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4)
제 314화
314화
발몽크와 하이 오크가 참전하자 연합군 본대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범한 하이 오크가 오러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기사와 비교될 정도로 강하다면 발몽크와 함께 나타난 하이 오크들은 각 부족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즉, 오러 마스터와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다.
“으악!”
“커헉!”
단말마의 비명이 연합군 본대 곳곳에서 들려왔다.
사령관은 빠르게 판단했다. 말도 안 되지만 별동대가 돌아오기 전에 본대가 먼저 전멸할지도 모른다고.
‘퇴각해야 한다.’
지휘관들에게 퇴각 신호 지시를 내렸다. 다들 당황했지만 발몽크와 하이 오크의 기세가 사뭇 위험하여 금세 납득했다. 하지만 퇴각 신호를 보내기 전 발몽크가 연합군 지휘부를 향해 돌진해왔다. 지휘관들이 깜짝 놀라며 기사단에 발몽크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발몽크를 막는 것보다 퇴각 신호를 보내는 게 먼저……!”
사령관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발몽크를 막으러 간 기사단이 그의 창에 무참히 살해당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사단을 돕기 위해 달려온 병사들 역시 창에 꿰뚫려 내장과 피를 쏟아냈다. 과장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발몽크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대여섯 명씩 쓰러졌다.
툭.
“……!”
“으아아악!”
지휘관들은 기사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와 발밑까지 굴러오자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낯빛을 사색으로 물들이며 도망치려고 하자 그 앞을 막아서며 사령관이 말했다.
“무엇을 하는 것이오!”
“지, 지금 안 보이십니까?! 저 앞에 발몽크가……!”
사령관은 손바닥을 펼쳐 세게 휘둘렀다.
짜악!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가 도망치면 안 되니까! ……퇴각 신호를 보내고 별동대와 최대한 빠르게 합류하는 것으로 하겠소. 시간이 없소. 빨리 움직이시오!”
시간은 많지 않았다. 병사들이 제 목숨을 던져 발몽크를 막고 있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귀한 시간을 이렇게 버릴 수 없었다.
지휘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사령관은 참모들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마지막으로 페리칸에게 말했다.
“마법병단도 마법폭격을 멈추고 빠르게 퇴각하게. 아까와는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네.”
“알겠습니다!”
사령관은 페리칸이 가자 숨을 크게 골랐다. 발몽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놈이 노리는 건 자신이다. 도망쳐서는 안 된다.
‘신이시여.’
그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마음이 굳혀진 순간 다시 눈을 떴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허공을 날아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발몽크가 집어던지거나 공격을 당해서 날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사의 검을 휘감고 있는 황금빛 오러 블레이드가 발몽크를 향해 쇄도했다.
발몽크가 푸른 기운이 깃든 창을 크게 휘둘렀다.
―!
눈앞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아니.
엄청난 힘과 힘이 부딪치며 생겨난 폭발의 광채였다.
동시에 사령관은 자신의 몸이 멀리 날아가 땅바닥을 구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순간 목구멍이 턱 막히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커헉!”
핏덩어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덕분에 숨을 내쉬는 건 편해졌지만 눈앞이 흐릿해졌다. 땅을 구르며 더러워진 손으로 눈을 문댔다. 아직도 시야가 흐릿했지만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잠깐 사이에 정신을 잃기라도 했는지 기억이 중간에 끊겼다. 이윽고 사령관의 입에서 경탄이 흘러나왔다.
“맙소사!”
정체불명의 기사와 발몽크가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두 명이 검과 창을 맞댈 때마다 거대한 구덩이가 하나씩 생겨났다.
‘누구지? 연합군에는 저런 기사가 없어!’
사령관은 설마 지원군이 도착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지원군으로 보이는 병력은 없었다. 저 기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나타났다.
“여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휘청거리는 그의 어깨를 짚고 누군가 말한다. 고개를 돌린 사령관은 얇은 가죽 갑옷을 착용한 용병을 발견했다. 남대륙인이 아니었다.
그런 사령관의 의문을 알아차린 용병이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대륙에서 온 용병 말콤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 오크와 싸우고 있는 분과는 고용 관계입니다.”
“서대륙? 말콤?”
사령관은 말콤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윽고 그 이유를 상기해냈다.
‘서대륙의 용병왕이다!’
눈이 번쩍 뜨여질 만큼 상상하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이었다.
“그, 그렇다면 저 기사께서는……?”
“제 고용주이신 퓨리온 공작님이십니다.”
“서대륙의 전쟁영웅!”
말콤이 최근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신성新星이라면 퓨리온 공작은 먼 옛날부터 전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 있던 태양이었다.
“한데 어째서 퓨리온 공작께서 남대륙에……?”
“아. 그건…… 누군가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 * *
본대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받은 별동대가 오크군 진영을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퇴각했다.
오크군은 갑자기 퇴각하는 별동대를 보고 황당해했으나 물러나는 적을 쫓아가지는 않았다.
“퓨리온 공작?”
제론은 발몽크가 하이 오크들을 이끌고 연합군 본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놈의 기운을 계속 감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발몽크를 상대하는 존재의 기운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가 막한 타이밍이군.”
퓨리온 공작만 온 게 아니다. 말콤의 것으로 느껴지는 큰 기운도 있었다. 서대륙을 떠난 뒤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발몽크 한 명이라면 퓨리온 공작과 말콤이 상대할 수 있겠지만 하이 오크들까지 합세하면 어렵겠지.”
제론이 망설이지 않고 연합군 본대로 돌아가는 이유였다.
돌아가는 길목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양동작전을 펼칠 때처럼 멀리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늦은 뒤일 테니까.
양측의 별동대는 직선으로 연합군 본대를 향해 돌격했다.
연합군과 오크군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이 바로 그 길목이었다.
“본대가 퇴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돼지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면서 간다!”
별동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또한 아군이 있어야 할 후방에서 적들이 나타나 공격하니 오크군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별동대가 거칠게 밀어붙였다.
오크군 진영에서도 지원군을 보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전투의 흐름이 완전히 연합군 측으로 넘어갔다.
“크르릉!”
창을 휘두르던 발몽크가 뒤로 물러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합군 지휘관들을 모두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가야 했다.
별동대의 양동작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강한 인간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또 다른 강한 인간이 하이 오크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건 상정하지 못했다. 오크군의 타격이 컸다.
송곳니를 비튼 발몽크가 강한 인간을 향해 묻는다.
“강한 인간. 이름이 뭐지?”
“허허. 퓨리온 공작이라고 하네만.”
“서대륙의 전쟁영웅이라고 불리는 인간이로군.”
“오호. 내 이름이 남대륙까지 알려졌다니 기분이 좋군.”
퓨리온 공작은 흐뭇하게 웃으며 검을 빙글- 돌렸다. 잠시 멈췄던 싸움을 계속 이어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발몽크는 퓨리온 공작이 다가오는 거리만큼 물러났다.
“왜 그러는가? 설마 이 늙은이한테 겁먹은 건 아닐 테고.”
“크릉!”
발몽크가 위협적으로 소리를 냈다.
퓨리온 공작이 이크! 하며 과장된 몸짓을 했다.
“운이 좋았다. 강한 인간.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결판을 냈을 거다.”
“나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네만.”
퓨리온 공작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도발했다. 하지만 발몽크는 그런 퓨리온 공작을 잠시 노려보다가 오크군 본대로 돌아가기 전에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다음에는 그 목 깨끗하게 닦고 오게나.”
발몽크가 사라지자 퓨리온 공작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지친 숨소리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말콤이 다가와 묻는다. 오크의 피가 그의 몸을 흠뻑 적신 상태였다.
퓨리온 공작이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말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
“상황이 대충 마무리되어 가는군.”
오크군 진영에서 퇴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발몽크가 물러나며 퇴각 신호를 보낸 모양이다.
오크군을 무찌르며 연합군 본대로 돌아오던 별동대들이 빠르게 선회한다. 좋은 선택이었다. 연합군 본대와 진영이 큰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추격은 무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군 본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가는 엄청난 피해가 생긴다.
“게다가 발바리인지 발자리인지 모를 녀석이 꽤나 강해.”
“공작님께서도 쓰러트리지 못할 정도입니까?”
“내 목을 내놓는다면 팔과 다리 두어 개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것도 내 몸 상태와 컨디션이 최고라면 말이야.”
말콤이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퓨리온 공작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적어도 두 수나 세 수는 위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제론 님께서 계시니 괜찮을 겁니다.”
“허참. 그 녀석이라도 저놈은 쉽지 않을 거야.”
퓨리온 공작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 *
“…….”
“왜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세요?”
“말콤. 아까의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시게.”
퓨리온 공작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말콤은 피식 웃고선 물었다.
“고용주로서 요구하시는 겁니까?”
“물론. 계약조건을 수정해서라도 잊게 만들어 주겠네.”
“제 입 가벼운 거 아시죠?”
“백 골드 더 얹지.”
“아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퓨리온 공작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제론의 몸을 다시금 쭉 훑어봤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건지? 인간이 맞긴 한 건가?”
그제야 제론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했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맞습니다.”
“허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서대륙을 떠나기 전 반로환동으로 접어들던 퓨리온 공작은 그랜드 마스터-현경의 경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제론의 힘이 파악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얼마나 높이 있는지 느껴지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 잘만 싸우면 팔과 다리를 몇 개는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던 발몽크와는 달랐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냈지. 자네가 떠나고 나서 꽤나 지루했어.”
“그런데 무슨 일로 남대륙까지 오신 겁니까?”
“흐음. 그 이야기를 하자면 꽤나 긴데…… 여기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군.”
퓨리온 공작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전투가 끝나고 뒷수습을 하는 중이다. 차음막을 친다면 누군가 듣지 못하겠지만 편하게 이야기를 할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그럼 주둔지가 정해지고 이야기하는 걸로 하시죠.”
“사령관한테도 다녀와야 하니 그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