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2)
제 302화
302화
사령관의 막사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 사이 제론은 모두를 불러 모았다. 말콤의 부하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잡담을 멈추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오크군의 기습이 있을 예정이야.”
“미리 준비해야겠군요.”
말콤의 부하들은 의심의 기색 하나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남은 시간은 대략 5시간에서 8시간 사이.
“저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이전처럼 두 명을 보조해줘.”
“알겠습니다.”
말콤의 부하들은 수성전 당시 메이엔과 로건을 보조했다. 마녀의 비술을 펼칠 동안 무방비 상태에 빠지는 메이엔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 로건은 애당초 전투 인원이 아니었으니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메이엔의 비술은 위력적이다. 발동된 순간 수많은 오크들이 죽어 나간다. 오크군의 목표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말콤의 부하들은 그녀를 죽이려 몰려드는 오크군을 막아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싸워도 부족했다.
말콤의 부하들의 안색이 어둡게 물들자 제론이 말했다.
“이번에는 에르딘과 로레인도 같이 있을 거야.”
“어? 저희도요?”
“수성전에서 화려하게 활약을 하는 바람에 주변 시선이 많아졌어.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나와 쟌느가 조용히 움직이려면 너희 둘도 남아 있어야 해.”
“으음. 알겠어요.”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럼 새벽이 오기 전까지 다들 개인 정비를 확실하게 해둬.”
사령관에게 받은 포션들을 꺼내 일행들에게 분배했다.
상처 치료 포션과 마나 포션을 각기 2개씩 나눠줬다.
“1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비상용이야. 여분의 포션이 많지 않으니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아껴 써.”
“알겠습니다.”
“식량도 하루나 이틀 치는 챙겨두고.”
“세인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상황도 염두에 두신 겁니까?”
“응. 최악의 경우지만 말이야.”
사실 제론과 일행들이 전력을 다한다면 오크군을 막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불리한 전황을 승리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을 드러냈다간 경각심만 심어주는 꼴이 된다. 게다가 아인호르타하라는 정체불명의 강력한 적이 남아 있는 이상 함부로 틈을 보일 수 없었다.
“그럼 다들 볼일 봐. 말콤에게 연락이 오면 말해주고.”
“알겠습니다.”
제론이 손을 흔들자 말콤의 부하들이 물러났다.
일행들은 남아서 잡담을 나누다가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말했다.
“연합군이 패배하면 우리에게도 안 좋은 일이 아닐까요?”
“안 좋지.”
제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힘을 쓰지 말라고 덧붙였다. 에르딘은 그가 무슨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는 메이엔이 묻는다.
“만약 세인로가 무너진다면 어떡할까요?”
“……연합군이 퇴각한다면 함께 합류하고, 그럴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끼리 따로 움직이는 걸로 하죠.”
제론이 잠시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연합군과 함께 다니는 건 내부의 정보를 알아내는데 쉽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행동의 제약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세인로가 무너진다면 연합군은 오합지졸이 되거나 와해될 확률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군과 함께 움직인다는 선택지를 먼저 말한 것은 오크를 움직이게 만든 놈들에 대한 실체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위의 이유 때문에 행동의 제약을 받으며 연합군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 * *
“마이얀이 당했어.”
메이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곧 아인호르타하의 찡그려진 눈매를 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다리를 꼬았다.
‘어휴. 무서워 죽겠네.’
아인호르타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로 변해갔다. 무슨 말이냐고 물어봐도 메이란이 가진 지식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그런 변화였다.
‘그건 둘째 치더라도 조직이 거의 다 망해가잖아?’
중요한 사실은 이거다.
간부가 죽어가며 점조직 간의 연결수단이 사라졌다. 조직의 비호와 지원을 받아 전 대륙에서 활동하던 점조직이 한순간에 독립적인 세력으로 변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던 마이얀이 죽으면서 남대륙의 3대 마탑과의 연결점까지 끊어졌다.
이제 조직에 남은 것은 메이란 자신의 개인세력과 아인호르타하가 알려주지 않은 비밀세력이 전부였다.
보물이나 재력은 충분했지만 인력난이 생겨버린 것이다.
‘누가 알았다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비웃었겠지.’
그 강대했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이런 허접쓰레기처럼 변해버렸으니 말이다.
“……뭐라고 말 좀 해줘. 이러다가 당신의 염원도 망치는 거 아냐?”
“내 염원?”
“신화시대의 재림 말이야!”
“아아. 그것 말인가? 잠시 잊고 있었다.”
아인호르타하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이란의 표정이 찰나의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가 본래대로 돌아갔다.
‘잊고 있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인호르타하는 망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불멸자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 존재에게 망각이라는 신의 축복은 내려지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인가?’
아니면 마음이 바뀌어 더 이상 신화시대의 재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인지, 그럴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이대로 흘러가게 두면 된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거대한 혼돈이 전 대륙을 뒤덮을 때가 오리니. 그날이 도적처럼 이르리라.”
“그 말은…….”
메이란이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아인호르타하의 마지막 말.
그것은 대륙의 모든 교단에서 전해져오는 종말의 예언이었다.
‘신화시대를 재림시킨다는 게 이런 말이었어?’
거대한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 * *
새벽이 왔다.
보초병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성벽으로 갔다.
“하암. 피곤해. 자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얼른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나도 전쟁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근데 오크군이 이겨도 문제야. 우리 다 죽는 거잖아?”
“뭐…… 항복하면 절반은 살려준다고는 하던데.”
“어? 진짜?”
“오크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진짜이긴 할 텐데 그 절반에 우리가 포함이 될지, 포함이 안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 게다가 우리 가족들은 다 죽을 텐데 혼자 살아남아서 뭐 해?”
“그것도 그러네.”
보초병들은 잡담을 나누며 성벽으로 올라가 전 번초와 만나 인수인계를 했다.
“그럼 수고들 해.”
“어. 고생했…… 어? 야야! 잠깐만!”
인수인계를 끝내고 내려가던 전 번초들을 보초병들이 불러 세웠다.
전 번초들이 다시 올라와 묻는다.
“무슨 일인데?”
“어, 어버버……!”
보초병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순간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인 전 번초들은 보초병들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며 외쳤다.
“오크! 오크군이 쳐들어온다!”
“어버버 하지 말고 빨리 호각 불어! 젠장! 내놔! 내가 불 테니까!”
보초병들에게서 호각을 뺏어 든 전 번초가 숨을 크게 마시고 뱉어냈다.
삐이이이이-!
* * *
녹색 물결이 성벽으로 밀려왔다. 사방에서 켜진 횃불이 녹색 물결의 일부를 비추자 흉악한 오크군의 모습이 드러났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불빛에 번들거렸다.
성벽 위에서 활에 시위를 걸고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던 궁병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설마 기름을 끓여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오크군의 기습을 대비해 상시로 대기 중이던 병력이 아니었다면 허망하게 성벽과 성문을 내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시라도 빨리 오크한테 활을 쏴서 죽여도 모자랐다.
그런 궁병들의 생각을 알았는지 지휘관이 명령을 내렸다.
“발사!”
투두두두두-!
궁병들이 걸었던 시위를 놓자 화살들이 날아갔다.
“쿠오오오-!”
오크들 사이로 배틀 크라이가 터져 나왔다. 온몸에서 푸른 기운이 피어오르며 오크들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거나 무기로 쳐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궁병들의 안색이 초췌해진다. 하지만 연달아 발사된 화살들이 오크들을 하나둘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발사!”
“전열 후퇴! 재장전!”
“발사!”
궁병들은 빠르게 시위를 걸고 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오크들이 성벽까지 접근하는 걸 막아내지 못했다.
“창병들은 오크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용병들도 창병들을 도와서 오크들을 상대해!”
사방에서 고함 소리가 오가는 사이 오크군이 성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성벽으로 합류하지 못한 병력이 많아서 오크군을 저지하지 못해 엄청난 숫자의 오크들이 성벽에 달라붙었다.
지휘부는 마법사들이 설치한 마법 트랩을 발동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마법 트랩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으악!”
쾅-!
오히려 폭발을 일으켜 아군을 다치게 만드는 마법 트랩도 있었다.
“마법 트랩이 왜?”
그런 이상 현상에 당황한 참모 페리칸이 마법병단 단장을 찾아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하지만 마법병단 단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실제로 그가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마법 트랩 설치를 주도한 것은 부단장 가이스 킨이었으니까.
“……설마!”
페리칸은 마법병단 부단장 가이스 킨이 며칠 전에 자신을 찾아와 한 말이 떠올랐다.
-전쟁이 이런 흐름대로 흘러간다면 연합군은 패배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당시에는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생각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곤 돌려보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알 수 있었다. 놈이 마법 트랩에 이상한 짓을 한 것이다.
“옛날부터 음험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거늘!”
분노한 페리칸이 가이스 킨을 찾아갔다. 놈이 있을 만한 장소는 한 곳밖에 없었다. 오크군 진영과 정면으로 위치한 남쪽 성벽이었다.
한편 오크군은 지난 수성처럼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장식처럼 세워두기만 했던 공성 병기를 사용했다.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덩이가 날아와 성벽을 때렸다.
쾅-!
돌덩이에 맞은 성벽이 엄청난 굉음을 터트리며 일부가 허물어졌다. 오크들을 향해 화살을 쏘던 궁병들이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투석기의 공격은 1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돌덩이를 계속 날려 허물어지기 시작한 성벽을 집중해서 공격했다.
“젠장! 저 투석기 좀 어떻게 해봐! 이대로는 성벽이 무너지겠어!”
“어, 어어! 돌덩이가 날아온다!”
성벽이 반쯤 허물어졌을 무렵 발리스타 설치가 끝났다.
발리스타를 빠르게 장전해서 투석기를 향해 쐈다.
콰드득!
투석기가 박살 나자 모두가 환호했다.
“하나 더! 투석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투석기를 장전하고 있습니다!”
“발리스타, 발사!”
발리스타에서 화살이 쏘아졌다.
화살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투석기를 향해 날아갔다.
“좋았……?”
화살이 투석기에 닿기 직전.
한 오크가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크라라라라라-!”
오크군의 총지휘관 우르쿠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