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1)
제 301화
301화
세인로 도시에 물이 부족한 상황을 알고 있는 건 연합군 측만이 아니었다.
오크군 역시 그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바로 인간 협력자의 존재 때문에.
우르쿠가 턱을 쓰다듬으며 묻는다.
“……그래서 그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물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병사들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면 탈수로 빠르게 지쳐갈 것이고, 그때를 노리고 공격하면 손쉽게 세인로를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로브의 사내는 말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세인로 도시를 공격한 것도 본래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당연했다.
천연의 요새 마리온 왕국에서도 가장 공성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세인로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인 유일무이한 도시 성.
오크가 제아무리 대단한 전사라고 해도 수만의 병사들이 잔류하고 있는 도시 성을 한 번에 공략하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내부 조력자들의…….”
“그렇게 하겠다.”
“……네?”
로브의 사내는 우르쿠가 순순히 따르겠다고 하자 당황했다.
우르쿠가 긴 송곳니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나는 다른 하이 오크들과 다르다. 대부족 발자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몸. 전사들의 명예는 존중하나 무조건 따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왜……?”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법이니까.”
로브 속에서 사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돌격한 게 아니었다고?’
오크군의 피해는 무려 수천 명에 달했다.
현 병력의 30프로에 달하는 엄청난 타격!
그것을 생각하면 솔직한 마음으로는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전사로 태어난 오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진실로 적의 전력을 알아내기 위해 공격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인간 군대가 마리온 왕국으로 오고 있다. 지금쯤이면 국경을 막 넘었을 테지.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세인로를 정복해야 한다.”
“……!”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마리온 왕국의 국경을 넘었을 정도라면 이미 소식이 전달되었어야 했다. 어젯밤에도 통신을 할 때 그것과 관련된 말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구, 군대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3만에서 4만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로브의 사내는 크게 안도했다.
4만 명의 병력이라면 전쟁의 판도를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우르쿠의 뒷말을 듣자 왜 그가 오크군의 전력 30프로를 소모하면서까지 무리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 서대륙의 전쟁영웅 퓨리온 공작이라고 하더군.”
“퓨, 퓨리온 공작이 말입니까?!”
* * *
해가 하늘의 가운데로 움직였을 무렵 세인로 도시의 재정비가 끝났다.
일부 성벽이 부서진 곳도 있었지만 그러한 부분이 크지 않아 수성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아니었고, 재료를 조달하는 것도 어려워서 방치했다.
그 대신 보초병을 추가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거기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왜 우리가 보초를 서야 하는 거냐고.”
보초병의 역할에 당첨된 용병들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병사들이 많이 죽거나 다쳐서 보초를 설 인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용병들의 반응은 투덜거리거나 작은 불만으로 끝났다. 또한 그런 불만이 커지지 않도록 지휘부에서 의뢰에 추가조건을 걸어 대처했다.
“뭘 그렇게 투덜거려? 이렇게 가만히 잠깐 서 있기만 해도 5실버를 준다잖아. 일주일만 해도 35실버야. 어디 가도 이렇게 쉽게 돈 못 벌어.”
“그래서 투덜거리기만 하고 있잖아. 이렇게 웃으면서.”
“이제 보니까 미친놈이었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전쟁터에 와?”
용병들이 낄낄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성벽 순찰을 돌던 당직사관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혀를 차더니 다가가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건 좋지만…… 너무 큰 목소리로 떠들지는 말아주십시오. 혹시나 오크들이 근처까지 다가오더라도 못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조심하죠.”
“야 인마. 내가 투덜거리지 말라고 했잖아.”
당직사관은 용병들이 옥신각신거리기 시작하자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말한다고 들을 용병들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저들을 보초병으로 써먹지 평상시라면 어림없는 소리였다.
만약 지휘관 급이 이러한 광경을 목격했다면 큰일 났다.
‘나도 경책輕責을 받았겠지.’
당직사관은 다시 한번 용병들에게 당부하고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그가 사라지자 용병들은 다시 낄낄거리며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분 뒤 교대시간이 되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
“여. 왔냐.”
“크크크. 고생했다. 무슨 일은 없었고?”
“아무 일도 없었어. 뭐…… 오크군도 피해를 수습하느라 바쁘겠지.”
용병들이 인수인계를 하는 사이 성벽 아래로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접근했다.
보초병의 경계가 가장 소홀한 교대시간을 노린 것이다.
그림자는 빠른 속도로 성벽을 타고 올라갔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기라도 했는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용병들의 사각지대로 성벽을 넘어간 그림자는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병사들과 용병들의 시선을 피해 허름하고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 한 남자가 그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몸 주위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마나의 기운으로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
그림자와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정보를 교환했다. 본래라면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바로 퓨리온 공작 때문이었다.
서대륙의 전쟁영웅이자 대륙 최강의 오러 마스터인 그가 급작스럽게 남대륙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물의 숲을 통과하며 오크들과 마찰을 빚지 않았다면 페로쉐 왕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고작 며칠의 차이에 불과했겠지만 오크군이 마리온 왕국까지 진격한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리라.
“……?”
“……!”
그림자와 남자는 정보를 교환하던 도중 의견이 엇갈렸는지 턱의 움직임과 몸짓이 커졌다. 하지만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윽고 합의점을 찾았는지 고개를 끄덕여 대화를 마친 그림자와 남자가 주변을 확인하곤 빠르게 건물을 벗어났다.
잠시 후, 제론이 건물 천장에서 내려와 착지했다.
“재밌는 이야기네.”
* * *
베캄은 제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
“오크군이 새벽에 기습을 한다고요?!”
“네. 제가 들은 게 확실하다면요.”
“아론 경께서는 어디서 그 말을 들으셨습니까?”
제론이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말콤의 부하들에게 마법사들을 은밀하게 감시하라고 지시했으며, 오크군의 협력자로 의심되는 자가 움직이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자가 다른 마법사들 몰래 어딘가로 간다는 말을 듣고 몰래 따라가 잠입했습니다. 그랬더니 몇 분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자가 건물로 들어오더군요.”
“혹시 오크군 협력자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요?”
“마법사 가이스 킨이었습니다.”
“가이스 킨이라면…… 마법병단 부단장?!”
베캄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법병단 부단장이라면 결코 낮은 직위의 인물이 아니었다. 또한 남대륙 3대 마탑 중 한 곳인 황탑의 부탑주 바르손의 제자였다. 그가 오크군의 협력자라면 황탑 역시 오크군과 접점이 없다고 보기 힘들었다.
“최악의 경우 황탑이 오크군과 동맹을 맺었다고 보면 되겠군요. 하지만 이 말을 지휘부에서 믿을까요?”
“믿지 않는다면 믿게 만들어야죠.”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새벽에 오크군의 기습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면 돼요.”
“안 믿을…….”
베캄은 무심코 중얼거리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제론이 기습예고를 해줬는데도 믿지 않는다면 연합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럼 진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겠군요.”
베캄이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제론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부가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다.
* * *
베캄이 바로 사령관과 면담을 요청했다. 때마침 회의가 끝나 쉬고 있던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면담이 의아했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했습니다.”
그가 제론에게 들은 바를 일부 전했다.
사령관은 표정을 구긴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베캄의 말이 믿기 힘들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열악해진 까닭이 오크군의 협력자가 연합군 내부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불신하지도 못했다.
“새벽에 오크군의 기습이 있을 예정이라.”
한참을 중얼거리던 사령관이 참모들을 불러들였다. 흩어져서 개인적으로 정비 시간을 갖고 있던 참모들이 서둘러 사령관의 막사로 모여들었다.
“페리칸 공이 안 왔는데?”
“아직 전달이 안 됐나?”
참모들 중에서 1명이 도착하지 않았다. 참모들이 그를 부르기 위해 병사들을 보내려고 할 때 사령관이 그것을 막았다.
“내가 부르지 말라고 했네.”
“예?”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이마의 주름을 깊게 만든 채 사령관이 말하자 참모들은 긴장했다.
“페리칸이 과거에 황탑 소속이었다고 들었는데, 맞나?”
“예. 황탑의 부탑주인 바르손의 제자라고 들었습니다.”
“마법병단 부단장 가이스 킨은?”
“……그와 동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 참모가 머뭇거리면서 대답하자 사령관은 눈가를 찡그리며 묻는다.
“이거 우연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는가? 황탑의 부탑주 바르손의 제자들이 참모와 마법병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다는 것을.”
사령관이 묻지 않았다면 참모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황탑은 남대륙의 3대 마탑이었다.
마법이라는 학문을 배웠다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출중한 능력까지 갖췄다면 높은 직위에 오르는 건 일도 아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사령관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 참모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그 두 명이 배신자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
다른 참모들이 놀라 그를 쳐다봤다.
배신자라고 함은 연합군 내부에 존재하는 오크군의 협력자를 일컫는다.
그 숫자가 한두 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참모 중에서 1명과 마법병단 부단장이 배신자일 줄은 몰랐다.
참모들은 침착을 되찾고 사령관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모들의 속이 빠르게 타들어 갔다.
“그 제보를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보의 진실 유무를 판별하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를…….”
“페리칸 공이 오크군에 협력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가 연합군을 위해…….”
“설마 황탑이……?”
사령관은 가늘게 눈뜨며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참모들을 유심히 살폈다.
베캄이 알려준 배신자의 이름은 마법병단 부단주 가이스 킨이었다. 페리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황탑 부탑주 바르손의 제자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배신자가 가이스 킨 혼자일 리가 없다.’
페리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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