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2)
제 322화
322화
“다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상황은 변했어도 우리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어. 그대로야.”
애당초 제론과 일행들이 남대륙으로 온 목적은 2가지였다.
하나는 오크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아인호르타하의 조직에 관한 것이다.
교총지부가 그 둘과 전부 관련되어 있는 이상 목적은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헬란드 추기경이 성전에 직접 참가했다는 소문이 있어.”
“이제 보니까 자네는 단순히 전쟁 때문에 이 도시에서 머무르고 있던 게 아니었군.”
“그렇죠. 헬란드 추기경이 교총본부의 총책임자니까요. 아마 그가 천사라고 부르는 골렘들을 조종하거나, 조종하는 배후와 관계가 있을 거예요.”
애당초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퓨리온 공작의 말대로라면 각 대륙마다 혼란을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괴수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겠지만.
하지만 유일하게 남대륙만이 오크와의 전쟁으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바로 그 전쟁이라는 것 때문에 모두가 심란해져서 본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것이다.
“그럼 모두 천사라는 것과 싸울 준비를 해둬.”
제론은 전쟁보다 골렘과의 싸움이 더욱 험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성전을 일으킨 신병들이 성 앞까지 도착했다. 도시는 불안과 공포로 떨었다. 신병들에게 짓밟힌 도시의 생존자들과 주변 도시에서 보낸 병사들이 있었지만 신병들의 숫자에 비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병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었다.
“저, 저게 그 천사라는 것이여?”
“아이고. 천사가 아니라 괴물이구먼. 괴물.”
병사들은 오들오들 떨며 거대한 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대한 석상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일전에 제론과 일행들이 만났던 골렘이 광석 덩어리라면 천사라고 부르는 것은 진짜 사람에 가까웠다.
다만 5미터에 달하는 거인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들고 있는 무기가 다 다른데?”
“어랍쇼? 저 천사…… 아니, 괴물은 악기를 들고 있어.”
“설마 악기를 휘둘러서 때려 부수는 건 아니겠지?”
병사들의 쑥덕거림은 신병들 측에서 한 남자가 말을 이끌고 앞으로 나오자 뚝- 멎었다.
남자의 정체가 헬란드 추기경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헬란드 추기경이 제아무리 유명한 존재라고 해도 먼 거리에서 병사들이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갑작스러운 적막이 내려앉은 이유.
바로 헬란드 추기경이 쇠사슬에 묶인 시체 한 구를 질질 끌면서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시체라는 사실을 안 것도 멀쩡해야 할 목과 사지가 90도로 꺾여 있던 탓이었다.
“서, 설마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매달고 온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짓을 했다면 저들이 악마가 아니고 뭐겠어?”
병사들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다시금 술렁이기 시작했다.
과연 저들이 이전까지 신을 섬겼던 이들이 맞긴 한 걸까?
솔직히 말해서 그간의 행보만 듣자면 악마보다 더 했다. 사탄이 ‘아, 이건 좀…….’ 하며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하면서 돌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헬란드 추기경이 성문 앞에 시체를 툭 내려놓고 돌아갔다.
당장 공격을 할 예정이 아니라는 것처럼 신병들이 물러났다.
잠시 후 도시의 성문이 열렸다.
시체를 확인 및 회수하기 위해 소수의 병력이 움직였다.
목과 사지가 90도 꺾여 있는 처참한 몰골에 병사들이 인상을 찌푸렸으나 오크와 전쟁을 하거나 몬스터와 싸우며 더한 모습도 본 적 있었다. 빠르게 시체를 회수해서 돌아갔다.
이윽고 시체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것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시체를 회수하러 갔던 소수의 병력 중 1명은 그날 밤 술에 취한 채 잠들어야 했다. 맨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체가 ‘은빛의 맹수’였다니.”
아득한 절망이 병사를 짓눌렀다.
* * *
제론은 차분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체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포기.
도시의 병사들에게 감히 대항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오러 마스터의 시신을 그렇게 내던져놓고 간 건 그런 이유겠지.’
제법 머리를 잘 썼다.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
물론 병사들이 제론과 일행들에 대해 알고 있다면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그 사실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
알린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들이 직접 두 눈으로 본 게 아니니까.’
언젠가 떠날 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남대륙의 다른 오러 마스터들이 멀쩡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멀쩡하더라도 천사라고 부르는 골렘들을 상대하지 못한다.
‘최소한 오러 마스터 상급의 수준은 돼야 가능해.’
골렘의 단단한 신체를 뚫기 위해서는 오러 블레이드를 응축하고 응집시키는 기술이 능수능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흠집을 내는 것이 고작이다.
에르딘과 쟌느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응축하고 응집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은 제법 치명적인 공격을 해내는 게 가능해졌지만 제론의 눈에는 아직 미숙해 보였다.
‘그래도 그런 골렘 따위를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문제는 골렘의 숫자다.
무려 10기나 된다.
게다가 10기의 골렘이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다.
병사들의 말처럼 거대한 악기를 휘둘러서 공격하는 게 전부라면 다행이지만 제론의 예상대로라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이 도시에 머무르면서 가만히 앉아 쉬기만 한 게 아니니까.’
다른 일행들이 충분한 휴식과 수련을 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있을 때 제론은 남대륙의 전설에 대한 기록을 찾아다녔다.
그로 인해 알 수 있던 사실 중 하나가 천사라고 불리는 골렘에 대한 것이다.
다른 전설에 비해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종말의 십十천사.’
세상에 종말이 닥쳐올 때 깨어나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정화하는 10명의 천사에 대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10명의 천사가 골렘이라고는 적혀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먼저 일一천사가 나팔을 불며 내려와 세상의 종말이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나머지 천사들이 차례대로 내려오며 부정하고 더러운 것들을 하나씩 심판한다는 내용이었다.
‘천사의 형상을 본 떠 만든 골렘.’
잊힌 옛것이 나타나고, 죽은 옛것이 부활하는 시대가 왔다.
만들어진 골렘이 종말을 알리는 십천사의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상한 노릇이 아니다.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
그런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생각의 정리를 마친 제론이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자 일행들이 수련을 쌓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응축하고 응집시키는 과정이 이제는 제법 안정적이다.
기척을 드러내자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분위기는 어때?”
“뭐…… 나쁘죠. 시체의 정체가 사실 ‘은빛의 맹수’라면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퍼지고 있어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해요.”
밤새 탈영을 한 병사들도 제법 많다고 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안전한 곳은 없을 텐데 말이죠.”
에르딘이 씁쓸한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없느니만 못해. 그보다 공작님.”
“응? 왜 부르는 겐가?”
“일행들을 부탁드려요.”
제론이 부탁하자 퓨리온 공작이 검을 집어넣으며 묻는다.
“거 누구냐…… 헬란드 추기경을 잡으러 가려고?”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요.”
“흐음. 혹시 아인호르타하에 대한 것인가?”
제론은 퓨리온 공작에게도 아인호르타하에 대해 말해줬다.
그가 서대륙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바후르 도적단과 황실의 일원이자 도적단의 배후였던 흑마법사 데카론이 속했던 조직의 보스라는 사실부터 각 대륙에서 저지른 여러 가지 사건들까지 전부 말이다.
“예. 아마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성 밖에 있는 천사라 불리는 골렘들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제론이 다시 한번 일행들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끙. 마음 같아서는 내가 가고 싶지만…… 자네가 가는 게 더 확실할 테지.”
퓨리온 공작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쉬웠는지 제론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끙끙 앓는 개처럼 보였다. 욕하거나 비하하는 게 아니라 퓨리온 공작이 정말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일이었죠?”
“그렇다네.”
신병들이 도시를 공격하겠다며 선포를 한 날이 바로 내일이다. 급격하게 탈영병이 는 이유기도 했다.
“그럼 저도 준비를 하러 가볼게요. 아마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뵙지 못할 거예요.”
“조심히 다녀오게.”
다른 일행들도 제론에게 덕담을 한 마디씩 던졌다.
이윽고 이튿날이 되었다.
신병들이 예고했던 대로 도시를 공격했다. 십천사는 나서지 않았다. 도시 하나를 점거하는 데 그들의 힘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날 밤 도착한 오러 마스터와 군대가 제법 매서운 저항을 했다.
헬란드 추기경은 십천사 중 나팔을 든 일천사를 보냈다.
뿌우우우우!
일천사가 나팔을 불자 전방의 성벽 위에서 싸우던 병사들의 고막이 터졌다. 공기의 파동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끄아아악!”
“아악! 살려줘! 살려줘!”
“어흐흐흑!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일천사를 상대하기 위해 온 중년의 오러 마스터가 성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등 뒤에 오러로 이루어진 날개가 펼쳐졌다.
한 마리의 새처럼 비행하던 오러 마스터는 클레이모어를 높게 들고 오러 블레이드로 일천사를 베어냈다.
아니.
베어내려고 했다.
“큭!”
오러 블레이드가 일천사의 몸을 베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오러의 날개가 사라지며 오러 마스터가 땅으로 추락했다.
“추악하고 더러운 자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를 정화시켜라!”
신병들이 그를 에워싸고 공격했다. 하지만 일천사를 베어내지는 못했다지만 일개 신병들에게 당할 오러 마스터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신병들이 그의 검에 쓰러졌다.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기에 그토록 강하단 말인가!”
“신의 병사들이여! 저 추악하고 더러운 악마는 우리가 상대하도록 하겠다!”
교총지부의 성기사들이 나서자 신병들은 물러났다. 오러 마스터는 성기사들의 합공에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듯하였다.
그러나 도시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군세가 밀려오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남부지역에서 도시를 공격하는 해양 몬스터와 싸웠던 오러 마스터들이 각국의 지원을 받아 병사들을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오크와의 전쟁보다 교총지부가 일으킨 성전을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오러 마스터를 합공하던 성기사들을 물리친 그들은 나팔을 불어 성벽을 공격하는 일천사를 뒤늦게 발견하곤 당황했으나 이내 힘을 합쳐 쓰러트리기로 했다.
“추악하고 더러운 자들이여! 신의 사도의 힘을 느껴보아라!”
헬란드 추기경은 그런 오러 마스터들을 비웃었다.
이윽고 이천사와 삼천사가 각기 거대한 부채와 거대한 봉을 들고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거대한 부채가 크게 휘둘러지자 폭풍이 불고, 거대한 봉이 대지를 때리자 땅이 갈라졌다.
오러 마스터들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날아가거나 갈라진 땅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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