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8)
제 308화
308화
“오크들이 전쟁을 길게 끌고 가려는 것 같은데.”
“그게 보급품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제론의 혼잣말에 로건이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사실 그로서는 남대륙인들에게 오크군이 보급품을 갖고 다닌다는 게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거 아닌가?’
오크가 몬스터 취급을 받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이종족으로 분류된 지금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오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의문이다.
남대륙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로건뿐만이 아니었다.
로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제론조차도 말이다.
먼 옛날 투신 발자크가 오크들을 남대륙으로 대이주시키자 다른 대륙에는 오크의 습성과 문화가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오크와 만날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니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것도 당연한 순서였다.
“오크들은 개인주의에 가까워요. 부족사회를 이루고 있지만 부족 간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무리를 이루지 않아요. 남대륙으로 대이주를 한 뒤에는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사회성이 생겨나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곤 하지만 본질만큼은 바뀌지 않았고요.”
“으음. 그렇군요.”
“그런 상황에서 보급품을 갖고 다닌다는 것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오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에요.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예요.”
“개인주의와 보급품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오크의 전쟁은 부족 간의 전투에 불과해요. 하루나 이틀, 길게는 며칠 안에 끝날 만큼 짧죠. 쉽게 얘기해서 영지전을 떠올려보면 돼요.”
로건은 곰곰이 생각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영지전은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며칠 안에 끝나곤 한다. 전쟁을 오래 끌고 가도 손해만 늘기 때문이다.
오크들의 부족전쟁 역시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이 걸린다. 전쟁이 길어지며 손해가 느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어서였다.
“인간 협력자들은 전쟁을 짧게 끝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인간의 역사는 전쟁으로 일궈낸 것이니까요. 그래서 오크들에게 보급품을 갖고 다니라고 말했을 거예요. 하지만 오크들은 여태껏 무시해왔죠. 본질이 변하지 않았으니까. 인간의 전쟁과 오크의 전쟁은 달랐으니까.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급품을 갖고 다닌다는 건 앞으로 오크들의 행동이 달라질 거라는 걸 예고해요.”
로건은 제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로건에게 제론이 말했다.
“오크들이 전술과 전략을 펼칠 거예요.”
* * *
지휘부 역시 제론의 예상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심각했다. 오크군은 그 존재만으로도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전술이나 전략이 도입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술과 전략을 사용하는 오크라…… 허! 상상만으로도 정말 끔찍하군요.”
“문제는 오크군의 규모입니다. 오크의 인구수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죽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한 부족마다 하루에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수십여 명이 태어납니다. 2년만 지나도 전사로도 한몫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오크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군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겁니다. 차라리 우리 쪽에서 선공하는 건 어떻습니까?”
“호수 숲에서 퇴각한 오크군 외에도 다른 곳에 진영을 치고 있는…….”
“오크군의 동향을 파악하며 추후 새로운 지원군이 도착하면…….”
“언제까지 그걸 기다립니까? 그러다가 오크군이 마리온 왕국이 아니라 다른 왕국을 노리면 닭 쫓던 개꼴이 되잖습니까!”
“닭 쫓던 개꼴이라니요? 말이 좀 심하십니다. 그리고, 오크군을 선공한다는 건 좋습니다만 함부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선공을 하냐 마냐 주장하시는 겁니까?”
“이대로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게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답답해서요!”
“그래서 최대한 조심하자는 취지로…….”
“조심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정신 차리렵니까?”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그런 말이 아니면 뭡니까!”
쾅!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가자 누군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모두의 시선이 주먹의 주인공에게 집중되었다.
이윽고 순식간에 내려앉는 침묵. 탁자를 내려친 주먹을 천천히 들어 올린 사령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가 모인 이유를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
“자, 그럼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겸 잠시 다른 주제를 꺼내겠소. 각국의 지휘관들께서는 각자 하이 오크들을 상대할 만한 전력이 얼마큼 되는지 솔직하게 말씀해주시오. 우리 마리온 왕국부터 패를 까겠소.”
주변에서 참모들이 작은 목소리로 사령관을 만류하였으나 그는 그만 말하라며 손을 들었고, 마리온 왕국의 전력을 까밝혔다.
“오러 익스퍼트 급 23명, 오러 유저 급 72명의 기사들과 용병들이 있소. 또한 하이 오크를 충분히 상대할 만한 전력을 갖춘 마법병단에 소속된 86명의 마법사들이 있소. 병사들의 숫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오.”
“오러 익스퍼트 급 23명? 오러 유저 급 72명이라고?”
“지난 몇 차례의 전투로 많은 기사들과 용병들이 죽었다고 들었는데…….”
오크와의 전쟁으로 마리온 왕국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된 가운데,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령관의 말에 각국의 지휘관들이 술렁였다.
사령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소. 정말로 운이 좋았지.”
세인로의 수성전은 치열했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처절했다.
제론과 일행들이 활약하지 않았다면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는 말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술렁이던 지휘관들이 대화를 나눴다.
“도대체 세인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듣자 하니 한 용병과 기사가 무너진 성벽으로 나가 오크군 진영으로 가서 총사령관의 목을 베어냈다고…….”
“2명이 아니라 수십 명의 기사가 목숨을 걸고…….”
“수천 명의 병사들이…….”
지휘관 막사에 있는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세인로의 수성전 현장에 없던 인물들이었다. 3차 지원군의 지휘관이었다. 그래서인지 진실이 아닌 와전된 소문만 알고 있었다.
사령관은 그 소문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그들의 부탁이었으니까.’
제론과 일행들은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사령관은 그 말을 똑바로 이해했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던 거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건 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세인로 수성전 당시 남쪽 성벽에 있던 자들의 입단속만 시키면 되었다.
새어 나가는 걸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소문을 와전시키는 건 가능했다. 지금 막사 내의 지휘관들이 전해 들은 와전된 소문들이 전부 사령관의 작품이었다.
물론 모두가 와전된 소문만을 접한 건 아니었지만 제론과 일행들에게서 시선을 떼어놓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 기사의 이름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베캄, 베캄 루모스라고 하더군요.”
“루모스라면 마리온 왕국의 루모스 백작 가문 아닙니까?”
“예. 훌륭한 기사들을 배출하기로 유명한 가문입니다.”
지휘관들이 베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때 막사 밖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지휘관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던 사령관이 제일 먼저 그것을 감지했다.
“부관.”
“예.”
“밖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을 하…….”
삐이이익!
호각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며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오크! 오크군이 쳐들어왔다!”
“……!”
지휘관들의 대화가 뚝 끊겼다.
* * *
오크군이 발견되기 전 제론이 벌떡 일어나 일행들에게 말했다.
“모두 준비해.”
“무슨…… 이런 젠장!”
에르딘이 제론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잠시 후 느껴지는 수많은 오크의 기척들. 연합군의 진영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몇 분 뒤 주변을 정찰하던 병사들이 허겁지겁 돌아와 오크군의 존재를 각 진영으로 전파했다.
“오크군이 쳐들어왔다!”
삐이이익!
사방에서 들려오는 호각소리에 진영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서둘러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병사들은 빠르게 방어진형을 갖췄다.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지휘관의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던 그때 오크군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저, 저게 도대체 몇 명이야?”
“시X…… 적어도 수만 명은 되겠는데?”
“오크 수만 명이라니.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오크군의 규모는 녹색의 물결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세인로에서 수성전을 겪었던 병사들조차 기가 질려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세인로 때보다 2배는 더 많은 거 같은데?”
“이번에는 성벽도 없는데 막을 수 있을까?”
“막는 게 아니라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지.”
“지금 그게 중요하냐?”
병사들 사이로 불안감이 맴돌았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기사들조차 긴장해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병사들과 다르게 기척을 감지하는 감각과 기술을 갖고 있던 기사들은 오크군이 연합군 진영을 포위해서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크르릉!”
오크군은 전진을 멈추고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하이 오크가 걸어 나왔다.
“어디서 본 장면 같군.”
“사령관님. 가면 안 됩니다.”
“안 가면 어떡하려고? 어차피 나를 부를 텐데.”
사령관이 어깨를 으쓱했다. 때마침 하이 오크가 외친다.
“연합군 총지휘관을 만나러 왔다!”
“그럼 다녀오지.”
사령관은 부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혹시나 자신이 잘못된다면 뒷일을 부탁한다고 말한 뒤 앞으로 나섰다.
“지금은 연합군 총지휘관이 아니지만 제일 높은 직위의 사람이 나다. 그대는 누구인가?”
“대부족 발자크의 대부족장 발몽크다.”
“……!”
사령관의 표정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맙소사! 대부족 발자크의 대부족장이라고?’
대부족 발자크가 전쟁에 참여한 사실은 지난 세인로 수성전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최강의 하이 오크 발몽크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발몽크의 강함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나쁘게 말하자면 소문만 무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크의 사회를 잘 알고 있는 사령관은 나쁜 방향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최강의 하이 오크라는 별칭은 한 시대에 1명만 가질 수 있다.
남대륙의 모든 오크들 가운데 최정상에 군림한 존재!
그것이 바로 하이 오크 발몽크였다.
“크릉. 오늘은 연합군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안심하도록.”
“후우.”
사령관은 발몽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수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발몽크의 오만한 눈빛과 시선이 마주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