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2)
제 312화
312화
연합군이 부대를 재정비하는 사이 오크군은 주변 도시와 마을을 습격했다. 체계적인 보급방식을 갖춘 인간의 군대와 다르게 오크에게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 협력자의 도움을 받으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모자란 보급품을 채우기 위해 도시와 마을을 침략해 그들이 가진 식량과 무기로 재무장했다.
사령관은 그 사실을 지휘관들과 회의하던 도중 보고 받았다.
마땅치 않은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자 고개를 푹 숙인다. 염치가 눈곱만큼은 있는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는다.
‘듣고 속이 터지느니 벙어리가 낫지.’
애써 위안을 삼아보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른 속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후우. 다른 도시와 마을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오크군을 막아야겠소.”
“…….”
지휘관들은 오크군을 막아야 한다는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진군을 준비하겠다며 막사를 나갔다.
이윽고 혼자 남은 사령관은 지끈거리며 아파 오는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군.’
* * *
황탑의 부탑주 바르손은 마이얀의 유산을 찾아냈다.
바로 호문쿨루스의 연구였다.
미완성인 연구를 끝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르손은 마이얀의 수족이었기 때문이다.
완성시킨 연구물을 들고 돌아가자 새로운 탑주에 올라섰다. 그는 다른 마탑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던 도중 교총지부가 성전을 일으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헬란드 추기경이?”
“다른 마탑에도 알릴까요?”
“성전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자네 말고 더 있나?”
“아니요. 저 말고는 없습니다.”
“흐음. 알겠네.”
바르손은 정보를 갖고 온 마법사를 제거해서 은폐시켰다. 성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다른 누군가가 알아서는 안 됐기 때문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 헬란드 추기경이 왜 성전을 일으킨 거지? 전 탑주가 사라진 탓인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데.”
교총지부는 마이얀이 저지른 더러운 일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가 실종된 이후로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지만 그런 짓을 해왔던 녀석들이 갑자기 개과천선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광신도였지.”
헬란드 추기경은 광신도였다. 광신의 대상은 신이 아니었다. 더러운 일을 처리하도록 지시한 마이얀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8개의 써클을 엮은 대마도사를 이해하려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
“내가 8번째 써클을 엮는다면 알 수 있겠지.”
중요한 건 헬란드 추기경이 무슨 이유로 성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설마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바르손은 헬란드 추기경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미친 건 아닐까 고민하며 오크군의 수장 발몽크에게 통신 마법으로 전언을 남겼다.
“교총지부가 성전을 일으켰소. 그들의 움직임이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으니 조심하시오. 또한 서대륙에서…….”
* * *
연합군이 진군을 준비하는 사이 오크군은 주변 도시를 침략했다. 30만의 대군을 물리친 뒤로 오크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도시가 불바다로 뒤덮이고 피의 축제가 열렸다.
살아남은 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눈앞에서 가족이 잡아먹히고 사지가 찢겨져 죽는 모습을 지켜 봐야 했다.
피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마지막으로 처형하며 오크군의 도시점령이 끝났다.
“크릉! 먹고, 마셔라!”
발몽크가 창을 들며 외쳤다. 오크들은 술과 고기로 배를 채웠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바르손의 전언이 전달되었다.
“크릉!”
발몽크는 바르손의 전언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대부족 발자크의 대부족장으로서 인간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그래서 교총지부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크릉! 신의 이름을 빌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미치광이들.”
타죽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불길로 뛰어드는 광신도들이 바로 교총지부였다. 하지만 그들이 오크군에게 창끝을 겨눠도 상관없었다.
발몽크의 두 눈이 흉악한 빛으로 일렁였다.
‘앞을 막는다면 모조리 찢어발길 뿐.’
이튿날 연합군 진영을 염탐하러 간 정찰병이 돌아왔다.
“연합군이 진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몽크는 드디어 결전의 때가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 * *
연합군은 3개의 부대로 나누어져 진군했다.
지난 몇 차례의 전투경험으로 깨달은 사실 때문이었다.
‘오크군을 상대로 뭉쳐서 싸우는 건 멍청한 짓이다.’
병사들이 한 곳에 뭉쳐도 안 된다.
평지에서는 오크들이 도약해서 병사들을 뛰어넘는다. 진형을 갖춰도 무용지물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진형을 갖추지 않아도 오크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대 규모로 진형을 짰지.’
전열의 방패병과 창병을 뛰어넘으면 분대로 이루어진 진형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또 아니었다.
‘울프라이더가 남았으니까.’
인간에게 말이라는 탈 것이 있다면 오크에게는 늑대가 있다. 그냥 늑대도 아니다.
몬스터와 교배를 시켜 품종이 개량된 엄청나게 덩치가 큰 늑대였다. 일반적으로는 늑대라고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자이언트 울프였다.
‘울프라이더가 진형 안으로 침투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거다.’
분대 규모의 진형은 울프라이더의 발에 짓밟혀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마리온 왕국처럼 산악지대이거나 높은 성벽이 없다면 울프라이더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령관은 울프라이더를 기마병에게 맡기기로 했다.
마땅한 수가 없기도 했지만 그들이 아니고서는 울프라이더의 기동력을 따라갈 수 있는 부대가 없었다.
“울프라이더를 맡기겠소.”
“반드시 지난번의 굴욕을 만회하겠습니다.”
30만의 대군으로 참패를 하고 돌아온 지휘관들 중 한 명이 기마병 부대를 맡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못 미더웠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기마병 부대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지휘관이 한 명밖에 없었다.
둥- 둥-!
뿌우우우우우-!
멀리서 오크군이 북을 치고 뿔고둥을 불며 나타난다.
엄청난 대군에 연합군의 표정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오크군이 멈춰 서자 사령관은 거리를 가늠해봤다.
‘대략 300미터 정도인가?’
궁병의 최대 사거리는 250미터다. 맞춘다는 각오로 쏘는 게 아니라 맞기를 바라며 쏜다는 기준의 사거리다.
오크군은 활을 쏴도 닿지 않을 거리를 확보하고 멈췄다.
‘이대로 전면전인가?’
사령관이 고개를 저었다. 오크군은 이제 전략을 구사할 줄 안다. 연합군의 병력이 적어진 것을 알고 있다면 정면으로 붙는 무모한 전투를 벌이지 않을 것이다.
“후우.”
무거운 숨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창을 든 발몽크가 나오는 게 보인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나오는 것이었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나?’
사령관 역시 오크군의 병력이 줄어들었는지 그대로인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투 시작의 신호탄이 울리면 울프라이더가 제일 먼저 돌진해올 거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발몽크의 뒤로 오크들이 탑승한 자이언트 울프가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연합군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기마병은 돌격 준비를 하시오.”
살짝 고개만 돌려 말하자 지휘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고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
“크릉!”
사령관과 발몽크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서로를 등지며 돌아선 순간 양측에서 전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울프라이더가 돌진했다. 자이언트 울프는 전마戰馬만큼이나 빨랐다. 달리는 도중 방향을 빠르게 꺾는 움직임은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단보다는 개인이었고 집단으로 돌격하는 기마병처럼 무거운 중압감이 없었다.
연합군 진영으로 뛰어들었다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부 꼬치구이로 만들어 버려랏!”
“오크로 만든 꼬치구이가 무슨 맛인지 알 수 있겠구나!”
기마병 부대가 울프라이더를 향해 돌진했다. 랜스를 눕히며 차징했다. 울프라이더는 딱 봐도 위험하게 느껴지는 랜스 차징을 피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령관은 이런 경우도 예상하고 있었다.
“발사!”
뛰어난 활 솜씨를 지닌 병사들만 따로 골라내 조직한 저격병들이 울프라이더를 노렸다.
컹-!
자이언트 울프가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위에 타고 있던 오크가 인정사정없이 땅에 처박혔다.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가 땅에 처박힌 오크를 창으로 마구 찔렀다.
“우측에서 울프라이더가 또 옵니다!”
“울프라이더가 진영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방패병 전진!”
“저격병들 재장전!”
기마병 부대의 랜스 차징을 피한 울프라이더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중 몇몇은 연합군 진영까지 도착해서 높게 세워진 방패의 벽을 넘어가기 위해 뛰었다.
“젠장! 울프라이더가 침투한다!”
“창병들은 진형을 유지해서 울프라이더를 압박해!”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려는 순간 기사단이 앞으로 나섰다. 기사들은 5명씩 짝을 이뤄 울프라이더를 상대했다. 검이 번쩍일 때마다 자이언트 울프의 몸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났다.
“차핫!”
한 기사의 검이 자이언트 울프의 다리를 벴다. 다리가 잘려나간 자이언트 울프가 쓰러지며 땅에 머리를 박았다.
탑승한 오크는 자이언트 울프의 등을 발로 차며 높게 뛰었고, 기사의 등 뒤에 착지해서 거대한 둔기를 휘둘러 기사의 머리를 박살 냈다.
“케인!”
“젠장! 우리가 복수는 해주마!”
기사들은 혼자서 오크를 상대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집단으로 덤벼들었다. 기사의 명예 따위 버린 지 오래였다.
“전방에서 오크군이 몰려옵니다!”
“전원 발사!”
궁병들이 몰려오는 오크군을 향해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마법병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캐스팅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캐스팅이 끝나면 바로 쏘라고 해!”
지휘관의 명령이 내려지자 마법병단은 캐스팅을 끝냄과 동시에 오크군을 향해 마법을 인정사정없이 날렸다.
1써클 마법 매직 미사일부터 4써클 마법 파이어 버스트까지, 온갖 다양한 공격 마법들이 오크군을 덮쳤다.
하지만 오크군의 진격을 멈추는 건 불가능했다. 오크의 항마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배틀 크라이를 터트린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
“전군 돌격!”
방패병을 선두로 하여 창병들이 창을 세우고 돌격했다.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수십 명씩 죽어 나갔다. 하지만 전투를 지켜보던 발몽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크릉. 뭔가 이상하군.”
정찰병이 파악했던 연합군의 숫자는 약 40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연합군은 40만에 미치지 못했다.
“설마……!”
“대부족장 발몽크! 왼쪽과 오른쪽에서 정체불명의 군대가 진격해오고 있다!”
발몽크가 이상함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하이 오크가 보고했다.
“양동작전이었나! 크릉!”
동시에 왼쪽에서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수십 명의 오크가 파도에 휩쓸려 시체조차 온전하게 남기지 못한 채 죽었다.
“그 인간인가!”
발몽크의 송곳니가 씰룩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