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4)
제 324화
324화
“아, 그 자기 화신을 악마한테 빼앗겼던?”
“…….”
명백한 비웃음에 헬란드 추기경, 아니 솔라가 딱딱하게 굳어진 눈으로 제론을 응시했다. 진실을 알지 못하기에 저렇게 비웃는 것이지만, 영락하였던 초월자에게 모욕을 당하는 건 절대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악마한테 화신을 빼앗길 때 기분 어땠어? 설마 기분이 좋았고 그런 건 아니었지? ……아이고. 미안하다. 내가 말이 좀 심했네.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지. 변태도 아니고 자신의 화신을 다른 신도 아니고 악마한테 빼앗겼는데 말이야. 그것도 강신의 매개체로 말이야.”
“……!”
솔라의 낯빛이 용암처럼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완벽한 강신이 아닌 상태로 제론과 싸워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분노를 억지로 꾹꾹 눌러서 참아야만 했다.
마지막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하여간 저딴 걸 신으로 모시는 놈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까.”
화악-!
솔라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 일대가 신역으로 변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도시와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역으로 변한 순간부터 현실과 전혀 다른 독립적인 공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신기하군.’
제론은 주변에 퍼져 있는 빛의 알갱이를 손으로 잡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손안으로 들어온 순간 사라졌다. 빛의 알갱이는 입자였다. 특별한 힘이 아니라 솔라의 신역이 펼쳐지며 빛이라는 입자가 커져 알갱이로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했다.
‘물론 자세한 원리 따위는 모르지만 말이야.’
제론은 어깨를 으쓱하곤 솔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신역을 펼치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안색이 좋지 못했다.
‘베헤못처럼 제물을 바친 것도 아니니 당연한 건가?’
솔라의, 아니 헬란드 추기경의 몸이 붕괴하려는 조짐도 보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신체가 아주 느리게 가루로 변해 흩날리고 있었다.
단순히 제물을 바치지 않고 강신했다고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솔라의 힘 때문에라도 말이지.’
제론이 느끼는 솔라의 힘은 베헤못에 못지않았다.
완벽한 준비를 갖춘 베헤못과 다르게 헬란드 추기경을 제물로 바쳐서 이런 힘을 갖고 강신했다고 믿기 어려웠다.
대충이나마 짐작되는 이유가 있긴 했다.
[어리석은 초월자여. 그대는 진정으로 어리석고, 또 어리석구나. 이번에는 그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온 것이거늘. 어찌 분노를…….]“우선 한 가지 팩트를 짚고 가자고.”
제론은 실실 웃으며 솔라의 말을 끊었다.
[……그게 무엇이지?]“초월자는 맞지만 어리석지는 않아. 내가 설마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아? 충분한 대비를 갖춰놨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하하! 예상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한때 영락하였던 초월자여. 그대의 오만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그대의 기만은 악마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황망하구나.]“오…… 그거 칭찬이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오만. 막자조차 혀를 내두르는 기만. 이 정도면 거의 신이네. 신. 앞으로는 나를 신이라고 부르며 섬기라고 말해야겠어.”
솔라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이 처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주 먼 옛날. 그때도 같았다. 종말은 예언되어 있었고 모두가 충분한 대비를 갖춰놨다고 하였지만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한때 영락하였던 초월자여. 그대 역시 영과 혼이 갈기갈기 찢어져 영락하였었지 않았던가.]“그러니까 나한테 그런 짓을 한 게 너라는 말이네. 그것도 일대일로는 안 되니까 여러 명이서 다구리를 놨고. 세상에나. 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얼마나 약한 거야?”
[……더 이상 말을 이어가는 건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되는군.]솔라는 손을 들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태양이 제론을 향해 떨어졌다.
* * *
독립적인 공간인 신역이 펼쳐진 사실은 알지 못하지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들이 있었다.
기감에 민감한 오러 마스터들이었다.
골렘들과 싸우던 그들은 흠칫 놀라며 헬란드 추기경이 있던 곳을 응시했지만, 불투명한 막 같은 것으로 가려진 것처럼 인지할 수 없었다.
아니. 그 전에.
뿌우우우우!
일천사의 나팔이 오러 마스터들에게 향했다.
오러 마스터들은 오러로 귀를 보호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천사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괴물이라고 해도 무방한 존재들은 일대일로는 절대로 상대하지 못할 만큼 강력했다.
“오른쪽을!”
“자네는 왼쪽을!”
남대륙 오러 마스터 2명은 동시에 옆으로 달려가며 일천사의 공격을 피하고 순식간에 접근해 오러 블레이드로 일천사의 몸을 베어냈다.
카강!
“큭!”
“통하지 않아!”
그들의 오러 블레이드는 일천사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제론이 일행들에게 알려줬던 응축과 응집의 단계를 아직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일천사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지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좀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해!”
“젠장! 여기서 얼마나 더 날카롭게 만들라고!”
“드라켄을 베어냈을 때의 감각을 되살려 봐!”
남대륙의 오러 마스터들은 다른 대륙의 오러 마스터들과 달랐다.
남부 해안 지역을 몬스터에게서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왔다.
그 가운데 단단한 비늘을 가진 수룡 드라켄도 있었다.
어떠한 마법도, 물리 공격도 통하지 않았던 최악이자 최강의 몬스터.
오러 마스터 5명의 합공으로 겨우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지만, 비늘을 베어내지 못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줘!”
“알겠어!”
거대한 부채를 휘둘러 폭풍을 불러왔던 이천사 역시 남대륙의 오러 마스터들이 힘을 합쳐 상처를 새기고 있었다.
반면 수월한 전투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퓨리온 공작은 오천사의 눈보라를 막기 위해 오러 블레이드를 응축하고 응집시켜 단숨에 베어냈다. 일격으로 작동을 멈추게 만드는 데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시선을 돌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늙어서 고생이군. 허허.”
오천사의 눈이 붉게 변하는 것을 보며 퓨리온 공작이 검을 고쳐 쥐었다. 그의 검이 번쩍이자 오천사의 왼팔이 땅으로 떨어졌다.
한편 에르딘과 로레인은 사천사를 합공하고 있었다.
불의 비를 하늘에서 내리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몸 주변에서 만들어 날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르딘이 창을 원으로 회전시켜 불의 비를 쳐내며 말했다.
“내가 앞에서 막아줄게.”
“나보다는 네가 나아.”
로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공격력 때문에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에르딘의 창은 날카로웠다. 창강을 응축시키고 응집하는 과정이 능숙했다. 게다가 발놀림이 빠르기까지 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무조건 에르딘이 사천사에게 접근하는 게 낫다.
“아니. 네가 할 수 있어. 너만이 할 수 있어.”
“뭐?”
“발경이라는 기술이 있어. 오러를 체내로 침투시켜서 내부를 파괴하는 기술이야. 뭔지 알지?”
“……혹시 나한테 쭉 연습시키던 게 발경이었어?”
“그래. 맞아. 너의 뛰어난 신체 능력과 막대한 오러의 양이라면 저런 괴물을 쓰러트리는 건 어렵지 않아.”
“알겠어.”
에르딘이 씨익 웃으며 사천사를 향해 전진했고, 로레인은 그의 등을 뒤따라 전진했다.
멀리서 삼천사와 싸우고 있던 쟌느가 작게 투덜거렸다.
“아, 왜 나만 혼자야.”
* * *
또 다른 오러 마스터들의 등장에 도시의 병사들은 사기가 높아졌다. 함성을 지르며 신병들을 공격했다. 성벽 위로 올라온 신병들을 몰아붙여 아래로 떨어트리거나 칼과 창으로 찔러 쓰러트렸다.
“자비를 베풀지 마!”
“전방에서 충차가 달려옵니다!”
헬란드 추기경이 솔라의 강신체가 되기 전에 전부 짜여 있던 계획이었다. 더군다나 누구도 그에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고, 멈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물론 헬란드 추기경이 갑자기 사라져서 교총지부의 지휘부에서 점차 소란이 생겨나고 있긴 했지만 이 상황이 종결되기에는 일렀다.
“성문은 뚫려도 좋으니까 성벽 위만 막아!”
성벽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너무 치열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성문을 무방비상태로 둔 것도 아니었다.
“이제 내 차례군.”
말콤이 성문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며 검을 뽑아 들었다.
팔에 단단하게 묶인 방패 위로 오러로 이루어진 실드가 만들어졌다.
“오, 오러 마스터!”
“성문에서 오러 마스터 출현! 오러 마스터 출현!”
“어디 소속이야?!”
“모릅니다!”
“젠장! 기사단은 오러 마스터를 주축으로 방어진을 쳐!”
쾅!
충차가 성문을 들이받으며 신병들이 도시 안으로 밀고 들어갈 길을 만들었다.
뻥 뚫린 성문으로 신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누구도 도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말콤이 방패를 앞세운 채 달려갔다.
* * *
도시의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무렵 솔라는 경악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초월자가……!]솔라의 눈이 크게 떨렸다. 땅으로 떨어진 헬란드 추기경의 오른팔이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대며 뛰고 있었다. 하지만 팔이 베였다는 사실 때문에 놀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근원에 가까운 아스트랄에 존재하는 본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솔라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기만과 희롱을 당할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반응에 제론이 뜨거운 숨결을 뱉어내며 말했다.
“내가 충분한 대비를 갖췄다고 했지?”
검을 눕히며 솔라를 향해 겨눴다.
솔라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이내 깨달았다.
‘내가,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솔라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누구던가. 아스트랄의 존재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하며, 마르헨 대륙에서는 최고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비록 불완전한 강신이라고 하지만 고작 베헤못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전지와 전능에 가까운 존재가 바로 자신이었다.
“왜? 신이라는 것들도 칼에 베이니까 아파?”
제론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달렸다.
솔라가 다급하게 손을 저어 수천 개의 소형 태양들을 만들어 제론에게 쏟아부었지만,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전부 사라졌다.
[고작 초월자가 어떻게 이런 힘을!]“너희는 내가 두려웠잖아.”
[……!]“내가 두려워서 아스트랄의 존재로서 재구성될 때를 노리고 공격한 거잖아.”
솔라는 점점 가까워지는 제론을 멀리 밀어내기 위해 신역의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아스트랄의 본신이 더욱 크게 상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죽이지 못하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강신체를 통해 본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제론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해야 했다.
“……라고 생각하는 거 눈에 뻔히 보인다?”
제론은 검을 휘둘렀다.
솔라와의 거리가 가깝지 않았지만 사실 처음부터 상관없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베어내면 되니까.
[끄아아아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