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3)
제 323화
323화
“오러 마스터들이 모두 죽었다고?!”
“젠장! 오러 마스터들도 막지 못하는 저 괴물들을 우리가 어떻게 막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도망쳐야 해. 죽고 싶지 않으면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성벽에서 싸우던 병사들은 절망하여 소리쳤다. 그들에게는 오러 마스터들이 천사라는 괴물한테 제대로 반항조차 못 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한 병사가 외치자 낯빛이 살아났다.
“아, 아직! 아직이야! 오러 마스터들이 살아 있어!”
“뭐? ……진짜! 진짜야! 살아 있었어!”
“젠장! 믿고 있었다고!”
날아갔던 오러 마스터들이 땅 위를 비행하듯 달려왔고, 갈라진 땅속으로 떨어진 오러 마스터들이 벽을 차고 뛰어올랐다.
긁히고 갈라진 상처가 몸 곳곳에 새겨져 있었지만 그들의 기세는 이전과 동일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천사와 삼천사의 공격에 어이없게 당해버린 자기 자신들에게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마법 포격 준비되었습니다!”
“좋아!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댄다고 했지! 우리도 한 번 열심히 꿈틀대보자고!”
“고작 꿈틀거려서 뭐합니까? 이왕이면 발을 분질러버리시죠!”
마법 포격이 신병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포격의 범위에는 천사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3써클에서 4써클밖에 되지 않는 마법 포격이었지만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그때 일천사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뿌우우우우!
공기의 파동이 성벽을 강타했다.
이천사의 폭풍처럼 물리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서 성벽이 붕괴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고막이 터져 전투 불능 상태가 된 병사들을 대신해 교체된 병력을 무효화시키기 충분했다.
“……우리가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병사들은 성벽으로 올라오기 전 마법사와 사제에게 보호 마법 및 축복을 받았다.
사실 비효율적인 짓이었다.
병사들의 숫자가 한둘도 아니고 수백 명에 달하니까.
마법사들과 사제들만 죽어 나가는 꼴이었다.
하지만 일천사의 공격 한 번에 모두가 고막이 터져나가서 전투 불능이 되었다.
한 마디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도시에 머무르는 마법사와 사제가 많았다.
도시의 위치는 해안과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양 몬스터와 싸우던 마법사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사제들이 인원 교대를 하면서 이 도시에 머물렀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와의 전쟁이 터졌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전쟁터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으나 끊임없이 지상으로 기어오르려 하는 해양 몬스터가 있었다.
놈들을 막다 보니 오크와의 전쟁이 흐지부지 끝났다.
덩달아 해양 몬스터가 떼죽음을 당하며 해안이 평화로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교총지부가 성전을 일으켰다.
덕분에 붕 떠버린 그들은 도시에 남게 되었고, 이렇게 병사들에게 보호 마법과 축복을 내려주는 신세가 된 것이다.
“쏴! 막 쏴! 쉬지 말고 쏴!”
“신병들이 사다리를 가지고 옵니다!”
“옆에 바위 놔둬서 뭐 해! 던져! 아니, 굴려!”
병사들은 신병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오러 마스터와 천사의 싸움도 중요했지만 도시를 지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과연 추악하고 더러운 잡종들이로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헬란드 추기경이 비릿하게 중얼거렸다.
신께서 그에게 위대한 사명을 부여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의 사도들이시여. 악으로 물든 저들을 벌하소서.”
사천사와 오천사가 움직였다. 하늘에서 불의 비가 내렸고, 눈보라가 몰아쳤다. 가히 자연재해나 다름없었다.
“광역 실드 마법을 펼쳐!”
“하, 하지만 마나가……!”
“뒤지고 싶지 않으면 피를 토하는 한이 있어도 펼쳐!”
마법사들이 있는 마나, 없는 마나 싹싹 긁어서 광역 실드를, 사제들은 도시 위로 보호의 신성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불의 비가 실드 마법과 보호의 신성 마법을 두드린 순간 산산조각 깨트렸다.
“커헉!”
“우웨에에엑!”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입에서 비명을 토하고, 피를 게워내며, 거품을 물고 쓰러질 때 검은 장막이 도시 위를 둘러쌌다.
불의 비가 검은 장막에 막혔다.
검은 장막을 펼친 이는 메이엔이었다.
“후우. 이 정도면 불의 비는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활약상이 없던 그녀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그것과 상관없이 인명피해를 줄이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의 비는 해결했어도 눈보라는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눈보라를 막는다고 온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니까요.”
“한 마디로 저 골렘을 해치우지 않는 이상 이 눈보라는 어떻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거로군.”
퓨리온 공작이 말하자 그녀가 그렇노라고 대답했다.
“잘 됐지. 오히려 잘 됐어. 대충 저 골렘들에 대해서 알 것 같거든.”
“저번에 싸웠던 골렘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여요.”
“아니. 더 약하다네.”
퓨리온 공작은 확신했다.
천사라고 불리는 골렘은 자율적인 의지가 없다. 반면 일전에 연습 상대로 싸웠던 골렘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전투법을 사용했다. 그 차이는 명백했다.
“패턴이 단순해. 육체적 능력은 그것과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사용하는 능력도 하나씩밖에 없는 것 같고.”
“그럼 더 약한 게 맞네요.”
“그렇지. 잠깐 싸워보면 금방 체감할 걸세.”
“그렇군요.”
에르딘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챈 퓨리온 공작이 에르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살짝 흐릿하게 풀어진 동공이 보인다.
“……자네 지금 내 말에 호응만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공작님의 말씀에 건성건성 대답만 해요?”
흐릿하게 풀어진 동공이 또렷해진다.
그것을 보며 퓨리온 공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내가 편해졌나 보군.’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나이 차이가 많기는 했지만 친구가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퓨리온 공작은 흠칫 놀라더니 중얼거렸다.
“……그건 좀 끔찍하군.”
* * *
퓨리온 공작을 시작으로 에르딘과 로레인이 성벽을 뛰어넘었다. 그들의 돌발행동에 성벽 위에서 싸우던 병사들이 당황했지만 고함을 치는 것이 전부였다.
“뒤지고 싶어 작정했어?!”
“이탈자가 나타났습니다!”
“이탈자? 어디로 이탈했는데?”
“적진으로 이탈했습니다!”
“……?”
잠시 혼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지만 3명의 이탈자에 대한 기억을 모두가 머릿속에서 지웠다. 신병들이 성벽에 사다리를 설치하는 데 성공하고 성벽 위로 몰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 도시를 지키는 병사들에게는 3명의 이탈자가 아니라 성벽 위로 쳐들어오는 적이 더 중요했다.
한편 제론은 성 밖에서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방관하고 있는 거냐고?
“그럴 리가.”
도시를 공격하는 신병들은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정반대 쪽 성문으로도 공격을 해왔다.
도시의 병력이 한쪽으로 몰린 틈을 탄 기습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병사들은 급히 보고를 하러 갔지만 전부 제론이 수혈을 짚어 잠들게 했다.
물론 성을 공격해오는 적들도 가만히 내버려 둔 것은 아니었다. 제론이 전부 해결했다. 단 1명도 살려두지 않았다. 병사들이 깨어난 뒤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겠지만 그것까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덕분에 늦어버렸네.”
신법을 펼쳐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한 가까운 경로로 이동했다.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론의 목적은 헬란드 추기경에게 배후를 묻는 것이었다.
‘사실 이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
천사라고 부르는 골렘들이 기록에 적힌 힘을 사용해서 싸우고 있었다.
‘남은 건 7기…… 아니, 5기로군.’
사천사와 오천사가 불의 비와 눈보라를 불러왔다. 메이엔이 마녀의 비술을 펼쳐 검은 장막으로 성을 보호한다.
‘시간이 많지는 않겠어.’
5기의 골렘을 상대해야 했지만 제론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종말의 십천사에 대한 모든 능력을 알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없다. 또한 기록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한들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더 강해졌으니까.’
우화등선을 하기 직전의 자신보다 더 강해졌다.
그 이전까지도 적수를 찾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정말로 만약의 경우 베헤못 같은 아스트랄의 존재가 강림하지 않는 이상 변수는 없다.’
그 변수조차 대비를 해둔 지금 제론을 위협하는 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제론은 헬란드 추기경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갔다.
* * *
헬란드 추기경은 자신의 결계를 뚫고 온 존재를 느꼈다.
“……!”
천사들에게 그 존재를 정화해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육천사의 몸이 반으로 쪼개져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아니.
육천사뿐만이 아니었다.
칠천사와 팔천사, 이윽고 구천사가 차례대로 쓰러진다.
마지막 십천사마저 쓰러지기 전에 막아야 했다.
“누구냐!”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쿵-!
십천사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이윽고 제론이 헬란드 추기경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춤.
헬란드 추기경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자신의 주변에는 수많은 신병들과 성기사들이 있었다.
그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설마?’
헬란드 추기경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죽었다.
그것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선 채로 말이다.
“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자이기에 신의 사도들께서……!”
“자기소개하지 말고 한 가지만 묻자. 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내 질문에 대답하는 것밖에 없는 건 알지?”
“이 사악한……!”
헬란드 추기경의 얼굴이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돌아갔다.
“감히 그 추악하고 더러운 손을……!”
철썩!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헬란드 추기경이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제론의 눈치를 살폈다.
“아인호르타하를 알아?”
“모른다.”
제론은 즉각 대답이 나오자 헬란드 추기경의 눈을 쳐다봤다.
사람의 눈을 보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헬란드 추기경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 내놔.”
“……?”
“골렘들을 조종하는 아티팩트가 있을 거 아냐.”
“그건 나의 신실한 믿음…….”
제론이 손을 들어 올리자 헬란드 추기경은 몸을 움츠렸다.
그와 동시에 헬란드 추기경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뭐야?”
제론은 그의 몸속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베어내려고 했으나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현상임을 알아차리고 잠시 기다렸다.
바로 성녀의 몸에 강신한 루나였다.
‘물론 루나가 강신하는 건 아니지만.’
헬란드 추기경의 몸에서 느껴지는 힘은 루나의 것과 달랐다.
루나가 포근하고 자애로운 어둠이라면, 지금의 것은 세상을 밝히는 빛이었다.
“……초월자여.”
“너 누구냐?”
“나는 솔라라고 한다.”
제론이 입술을 비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