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6)
제 306화
306화
베캄과 그의 뒤를 따르는 병사들은 기사단이 열어준 길을 통해 오크군 진영으로 돌격했다.
지휘관을 잃은 오크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크들의 힘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맨손으로도 병사의 사지를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방심하면 안 되는 전사였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달려오는 오크의 목을 베어낸 베캄이 다시금 앞으로 달리며 주위를 확인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오크들이 보였다.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핏발 선 노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며 피부에 닭살이 돋아났다.
‘무섭다.’
베캄은 지금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아니, 도망칠 수 없었다.
제론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혹시 꿈을 이뤄볼 생각 있으십니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꿈을 포기한 사람이 있을지언정, 꿈을 이루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내가 원하는 건 용사가 되는 게 아니야.’
베캄은 깨달았다. 그의 꿈은 분명 용사였다. 그러나 누군가 그에게 무엇이든 딱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십시오.’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과 맞서 싸울 것이다.
쓰러져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
결의를 굳힌 베캄이 검을 높게 들었다.
* * *
“빌어먹을 오크 놈들아. 본때를 보여주마!”
“케빈의 곁으로 보내주마!”
연합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오크군은 1명, 1명이 모두 강한 전사들이었지만 맹렬하게 덤벼드는 연합군의 기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수세에 몰렸다. 이윽고 성벽 위에서 마법사들의 원거리 지원 마법이 진영을 초토화시키기에 이르자 퇴각의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두둥-!
오크들은 잠시 주저했지만 퇴각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물러났다.
아니.
무시하지 못했다는 말이 맞았다.
연합군이 제론을 구해야 한다고 마음을 하나로 모은 그 순간 오크의 배틀 크라이처럼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힘이 그들에게 깃들었기 때문이었다.
“취, 취익! 전사의 신의 가호다!”
“전사의 신께서 우리를 저버리셨다! 취익!”
오크들은 그것을 전사의 신의 가호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전사의 신이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연합군의 힘을 신의 가호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에 빠져 도망쳤다.
도망치는 오크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베캄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거친 숨결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강제로 억눌렀다. 녹색 핏물로 젖어 든 검을 높게 들었다.
와아아아아-!
연합군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베캄! 베캄!”
“베캄! 베캄!”
수천 명의 병사들이 베캄을 둘러싸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모두가 주저하던 그때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감히 오크군에게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승리의 주역이 바로 베캄이었다.
“아직!”
베캄은 겨우 숨을 고르곤 말했다. 그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함성이 뚝 멎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맞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세인로의 수성전이 끝났을 뿐이었다.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아론 경께서는 어디 계신 거지?’
베캄은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떠나신 건가?’
* * *
멀리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론이 돌아섰다.
기회를 주었으나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면 베캄은 영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신의 역할은 다 했다. 나머지는 저들에게 맡기면 된다.
세인로로 돌아가자 일행들이 그를 찾아왔다.
“제론 님. 어떻게 됐어요?”
“넌 내 걱정도 안 하냐?”
“에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론 님 걱정을 왜 해요? 그럴 시간에 잠이나 한숨 때리는 게 더 낫지. 안 그래요?”
쿵!
“으악!”
에르딘이 머리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뒹굴자 다른 일행들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해도 얄밉게 하니까 저렇게 맞는 거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본인은 왜 모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간 맞는 말만 한다니까.”
“거봐요! 제론 님도 맞는 말이라고 하시잖아요!”
벌떡 일어선 에르딘이 제론에게 삿대질하며 외쳤다.
제론이 볼을 씰룩거리며 덧붙여 말했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처맞는 말!”
“히익!”
안색이 시퍼렇게 질린 채 후다닥 도망치던 에르딘은 1초도 지나지 않아 제론에게 붙잡혀서 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처맞았다.
제론보다 에르딘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로레인조차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 처맞아도 싸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로건 님. 그 녀석 치료하지 마세요. 당분간 끙끙 앓으라지.”
“하하. 알겠습니다.”
“끄응. 끄응.”
메이엔이 만신창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에르딘을 무시하고 제론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게 고민이에요.”
“고민하신다는 걸 보니 아직 떠날 생각이 없으신 것 같네요.”
제론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엔의 말이 맞다.
연출적으로 기가 막히는 타이밍이지만 아직 떠나기에는 일렀다.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니까.’
물러난 오크군이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침공해온다면 세인로가 위험하다. 제론과 일행들이 아직 떠날 때가 아니다.
“쟌느, 그건 어떻게 됐어?”
“우리 자기 생각이 맞았어. 황탑의 부탑주가 오크와 손을 잡고 있었어. 그것도 꽤나 오래전부터 말이야.”
쟌느가 알아낸 사실을 요약해서 말했다.
그것을 전부 듣고 제론이 물었다.
“다른 마탑에 대한 건 모르고?”
“응.”
“알아보느라 고생했어.”
“고생했으니까 뽀뽀.”
쟌느가 검지로 자신의 볼을 툭툭 두드렸다. 제론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나중에 해주겠다고 말했다.
“주변 상황은 좀 보면서 요구해.”
“흐흐.”
“변태 아저씨 같은 웃음은 좀 참아줘.”
“왜? 이런 내가 싫어?”
“그건…… 후우. 환장하겠네.”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려던 제론은 정신을 차렸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온다. 바로 그때 만신창이로 쓰러져 있던 에르딘이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풍을 날려 아혈을 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까지 찔끔 빼며 웃음을 멈추지 않자 발로 걷어찼다. 그냥 걷어찬 것도 아니었다.
걷어차며 발끝으로 점혈해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에르딘의 몸이 뻣뻣한 통나무처럼 굳어졌다. 녀석은 당황했는지 점혈을 풀어달라며 눈빛으로 애원했다.
“성벽 위에서 던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헤헤. 제론 님, 감사합니다.
에르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하지만 녀석이라면 분명히 아혈을 봉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말했을 것이다.
“뺀질뺀질한 놈.”
발로 걷어차며 점혈을 풀어줬다.
아혈은 그대로 놔둬서 입만 뻥긋뻥긋하는 게 전부였지만 입 모양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언젠간 절벽에서 밀어버릴 거라고?”
“…….”
제론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에르딘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항상 하던 말인데 설마 내가 알아보지 못하겠냐.”
“…….”
“그렇게 웃어도 안 봐줘.”
에르딘은 또다시 만신창이가 되도록 처맞았다.
* * *
연합군은 시체를 한곳에 모아 화장했다. 죽은 병사들의 유품은 전부 거뒀다. 그것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젠장! 돌아가면 레베카랑 결혼한다며!”
“네가 죽으면 어떡하냐. 형보다는 오래 살아야지, 인마.”
“네 아들과 딸이 결혼할 때까지 내가 돌봐주마.”
화장을 지켜보는 병사들 사이에서 슬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단 병사들만 죽은 건 아니었다. 용병들 역시 많이 죽었다. 수백 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용병단의 생존자가 5명밖에 되지 않아 해체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4일 뒤.
2차 지원군이 도착했다.
20만 명의 대군이 보급품을 싣고 세인로에 도착했다.
연합군 총사령관이 기사들과 함께 지원군을 맞이했다.
“마법병단은 어디에 있소? 혹시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소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원군 지휘관이 마법병단을 소개하자 사령관이 기사들에게 말했다.
“황탑과 관련된 마법사들을 모두 제압하라.”
“이게 무슨 짓이오!”
발 빠른 기사들의 오러 소드 앞에서 마법사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전부 제압당했다.
“황탑이 오크군과 손을 잡았다고?”
“믿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오.”
지원군 지휘관이 따지자 사령관이 세인로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펠리칸 참모가 아니었다면 세인로는 함락되었을 것이오.”
“펠리칸이라면…… 황탑의 부탑주의 제자가 아닙니까?”
“그렇소. 지금은 연합군 마법병단의 새로운 단장이지만 말이오.”
펠리칸은 가이스 킨의 음모를 저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새로운 마법병단의 단장이 되었다.
사실 치하를 받아야 할 사람은 쟌느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함구하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목숨을 구원받은 펠리칸은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전부 그의 공이 된 것이었다.
“모든 마법사들이 황탑과 결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소.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서 강제로 행동하게 되었소.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아닙니다. 사실 저희 역시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꼬리조차 밟지 못해서 어떤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 뿐.”
잠깐의 소란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다.
지원군의 합류에 연합군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병사들의 피로가 극한에 달한 순간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오크군이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공격을 해 온다면 큰일이었는데 잘 됐어.”
“지난 4일 동안 근무를 몇 번 섰는지…….”
“나는 지금 눈만 붙이면 바로 잠들 자신 있어.”
연합군의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안 좋았다. 국경 전선을 지켰을 때와 비교하면 병력의 숫자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배신자의 존재가 큰 타격이었다. 그들을 솎아 내다보니 전력이 급감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사실상 연합군의 전멸이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오크군의 위치는 북동쪽으로 20킬로미터 이동하면 나오는 호수 숲입니다. 그곳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호수 숲이라면 국경과 가깝군.”
연합군은 별동대를 움직여 오크군의 위치와 현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이윽고 이틀 뒤 3차 지원군의 전령이 도착했다.
“3차 지원군이 연합군과 합류하지 않고 우회하여 오크군을 공격하겠다고 합니다.”
“……좋은 생각이군.”
사령관은 전령에게 편지를 써서 돌려보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