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
제3화
3화
“쭙. 쭙. 쭙.”
아, 맛있다.
유민현은 입속에서 맴도는 감탄을 느끼며 세차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모유가 순식간에 배 속을 가득 채웠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통통해지자 뜨뜻한 물에 샤워를 마친 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처럼 푸햐- 하고 소리 내며 입술을 뗐다.
‘역시 처음에만 부끄러운 법이지.’
당연하지만 유민현에게 젖을 물린 존재는 엄마가 되시는 아이리였다.
처음부터 모유를 즐기게 된 것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몸은 갓난아이일지 몰라도 정신이 이미 57살의 중장년 사내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초면(?)인 엄마라는 존재의 젖을 물고 모유를 먹는다는 게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모유 말고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결국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한 입 먹고 말았으니!
‘바로 이 맛 아입니까!’
아기들이 왜 제 어미의 젖을 세차게 빨아대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맛있어서 두 눈이 뿅! 하고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 더는 못 먹겠다.’
배불러서 후아, 후아, 숨 쉬는 유민현을 바라보며 여인-아이리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볼을 살짝 꼬집는데, 그 손길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잔뜩 담겨 있었다.
“이 엄마의 가슴이 살짝 아플 정도로 세게 무는 걸 보니까 우리 제론은 오늘도 건강하구나.”
제로니아 페리안.
유민현이 현생에서 불리는 풀네임이었다.
줄여서 제론.
유민현-제론은 나름 귀여운 애칭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말이지.’
탄생(?)한 지 일주일쯤 지날 무렵 제론은 깜짝 놀라서 경기를 일으킬 뻔했다.
이곳은 무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현대였냐고?
‘세상에나. 내가 중세유럽으로 날아왔을 줄이야!’
현대에서 배웠던 진짜(?) 중세유럽도 아니다. 이것저것 양식이 조금씩 섞인 하이브리드 유럽풍이다. 정확한 건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하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판타지 세상에 가까웠다.
왜냐면.
“제론아. 네 아빠는 몬스터 토벌을 나가셨단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아이리가 혼잣말처럼 조곤조곤 속삭이는 내용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몬스터라는 것이 존재했다. 쉽게 생각하면 영화나 판타지 소설 속에서 나오는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놈들이다.
현대인치고 판타지 소설의 몬스터를 모르는 사람은 극히 적은 편이었다.
고블린과 오크 같은 부류는 모를 수 있지만 ‘반지의 제황’이나 ‘헬리포터’ 시리즈는 영화 상영관에 걸렸을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으니까.
대충 그런 괴물이 신화나 전설 속에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없다는 건 안다.
또한 위에서도 말했지만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러시아어 같기도 하고… 독일어 같기도 하고….’
유럽에 존재하는 나라의 언어를 싹 다 모아서 하나로 합쳐 놓은 느낌에 가까웠다.
사실 일주일 만에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알아듣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현대인이었던 유민현은 한국어를 빼고 아는 외국어라고 해봤자 영어의 ‘하이’나 ‘굿나잇’ 같은 기초적인 몇 가지와 일본어의 ‘기모찌’, ‘야메떼’ 같은 남자라면 누구나 아는 그런 전문적인(?) 단어뿐이었다.
그런데 배 속에서부터 운기조식을 하며 백회혈이 닫히지 않은 까닭인지 오성悟性-사물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이쪽 세상의 언어를 전부는 아니지만 대충이나마 알아들을 정도로 익혀버리고 말았다.
누군가 알았다면 경악을 못지않았을 전대미문의 기사奇事-기이한 일-였다.
‘아. 졸립다.’
엄마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었지만 배가 부른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어머! 잠들었네.’라고 말하는 아이리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제론은 의식의 끊을 놓았다.
‘나중에 좀 더 크면… 그때는 잘 듣…….’
* * *
제론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엄마-아이리가 아니라 유모인 에리스의 품에 안겨 있었다. 뱃놀이를 하는 것처럼 그를 안고 에리스가 천천히 위아래로 들었다가 놨는데, 몸이 작아서 그런지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흥이 샘솟았다.
그런 제론을 빤히 쳐다보는 두 쌍의 시선이 있었으니.
“제가 안아 봐도 되나요?”
대충 6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유모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손가락으로는 자신-제론을 가리켰다. 6살 남짓의 남자아이답지 않게 무뚝뚝한 표정이 인상적인 이 녀석의 풀네임은 가르시안 페리안.
줄여서 가른이라 불리는 제론에게 형이 되는 존재였다.
‘57살, 아. 엄마 배 속에 10달이나 있었으니 58살인가? 아무튼, 이런 나에게 6살짜리 형이 생기다니! 이게 말이 되나?’
응, 말이 된다.
제론은 스스로 묻고 답하며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서 가른을 쳐다봤다.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동생이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신기함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겠다.
‘제법 표정 관리를 잘하네. 나 정도 되니까 알아보는 거지. 다른 사람은 눈치도 못 채겠어. 이거 현대에서 태어났다면 연기를 해도 되겠는데?’
아빠인 쥬페토와 엄마인 아이리가 각자 미모가 뛰어나서 그런지 형인 가른도 잘생겼다.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는다면 아빠의 어린 시절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 명.
“나! 나! 오빠 말고 내가 안아볼래요!”
가른의 옆에는 짧은 다리로 폴짝폴짝 뛰는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형에 이어 누나라니. 무림에서는 62살도 아니고 80살 넘은 노친네가 와서 형님 혹은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처맞을 생각 아니면 돌아가라고 할 텐데, 여기서는 그러지도 못하잖아?’
제론은 속으로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대충 4살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풀네임은 헤이샤르 페리안.
줄여서 헤샤 혹은 이샤-무슨 이유로 두 개의 애칭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라고 불리는 제론에게 누나인 존재였다.
부모님인 쥬페토와 아이리를 제외하고 아직 가족에 대한 정이 생기지 않았지만, 앞으로 부대끼며 살다 보면 형제애라던가 핏줄에 대한 끈끈한 무언가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신연령이 남다르게 높다고 해서 막 대하기가 좀 그랬다.
‘게다가 형을 쳐다보는 시선도 이상하고.’
어린아이의 눈빛이라 지나치게 솔직한 탓에 살짝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호승심에 가까웠다. 표정도 입술을 귀엽게(?) 비틀며 형이 아닌 자기한테 자신을 안게 해달라고 유모를 재촉하는 걸 보니 맞다.
두 사람을 보니 무뚝뚝한 개와 앙칼진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다.
‘그래도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야.’
두 사람의 다툼에 자신이 희생된다고 가정하니 저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물론 아직 옹알이도 못 해서 혀가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거참, 형제라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분이 참 신기했다.
가슴 언저리가 붓으로 살살 건드리는 것처럼 근질근질하다.
“유모! 어서 안아볼래요! 어서요!”
“그게…….”
유모 에리스가 난처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자 헤샤가 재촉했다.
폴짝폴짝 뛰며 양손을 높게 드는데 유모 에리스의 키가 그래도 160cm 정도는 되는지 헤샤의 손끝이 허리 근처에나 겨우 닿는다.
‘짧다. 짧아.’
저 정도 높이도 못 뛰고.
나중에 무공이라도 가르쳐야 하나?
제론이 생각했다.
“아이참. 어서……!”
“안아보는 건 안 된단다.”
그런 유모를 구원한 것은 아이리였다. 영롱하게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와 비슷한 색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그녀가 헤샤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잉.”
헤샤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고. 귀엽다.’
제론이 누나를 보며 내심 실실 웃었다. 그러면서 엄마를 쳐다봤는데 눈이 살짝 커졌다. 머릿속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무림의 기준으로는 이색적이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 엄마 되는 존재의 외모는 가히 경국지색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엄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꾸민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미모가 평소보다 최소 다섯 배는 뛰어나다고 느껴졌다.
‘대박. 나도 크면 잘생겨지겠지?’
유민현일 당시에도 외모가 못난 건 아니었지만 잘난 편도 아니었다.
엄마의 미모에 제론이 홀려 있던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정신을 일깨웠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건 된단다.”
제론이 두 눈을 부릅뜨고 엄마를 향해 외쳤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어린애들이 가까이서 보라고 하면 보기만 할까?
분명히 자신의 통통한 볼이 찰흙처럼 쪼물딱거려질 것이다!
그러나 옹알이조차 떼지 못한 갓난아이의 입술은 오물거리기만 할 뿐 공허한 메아리만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것이 바로 공허 속의 외침이라고나 할까?
“유모. 제게 제론을.”
“예, 남작 부인.”
아이리가 에리스에게서 제론을 넘겨받아 의자에 앉았다.
곧 형과 누나의 손길이 자신의 통통한 볼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헉!”
“앗!”
가른과 헤샤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이리가 깜짝 놀라 자신의 두 아이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두 사람이 제론의 볼을 마치 떡 주무르듯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귀, 귀여워!”
“으음!”
“휴우. 이제 그만. 가까이서 보는 것만 된다고 했잖니.”
아이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아이를 제론에게서 떨어트렸다.
“조, 조금만 더……!”
“으으음!”
“그렇게 세게 주무르면 안 된단다. 으음. 저 몰캉몰캉한 볼이 중독성이 강하다는 건 알겠지만.”
아이리의 뒷말은 제론도 간신히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주, 중독성이 강하다고?’
어째 엄마가 자신을 안고 있을 때 볼을 계속 꼬집더니!
제론은 무공 수련을 시작한다면 볼살부터 빼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손길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 가족이라서 그런가?’
흠흠.
제론은 부끄러움에 내심 헛기침을 하며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형과 누나, 엄마와 아빠라.’
처음 생긴 가족이라는 존재가 낯설면서도 가슴 언저리가 근질근질거렸다.
* * *
제론의 하루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었다.
우선 일어나면 밥부터 먹는다.
“쯉. 쯉. 쯉.”
힘차게 입을 움직여 배를 채우고.
‘아, 졸립다.’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고.
“도련님, 오늘도 아주 건강하시네요.”
잔뜩 싸버린(?) 기저귀를 유모 에리스가 치워주고.
‘운기조식! 운기조식을 할 때다!’
백회혈-상단전을 통해 기를 모으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하루에 2번 혹은 3번 반복된다. 아직 갓난아이라 그런지 수마가 한 번이라도 쏟아진다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기를 몇 달째.
상단전에 제법 많은 내공이 쌓이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3년에서 5년 어치는 되려나?’
제론이 운기조식을 한 시간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었다.
내공의 양을 년年으로 재는 것은 정말로 그 시간 동안 운기조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무학이 발전하며 대자연의 기운을 체내로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아 봐야 2년 어치가 쌓여야 정상이었다.
제론의 상단전에 3년에서 5년 어치의 내공이 쌓인 이유.
그것은 바로 폭발적으로 기를 끌어모으는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