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4)
제 304화
304화
하이 오크의 턱이 90도 돌아갔다. 동시에 거대한 도끼가 에르딘의 머리카락 몇 올을 잘라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큰일 날 뻔했네.’
에르딘은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쓸며 진각을 밟았다.
쿵-!
발이 땅에 깊게 박히며 하체가 단단히 고정됐다.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하이 오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득!
주먹이 복부를 가격하며 갈비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
하이 오크의 눈이 2배로 커지며 숨을 멈춘다.
어깨에 박혔던 창을 뽑으며 몸을 회전시켰다. 반동을 이용해 회전력을 더하여 허공에 뜬 채 창을 찔렀다.
창이 하이 오크의 목을 꿰뚫었다.
놈의 눈이 회색빛으로 물들며 무너져 내렸다.
에르딘은 바로 몸을 돌려 로레인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까 들려온 비명 소리가 신경 쓰인 탓이다.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다른 오크들을 상대해!”
로레인이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외친다.
그녀의 발치에는 그녀의 입에서 비명을 끄집어낸 존재가 머리를 잃은 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가 없지만 평범한 오크가 아닌 하이 오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에르딘은 잠깐 고민했다.
정말로 잠깐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짧은 시간 고민을 하고 성벽 위로 달려갔다. 오크군이 성벽을 점령하기 직전이었다.
‘이번에는 힘을 숨기라고 하지 않으셨지.’
전력을 다해서 싸우라는 것은 아니리라.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해도 괜찮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파츠츠.
뇌기를 끌어올리자 발 주변으로 전기불꽃이 튀었다. 그의 몸이 번쩍거리며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곤죽이 되도록 두드려 패던 오크들이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에르딘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 외쳤다.
“취익! 어ㄷ……!”
“시끄러.”
에르딘은 오크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창을 크게 휘둘러 공격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한 번에 베어냈다.
십여 명의 오크가 목이 잘려나가며 단면에서 피 분수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오크들이 전부 죽었어!”
“아군이다! 오러 마스터의 지원이다!”
오크들에게 학살당하던 병사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의 반전에 당황했지만 적이 아니라 아군의 오러 마스터라는 사실을 깨닫곤 필사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반격에 나섰다.
“오러 마스터가 오크들을 학살한다!”
“지금이 기회다! 오크들을 몰아내!”
“우측 성벽에서 5명의 오크들이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궁병들은 화살을 아끼지 말고 계속 쏴!”
“상체를 노리지 말고 하체를 노려!”
사기가 높아진 병사들이 성벽에서 오크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기회다.’
에르딘이 창강을 실처럼 가늘게 수십 줄기로 뽑았다.
그 길이는 무려 5미터를 넘어설 정도였다.
창의 궤적을 따라 수십 줄기의 창강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언뜻 먼지떨이처럼 보이겠지만, 그 먼지떨이가 두꺼운 강철조차 두부처럼 잘라낼 정도로 엄청난 절삭력을 갖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먼지떨이가 아니라 재앙이다.
오크들은 전사의 명예를 잊어버린 것처럼 도망쳤다.
실제로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지만, 수십 줄기의 가느다란 창강이 뿌려지는 범위가 5미터를 넘다 보니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크들은 에르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발을 휘감고 있는 뇌기가 에르딘의 기동력을 압도적으로 끌어 올려줬기 때문이었다.
오크들의 눈에는 에르딘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병사들은 오죽하겠는가?
“젠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크들을 깡그리 쓸어 담을 기회라는 건 알 수 있다고!”
“후방에서 지원이 도착했습니다!”
전투준비를 끝낸 병사들이 도착했다.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 * *
“끄륵. 끄륵.”
제론은 검을 크게 털어내고, 쓰러져 피를 게워내고 있는 하이 오크의 목을 쳐냈다. 목이 잘려나간 하이 오크의 눈빛이 검게 죽으며 오크군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
‘물러날 낌새는 보이지 않네.’
공성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예상된다.
연합군 2차 지원군이 도착한다면 세인로의 부족한 물자가 채워지고 방어가 더욱 두터워진다. 뿐만 아니라 퓨리온 공작과 말콤까지 도착한다면 함락시키는 게 불가능해진다.
전쟁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연합군만 불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크군은 짧은 시간 내에 세인로를 함락시켜야 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제론이 우르쿠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저 녀석이 나서지 않는다는 건 마리온 왕국을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우르쿠는 제론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위협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건가.’
차악이라고 하지만 사실 오크군의 입장에서만 그러할 뿐이지 연합군에게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지금까지 사상자만 1만 명에 달한다.
이번 전투가 끝나고 새로 집계를 한다면 수만 명에 달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군이 마리온 왕국을 포기하고 다른 왕국을 노린다면 연합군은 오크군을 막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병사들은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이동한다.
말인즉슨 제대로 싸우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피로에 쌓인다는 것이다. 기껏 오크군을 막으러 갔는데 무기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또한 식량 보급도 큰 문제였다.
세인로도 오크군에게 포위되며 식량보급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남아 있는 식량이 여유가 있어서 아직까지는 제대로 보급하고 있지만 며칠 뒤라면 빵 1개도 겨우 내어줄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식수도 거의 다 떨어져 가고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신자의 존재지.’
세인로에 있는 배신자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체를 감춘 채 잘 숨어 있거나 외부에서 오크군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놈들도 있다.
배신자를 색출해서 제거하지 못한다면 지금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
‘연합군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지.’
더군다나 황탑이 오크와 손을 잡았다면 황탑과 관련된 모든 마법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닥쳐온다.
불신이 쌓인 연합군은 구심점을 잃고 오합지졸로 전락해버린다.
생각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오크들을 베어내던 제론의 시야에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기사가 보였다.
“……저 기사라면 구심점이 되기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
제론은 기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혹시 꿈을 이뤄볼 생각 있으십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용사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베캄이 눈을 끔뻑끔뻑 떴다.
* * *
쟌느는 성벽에서 이탈해 마법병단의 주둔지로 향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법병단의 주둔지를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바로 참모 페리칸이었다.
“크악!”
페리칸은 가이스 킨의 마법 공격에 적중되어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런 페리칸을 비웃으며 가이스 킨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게 왜 내 말을 듣지 않았어?”
“쿨럭! 쿨럭!”
장기가 상했는지 페리칸이 피가 섞인 기침을 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잖아. 연합군이 패배한다고 했잖아.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왜 내 충고를 무시한 거냐고!”
“미……친놈!”
“크큭! 미친놈이라고 불러도 좋아. 하지만 이걸 알아야지. 역사는 본래 승자의 것이라는 걸 말이야.”
가이스 킨은 페리칸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해 마법을 캐스팅했다.
3써클 화염 주문 파이어 볼이었다.
파괴적으로 이글거리는 화염구가 가이스 킨의 손바닥 위에 만들어졌다.
5개의 써클을 엮은 가이스 킨이 캐스팅한 마법인 만큼 4써클 마법에 못지않은 위력을 갖고 있는 파이어 볼이었다.
그가 파이어 볼을 날리기 직전 페리칸이 말했다.
“후우. 후우. 한 가지만 묻자.”
“흠? 좋아. 죽기 전에 그 정도 소원도 들어주지 못할까. 궁금한 게 뭔데?”
“마법병단 단장과 황탑의 부탑주도 오크군과 손을 잡은 거냐?”
“한 가지만 묻자더니.”
가이스 킨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 쳤다.
“맞아. 두 분께서는 오래전부터 오크들과 손을 잡고 계셨지. 물론 오크가 남대륙을 지배하려고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지만 말이야. 하지만 오크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지. 대륙의 패권이 오크군에게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인데 연합군의 줄을 잡고 있는 건 멍청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잖아?”
“크큭! 오크가 남대륙을 지배한다면 네놈은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건 걱정하지 마. 대부족 발자크의 대부족장께서 약속하셨거든. 이 정도 대답이면 충분하지?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 이만 지옥으로 가라.”
가이스 킨은 페리칸을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그 순간 쟌느가 페리칸의 앞에 나타나 단검으로 화염구를 잘랐다. 화염구가 반으로 갈라지며 양옆으로 날아갔다.
“미안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
가이스 킨이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언제?’
단검이 가슴에 박혀 있었다. 그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졌다.
“후우. 후우. 고맙소.”
“천만에요.”
쟌느가 가이스 킨의 시체에서 단검을 회수하고 페리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마지막 순간 페리칸이 가이스 킨에게 한 질문은 전부 쟌느의 지시였다.
마법병단 주둔지에 도착한 그녀는 페리칸과 가이스 킨의 전투를 목격했고.
-마법병단 단장과 황탑의 부탑주가 배신자인지 물어보세요.
아티팩트의 메시지 마법으로 빠르게 지시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다른 배신자의 존재도 색출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상황으로 보이지 않아서 중요한 질문만 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중요한 인물 2명의 배신을 알아낼 수 있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안 좋소. 그래서 부탁하건대…….”
쟌느는 그가 말하지 못하도록 막고 상처 치료 포션과 마나 포션을 1개씩 꺼냈다.
“저는 다른 곳을 맡고 있을 테니 참모님께서 보고해주세요.”
“……알겠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맙소.”
페리칸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 든 순간 쟌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허.”
짧게 감탄한 그가 포션의 마개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맛이 없군.”
살아서 돌아간다면 연금술사 길드에게 포션을 맛있게 만들라고 의뢰하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맛이 없었다.
* * *
“크르르르릉!”
우르쿠가 낮게 울었다. 긴 송곳니 사이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가뜩이나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아직까지도 성벽을 점령하지 못한 오크군에게 분노한 것이다.
“흑마법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소용없다.”
“그게 무슨……?”
“이번에 흑마법을 사용한다면 발동하기도 전에 네 목이 날아갈 것이다.”
로브의 사내가 안색을 굳혔다.
그 순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시선이 느껴졌다.
성벽 위에서 제론이 그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