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5)
제 325화
325화
솔라의 비명이 신역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신역이 사라지지 않았다. 제론의 공격이 솔라의 본신에게 확실한 피해를 입혔지만 강신까지 해체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제론은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손끝에 남은 감각과 방금 전 일격으로 깨달았다.
‘신을 베는 것이 가능하다.’
천천히 부서져 가는 헬란드 추기경의 육신이 보인다.
얼핏 봐도 눈에 확연히 띌 정도로 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때 솔라의 경악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떻게 나의 본신을 공격한 거지?!]“내 공격이 공간을 뛰어넘었고, 네 본신에 닿았다. 그게 전부야.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제론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게 어렵지 않다고?]“그래. 어렵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해낸 것 아니겠어?”
[……황당하군.]솔라가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믿기 싫어도 믿어야 했다. 그러한 공격에 자신이 당했으니까.
그런 반응을 보며 제론은 생각했다.
‘하니까 되네.’
솔라가 알면 무척이나 분노하겠지만 반쯤은 실험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베어내는 건 원래부터 가능했다. 하지만 차원의 벽까지 넘어버리는 것은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었다. 그러나 성공했다. 그저 차원의 벽을 뛰어넘는 것뿐만이 아니라 솔라의 본신에 피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베헤못과 싸울 때였다면 달랐겠지.’
그때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 이름 모를 검에 담긴 신살의 기운과 찢겨져 나갔던 영혼의 회복, 마지막으로 신성을 갖게 되며 변한 것이다.
“계속 싸울 것 같지는 않은데…… 이만 꺼지지 그래?”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솔라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제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락하였던 초월자여. 그대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과연 오만할 자격이 있구나. 허나…….]“아아. 됐고.”
제론은 손을 저었다.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솔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으나 참았다. 어느새 머리와 상체밖에 남지 않은 몸이 되었다. 더 이상 제론을 어떻게 할 힘이 남지 않았다.
“다음은 없어. 명심해.”
제론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손을 젓자 솔라의 머리와 상체가 완전히 가루로 흩어지며 신역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누구에게도 모습이 보이지 않게 신속으로 움직여 성으로 돌아갔다.
한편 천사라고 불리는 골렘들과 싸우고 있던 남대륙의 오러 마스터들은 그것들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골렘들은 공격을 하려던 자세에서 우뚝 멈추더니 천천히 몸이 기울어졌다.
쿵!
“……!”
“이게 무슨……?”
다급하게 물러난 오러 마스터들은 추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골렘들이 움직일 기미가 없다. 가공할 만한 힘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이었으나 성벽 위의 상황만큼 당혹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두 눈이 광기로 물든 채 병사들을 공격하던 신병들이 돌연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180도 달라진 것이었다.
얼굴이 피로 칠해진 신병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어?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다리가 반쯤 잘려나가 덜렁거리는 신병이 고통을 호소한다.
“아악! 내 다리가! 내 다리가!”
또 어느 신병은 혼란스러워했고.
“여, 여긴 어디야? 어디냐고!”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집에 있었는데…….”
흐리멍덩해진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신병도 있었다.
“으어, 으어어.”
하나같이 정상은 아니었다.
성벽 위뿐만이 아니라 모든 신병들이 저런 상태였다.
창을 겨누고 있던 병사들이 엉거주춤 물러섰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이놈들 설마 미치기라도 한 건가?”
“싸우다 말고 이게 웬…….”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제론의 일행들이 전장을 몰래 빠져나왔다.
몇몇 오러 마스터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또한 남대륙 전역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태를 바로잡아야 했다.
* * *
“아으. 삭신아.”
에르딘이 손으로 온몸을 주물럭대며 엄살을 떨었다. 하지만 반쯤은 진심이었다.
골렘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자존심 센 남대륙의 오러 마스터들이 괜히 합공을 한 게 아니었다.
혼자였다면 에르딘도 공격과 회피를 반복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앞으로 그런 놈들과 싸워야 한다는 거죠?”
“그래.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어우. 더 강한 놈들이라니 끔찍하네요.”
“꼬우면 강해지던가.”
제론은 에르딘을 비웃어주고선 육포를 꺼내서 질겅질겅 씹었다.
힘을 많이 썼더니 배가 고파졌다.
도시였다면, 그리고 전쟁만 아니었다면 식당에 잠시 들러서 배를 채우고 떠났을 정도로 무척이나 허기졌다.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
단검을 만지작거리던 쟌느가 묻는다. 앞의 말이 지나치게 생략되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전투가 끝난 도시의 상황을 묻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퓨리온 공작이 대답했다.
“헬란드 추기경이 신병들을 세뇌시켰다고 말할 걸세.”
“세뇌요?”
“그렇다네. 실제로 그들의 반응을 보면 성전을 일으키기 전부터 기억이 온존하지 않았던 모양이었어. 정말로 세뇌를 시켰는지, 아니면 암시를 걸었는지, 혹은 다른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반응은 절대로 아니었지. 하지만 그러한 것은 중요한 게 아닐세.”
“어째서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전쟁이 끝났네. 진정으로 중요한 건 그 사실이지.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면 마땅한 이유가 필요해. 그래서 헬란드 추기경이 신병들을 세뇌시켜서 전쟁을 일으켰다며 말하리라고 하는 것일세.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럴싸해 보이고, 신병들의 반응도 그러하니 충분히 납득할 만하니까.”
“흐음.”
“전쟁이 끝난 이상 몸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네. 머리로 싸워야 하지.”
퓨리온 공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잊힌 옛것과 죽은 옛것이 부활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일종의 정치라는 거군요.”
“그렇지. 자네 용병단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말콤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용병들이 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 싸워서 이기면 옳은 것이 되는 거지요.”
“질 것 같으면 싸우지도 않을 테니 그것 역시 정치로군.”
“그 말을 듣고 보니 정치가 맞긴 하군요.”
말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 제론을 바라보며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오크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어도 될 거 같으니, 이제 마탑을 찾아가야겠지.”
그러나 며칠 뒤 괴수에 의해 마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모험가 길드를 통해 쥬페토의 편지가 전달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너라.
편지에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 * *
“저를 따라가겠다고요?”
“지금 돌아가 봐야 할 게 없다네.”
제론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는 퓨리온 공작을 바라봤다. 쥬페토의 편지를 받고 다시 북상하던 도중 중앙대륙과 남대륙의 경계인 거대한 숲과 넓은 강물을 두고 갑자기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네 옆에 있으면 그놈 낯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아인호르타하를 말하는 것이다.
제론은 눈가를 찡그렸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절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설령 따돌리고 가더라도 어떻게든 따라붙을 것이다.
‘괜히 정체를 밝혔나?’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괜스레 후회가 되었다.
“말콤, 자네는?”
“저야 당연히 주군을 따라가야지요.”
“허허. 역시 생각이 깊은 친구라니까.”
말콤마저 제론을 따라가겠다고 말하자 퓨리온 공작이 좋아서 희희낙락했다.
그렇게 퓨리온 공작과 말콤이 제론과 함께 중앙대륙으로 향했다.
* * *
메이란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 두려움이 향하는 대상은 아인호르타하가 아니었다.
아인호르타하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미지에 가까워 체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황금빛 눈과 세로로 갈라진 검은색 동공의 옛 종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녀를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미들어스의 모든 수호자들은 먼 옛날 아스트랄로 떠났다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소리 없는 경악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런 메이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인호르타하와 옛 종족이 대화했다.
[……여. 어찌하여 세계의 흐름이 흐트러진 것을 알고서도 바로 잡지 않은 것인가?]“나는 수호자가 아니다.”
[반쪽짜리에 불과하나 수호자임을 알고 있을 터.]“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거부했다.”
[그대의 의지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여. 그러나 흐트러진 흐름 가운데 그대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갔어야 할 존재가 용케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군.”
[그대가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틀림이 없구나.]“그래서, 나를 벌하러 온 것인가?”
[모른다.]옛 종족의 대답에 아인호르타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수호자의 존재의의를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옛 종족의 다음 질문을 듣는 순간 어찌하여 그런 오류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여. 그대의 눈에는 내가 수호자로 보이는가? 잊힌 옛것으로 보이는가?]“……!”
수호자들은 아스트랄로 떠났다. 그러나 떠나지 못한 수호자가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옛 종족이었다.
모든 수호자가 미들어스에서 떠나기 전 영원한 잠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종족은 영원한 잠에서 깨어났다.
정체성을 확고하지 못했다.
아인호르타하는 그 사실을 통해 드디어 깨달았다.
“……시작되었구나.”
바로 종말이.
그것을 확신시켜주듯 옛 종족이 말했다.
[그렇다. 그대가 일으킨 세계의 흐트러진 흐름은 모든 것을 거슬러 흘러가게 만들고 있다. 본래라면 영원한 잠에 빠졌어야 할 나를 깨어나게 만든 것 역시 그런 이유지.]“그렇다면 내 앞에서 사라져라. 잊힌 옛것이자 수호자였던 존재여.”
[아니. 그대의 옆에서 지켜보겠다. 그대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지.]* * *
제론과 일행들은 중앙대륙으로 돌아와 오른 왕국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중앙대륙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갑자기 부활한 잊힌 옛것과 죽은 옛것으로 인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대비를 한다고 하여도 대응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가히 자연재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앙대륙은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시무르 칸은 부관과 함께 제론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 녀석을 꼭 만나야 한다니까!”
“하여간 꼴통 새X가 더럽게 말은 안 쳐들어요.”
“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부관이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시무르 칸은 심히 빡친 표정으로 부관을 노려보다가 애꿎은 땅만 발로 걷어찰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