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7)
제 317화
317화
거대한 나무 괴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처음 나타난 나무 괴수만이 이동하는 경로에 장애물이 없어서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나머지 괴수들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나아갔다.
하필이면 그 장애물이 오크군이 점거한 성이었을 뿐이었다.
오크들은 나무 괴수와 맞서 싸웠다. 점거한 성을 나간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연합군에게 대패하여 중부지역까지 밀려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오크군은 나무 괴수를 창으로 찌르고 도끼로 베어 냈지만 나무 줄기에 붙잡혀 체액을 빨아 먹힌 채 미라가 되어 죽었다.
연합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군보다 나무 괴수가 더욱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진영을 옮기기로 선택했다.
“……덕분에 큰 피해는 없군.”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물-성이 없었다면 연합군이 나무 괴수에게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설마하니 남대륙 전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제론과 병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사령관은 전설로 남은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부활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 정도의 사건이라면 오크군과의 전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 대항할 수 없는 전설의 재림과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하는 거지?”
사령관은 성을 초토화시키는 나무 괴수들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법이라면 가능할까?’
아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오러 마스터라면 어떨까?
무엇이든 잘라내는 오러 블레이드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런 크기라면 생채기라도 낸다면 다행이리라.
‘적어도 대마도사나 그랜드 마스터가…….’
사령관은 생각을 멈췄다.
대마도사는 8개의 써클을 엮은 인외의 존재였다.
그랜드 마스터 역시 마찬가지.
그런 존재들이 전 대륙에 몇 명이나 될까?
많아 봐야 한두 명씩밖에 없다.
전 대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들로서는 막지 못한다.
“……종말이나 다름없군.”
허탈하게 웃은 사령관이 중얼거렸다.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이었지만 놀랍게도 정답을 맞혀버리고 말아버린 그였다.
* * *
“크아아아아아아!”
발몽크는 쑥대밭으로 변한 성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 기물이 산산조각 나며 무너졌다.
“크릉! 크릉!”
한바탕 난리를 친 발몽크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하이 오크들을 소집했다. 피해 현황을 묻자 그들이 보고했다. 보고가 이어질수록 발몽크의 표정이 점점 나빠졌다.
하이 오크들은 발몽크의 눈치를 살폈다.
마침내 보고가 끝나고 발몽크가 말했다.
“크르릉. 사실상 전쟁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군.”
“그건 아직…….”
“수천 명의 오크와 하이 오크가 죽었다. 반면 연합군은 일부 물자의 파손을 제외하면 전력이 그대로 보존되었지. 이대로 싸운다면 우리가 패배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성벽도 무너졌으니까. 그런데 아직? 아직?! 그 머리는 장식인가? 아니면 똥만 가득 찬 것인가?!”
“…….”
하이 오크들은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발몽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살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몇 명의 하이 오크는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을 허옇게 뒤집어 까고 있었다. 살기만으로도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살기가 가라앉은 발몽크가 묻는다.
“크르릉! 마탑에서는 뭐라고 하지?”
“자신들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른다고 합니다.”
바르손과 연락을 담당하는 하이 오크가 대답했다.
나무 괴수처럼 전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이 일부 지역뿐만이 아니라 남대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고 한다.
“또한 각지에 퍼져 있는 부족들 역시 사고에 휘말려 엄청난 사상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정확한 피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남부지역 왕국들을 막고 있던 오크군이…….”
“대부족 카쿠른은…….”
발몽크는 참담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연합군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남대륙 전역에서 통신 마법으로 피해 상황이 보고되었다.
보고를 취합하자 전쟁을 계속 이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참담하군.”
“…….”
“…….”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최후의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크군과 전쟁을 이어가는 건 폭탄을 몸에 두르고 같이 죽자며 덤벼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휴전을 제안해야겠지. 그래야 맞겠지.”
“…….”
“자네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마땅한 수가 없어. 오크군이 점거한 성을 때려 부수던 나무 괴수를 봤지? 그런 상황이 남대륙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네. 남대륙뿐만이라면 다행이겠지. 북대륙, 동대륙, 서대륙, 그리고 중앙대륙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이제는 재앙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오크들과 휴전을 맺어야 한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오크와 힘을 합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쳐왔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된다는 말이 있다지만 참으로 어이가 없군. 그럼 다들 동의하는 것으로 생각하겠네.”
사령관은 고갯짓으로 다른 의견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다른 의견이 있을 턱이 없었다.
말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모두가 분노를 겨우 참고 있었다.
2개의 왕국을 멸망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오크군이다.
그런 오크들과 휴전을 하고, 어쩌면 힘을 합칠지도 모른다는 말에 멀쩡한 정신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건 성인군자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다들 심란할 테니 이만 물러가서 쉬시게. 오크군과의 휴전 제안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할 터이니.”
사령관이 손을 젓자 지휘관들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속이 얹히기라도 한 사람처럼 안 좋았다.
참모들은 남아 휴전을 할 경우 처리해야 할 문건들을 정리했다.
“각국의 병력 상황과…….”
“용병들에게 지급해야 할…….”
사령관은 조용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정말 거지 같군.”
모두의 심경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 * *
연합군 내부에서 오크군과의 휴전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전을 한다고 하니 당연했다. 하지만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크군이 점거한 성을 때려 부수던 나무 괴수들과 비슷한 존재들이 남대륙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긴장감과 불안감, 걱정이 병사들을 지배했다.
“우리 집은 괜찮겠지?”
“하아.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빨리 휴전하고 돌아가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에 죽은 마론, 포큰, 헤키슨은 잊은 거야?”
“잊은 게 아냐. 나도 화가 나. 당장이라도 오크 놈들을 모조리 때려죽여 버리고 싶어. 하지만 아까 본 나무 괴수들이랑 비슷한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하잖아. 복수도 복수지만 돌아갈 고향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야?”
“하아. 그건 그래. 나도 사실 가족들이 걱정이야.”
“우리 어머니는 늙어서 괴물이 나타나도 도망치지도 못한다고.”
용병들 역시 병사들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한 고생만 아니었다면 탈영을 해서라도 돌아갔을 것이다.
“나야 가족이 없지만 너는 어떡하냐?”
“씨X! 가족 이야기 그만해. 초조해서 미칠 것 같아.”
“오크군과 휴전을 한다는 소문이 도는 걸 보면 금방 결정을 내릴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자. 어차피 이대로 돌아가도 먹을 게 없어서 가다가 굶어 죽어.”
병사들과 용병들의 염원을 이뤄주기라도 한 듯 사령관이 전령을 보냈다. 동시에 오크군에서도 전령이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휴전 제의였다. 휴전 기간은 남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끝난 뒤까지였다.
그렇게 기한이 있지만 처절했던 전쟁이 끝났다.
각국의 지휘관들이 병력을 이끌고 복귀했다. 용병들은 약속되었던 보수와 식량을 지급 받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제론과 일행들은.
“자네는 어떻게 하려고?”
“저는 남대륙에서 볼일이 남았어요.”
“흠. 그렇군.”
“……안 돌아가시게요?”
“나도 남대륙에 볼일이 있네. 아 참. 기병대장과 부관은 병사들을 이끌고 복귀하도록 하시게. 나 역시 최대한 빠르게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도록 할 터이니.”
퓨리온 공작은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 제론의 일행에 합류했다.
말콤도 부하들에게 서대륙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예? 같이 안 가십니까?”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없어도 용병단은 알아서 잘 굴러가니까 상관없겠지.”
말콤의 부하들은 난처했으나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돌아갔다.
“껄껄! 앞으로 잘 부탁하네.”
“흠흠. 주군. 잘 부탁드립니다. 에르딘 형씨도 잘 부탁해.”
“보는 눈이 없다고 사람이 그새 가벼워지나?”
말콤은 사뿐하게 퓨리온 공작의 말을 무시했다. 퓨리온 공작이 불만스럽다는 듯 투덜거렸지만 로레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본래라면 교총지부였겠지만…… 성전을 일으켰다고 하니 그쪽으로 가보려고.”
“위험하지 않을까요?”
“누가? 내가?”
“아뇨. 그쪽 사람들이요. 아악!”
에르딘이 꿀밤을 맞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 * *
제론과 일행들은 메이엔의 사역마를 타고 이동했다.
처절했던 전쟁이었지만 그 여파가 빠르게 씻겨 나간 것처럼 조용했다.
몇 시간을 빠르게 이동하자 오크와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또다시 이동했다.
정말로 경악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은 혼란을 틈타 도적질을 하는 무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합군과 오크군이 대치하던 성과 며칠 거리밖에 안 되는 곳에서 3번을 마주쳤다.
“나쁜 놈들이 괜히 나쁜 놈들이겠나? 나쁜 짓만 골라서 하니까 나쁜 놈들이지.”
퓨리온 공작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으나 아직 평범함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로레인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크와의 전쟁으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그런데 드워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작님도 돌아가야 하지 않나요?”
“흐음. 나 하나 없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걸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룬 퓨리온 공작도 나무 괴수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막상 싸워보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감각적으로는 그랬다.
“그런 괴물들과 싸워본 경험이 없으니 원.”
결론은 경험의 부재였다.
또한 폴른 제국이 가진 힘은 퓨리온 공작이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전쟁영웅으로 불리기 전에도, 오러 마스터가 되기 전에도 폴른 제국은 ‘제국’이었다.
“그보다 그런 괴물들이 나타나도 대륙이 멸망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