나와 연합군 사령관을 맞이했다.
“대피하지 않은 시민이 있더군.”
“제가 설득해봤지만 도시를 지키겠다며 끝까지 남겠다고 한 사람들입니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
“1,573명입니다. 그중에서 장정의 숫자는 956명으로, 나머지는 노인과 여성,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소년과 소녀입니다.”
“장정들에게 무기와 갑옷, 투구를 지급하게. 싸움을 하지 못하는 노인과 여성, 소년과 소녀에게는 물자를 나르는 인원으로 보충하고.”
사령관은 민간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보잘것없는 작은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이었다. 여기서 오크군을 막지 못한다면 마리온 왕국 수도가 마지막 전선이 된다. 그때가 되면 마리온 왕국은 사실상 오크에게 멸망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우.”
“오크군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막아야 하네. 무슨 일이 있어도.”
영주는 사령관의 자신감 없는 대답에 낯빛을 어둡게 물들였다. 사실상 막지 못한다고 확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대답이었다.
그 무렵 퓨리온 공작과 말콤은 페로쉐 왕국을 지나고 있었다.
“마리온 왕국에 그 녀석이 있다고?”
“예.”
“흐음. 여기서 4일만 더 가면 되겠군.”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한다는 기준으로 4일이었다.
단순히 걸어서 간다면 한 달이 넘는 거리다.
“그런데 자네, 왜 그리 말이 없는가?”
“네?”
“먼 길 가는데 이 늙은이가 심심하지 않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으면 좀 하고 그래야지. 응? 아니면 늙었다고…….”
또다시 시작된 잔소리에 말콤이 귀를 닫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