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09)
제 309화
309화
양측 지휘관의 대화가 끝났다. 사령관과 발몽크가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연합군 진영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군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방어진형을 펼치고 있던 연합군은 오크군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풀지 못했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끝이 보이지 않는 녹색의 물결이 모두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병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비단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연합군 각 진영의 지휘관들과 기사들, 그리고 칼밥으로 먹고 사는 용병들조차 등줄기가 땀범벅이 될 정도로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세인로 수성전의 승리로 승승장구하던 사기가 급격하게 꺾인 순간이었다.
사령관은 지휘관 막사로 들어가 모든 지휘관들과 참모들을 불러들였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거 크게 한 방 먹었군.”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가 말했다.
다른 지휘관들과 그들을 보좌하는 참모들 역시 사령관과 비슷한 표정으로 쓴웃음만 겨우 삼킬 뿐이었다.
발몽크가 무슨 생각으로 공격을 하지 않고 물러났는지 몰라도, 연합군의 사기를 꺾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한 계책이었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런 무력감을 느끼는 건 처음이군.’
사령관은 오크군의 규모에만 무력감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발몽크와 대면한 순간 그의 끔찍한 기세를 느끼고 말았다.
오크 종족이 태생부터가 전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식이 와르르 무너졌다.
‘괴물. 그래, 괴물이야.’
남대륙의 수많은 오러 마스터를 만났던 그였지만 발몽크와 비교를 하자면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했다.
사실 그런 표현조차 많이 봐준 것이다.
오러 마스터라는 존재가 모래사장의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하찮은 것으로 말이다. 발몽크의 기세는 그만큼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연합군이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막말로 혼자서 연합군과 싸운다고 해도 죽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지치지 않는 무한한 체력을 가진 건 아니겠지만 싸우다가 도망치는 수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에는 연합군이 패배할 것이다.
‘오러 마스터들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10명의 오러 마스터가 힘을 합쳐서 발몽크를 상대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10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 덤벼들어도 발몽크를 죽이지 못한다. 실제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몰라도 지금 사령관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하아.”
움찔.
사령관이 한숨을 내쉬자 지휘관 막사 안의 모두가 흠칫 떨었다. 그것을 안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발몽크의 기세도 아니고 오크군의 대군에 벌써부터 패배를 직감하고 있는 음울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본 사령관의 생각을 말하기에 앞서 각자 떠오르는 의견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
“그럼 없는 것으로 알고 본 사령관의 생각을 말하겠소.”
사령관은 표정을 애써 고치고 말했다.
“2가지 선택이 있소. 첫 번째 선택은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오크군에게 항복하는 것이오. 그들의 자비를 바라는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들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겠지만 모두 다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적어도 한두 명쯤은 반발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입술을 작게 깨문 사령관이 2번째 선택을 말했다.
“두 번째 선택은 끝까지 항전하는 것이오. 물론 그에 따른 결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오.”
모두가 죽는다.
사령관이 말하지 않은 결말이 모두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선택의 자유는 각 진영의 지휘관에게 맡기도록 하겠소.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선택하라고 말하지는 않겠소. 하루의 시간을 내어드리리라. 하루 뒤 첫 번째 선택을 한 분께서는 군대를 이끌고 돌아가시오. 자국으로 돌아가 왕을 설득해서 항복하도록 하시오. 그럼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소.”
말을 마친 사령관은 참모들을 이끌고 지휘관 막사를 벗어났다.
그가 밖으로 나간 뒤로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음울한 공기만이 지휘관 막사 내부를 무겁게 내리깔았다.
* * *
제론은 호흡을 고르며 명상에서 빠져나왔다.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며 눈동자에서 회색빛의 광채가 스쳐 지나갔다.
아직 갈무리되지 않은 기운이 눈을 통해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많이 갈무리 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제어조차 되지 않았지.’
제론은 27살의 유민현이 남기고 간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갈무리했다. 하지만 완전히 녹이지는 못했다. 그가 남긴 기운은 내공이나 신성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저주받은 검속의 신을 죽이기 위한 힘과도 또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영혼의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유민현은 우화등선을 하여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으나 신들에 의해 영혼이 여러 조각으로 찢기며 제론으로 환생했다.
불완전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남대륙에 와서 달라졌지.’
허무의 공간에서 찢겨졌던 영혼의 조각 중 하나가 다시금 제론과 합쳐지며 이전보다 완전에 가까워졌다.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영혼이 너무나도 오랜 시간 나누어져 있던 탓에 스스로 자아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영혼이 품고 있던 힘 역시 변질했다.
그것을 갈무리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완전히 갈무리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게다가.
‘이 검의 힘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저주받은 검에는 신을 죽이기 위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힘도 전부 흡수해야 한다.
‘놈들과 싸우려면.’
제론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우화등선한 유민현을 공격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그 녀석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허무의 공간에서 자신을 희생시켜 제론을 구한 ‘27살의 유민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말이다.
흘러나온 살기를 가라앉힌 순간 천막 밖에서 에르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론 님, 안에 계세요?”
“……어. 왜?”
제론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 에르딘의 걱정하는 얼굴이 보였다. 그가 살기를 완전히 갈무리하기 전에 도착해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었다.
“별 건 아니고…… 사령관이 시간이 된다면 잠깐 만날 수 있겠냐고 물어봐서요.”
“알겠어. 준비하고 가지 뭐.”
“정말 괜찮으신 거죠?”
“괜찮아. 걱정하지 마. 잠깐 짜증이 나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럼 다행이지만…… 아무튼, 다녀오세요. 혹시 저도 같이 가야 한다면 같이 가고요.”
“아니. 너는 로레인 옆에 있어. 혹시나 누군가 접근할 수도 있어. 전쟁터에서도 발X 나서 꼭 사고 치는 놈들이 한둘은 있더라.”
손을 흔들며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제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에르딘이 작게 한숨을 내쉬곤 로레인에게 갔다.
잠시 후, 제론은 옷을 깔끔하게 다듬고 천막을 나가 사령관의 막사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사령관은 그가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며 크게 반색했다.
제론이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후우.”
사령관이 표정을 어둡게 물들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론 경께서는 발몽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십니까?”
“으음. 발몽크라면 오크군의 총지휘관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함부로 장담하기는 어렵고 싸워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제론은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다가 돌려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한 이유도 있었다.
‘놈이 강하기는 하지만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건 이상하지.’
발몽크는 강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나본 모든 생명체 가운데 두 번째로 강했다.
첫 번째가 누구냐고?
‘아인호르타하.’
베헤못을 제외한 이유는 생명체가 아닌 아스트랄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오…… 그렇습니까?”
애매모호한 대답이었지만 사령관의 낯빛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각국에서 오러 마스터들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의 기준으로 연합군 내에 발몽크를 상대할 만한 힘을 가진 존재는 마스터 급의 실력을 가진 제론이 유일했다.
그런 제론이 발몽크에게 겁을 먹었다면 그게 더 곤란한 상황이었다.
‘단순한 허세라도 상관없다.’
사령관은 최악의 작전을 짜냈다.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발몽크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처음 그를 당면했을 때 오러 마스터조차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진정된 이후 냉철하게 돌아보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들, 그리고 용병들과 함께 발몽크를 상대한다.’
제론과 그들의 역할은 발몽크를 처치하는 것이 아니다.
연합군이 전투에서 승리할 때까지 발몽크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방어적으로 싸운다면 시간을 오래 끄는 것도 가능하다.
그 이후 전투에서 승리를 한다면 발몽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포위하고 그가 지칠 때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놈이 도망치거나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마법병단의 힘을 하나로 모아 발몽크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이적 급 마법을 펼칠 생각이었다.
이적 급 마법 중에서는 1명을 타겟팅하는 것이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사령관이 최악의 작전이라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몽크를 죽일 수만 있다면 몇 명이 죽더라도 상관없다. 연합군이 전멸해도 돼. 무의미한 희생이 아니야.’
제론은 마스터 급 강자라서 이적 급 마법에 휘말려도 살아남을 것이다.
‘혹시나 죽는다고 해도 그의 용병단에게 대가를 치르면 된다.’
그것이 사령관의 마지막 양심이었다. 하지만 사령관의 그러한 생각을 제론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왜냐면.
‘뻔히 보이니까.’
제론은 사령관의 입장을 자신에게 대입시켰다. 그것이 불가능했다면 모를까 해낸 이상 뒷일을 추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림인 놈들이 나한테 써먹었던 방법이지.’
바로 천라지망이었다.
과거 유민현은 강한 무위을 지닌 마인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강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비슷한 무위를 지닌 정파인과 사파인이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정파인과 사파인은 손해를 최소화시킴과 동시에 유민현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천라지망을 펼쳤다.
그렇게 유민현은 일주일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한 채 싸웠다.
‘강력한 적을 천천히 말려 죽이기 위한 최악이자 최선의 방법.’
사령관의 입장에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방법이기도 했다.
문제는 무림과 이쪽 세상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터라면 더더욱 천라지망을 펼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사령관의 작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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