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19)
제 319화
319화
로레인은 고기를 뜯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에르딘을 바라봤다. 그는 골렘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입고 있던 가죽 갑옷은 넝마가 된 지 오래였으며 온몸이 핏물로 젖어 든 상태.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가 수십 미터는 떨어진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로 나쁜 상황이었다.
반면 골렘은 멀쩡했다. 에르딘의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신체 곳곳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멀리서 보면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쿠오오오!
골렘이 발을 구르며 포효하자 땅이 갈라지며 그 속에서 날카로운 바위가 튀어나온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에르딘이 재주를 넘듯 뒤로 덤블링을 뛰고 헉헉댔다.
제론이 맛있게 익힌 고기 꼬챙이를 들며 말했다.
“안 죽어. 저래 보여도 생명력 하나만큼은 끈질기니까. 거의 바퀴벌레 사촌이야.”
“바퀴벌레 사촌이면 사람이 아니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말이.”
로레인은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에르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윽.”
기어코 꼬챙이로 코 안을 찔러서 피가 났지만, 지혈을 하면서도 에르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니 애틋한 한 쌍의 연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5분이 더 지났을 무렵 퓨리온 공작이 어깨를 풀며 말했다.
“슬슬 위험하지 않겠는가?”
“교대하게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퓨리온 공작은 골렘과 싸운다는 생각만으로도 투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차례가 아니었다. 2명의 대기자가 남아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짐작한 사람이 배를 두드리며 일어섰다.
“우리 멋쟁이 공작님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허허. 멋쟁이 공작님이라니. 이 늙은이가 참 부끄럽구먼.”
쟌느가 눈을 찡긋하곤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다. 그사이 에르딘은 체력이 바닥나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에 이르렀다.
“와. 미치겠네.”
30분가량 쉬지 않고 싸운 탓에 힘들어서 미치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 어떤 공격도 골렘에게 통하지 않아서 환장한다는 뜻이었다. 골렘이 위력적인 마법을 우물에서 물 끌어오듯 펑펑 사용하고 있다지만 솔직히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피해도 되고, 창강으로 베어도 되고, 막아도 된다.
문제는 열심히 때려봐야 흠집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골렘의 반격이 곧바로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거리를 벌리고 다시 접근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이 대량으로 소모되었다.
그래서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하이파이브.”
“어? 쟌느 님? 무슨 일로…….”
“교대할 시간이야. 이번엔 내 차례.”
에르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손을 들어 쟌느의 손바닥을 쳤다. 쟌느가 양아치 형님들처럼 바닥에 침을 찍- 뱉으며 양손의 단검을 빙글빙글 돌렸다. 조금 전까지 적이었던 에르딘을 향해 돌진해오는 골렘을 향해 달려갔다.
“어?”
에르딘이 뒤로 물러나다가 당혹성을 흘렸다. 쟌느가 골렘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빠르게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10미터 크기의 골렘과 1.7미터의 인간이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당연히 인간이 튕겨 나가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반전이 펼쳐졌다.
크오?
쟌느와 부딪친 골렘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쿠구궁!
육중한 몸뚱이가 땅을 구르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쟌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는지 멀쩡한 모습으로 골렘을 향해 뛰어올랐고, 한 마리의 새처럼 활강하며 양손의 단검을 골렘의 몸에 쑤셔 넣었다.
카강!
“칫.”
단검이 골렘의 단단한 몸을 뚫지 못하고 튕겨졌다.
동시에 골렘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쟌느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바람의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간다.
그사이 야영지로 돌아온 에르딘이 로건에게 치료를 받으며 묻는다.
“방금 그건 뭐예요?”
“뭐?”
“골렘하고 정면으로 부딪쳤는데, 골렘이 튕겨져 나갔잖아요. 그거 뭐냐고요.”
“오러 실드라고 하는 기술이라네.”
퓨리온 공작이 에르딘의 질문에 대답했다.
오러 실드는 피부에 오러를 얇게 둘러 마법사의 실드 마법처럼 외부에서 가해지는 공격을 막는 방어막이다.
“오러 마스터가 펼친 오러 실드라면 평범한 오러 실드보다 훨씬 더 두껍고 견고하겠지. 하지만 골렘의 돌진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튕겨낼 정도라면 평범한 오러 실드가 아닐 거야.”
“오…….”
에르딘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흘렸다.
“제론 님,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어. 오러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조절해서 공격을 흘려버린 거야.”
“맞아. 정확하네.”
“아…… 나만 못 알아듣는 대화였구나.”
이해하기를 포기한 에르딘은 로레인이 건넨 고기를 들고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렸더니 무척 배고팠다. 하지만 두 눈은 쟌느와 골렘의 싸움에 집중했다.
쟌느의 공격은 골렘에게 통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단검이 번번이 튕겨져 나가기만 했다. 잔뜩 찌푸려진 미간이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제 차례가 끝나서 묻는 거긴 한데…… 저런 적을 만나면 어떻게 싸워야 해요?”
“흠. 쉬운 질문이라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번에도 퓨리온 공작이 반응한다.
에르딘은 쉬운 질문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쉬운 질문이라고요?”
“그렇지. 정답은 어차피 하나로 정해져 있으니까 쉬운 질문이지.”
“……더욱 날카롭고 강하게 공격한다는 거죠?”
“맞네. 그것 말고는 정답이 없어. 같은 인간이나 비슷한 체형의 이종족이 상대라면 다른 대답을 해줄 수 있겠지만 저런 골렘이나 괴수라면 보다 더 날카롭게, 보다 더 강하게 공격하는 방법밖에 없지.”
“지금보다 더 날카롭고 더 강하게.”
에르딘은 중얼거리며 눈썹을 가운데로 좁혔다. 정말로 쉬운 말이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어려웠다.
뇌기까지 끌어올려 싸웠지만 골렘의 몸에는 흠집밖에 새기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더 날카롭고 더 강하게 공격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르딘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제론이 툭 단서를 던졌다.
“오러 소드와 오러 블레이드의 차이를 생각해봐.”
“오러의 양과 응축, 그리고 응집력의 차이.”
“맞아. 그저 많은 오러를 불어넣기만 하는 건 오러 소드의 크기가 커지는 것밖에 되지 않아. 하지만 응집시키고 응축시키면 그게 바로 오러 블레이드가 되는 거야.”
검강은 검기의 정수가 한 단계 상승하여 완성된 형태이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오러 소드의 형태는 사용하는 무기 혹은 사람에 따라 달라져.”
창의 경우에는 창날만 두르는 것에 그치고 검일 경우에는 검신 전체를 둘러싼다.
공격하는 무기의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검에 톱날처럼 오러 소드를 만들기도 하고, 투 핸드 소드나 바스타드 소드처럼 길고 두껍게 오러 소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에르딘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네요?”
“그렇지.”
“더욱 날카롭게.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쟌느의 단검은 짧지만 날의 폭이 얇아서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날카로워져. 보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무기만 다르고 나머지 조건이 동일할 때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보면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런 게 있으면 진작 알려주시지 그랬어요.”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는 다 말해줬어. 네가 똥구멍으로 쳐들어서 그렇지.”
“똥구멍이 뭐예요? 밥 먹는데 더럽게.”
에르딘이 투덜거리자 제론은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며 상큼하게 웃어줬다. 이윽고 로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쟌느 다음에는 로레인 네 차례야. 미리 준비해둬.”
“네?”
“앞으로 저런 것들이랑 싸워야 해. 이럴 때 미리 연습을 해둬.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 순수하게 육체의 능력은 우리 중에서 세 번째야. 오러의 양도 세 번째고.”
첫 번째는 제론이었고 두 번째가 퓨리온 공작이었다.
말콤이 흠흠 헛기침을 하고 묻는다.
“저는 몇 번째입니까?”
“말콤 너는 여섯 번째.”
“아직 멀었군요.”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지 몇 개월도 안 된 상태로 혼자서 수련을 해왔는데 그 정도면 대단한 거야. 내 옆에서 보고 배우면 에르딘 정도는 금방 추월할걸?”
“누구 마음대로요?”
“흠. 하긴…… 요즘 열심히 수련하긴 하지.”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쟌느의 싸움을 응시했다. 아직 숨결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오러의 양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교대를 할 때가 되어 간다.
“저거 보이지?”
“호오. 골렘의 목덜미에 제법 큰 상처가 있군.”
“공작님, 눈치 없이 왜 그래요?”
“늙어서 눈치가 좀 없다네.”
퓨리온 공작이 능구렁이처럼 낄낄 웃었다. 작게 혀를 찬 제론이 에르딘에게 골렘의 목덜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쟌느도 정답을 찾은 것 같지만 상대가 안 좋아. 우리 중에서는 가장 저런 종류의 적과 싸우는 게 불리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상처를 만들었지.”
“단검에 비해 크기가 2배 정도 되는군. 사람이었다면 경동맥이 끊어지거나 목의 뼈가 잘려나가서 치명상이겠어.”
“그렇죠. 쟌느의 오러 블레이드가 에르딘 너의 것보다 훨씬 더 날카롭다는 뜻이야. ……로레인 교대할 때가 되었어.”
제론은 설명을 잠시 멈추고 로레인을 호명했다.
로레인이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일어섰다.
“로레인. 걱정하지 마. 제론 님이 언제 거짓말하신 적 있어?”
“그…… 있지 않아?”
“어…… 어어…….”
에르딘의 동공이 갈 곳을 잃었다.
“……그…… 그건 놀리려고 하는 말이야. 사실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믿어봐.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전혀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너를 믿어볼게.”
로레인은 크게 숨을 마시고 뱉은 뒤 쟌느와 교대를 하기 위해 달려갔다.
제론과 퓨리온 공작이 인상을 찌푸린 채 에르딘을 쳐다봤다.
“하, 하하. 오늘 날씨가 참 좋죠?”
“하늘이 흐릿한 거 안 보여?”
“흐릿한 날씨도 좋…….”
“처신 잘 하라고.”
에르딘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비다르가 출현하자 왕실에서 모든 귀족들을 소환했다.
쥬페토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영지를 떠났다.
“비다르는 종말이 닥쳐올 때 나타난다고 알려졌지.”
반대로 말해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좋은 신조가 바로 비다르였다.
쿵- 쿵-!
“영주님. 멀리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네. 최대한 위험한 것은 피해서 움직이도록 하지.”
마부의 말에 쥬페토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후 마차 창문으로 보니 100미터 앞에서 거대한 존재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전설에 나오는 거인족 같군.’
쥬페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