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0)
제 300화
300화
오크군의 공격이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 몰려왔다.
성벽 지척까지 접근한 오크들은 빠른 속도로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병사들이 성벽 위에서 오크들을 밑으로 떨어트리기 위해 창을 찔러 댔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무기가 붙잡혀서 아래로 던져진 병사.
전신이 으깨져 죽는다.
“불칸! ……이 개자식아!”
동료 병사가 분개하며 달려들었지만 돌 틈 사이로 한 손을 넣은 채 성벽에 매달려 있던 오크가 휘두른 무기에 머리를 박살 나 절명했다.
“성벽을 점령당하면 안 된다!”
“끓인 기름을 가져와!”
“이쪽에 한 놈이 성벽 위로 올라왔…… 으악!”
“쿠워어어어-!”
병사들의 방해를 견뎌내고 처음으로 성벽 위에 발을 내디딘 오크가 사나운 포효를 터트리며 주변 병사들을 공격했다.
병사들은 오크를 몰아내기 위해 창을 휘둘렀다.
성벽 위에서 아래를 향해 찔러도 통하지 않았던 공격이 멀쩡하게 두 발로 땅을 내딛고 있는 오크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거대한 도끼가 순식간에 병사들의 머리를 몸과 분리시켰다.
“뒤로 물러나! 놈은 우리가 상대한다!”
“이놈을 상대하는 동안 성벽 아래에서 다른 오크들이 기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성벽으로 올라온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 3명의 기사들이 힘을 합쳤다.
기사들이 오크를 상대하는 동안 병사들이 펄펄 끓는 기름을 가져왔다.
“차합!”
성벽으로 올라온 오크가 기사들의 검에 무너져내렸다.
병사들은 성벽을 타고 올라오는 오크들에게 펄펄 끓는 기름을 부어버렸다.
오크들은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고 있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물며 끓는 기름은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가 아니라 피부 거죽이 튀겨져 버릴 정도로 뜨거웠다.
“크아아아아!”
병사들이 부어버린 끓는 기름에 얼굴 거죽이 튀겨져 버린 오크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성벽을 붙잡고 있던 손마저 놨을 정도였다.
퍽! 퍽!
오크들이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병사들은 환호하며 외친다.
“끓는 기름이 통한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부어버리지 않고!”
“오크 새X들 다 뒤졌어!”
수세에 몰리던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병사들은 끓는 기름을 잔뜩 가져와 모조리 퍼부었고, 오크들은 성벽에 올라오지도 못하고 번번이 떨어져 곤죽이 되어 죽었다.
운 좋게 성벽 위로 올라온 녀석도 있었지만 시기적절한 용병들의 지원이 도착해 큰 피해 없이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으하하하! 기름 맛이 어떠냐? 아주 화끈하지?!”
“방심하지 마! 오크들이 계속 몰려온다!”
“야, 이 새X야!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병력이 적재적소로 배치되자 전투가 막상막하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연합군은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더라도 승기가 오크군으로 확 기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리적 이점을 갖고 싸운 전투에서 패배하여 세인로 도시까지 퇴각한 연합군이다. 수성을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오크군이 진작 도시를 불태우고 있었으리라.
“오크군의 기세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성벽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한 병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휘관이 상황을 확인해보니 진짜였다.
나무의 진액을 빨아먹는 벌레 떼처럼 바글바글 성벽을 타고 오르던 오크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퇴각하는 건가? ……아니야. 성벽이 아니라 다른 곳을 공략하려는 거다.”
지휘관은 빠르게 판단했다.
성벽을 넘지 못한다면 그다음으로 노리는 곳은 하나밖에 없다.
“성문! 성문을 지켜야 한다!”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을 최소한으로 남겨놓고 모두 성문으로 이동시켰다. 지휘관의 판단은 정확했다. 오크들이 공성 무기를 가져와 성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성문이 공격을 받아 크게 흔들렸다. 경첩이 부러질 것처럼 크게 휘었다.
방패병들이 횡렬로 서서 오크들을 막을 준비를 했다.
쾅-!
몇 차례 흔들림이 멎은 뒤 성문이 뚫렸다.
뚫린 성문을 통해 오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마법진을 발동하라!”
지휘관이 외치자 마법사들이 미리 준비해놓은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몰려오던 오크들이 전기에 감전되고 미끄러져 뒤통수가 깨지는 등 온갖 함정 마법진에 당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꺼운 가죽과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태어난 오크들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연합군도 그 사실을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전원 발사!”
방패병 뒤로 배치된 석궁병들이 화살을 날렸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오크들이 고슴도치로 변했다. 석궁병들이 새로운 화살을 장전하는 사이 방패병들 사이로 용병들이 뛰어나갔다.
“돈! 돈이다!”
용병들의 눈에는 오크들이 금화 덩어리로 보였다. 하지만 무척이나 힘이 세고 흉악한 금화 덩어리기도 했다.
고슴도치로 변한 오크들 뒤에서 비교적 멀쩡한 놈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 오크들이 달려오는 용병들을 상대했다.
“취익! 나약한 인간!”
“그 나약한 인간한테 한번 죽어봐라!”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몇 시간에 걸친 접전 끝에 승기가 연합군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짝을 이뤄 흩어진 채 성문의 방어를 맡던 제론과 일행들의 활약으로 오크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작 6명밖에 안 되는 숫자인데 피해가 커봤자 얼마나 크겠냐 싶으리라. 하지만 적…… 그러니까 오크의 입장이 된다면 그런 생각이 쏙 사라질 것이다.
“취…… 취익!”
전사로서 태어나 명예롭게 죽기를 원하는 오크들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웠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녹색 핏물로 젖은 검을 든 사신이 있었다.
사신의 정체는 바로 제론이었다.
제론의 시선이 오크들에게 향하자 놈들이 흠칫 놀라더니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다.
이내 정신을 차린 오크들이 거칠게 콧김을 뿜어내지만 이미 공포로 마비된 두 다리가 앞으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물의 숲에 있던 놈들과는 조금 다르네.”
제론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중얼거린다.
오크들은 제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틀려서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많은 오크가 인간의 언어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배우지 않았지만 인간사회에 어우러져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수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들이 제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다른 의미에서였다.
제론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그놈들은 죽여도, 죽여도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들던데 너희는 왜 그래?”
“취익! 취익!”
오크들은 제론과 가까워지기 싫다는 듯 뒤로 물러난다. 함께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전진하다가 제론과 오크들이 성문을 통과하자 멈춰 섰다. 더 앞으로 나아가면 오크들의 집중공격을 받으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제론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세가 주변 일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오크들은 감히 제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지도 못했다.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아. 너희는 인간의 사회성에 물들었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어.”
오크의 본질은 전사다. 하지만 인간과 오랜 시간 어울려 살다 보니 스스로 알지 못하게 물들고 말았다. 마물의 숲에서 만난 오크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놈들이라서 인간의 사회성에 물들지 않았다. 그 차이가 바로 지금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도망치려고?”
제론의 짧은 한마디가 뒷걸음치던 오크들을 붙잡았다.
전사는 도망치지 않는다.
강한 적과 싸우다가 죽는 건 명예로운 죽음이다.
오크들에게는 가슴 깊숙한 곳에 뿌리박고 있는 본능이었다.
오크의 본능과 인간의 사회성이 부딪쳤다.
승리한 것은 본능이었다.
수십 명의 오크가 불나방처럼 제론에게 덤벼들었다.
오크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그러한 현상은 한 곳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둥-! 둥-! 둥-!
피해가 삽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오크군 진영에서 퇴각 신호가 울렸다.
오크들은 공격을 멈추고 거칠게 콧김을 뿜어내며 물러났다.
“하아. 하아. ……끝난 거야?”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어딜 감히 성안으로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 거냐!”
“푸하하하! 또 쳐들어오면 엉덩이를 발로 뻥! 차 주마!”
병사들은 승리의 기쁨을 즐기다가 긴장의 끈을 놓은 순간 털썩 주저앉았다. 지휘관은 그런 병사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 역시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번째 수성전이 끝났다.
* * *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성문을 보수했다.
오크들이 성문을 부술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 수리에 필요한 재료를 전부 구비해 놓은 상태였다.
전문기술자가 도시를 떠나 없었지만 단순히 성문만 보수하는 것에는 전문가적인 도움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망치와 못으로 나무를 겹쳐 박고 성문에 맞게 자르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성문은 무척이나 겉모습이 허름했지만, 오크의 공격만 막아주면 되기에 상관없었다.
그사이 지휘부가 모여 회의를 나눴다.
“다음 공격은 언제로 예상되는가?”
“으음. 적어도 며칠 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일 뒤로 예상합니다.”
“…….”
사령관이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 서로 다른 대답을 한 참모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오크군의 협력자가 연합군 내부에 있는 마당에 오크들의 행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서 쥐어짜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성안에 비축한 식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최대한 아껴서 먹는다면 7일…… 넉넉하게 배분한다면 3일에서 4일 정도는 먹을 수 있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충분한 양이로군.”
영주가 대답하자 사령관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지원군 도착 예정일은 앞으로 2일 뒤였다. 무슨 일이 생겨서 도착이 지연되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식량이 넉넉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입니까?”
“물이 하루나 이틀이면 동날 겁니다.”
천연요새라 불리는 마리온 왕국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산악지대에 위치한 도시와 마을은 비가 오면 산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을 퍼다 나르거나 우물을 파서 물을 고이게 만들어 물을 공급한다.
평소에는 그런 시기를 잘 따져서 물을 저장해놓지만 오크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시민들이 대피하며 저장을 하지 못했다. 또한 최근 1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나무나 식물들은 뿌리를 깊게 내려 수맥을 찾아간다지만 세인로 도시에서는 함부로 땅을 팔 수 없었다.
아니.
땅을 파서 나온다면 과감하게 팠겠지만, 엄청 깊게 파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하지 않은 것이었다.
“우선은 최대한 물을 아끼면서 버티는 쪽으로 갑시다.”
사령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오크군을 물리쳤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구나.’
신께서 연합군의 패배를 원하시는 것처럼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