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3)
제 303화
303화
“크라라라라라-!”
우르쿠의 포효가 전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오크군의 사기와 전투력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전의 배틀 크라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한 효과였다.
오크군이 전보다 더욱 빠르게 성벽을 타고 올라갔다. 몇 명의 오크가 성벽 위로 올라가 병사들의 사지를 잡아 뜯었다. 굶주렸는지 그 자리에서 살점을 뜯어먹는 오크도 있었다.
발사속도가 빨라진 투석기의 돌덩이가 성벽을 강타했다.
성벽이 돌덩이 크기로 허물어지며 그곳을 통해 오크들이 몰려들었다.
한편 우르쿠의 포효를 들은 제론이 성벽을 올라오던 오크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달려갔다. 저 멀리 우르쿠의 모습이 보였다. 놈의 몸속에 흐르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본 오크들 중 제일 강한 놈이야.’
기운만 두고 비교하자면 퓨리온 공작보다 윗줄이었다. 하지만 그가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크의 강함과 인간의 강함은 단순히 지닌 힘으로 비교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물론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마물의 숲에서 에르딘이 슈롬벨 백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하이 오크와 싸워 승리한 것처럼 말이다.
‘이곳에서 저 녀석을 상대할 만한 실력자가 없다는 건 맞지만.’
에르딘과 쟌느가 합공을 해도 안 될 것이다. 로레인은 아직 자신의 힘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서 방해만 된다.
“취익! 인간!”
“거추장스럽게 달라붙지 마.”
제론은 거칠게 콧김을 뿜어내며 달려오는 오크를 베어내고 우르쿠를 바라봤다.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녀석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제론과 우르쿠의 시선이 마주쳤다.
* * *
“크릉!”
우르쿠는 콧잔등을 씰룩거렸다. 성벽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을 마주한 순간 시선의 주인이 엄청난 힘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대부족장 발몽크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퓨리온 공작만 위협이 되는 게 아니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온지……?”
“인간 연합군에 엄청난 전사가 있다. 대부족장 발몽크를 떠올리게 만든다.”
로브의 사내는 몸을 움찔 떨었다.
발몽크는 투신 발자크 이후로 역사상 최강의 하이 오크라고 칭송받는 존재였다. 오크군이 결성된 것도 그의 반대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자랑했다.
그런 존재를 떠올리게 만드는 강자가 연합군에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영향력을 말하는 건 아니리라.
‘설마 그때 그자인가?’
짐작되는 인물이 있다. 우르쿠가 새로운 오크군 총지휘관으로 오기 전, 케루타가 이끌던 오크군은 퇴각하던 연합군을 추격하던 도중 기습을 받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이 오크 10명이 모두 같은 사람에게 쓰러졌다.
로브의 사내는 그자를 보았다.
심지어 처음이 아니었다.
케루타 이전 투캉쿠의 목숨을 앗아간 존재.
무지막지한 오러 블레이드를 날린 바로 그였다.
‘만약 퓨리온 공작까지 도착한다면.’
오크군은 마리온 왕국이라는 드높은 벽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반드시 퓨리온 공작이 도착하기 전에 세인로를 무너트려야 한다.
* * *
‘나서지는 않는 건가?’
제론이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일부러 기운의 일부를 흘려서 우르쿠를 도발했는데도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확실히 마물의 숲에서 만난 오크들과는 달랐다.
‘어쭙잖은 도발은 소용없다는 거지.’
사실 투석기의 공격으로 남쪽 성벽이 반쯤 허물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우르쿠를 도발하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연합군 내부에 숨어 있는 배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우선 배신자부터 처리해야지.’
제론은 은밀하게 움직이며 오크의 목을 따고 있던 쟌느에게 신호를 보냈다.
애당초 에르딘과 로레인을 함께 움직이게 만든 이유가 시선이 주목되는 것을 최소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연합군의 배신자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면 제론의 일행들을 주시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처럼 오크군의 맹공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지금이 쟌느가 움직이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알겠어.’
쟌느는 제론의 신호를 접수하고 유유히 성벽을 벗어났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마법병단 진영.
바로 배신자 가이스 킨의 목을 따러 가는 것이다.
‘저쪽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제론은 쟌느의 기척이 사라지자 관심을 끊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라면 잘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쪽만 신경 쓰면 되는 건가?’
현재 연합군은 고립된 상태다.
오크군에게 포위되어 모든 정보가 차단됐고 보급품 역시 지원받는 건 불가능했다.
사실 지금 상황만 해결하자면 제론이 나서서 우르쿠를 처치해도 된다.
‘지금 상황만 해결한다면 말이지.’
오크군은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였다.
폭주 기관차를 멈추려면 앞의 선로를 없애거나 연료가 전부 소진되길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미사일을 날려서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세인로를 포위하고 있는 오크군이 작은 폭주 기관차에 불과했다.
더욱 크고 거센 화력의 폭주 기관차가 몰려올 것이다.
‘퓨리온 공작과 말콤이 온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거야.’
다른 대륙의 원조로는 한계가 있다. 대륙을 종단하는 시간만 한세월이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전부 이용한다고 해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그사이에 오크군이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고 있을 리가 없다.
제론은 그런 생각을 이어가며 반쯤 허물어진 성벽을 뛰어넘어 내부로 침투하는 오크를 베어냈다. 오크들의 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제론을 중심으로 병력이 모여들었다.
“역으로 공격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검강을 길게 뽑아 참격을 날렸다.
반쯤 허물어진 성벽이 두부처럼 썰려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오, 오러 블레이드!”
“마스터! 오러 마스터다!”
“아군의 오러 마스터가 오크들을 물리치고 있다!”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고함이 사방에서 난무했다.
성벽 위에서 제일 먼저 반응이 돌아왔다.
병사들과 용병들이 성벽 위로 올라온 오크의 안면에 칼과 창을 꽂아 넣어 떨어트렸다. 얼굴 혹은 머리를 잃은 오크의 시체가 성벽 밖으로 떨어졌다. 성벽을 타고 올라오던 오크들이 동료의 시체에 맞아 함께 추락했다.
“이곳을 지켜주십시오! 무너진 성벽을 임시로 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제론이 지휘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성벽이 무너진 이상 오크들의 집중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임시로 보수할 여유 따위는 없다.
“예? 그럼 어떻게……?”
“혼자서 막을게요.”
“그건 말도 안 됩니다!”
“후방에서 궁병이 보조해준다면 가능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말다툼을 할 시간이 있습니까?”
제론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묻자 지휘관이 입을 다물었다. 이런 말다툼을 할 시간에 도시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오는 것이 맞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가 병사들을 이끌고 올 때까지만 버텨주십시오.”
제론은 대답 대신 앞으로 달려가며 오크들을 베어냈다.
* * *
오크군의 공격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은 제론이 있는 성벽뿐만이 아니었다.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 성벽에서도 오크군이 몰려들었다. 녹색의 물결이 땅을 완전히 뒤덮었다. 성벽을 타고 오르다가 죽은 오크들의 시체가 쌓여 계단이 되었다.
그 높이가 성벽에 이를 정도가 되자 하이 오크들이 나섰다.
“부족 캉쿵의 9번째 이빨 쿠마르가 간다.”
“부족 구크룽의 7번째 이빨…….”
하이 오크들은 자신의 무기를 손에 들고 시체의 산을 밟으며 뛰었다.
궁병들의 화살이 몸에 꽂혔지만 하이 오크들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마침내 성벽 위로 올라간 그들은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다.
창병들이 무기를 휘둘렀지만 하이 오크의 공격 한 번에 모조리 날아가 성벽 아래로 떨어져 피떡이 되었다.
“쿠오오오-!”
“크와아앙-!”
하이 오크들은 배틀 크라이를 터트려 오크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끌어 올렸다.
반대로 연합군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커헉!”
“X…… X발! 내가 여기서 죽을 줄이……야…….”
“크르릉-!”
하이 오크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연합군 병사의 시체를 들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려던 순간 성벽 아래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는 것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크릉?”
하이 오크는 콧김을 뿜었다.
무언가에 붙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뚜둑-!
이내 반대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정확하게 한 바퀴.
하이 오크의 생명력이 다른 오크나 인간에 비해 뛰어나다고 하지만 머리가 한 바퀴 회전하면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몰라! 갑자기 오크의 머리가 돌아갔어!”
병사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마법이다.
마법이 아니고서는 설명하지 못할 상황이다.
“마법병단이다! 마법병단이 오크군을 몰아내고 있다!”
“역시 마법사님들이야!”
배틀 크라이와 하이 오크의 활약에 사기가 크게 꺾였던 연합군이 다시 기세등등해져서 오크군과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현상의 진실은 마법병단의 힘이 아니었다.
“후우우……!”
메이엔이 길게 숨을 흘려보내며 사역마들을 마음껏 날뛰도록 풀어놨다. 병사들이 죽지 않도록 수십 개체의 전투 사역마를 전부 컨트롤하는 건 그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순히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컨트롤하는 사역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정신력의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얼굴이 땀범벅으로 물들었다.
말콤의 부하들이 그런 메이엔을 지키기 위해 오크군과 싸웠다.
로건은 말콤의 부하들에게 신성 마법을 걸어 보조했다.
한편 다른 성벽에서도 에르딘과 로레인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크의 숫자가 너무 많아.’
오크군의 공세가 엄청난 탓에 쉴 새 없이 창을 휘둘렀다. 제 힘을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는 로레인도 신경 써야 했다.
“악!”
“로레인!”
갑자기 들려온 로레인의 비명 소리에 놀란 에르딘이 한눈을 팔았다.
그 순간 하이 오크가 도약해서 성벽을 뛰어넘어왔다.
에르딘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하이 오크가 떨어지며 거대한 도끼로 자신과 로레인을 내려찍으려 했다. 도끼의 날에는 몸에서 옮겨간 푸른 기운이 오러 블레이드처럼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재빨리 창을 회전시켜 하이 오크의 공격을 쳐냈다.
“큭!”
충격을 완전히 흩어버리지 못해 전신으로 퍼졌다. 배 속이 울렁거리며 시큼한 위액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억지로 삼켜내며 로레인을 옆으로 밀어냄과 동시에 하이 오크를 향해 신법을 펼쳤다.
“크릉?”
“하이 오크는 취익-이라고 안 하냐!”
에르딘의 창이 하이 오크의 어깨에 구멍을 만들었다.
심장을 노렸지만 놈이 반응해서 피한 것이다.
“윽?”
에르딘은 하이 오크의 어깨를 관통한 창을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놈이 어깨에 힘을 줘 단단히 고정시킨 것이다. 이윽고 거대한 도끼가 그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려고 떨어졌다.
“……!”
에르딘은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에 하이 오크의 비릿한 미소가 비쳐졌다. 그러나 곧 그 미소가 사라졌다.
쩌억!
에르딘의 발이 하이 오크의 턱을 가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