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1)
제 321화
321화
“헤헤. 감사합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3실버를 받은 남자아이가 순박한 양처럼 변해 싹싹하게 굴었다.
에르딘은 시퍼렇게 변한 눈두덩으로 웃고선 이번에는 운이 좋은 거라며 다시는 소매치기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다른 용병 형아들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네 손목이 날아갔을 거야.”
“힉!”
손날로 손목을 툭 내려치는 시범을 보여주자 남자아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럼 가봐.”
“호, 혹시나 시키실 일 있으면 또 불러주세요!”
남자아이가 후다닥 사라지자 에르딘과 퓨리온 공작도 잡담을 나누며 제론과 다른 일행들이 들어간 여관으로 뒤따라갔다.
여관 1층은 선술집이었다. 도시의 무겁고 우중충한 분위기와 다르게 경쾌하고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모두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크와의 전쟁이 흐지부지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남대륙 곳곳에서 괴상한 현상이 벌어졌고, 교총지부가 일으킨 성전으로 남부지역이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었다.
제론과 일행들이 도착한 이 도시도 언제 신병들에게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
분위기가 절대로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식사는 시켜놨어.”
“넵!”
“고기는 시켜놨나?”
“당연하죠. 고기 없으면 못 사는 몸이에요.”
퓨리온 공작이 제론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열린 입술 사이로 건강한 치아가 보였다.
‘저 양반은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서 치아도 건강해졌나?’
제론은 무심코 생각했다가 고개를 휙휙 흔들었다.
퓨리온 공작이 환골탈태를 했다면 치아도 새로 자라났을 것이다.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건치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지.’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제론은 선술집 손님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정보를 수집했다.
모험가 길드나 암살자 길드처럼 정확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들 역시 정보를 수집할 때 가장 처음 들르는 곳이 바로 선술집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 알지 못할 뿐이지, 수많은 소문들이 쉬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곳이 선술집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문들의 대부분은 쓸모가 없거나 크게 과장된 것이기도 하고, 혹은 가짜인 경우도 많았다. 거북이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다르다.
‘교총지부가 일으킨 성전.’
제론은 딱 그 소문에만 귀를 기울였다.
“…….”
“……?”
“……!”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많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족히 수십 명에 달하니 그중에서도 잘 걸러 들어야 한다.
그러길 약 10분.
제론은 정보 수집을 마치고 식사에 전념했다. 배가 든든하게 차오른 뒤 일행들에게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서 말했다.
“신병들이 진격하는 속도로 볼 때 5일에서 10일 사이에 이 도시에 도착할 거야. 그때까지는 충분히 쉬어 두자고.”
“그렇게나 빨리요?”
“천사라고 부르는 그것들이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거 같아.”
사람들의 말로는 천사의 정체는 거대한 석상이라고 한다.
크기는 대략 5미터 정도.
날개가 달려 있지만 날지는 못하고 거대한 무기와 몸뚱이를 앞세워 돌진해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깨부순다고 했다.
“아마도 골렘이겠지.”
거대한 석상 따위가 진짜 천사일 리가 없었다.
“그것도 천사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골렘.”
일명 던전을 지키는 용도로 만들어진 가디언이 천사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일 것이다.
* * *
던전은 신의 공간-신역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곳이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어떤 사람의 말처럼, 마법 역시 정점에 달하면 신의 힘과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생명 창조가 허락되지 않은 신화시대에 마법사들이 할 수 있던 유일한 창조가 바로 골렘 제작이었다. 생명이 아니기에 법칙에서 자유로우며 마법사들의 비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그러나 헬란드 추기경에게는 그것들이 신께서 내리신 위대한 구원자였다.
“더럽고 추악한 것을 정화할 구원자시여.”
헬란드 추기경은 구원자들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다.
진심으로 골렘…… 그러니까 천사들을 더럽고 추악한 것을 정화할 구원자라고 믿었다.
“……부디 저에게 거룩한 사명을 잊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는 헬란드 추기경의 눈동자에 검푸른 안광이 머물렀다.
배 속에서 주체하지 못할 막강한 힘이 꿈틀거렸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헬란드 추기경이 읊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더럽고 추악했던 것들이 존재했던 성.
신성한 피로 정화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또한 십자가에 못으로 박혀 매달린 한 남자가 있었다.
남대륙에 존재하는 공식적인 오러 마스터 10명.
그중에서도 남대륙 최강이라고 불리는 ‘은빛의 맹수’였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숨이 붙어 있던 그가 헬란드 추기경이 구원자들께 기도를 올리는 사이 죽었다.
“역시 추악하고 더러운 자였도다.”
헬란드 추기경은 남자의 시체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나는 옳았다.’
다시 한번 확신을 얻었다.
* * *
제론과 일행들은 도시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머물렀다.
“소문이 틀리지 않다면 다음 목표는 이 도시야.”
틀릴 가능성은 낮다.
신병들의 이동 경로가 이곳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전쟁이 벌어지겠군요.”
“또다시 전쟁이라니 끔찍하군요.”
에르딘과 로건이 차례대로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거인족으로 보이는 거대한 존재들이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전설로 전해지는 나무 괴수 역시 되살아났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거인족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타났다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존재들이 나타날지 모르겠군.”
퓨리온 공작은 그 이후까지 생각했다. 오크군이 점거했던 성을 박살 낸 나무 괴수조차 혼자서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단순히 크기 때문이 아니다. 나무 괴수의 힘이 그만큼 강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더욱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들이 깨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네.”
“저도 마찬가지예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제론을 보며 퓨리온 공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을 줄 알았다네.”
“……?”
다른 일행들은 두 사람이 하는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제론은 그들에게 짧은 힌트를 던졌다.
“던전과 무덤.”
“세상에.”
“맙소사.”
“……그런 일이 가능한 거야?”
일행들 모두가 경악하거나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륙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구체적인 내용과 증거까지 남은 것들이 있다.
제론이 던졌던 힌트가 바로 그것들이었다.
던전과 무덤은 지금까지 나타난 거대나무나 거인족과는 수준을 달리하는 전설들의 잔해물이다. 잔해물이 남을 정도로 끔찍했던 사건들을 일으킨 악몽의 증거였다.
제론은 나지막이 말했다.
“어느 드래곤의 유희로 태어난 한 왕국의 건국왕.”
“고대시대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
“대륙의 혼돈을 일으킨 언데드킹의 침공을 저지한 신비인.”
모두 중앙대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대표적인 전설이다.
“……만약 그런 일들이 또다시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겠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겠지.”
퓨리온 공작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일행들은 일동 침묵했다.
다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 * *
잊힌 옛것이 부활하기 며칠 전.
평소와 같이 기도를 올리던 성녀는 모시는 신께 계시를 받았다.
계시의 내용은 놀라웠다.
-거대한 혼돈이 전 대륙을 뒤덮을 때가 오리니. 그날이 도적처럼 이르리라. 잊힌 옛것이 나타나고, 죽은 옛것이 부활하리니, 모두가 대비하라. 대비하지 않으면 종말이 오리라.
교황을 뵙기 위해 달려가자 그가 성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계셨군요.”
“그렇다오.”
교황은 낯빛에서 근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역시 성녀와 똑같은 계시를 받은 것이다.
“잊힌 옛것과 죽은 옛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오.”
“추정되는 건 있어요.”
“본 교황 역시 마찬가지라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존재들을 상대하는 건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
교황은 성녀를 기다리며 전 대륙의 각국으로 보낼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또한 다시금 북대륙의 모든 왕국이 힘을 합칠 때가 되었다.
적은 잊힌 옛것과 죽은 옛것.
먼 옛날 북대륙에 상처를 새긴 존재들이었다.
시간을 돌려 지금.
슈롬벨 백작은 다시금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되었다.
야만족의 침공을 막을 때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무려 몇백만의 대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이 된 것이었다.
“……그건 둘째 치더라도 내가 왜 총사령관이 된 거지?”
“그야 경험자시니까요.”
슈롬벨 백작이 설산을 지키던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당시 그의 부관이었던 사내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나 말고 유능한 놈들 많잖아!”
“유능할지는 몰라도 경험이 없으면 말짱 꽝이지 않습니까? 백작님보다 더 억울한 사람은 접니다. 또다시 백작님 밑에서 구를 줄은 몰랐다구요.”
“내가 끌려왔으니까 너도 끌려와야지.”
“하아. 또다시 뒤처리나 하기 바빠지겠군. 다른 귀족들 지랄, 지랄하는 거 들으랴, 우리 총사령관님 똥 치우랴.”
“너 그러다가 맞는다?”
“때리려면 때리십시오. 이참에 맞아 죽어서 전역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슈롬벨 백작은 부관의 배짱에 화가 났지만 차마 진짜로 때리지는 못해서 부들부들 떨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그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부관이었다.
“내 뒤처리해주니까 봐준다.”
“아니, 그냥 때리라니까요? 맞아준대도 못 때려.”
부관이 깐족거리자 슈롬벨 백작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진짜로 때릴 거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든 순간 한 도시를 멸망시킨 늪지대의 괴수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눼이눼이.”
슈롬벨 백작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지휘관을 소집했다.
늪지대의 괴수를 사냥할 때가 되었다.
* * *
“……대비를 해야겠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요.”
충격에서 겨우 빠져나온 에르딘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다른 일행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우리끼리 수를 쓴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래도!”
“하지만.”
제론이 에르딘의 말을 끊었다.
“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데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서 다들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이 맞네. 서대륙 역시 내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네. 물론 이런 괴수들이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퓨리온 공작이 짧은 턱수염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의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