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8)
제 318화
318화
쥬페토는 성벽 위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아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입술 사이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난 며칠 사이 중앙대륙 전역에서 괴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페리안 백작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30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거대한 괴수가 나타났다.
그날 이후로 아이리는 출근 도장을 찍듯이 매일 성벽으로 갔다.
척.
쥬페토가 성벽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입을 꾹 다문 채 경례했다. 성 밖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괴수를 자극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손짓으로 경례를 받아준 뒤 아이리에게 다가간 그는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오셨어요?”
“부인, 바람이 춥소.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가시오.”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저 괴수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모르겠소. 하지만 저 괴수를 볼 때마다 먼 옛날 이 땅에서 살았다고 하는 크레토스의 전설이 떠오르오.”
“크레토스라면 신을 대신해서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심판한다는 삼두사三頭蛇 아닌가요?”
“그렇소.”
성 밖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괴수는 머리가 3개였으며 겉모습은 날개가 달리지 않은 도마뱀과 같았다.
기록에 묘사된 크레토스의 모습과 유사했다.
‘1개의 뿔이 달린 머리에서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산성을 뿜어내고, 2개의 뿔이 달린 머리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눈보라를 흩날리며, 3개의 뿔이 달린 머리에서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지옥의 불길을 토해낸다고 했지.’
괴수의 정체가 크레토스라면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했다.
‘페리안 백작령…… 아니, 오른 왕국이 멸망할지도 모른다.’
크레토스의 전설이 기록으로 전해진 그대로라면 확정된 미래나 다름없었다.
“이만 들어가는 것이 어떻소?”
“네.”
쥬페토는 아이리와 함께 영주성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걱정을 떨쳐내지 못한 그녀를 잠시 다독여주고 집무실로 향했다.
“어머니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많아 보이더구나.”
빠르게 서류를 넘기던 가른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밤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구나.”
쥬페토와 가른은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공간에서 집무를 봤다.
산처럼 쌓였던 서류가 바닥을 보일 때쯤 가른이 쥬페토에게 물었다.
“영지민 대피에 대한 안건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부분은 아직 고민 중이다.”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아직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괴수가 배고파져 잠에서 깨어나거나 다른 외부적인 요소로 눈을 뜨게 된다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을 제일 먼저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굶주린 야수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성 밖에서 잠을 자고 있는 괴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의 사실을 떠나 이유를 불문하고 괴수가 눈을 뜬다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이 위험하다는 건 당연했다.
설령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영지민이 불안에 떨리라.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영지민들에게 대피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구나. 그들이 평생 동안 일궈놓은 모든 것을 버리라고 하는 셈이니까.”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으음. 꼭 그렇지는 않단다. 때로는 목숨보다 중요한 것도 있더구나.”
“저로서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로군요.”
쥬페토가 그럴 줄 알았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가른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영지민을 대피시키는 방법이 곤란하다면 괴수를 퇴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 방법도 고려해보고 있단다. 하지만 걸리는 문제가 너무 많아. 먼저 성과 괴수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성과 괴수의 거리는 약 200미터.
피해의 여파가 성에 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인만 잘 한다면 성에 피해가 끼치지 않게 할 수 있는,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다.
진짜 문제는 크레토스를 해치우는 방법이었다.
3개의 머리를 동시에 베어내야 한다.
“……실패하면 페널티가 너무 커.”
1초라도 오차가 생긴다면 잘려나간 머리가 재생한다.
괴수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불 보듯 뻔한 일.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쥬페토는 영지민을 대피시킨다는 선택과 괴수를 퇴치하는 선택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리에 발리스타를 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다음에 저와 아버지, 유한 경이 동시에 3개의 머리를…….”
가른이 말을 멈추고 벌떡 일어섰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쥬페토 역시 그것을 느끼고 일어나서 창문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저건 뭐지?”
“엄청나게 큰 새로 보입니다.”
“그건 나도 눈이 있어서 알고 있다.”
거대한 새가 도시로 날아오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거라는 예감과 함께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성벽에 도착하기 무섭게 거대한 새가 지상으로 활강했다. 이윽고 거대한 발톱으로 크레토스를 낚아채더니 하늘에서 그 큰 부리를 벌려 그것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페리안 백작령의 근심이 찰나의 순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비다르!”
거대한 새의 정체가 종말이 닥쳐올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조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퓨리온 공작이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전설이 왜 기록이나 구전으로 남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결국은 퇴치가 되었기 때문이야.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네. 수많은 사람들이 죽겠지만 어떻게든 막아낼 테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론도 퓨리온 공작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드워프의 편지에 적힌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대륙이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괴수 같은 존재의 등장을 떠나서 단순한 억측이나 심증이 아닌 드워프 제사장을 통해 드워프의 신이 내린 예언, 바로 계시啓示였다.
“나는 멸망의 원인이 그런 괴물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라고 생각하네.”
“그게 무엇인가요?”
“모르지.”
퓨리온 공작이 어깨를 으쓱한다. 말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그보다 북대륙에서 강림했다던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
“사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조용히 있던 말콤도 슬쩍 말을 얹는다. 그 역시 제론이 서대륙을 떠난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긴데.”
“오늘 여기서 자고 가는 건 어떤가?”
“그것도 좋은 생각 같습니다.”
퓨리온 공작과 말콤의 쿵짝이 잘 맞았다. 피식 웃은 제론이 말문을 트려는 순간이었다. 땅이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 방향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거참. 맥이 끊기는군.”
“세상에서 제일 화날 때가 중간에 말이 끊길 때더군요.”
퓨리온 공작과 말콤이 투덜거리며 일어섰다. 다른 일행들 역시 전투 준비를 했다. 이윽고 거대한 무언가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광물로 이루어진 골렘이었다.
“골렘인데요?”
“흐음. 확실히 골렘이군. 하지만 평범한 골렘처럼 보이지는 않아. 이 근방에 골렘의 전설이라도 있는 건가? 잡아다가 마법사나 연금술사한테 가져다주면 많이 좋아하겠어.”
“혹시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거라면…….”
“그보다 반짝거리는 광물 엄청 비싸 보이는…….”
일행들은 10여 미터 크기의 골렘을 바라보며 품평했다.
사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 품평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평범한 골렘조차 병사 수십 명이 덤벼들거나 오러 익스퍼트의 기사쯤은 돼야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던가.
가장 약한 로건은 상급 프리스트 이상의 신성력을 갖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약한 메이엔조차 대마법사 급의 힘을 갖고 있는 마녀였다.
나머지 일행들은 최소 오러 마스터. 거기에다가 퓨리온 공작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든 초인이었다.
고작 골렘 따위에게 겁을 먹을 위인들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골렘 역시 평범한 골렘이 아니었다.
“저 혼자서는 힘들 것 같은데요?”
에르딘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골렘을 바라보며 말했다.
평범한 골렘은 2미터 크기를 겨우 넘을 정도로 작은 편이다. 그에 반해 저 골렘은 10미터를 넘었다. 골렘의 크기가 힘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었지만 10미터의 거체를 가득 채운 기운이 느껴졌다. 단순히 기운의 양으로 따지면 오러 마스터 수십 명을 하나로 뭉쳐놓은 것만 같았다.
게다가 골렘이 걸을 때마다 발밑의 땅이 쩌저적 갈라지고 있었다.
무게를 견뎌내지 못해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골렘이 갖고 있는 특별한 힘 때문이었다.
“설마 쫀 건 아니지?”
“에휴. 쫄기는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저런 것들이랑 싸워봐요? 그럼 제가 먼저 갑니다.”
에르딘은 창을 고쳐 쥐며 곧장 골렘을 향해 달려갔다.
어떻게 보면 골렘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제론과 일행들을 노리고 온 게 아니라 그저 가는 방향에 그들이 있던 것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골렘에게는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지理智가 없었다. 오래전 인공두뇌에 입력된 명령어-적을 섬멸하는 것만이 골렘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골렘은 위협적인 기세로 달려오는 에르딘을 적이라고 판단했다.
번쩍! 푸쉬이이!
두 눈이 붉은빛으로 변하며 뿌연 수증기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에르딘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들어 내지른 순간 회로에 새겨진 마법진이 발동하며 바람의 칼날들이 날아갔다.
콰드드드득!
“헙!”
에르딘은 높게 뛰어 바람의 칼날들을 피했다. 막아도 됐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피할 생각밖에 하지 못한 것이었다.
골렘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에르딘이 바람의 칼날들을 피한 순간 빠르게 돌진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제론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야. 몸통박치기까지 쓰네.”
쾅!
“커헉!”
에르딘이 몸통박치기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다급하게 호신강기를 두른 덕분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내장이 뒤틀리며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에르딘!”
“오지 마!”
로레인은 깜짝 놀라 달려가려고 했으나 에르딘이 외쳤다.
“후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네.”
쿠오오오오!
골렘이 포효하며 돌진해왔다. 울렁거리는 배 속을 다스린 에르딘은 운룡대구식과 용형보를 펼쳐 골렘의 공격을 피하고 곧바로 반격했다.
캉-!
강기가 깃든 창이 골렘의 몸에 생채기 하나 만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창을 쥔 손바닥이 얼얼하니 아파 왔다.
한편 에르딘과 골렘의 싸움을 지켜보던 제론과 나머지 일행들은.
“여기 팝콘 없어?”
“팝콘? 자기, 그건 뭐야?”
“옥수수 알갱이에 버터를 바르고 소금을 뿌려서 튀겨낸 건데, 짭조름하고 고소해서 저런 구경 하면서 먹기 좋아.”
“옥수수는 구하기 쉬우니까 나중에 해 먹기로 하자.”
“그럼 이번에는 고기라도 뜯으면서 구경하지 뭐.”
“메이엔. 여기 불을 좀 피워주세요.”
“알겠어요.”
“고기는 제가 굽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이 늙은이는 뭘 할까?”
“공작님은 쉬고 계세요.”
에르딘과 골렘의 싸움을 본격적으로 관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레인만이 안절부절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