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3)
제 313화
313화
에르딘은 한 차례 큰 힘을 쏟아낸 뒤, 여름 땡볕 아래에 선 개처럼 혀를 길게 빼낸 채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
“헥! 헥!”
창파槍波가 휩쓸고 간 자리는 수십 명의 오크가 고기 조각으로 변했다. 그 뒤편에는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거나 쓰러진 오크들이 보였다.
‘젠장. 쉴 시간이 없네.’
에르딘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거칠어진 숨을 참았다. 신법을 펼쳐 빠르게 다가가 숨통을 끊었다. 배 속에서 공복감 비슷한 게 느껴졌다.
‘단전이 텅 비었어.’
고갈된 내공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며 대자연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내공이 차오른다.
그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잠시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방금 같은 창강의 파도를 또다시 사용하는 건 무리였다.
단전이 부서질 것처럼 찌릿찌릿 울렸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인가?’
등 뒤에서 진격해오는 5만 명의 별동대가 오크군을 공격했다.
“괜찮아?”
로레인이 옆으로 와서 묻는다. 힐끔 쳐다보니 걱정하는 눈빛이 보인다.
“잠깐 숨만 고르면 충분해.”
“……무리하지는 말고.”
“저 괴물의 시선을 끌라는 지시부터 무리가 아닐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에르딘은 어깨를 으쓱하는 로레인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론에게 완전히 물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정말 큰일이야.’
걱정하면서 싸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창을 고쳐 쥐며 서서히 차오르는 내공을 긁어보았다.
‘위험하면 뇌기를 사용해도 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뇌기는 아껴뒀다.
적어도 몸을 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그나저나 제론 님은 뭐 하고 계시지?’
제론은 다른 별동대와 함께 움직였다. 에르딘과 로레인이 왼쪽에서 공격하면 오른쪽에서 동시에 공격한다고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맞은편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가가강!
에르딘은 미간을 좁혔다.
‘제론 님이 아니야.’
메이엔의 비술로 인한 폭발이었다.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오크군 진영을 모조리 불살라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화끈하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르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 * *
메이엔은 더 이상 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로건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말한 제론이 앞으로 달려가며 생각했다.
‘마력을 전부 소모한 메이엔은 전력이 되지 못해.’
전장에 계속 머물러서도 안 된다. 적의 표적이 된다. 본대와 전투하는 오크군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
‘기습작전은 성공했어.’
오크군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진격하는 별동대의 표정이 투지로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강력한 아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기가 올랐다. 메이엔의 역할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베캄까지.’
기사 베캄이 지휘관과 함께 이쪽 별동대를 이끌었다. 그의 검이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높게 솟아올랐다. 선명한 오러 소드가 검을 휘감고 피어올랐다.
전투의 개막을 알리는 봉화였다.
오크군은 폭발에 휘말린 이후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본대가 아닌 외각에 위치한 부대라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크군이 부대를 나누어서 움직였다면 통하지 않았을 전법이다.’
별동대도 오크군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공격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작전이니까.
하지만 오크군은 군대를 나누지 않고 움직였다. 지휘부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는 뜻이다.
기습으로 타격하면 혼란을 일으키기 최적의 상태였다.
‘이건 못 참지.’
전쟁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관이라면 누구라도 군침을 삼킬 만한 상황이다.
제론은 베캄의 뒤로 바짝 따라가 말했다.
“단숨에 몰아쳐야 합니다. 적이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쉴 새 없이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베캄은 긴장감 섞인 숨을 토해냈다.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한 차례 깜빡인 순간 눈빛이 돌변했다. 전장에서 닳고 닳은 장군처럼 선명하고 짙은 안광이 두 눈동자에서 어른거렸다.
제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오러 마스터의 경지가 멀지 않았다.’
사람마다 벽을 뛰어넘는 방법이 다르다.
단순하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사람이 있다.
오러를 모으다 보니 어느새 경지에 오른 경우도 있다.
마음속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의 자신을 이기는 것이지.’
말로 들으면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사실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나’,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나’가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울을 쳐다보며 칼을 휘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현재의 자신을 이기는 방법.
단순히 말로 하자면 엄청 간단했다.
나약한 현재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려운 거야.’
제론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검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베캄의 말이 달려오던 오크를 앞발로 내려찍었다.
오크의 가슴이 움푹 파이며 입에서 피를 게워낸다. 베캄은 검으로 오크의 목을 베어냈다. 별동대가 뒤를 이어 오크군을 덮친다.
“한 놈도 남기지 마!”
“전부 쓸어버려!”
고작 5만 명밖에 안 되는 병사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메이엔의 폭격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이보다 치명적인 비수가 될 수 없었다.
오크군 외각의 부대를 차근차근 몰살하며 별동대가 진격했다.
반대편에서는 에르딘과 로레인이 있는 별동대가 공격하고 있는 상황.
양동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나도 적당히 힘을 내볼까?’
제론은 혼란을 금방 잠재울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전투로 발몽크의 목을 베어 전쟁을 끝낸다면 좋겠지만 낮은 확률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다. 오크군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제론은 검을 눕히고 검신에 검강을 둘렀다. 앞에서 오크와 싸우던 베캄이 검강의 파동을 느끼고 뒤돌아봤다.
제론의 검이 검강으로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두 눈을 크게 뜬다.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검강-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역시 오러 마스터였어!’
베캄은 주먹을 꾸욱 쥐었다.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오러 마스터와 함께 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발끝에서부터 희열이 솟구친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나는 영웅이 될 그릇이 아니야. 진짜 영웅은 아론 경이다.’
허탈하지 않냐고?
‘그럴 리가!’
베캄이 말의 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말이 두 발을 높이 들며 힘차게 울부짖었다. 주변으로 모여든 오크들이 흠칫 놀라며 물러난다. 동시에 베캄의 검이 사방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취익! 인간 기사가 미쳤다!”
“말부터 때려잡는다! 취익!”
“말고기 맛있다!”
“기사가 탄 말은 질겨서 맛없다! 취익!”
오크들이 덤벼들려는 순간 병사들이 그들을 밀어냈다.
베캄이 타고 있던 말의 두 발이 땅을 두드린다. 그가 발로 옆구리를 차며 돌진하며 외쳤다.
“길을 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론의 검이 허공에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오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덩달아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오러 마스터가 우리와 함께 한다!”
“오크 놈들에게 저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려줄 때가 되었다!”
“내가 바로 돼지도살자라고 불렸던 몸이다!”
“나는 푸크론 마을의 소드 마스터라 불렸다고!”
별동대가 오크군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본대와의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지금 기세라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오크군도 지휘관이 멍청하지는 않았는지 기습을 해온 별동대를 몰아내기 위해 본대의 일부 병력을 양측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우리를 막지 못하지.’
제론은 다시 한번 크게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길게 뻗어 나가며 수십 명에 달하는 오크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켰다.
“……합체는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 * *
발몽크는 송곳니를 씰룩거렸다.
‘상황이 좋지 않아졌군.’
부대를 나누어서 양동작전을 펼쳤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는 좋지 못한 선택이다.
‘양측에서 공격해오는 별동대에 오러 마스터가 있다.’
오러 블레이드의 파도를 일으킨 쪽에 자신의 본능을 자극시킨 강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도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며 발몽크의 발목을 붙잡았다.
하이 오크를 양측으로 보내지 않는 이상 막지 못한다. 그러나 전방에는 연합군 본대가 있다. 하이 오크들을 전부 양측으로 보낸다면 연합군 본대를 막을 전력이 부족해진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였다.
연합군 본대의 기세가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여기서 죽더라도 오크군도 함께 데려가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크릉! 이것도 작전의 일부라면 대단하군.”
이대로 오크군의 피해를 늘릴 수는 없는 일.
오크 지휘관을 불러 출정을 지시했다. 하이 오크들이 발몽크를 호위하듯 둘러싸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 * *
연합군 본대의 전투는 치열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눈만 깜빡하면 수십 명의 병사들이 시체로 변해 있었다.
“울프라이더가 물러난다!”
“저 빌어먹을 늑대 새끼들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
“아악! 내 팔! 내 팔!”
“여기 부상자! 중상자다! 뒤로 옮겨!”
“어, 엄마…… 추워요…….”
“야, 이 새X야! 정신 똑바로 차려! 정신줄 잡아! 그거 놓으면 너 죽어!”
그들이 밟고 있는 땅은 녹색과 붉은색의 핏물로 물든 지 오래였다.
그런 혼란 속에서 쟌느는 오크들을 암살하고 있었다.
‘살짝 애매한데?’
연합군 본대의 기세가 좋아졌다. 반대로 양측에서 별동대의 기습이 성공하면서 오크군의 사기가 꺾였다. 골칫덩어리인 울프라이더 역시 어떻게 잘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쟌느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연합군과 오크군의 싸움은 팽팽했다. 여기서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면 그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게 된다.
흠칫.
쟌느가 몸을 작게 떨곤 오크군 본대로 시선을 돌렸다.
발몽크와 하이 오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저울이 기운다.’
별동대를 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크군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그러한 기류를 느낀 건 쟌느뿐만이 아니었다. 사령관과 지휘관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양측으로 돌아가 오크군을 공격하고 있는 별동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전방에서 싸우는 병사들과 용병들에게도 전령을 보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발몽크와 하이 오크들이 전장에 합류해 연합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이쪽으로 빨리…….”
발몽크의 창이 병사의 얼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크르르릉! 모두 죽여라!”
“대부족 발자크를 위하여!”
하이 오크들이 흩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