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
제30화
30화
“네 몸속에는 정말로 거인족의 피가 흐르는 걸지도 몰라.”
로한이 손을 높게 들어 제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카론은 옆에서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웃고 있었다. 녀석의 입과 손바닥 사이로 ‘끅, 끅, 끅.’ 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고! 자리에 앉기나 해. 곧 선생님 오시니까.”
“흠흠. 그래… 푸크흑… 야지.”
여전히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이는 카론을 무시한 제론이 가장 맨 앞 책상에 앉으려다가 다시 맨 뒤로 가서 앉았다.
그것을 보며 로한이 물었다.
“그런데 왜 수업을 들을 때 매번 맨 뒤에 앉는 거야?”
“앞에 앉으면… 푸크흑! 가려져서 안 보이니까.”
제론은 양쪽으로 앉으며 말하는 카론과 로한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얄미웠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서 저러니까 가끔 분노조절장애까지 올 것 같았다.
드르륵.
“후우.”
곧 데르먼 수석 마법 선생님이 들어오자 한숨을 푹 내쉬며 앞을 주시했다. 그는 6개의 서클 고리를 갖고 있는 대단한 마법사치고 젊은 편이었다.
나이도 40대 중반으로, 겉모습은 더욱 젊어 보였다.
보통 마법사들은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를 제론은 방구석에 처박혀서 연구만 해서라고 생각했다.
맨날 음습한 곳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한 채 책만 보고 마법 실험만 하는데 멀쩡한 몸도 당연히 망가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르먼 수석 마법 선생님은 꾸준히 체력을 단련한 병사처럼 몸이 튼튼했다.
저 우람한 팔뚝을 보라!
손등에 불뚝 튀어나온 핏줄은 또 어떻고!
피부도 건강한 구릿빛 색이고 눈 밑에 다크서클도 없다.
‘지팡이가 아니라 둔기를 쥐여 줘도 좋겠어.’
힘법사라는 표현이 그야말로 적절했다.
“다들 푹 잘 잤나? 안색을 보니 그런 것 같군. 오늘은 ‘마나의 응용과 그에 따른 이론’에 대해 수업을 한다고 예고한 바가 있었지. 혹시 예습을 하고 온 사람 있나?”
“…….”
“당연히 없겠지. 따로 유인물을 나눠주지도 않았으니까.”
데르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칠판에 무언가를 써 내렸다.
간단한 룬 문자 몇 가지였다.
“마나의 응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쉬운 예로 들어 검술! 용병들이 사용하는 실전 검술을 빼고 대부분의 검술은 하나의 특정을 통해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검을 휘두르는 궤적-경로가 정해져 있고 오러가 그 경로를 타고 흐르며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지.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 경로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앞에 서 있던 적이 갑자기 몸을 숙이거나 땅바닥을 뒹굴 경우에…….”
데르먼은 느릿한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했다. 제론이 듣기로 그가 말하는 마나의 응용이란 무림 식으로 표현하면 변초와 허초였다.
변초는 초식의 변화였다.
1번 초식에서 2번 초식으로, 2번 초식에서 4번 초식으로 갑자기 바뀌는 것이다.
축구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태클이 들어오면 사포로 공을 갑자기 뒤로 넘겨 띄우는데, 이처럼 기술의 빠른 변화를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면 허초란 무엇일까?
1번 초식인 것처럼 자세를 잡아놓고 2번 초식을 펼치는 것이다.
공을 차는 척 헛다리 짚어 상대를 속이고 빠르게 젖히는, 쉽게 말해 페이크 모션이 바로 허초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마나의 응용은 검술처럼 변화무쌍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그전에 혹시 질문 있나?”
데르먼이 우람한 팔뚝을 들며 물었다. 9살 꼬맹이들의 시선이 그의 우람한 구릿빛 팔뚝에 모였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혹시 질문 있나?”
“그, 그럼…….”
데르먼이 다시 한번 묻자 한 명이 손을 들며 더듬거렸다.
“말해라.”
“그러면… 만약에 마법을 구동하는 도중 위험한 상황이 닥쳐오면 어떡하나요?”
“오……!”
마지막 웅성거림은 꼬맹이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저 팔뚝을 보고도 쫄지 않고 질문을 꺼낸 용사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좋은 질문이다. 대답하기 앞서 말하자면 마법사를 말하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선도자先導者’와 ‘세상의 신비를 파헤치는 자’, ‘이적을 행하는 자’, 마지막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가 있다.”
데르먼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이 정도 말했으면 눈치가 있는 학생들은 알아차렸을 거다.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거다. 어떠한 위험한 상황이 나에게 닥쳐올지 미리 생각하고 예측해서 미연에 방지하는 거지.”
“그런데…….”
“잠깐.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무슨 질문을 하려고 했던 건지도 알고.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더라도 모든 위험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마법사가 아니라 신으로 불렸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대한 준비를 해봐도 안 된다면 포기해라. 그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테니까.”
꼬맹이들의 표정이 멍- 하니 변했다.
6개의 서클 고리를 가진 대단한 마법사의 입에서 위험을 피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면 포기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도 눈먼 검에 찔려 다치는데 마법사라고 다를까!
고위 마법사를 신하로 둔 카론과 로한 같은 고위 귀족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외의 어린 꼬맹이들로서는 이해하지 못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했다.
“더 질문 없으면 10분 쉬겠다.”
데르먼은 슬쩍 둘러보고 손을 든 학생이 없자 강의실을 나갔다.
적막으로 가득 찼던 강의실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꼬맹이들이 충격을 받은 나머지 현실적인 조언을 금방 잊어버린 것이었다.
10분이 지나 마법 수업이 계속되었다.
다행히도 아까처럼 충격적인 현실 조언은 나오지 않았다.
꼬맹이들이 본능적으로 그런 대답이 나올 만한 질문을 피하는 것인지 데르먼이 자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오늘 숙제는 없다.”
“와아!”
꼬맹이들이 숙제가 없다는 말에 환호했다.
1교시가 끝나고 2교시 정령술 수업을 받기 위해 강의실을 옮겼다.
제론을 비롯한 3명은 함께 이동했다.
이번에는 집사 후보생들이 빠졌다. 그들이 수업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제론의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졌다.
‘짐 덩어리가 사라졌다!’
어깨 위에 있는 네로의 이마를 살살 긁었다. 한 달이 지나자 녀석도 제법 기운을 차렸는지 점점 말이 많아졌다. 주로 하는 말이라고는 ‘하찮은 인간 꼬마’밖에 없지만 말이다.
[뭘 보냐? 하찮은 인간 꼬마.]‘어, 그래.’
제론이 속으로 대답하며 계속 녀석의 이마를 살살 긁어줬다. 말은 저렇게 해도 몸은 솔직했다. 골골송을 부르며 게슴츠레 눈이 풀린다. 털 안 빠지는 애완동물이나 다름없었다.
[하찮은 인간 꼬마야. 정령술 수업을 받으러 가는 거냐?]“뭐, 그렇지.”
“네 정령이 뭐라는데?”
제론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녀석-로한은 가끔 이상할 정도로 정령술에 과도한 집착을 보일 때가 있었다. 정령술 수업도 같이 듣기 위해서 신청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너 사실 정령사가 되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
로한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볼이 씰룩거리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정령사가 되고 싶은 게 맞나 보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제론은 큰 고심을 했다. 녀석한테는 정령과의 인연이 없다.
무슨 말이냐고?
정령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건 또 어떻게 아냐고?
어깨 위에 있는 네로한테 물어봤으니까 아는 것이다.
“무슨 방법 없으려나?”
[하찮은 인간 꼬마야. 네가 특별한 거다. 보통의 사람은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정령과 계약은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다.]“특별한데 하찮다니. 참 오만방자한 정령이네.”
[이 몸은 위대한 어둠의 정령이다. 하찮은 인간과는 격부터가 다르다. 오만방자한 것도 아니고.]네로가 불쾌했는지 긴 꼬리로 제론의 뺨을 탁- 탁- 쳤다.
그래 봐야 아프지도 않아서 내버려 두었다.
[흥!]녀석이 삐졌는지 고개를 홱! 돌린다.
제론은 히죽 웃으며 녀석의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금세 골골송을 부르며 좋아라 한다. 은근히 단순한 녀석이라서 다행이다.
아무튼 단언컨대 로한 녀석은 덕후가 확실했다.
그것도 정령 덕후 말이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그래도 한 번 알아보긴 해야지.’
녀석이 언젠간 은혜를 갚겠지.
제론은 그렇게 생각하며 로한을 쳐다봤다.
“왜?”
“너 잘생겨서.”
“짜식. 넌 역시 좋은 친구다.”
“흠흠. 나는?”
카론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든다.
제론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잘생겼지. 거울도 안 보고 사냐? 이 양심 없는 것들아!”
“…….”
“…….”
카론과 로한은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양심 없다고 하는 거지?
같은 학년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제론이었다.
외모면 외모!
키와 덩치까지!
정작 본인은 모르는 모양인 것 같지만 말이다.
아니.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9살 꼬맹이들한테 그런(?) 감정이 코딱지만큼도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저기 제론 지나간다!”
“어머. 너무 멋져……!”
“저 품 안에 쏙 안기고 싶다.”
제론은 선망 어린 시선을 보내는 9살 꼬맹이들을 외면했다.
‘후우. 풋내 나는 애기들이랑 뭘 하라고.’
현대였으면 이미 잡혀가고도 남았으리라.
* * *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 중간고사가 코앞까지 닥쳐왔다.
학생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와중에서도 여유로운 3인방이 있었으니.
“하암.”
제론이 입을 크게 벌려 하품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품도 기품이 있게 하는 게 귀족의 기본 소양이다.”
“어… 그건 나는 동의 못 하겠는데.”
로한은 볼을 긁적이며 과자를 집어 들었다.
달고나처럼 달콤하고 오독오독 부서지듯 씹히는 과자였다.
들어간 재료는 설탕과 소다가 아니었지만 식감이나 맛은 매우 비슷했다.
“왜지?”
“졸리면 하품이 나오는 게 당연하잖아? 일종의 생리현상인데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걸 어떻게 항상 대비하겠어.”
“그것도…….”
갑자기 설전을 펼치는 9살 꼬맹이 두 명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제론이 혀를 내두르며 시선을 돌렸다. 심심해서 뭐 없나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나가 보였다. 히죽히죽 웃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옆에는 친구로 보이는 몇 명의 소녀들이 있었다.
“응?”
오늘부터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펼치고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입학 이후로 형과 누나를 한 번도 못 봤네.’
학기 초기에 바빴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카데미에서 자체적으로 상위부생이 입학생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놨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족끼리 만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론은 지금 누나한테 가자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