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6)
제 326화
326화
페리안 백작령의 하루는 평소와 같았다. 중앙대륙의 혼란과는 동떨어진 평화로운 분위기에 다른 영지에서 온 사람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얼떨떨해할 정도였다.
그런 페리안 백작령을 방문한 새로운 손님들이 있었다.
바로 제론과 일행들이었다.
국경을 통과한 그들은 곧장 페리안 백작령으로 들어섰다.
본래 페리안 백작령은 2만 5천 명이 사는 소도시 하나와 1만 5천 명이 나누어져 사는 일곱 개 마을로 이루어진 남작령이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일곱 개의 마을이 소도시로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국경과 가장 가까운 소도시가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제론 도련님?”
소도시의 성문을 통과하려고 검문을 받던 도중 한 경비병이 제론을 알아봤다.
아니.
경비병이 아니었다. 그들보다 조금 더 뒤에서 경비병들을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던 평범한 복장의 남자였다.
‘알프레드?’
먼 옛날 제론이 9살일 무렵 아카데미 입학식 참석을 위해 향하던 마차의 호위를 맡았던 백부장 알프레드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경비대장이었는데?’
제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알프레드를 쳐다봤다.
그때 알프레드가 격하게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왔다.
“도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헉! 감찰대다!”
“빨리! 빨리 자세 잡아!”
알프레드를 알아본 경비병들이 갑자기 각 잡힌 자세로 선다.
그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승진했구나.’
알프레드는 지난 몇 년 사이 경비대장에서 감찰대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형은 잘 지내셨어요?”
“아이고. 형이라니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곤란합니다.”
“한 번 형은 영원한 형이죠.”
제론이 대수롭지 않은 듯 피식 웃으며 말하자 알프레드의 눈망울이 황소처럼 변하더니 감격, 또 감격한 표정을 짓고선 실없이 웃었다.
“흐하하!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손님분들과 함께 오셨으니 영주님께서도 무척이나 기뻐하실 겁니다.”
알프레드가 앞장서자 제론과 일행들은 자동으로 검문을 패스하고 소도시로 들어갔다.
퓨리온 공작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람들 표정이 좋군. 영지를 다스리는 페리안 백작께서 무척이나 영지민을 아끼는 모양이야.”
“하하. 맞습니다. 제가 모시는 분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영지를 가더라도 페리안 백작령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습니다. 백작령이 아니라 자작령일 때도, 그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잠시만요. 백작령?”
제론의 마지막 기억은 페리안 자작령이었다. 하지만 알프레드는 계속 페리안 백작령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명칭이 이상했다.
“예. 백작령. 맞습니다.”
“…….”
“……설마 백작으로 승작하신 걸 모르고 계셨습니까?”
“이제 보니 불효자였군.”
퓨리온 공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 *
“왔느냐.”
쥬페토는 깃펜을 놀리며 말했다. 고개도 들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예. 아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업무가 많아서 나중으로 미뤄야겠구나.”
“그런데 그 안경은 뭐예요?”
제론은 쥬페토의 안경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쥬페토가 크흠 헛기침을 하고 대답했다.
“요즘 눈이 침침해서 쓰고 있단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육체가 재구성돼서 일반인에 비해 시력이 몇 배는 좋으실 텐데요? 그리고 안경알도 없…….”
“요즘 수도에서 유행이라고 하더구나.”
“아하. 유행이군요. 어울리시네요.”
“하여간 따박따박 말대꾸나 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거 아시죠?”
쥬페토는 피식 웃으며 깃펜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제론에게 다가가며 양팔을 벌렸다.
“잘 돌아왔구나. 막내야.”
“예. 아빠.”
“……그런데 왜 안 안기니?”
“그럴 나이는 지났죠.”
쥬페토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팔을 내리자 제론이 다가가 살포시 안아줬다.
“하하. 농담이에요. 아빠. 그간 강녕하셨죠?”
“역시 막내밖에 없구나.”
쥬페토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제론이 그를 놓으며 말했다.
“아 참. 백작으로 승작하신 거 축하드려요.”
“어떻게 알았더냐?”
쥬페토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알프레드가 말해줬어요.”
“허. 깜짝 놀래키려고 꽁꽁 숨기고 있었더니.”
“저를 불효자로 만드신 게 아빠셨군요.”
“응? 불효자?”
“부친이 백작으로 승작했는데 그 사실도 몰랐다며 저보고 불효자라고 한 사람이 있어요.”
“누가 감……!”
“서대륙의 퓨리온 공작님이라고. 응?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감감무소식이라 어쩔 수 없었단다. 남대륙에는 소식을 알리는 게 아무래도 힘들었지. 음. 모험가 길드에도 꽤나 많은 값을 지불했단다. 오크와의 전쟁도 그렇고, 전 대륙에서 벌어지는 일도 그렇고…….”
횡설수설 떠드는 쥬페토.
제론은 실소를 참지 못하고 피식피식 흘렸다.
“못 들은 걸로 할게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그나저나 퓨리온 공작님이라고 했니. 한 번 뵙고 싶은데 소개를 시켜주지 않으련?”
쥬페토가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꿨다.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은 제론이 헛기침하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퓨리온 공작님께서 아빠를 뵙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작님께서, 나를?”
* * *
제론은 쥬페토와 퓨리온 공작의 만남을 주선하고 빠졌다.
긴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나.
퓨리온 공작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하다면 남으라고 말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그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오른 왕국은 대대적인 괴수 토벌에 나섰다. 페리안 백작령의 병사들을 이끌고 간 것은 형 가른과 유한이었다.
제론은 두 사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오러 마스터였다.
남대륙에서 봤던 괴수나 골렘이 적이라면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또한.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뭔가요?”
“아이언하트 공작령으로 가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이클롭스를 처치해다오.”
“사이클롭스를요?”
외눈박이의 거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인족과 관련된 전설들 중에서도 사뭇 유명한 편에 속했다.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이클롭스였다면 아빠가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언하트 공작가가 사이클롭스 하나 퇴치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곳이 아니니까.
“평범한 사이클롭스가 아니라고 하더구나.”
“혹시 그 사이클롭스가 말을 한다거나 이상한 힘을 사용한다는 말은 없었나요?”
제론은 그것의 정체를 우르가스라고 예상했다.
우르가스는 사이클롭스의 왕이라고 불리며 모든 거인족들에게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였다.
잊힌 옛것과 죽은 옛것이 부활하는 지금 특별한 사이클롭스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우르가스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까지는 나도 알지 못하구나.”
“흠. 알겠어요. 오늘 밤에 바로 출발할게요.”
해가 저물자 제론은 아이언하트 공작령으로 향했다.
일행들에게는 혼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빨리 다녀와야 하니까.’
괴수 토벌은 점차 대륙 전체로 번질 것이다. 이윽고 아이언하트 공작령에 도착한 제론은 사이클롭스를 곧장 찾아갔다.
사이클롭스는 박힌 못처럼 한 곳에만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찾아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한 가지 문제만 빼면 말이다.
“어휴. 모기가 왜 이렇게 많아.”
치직.
모기들이 제론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 열심히 날아오다가 열양지기에 불타 죽었다.
늪이 있는 숲이라서 그런지 날벌레가 많았다.
“저쪽인가?”
제론은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숲을 가득 채운 기운이 기감을 자꾸만 흐트러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독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베헤못과 루나, 솔라에게서도 느껴본 적 있는 힘.
바로 신성이었다.
“확실히 평범한 사이클롭스는 아니네.”
입꼬리를 비틀며 다가갔다. 그리고 사이클롭스와 싸웠다.
놈은 강했다. 태생적으로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으며 외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권능은 가히 신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했다.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제론도 몇 번이나 고역을 치를 정도로 사이클롭스의 힘은 강력했다.
그러나 승자는 제론이었다.
“……진짜 신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을 조심하라.]“저 위에 있는 놈들?”
사이클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잠시 후 사이클롭스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가 품고 있던 힘이 제론에게 스며들었다.
“신성이 늘었군.”
힘의 존재를 감지한 제론은 사이클롭스가 있던 자리를 잠깐 지켜보다가 떠났다. 조우한 이후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던 사이클롭스는 ‘그들’을 조심하라는 말만 남기고 소멸했다.
‘아스트랄의 존재를 말하는 거겠지.’
사이클롭스와의 전투로 인해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신성은 단순한 힘이 아니다. 존재이니 기원이라느니 근원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심검과 비슷해.’
마음에 검을 세우니 무엇에도 꺾이지 않으며 무엇이라도 베어낼 수 있는 경지가 바로 심검, 길게 늘이자면 심검지도心劍志道였다.
그런 심검지도의 완성형이 신성이었다.
‘단순히 베어낼 수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아직 완벽하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길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사이클롭스와의 싸움에서 큰 이득을 본 셈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제론은 집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반나절이 더 지났지만 페리안 백작령과 아이언하트 공작령의 거리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으음. 다리가 살짝 뻐근하네.”
“……하루 반나절 만에 여기서 저기, 저기서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다리가 살짝 뻐근해요?”
“내공을 안 썼거든.”
“미친놈이세요?”
“맞고 싶어서 환장한 놈은 보인다만.”
에르딘이 후다닥 도망갔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붙잡혀서 수련을 가장한 폭력에 엉망진창 당해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뒤 북대륙과 서대륙에서 서신이 도착했다.
한발 늦게 동대륙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남대륙에서도 뒤늦게 서신이 도착했다.
전 대륙의 황제들과 왕들이 마탑의 도움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세상의 일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마탑들도 이번만큼은 외면할 수 없던 것이다.
그렇게 전 대륙의 우두머리가 모인 회의가 며칠 동안 이루어졌다.
회의 끝에 정해진 몇 가지 조약.
그중에서도.
1. 모든 혼란이 끝나기 전까지 각 국가 간의 그 어떠한 분쟁도 금지한다.
2. 전력을 다해 혼란과 맞서 싸운다.
3. 각 국가의 정보를 공유한다.
위의 3가지 조약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어느 누구 하나 반론이나 반박하지 않았다. 그만큼 진짜로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각 국가는 회의를 마치고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언제 어디서든 싸움이 벌어지면 즉각 대처할 수 있게끔 무기와 갑옷을 착용한 병사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아이고. 이게 무슨 난리야?”
“다른 도시로 피난을 해야 하려나.”
“어딜 가든 다 똑같데.”
“허어. 종말이 온다, 안 온다, 그러더니 진짜인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멀리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