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29)
제 329화
329화
우드득!
부러진 뼈가 맞춰지며 엄청난 고통이 밀어닥쳐왔다.
“악!”
에르딘은 고통을 참지 못했고, 결국 단말마의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참으십시오.”
로건은 담담하게 말하며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앞서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부러진 뼈를 빠르게 맞추는 것이 환자에게 고통을 최소한으로 없애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몇 번의 환자가 바로 에르딘이었다.
이 정도는 엄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악!”
우득!
마지막 다리뼈를 맞춘 로건이 그다음으로 팔의 뼈를 맞췄다. 에르딘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거의 다 끝났습니다.”
팔뼈를 다 맞추고 치료의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성하다고 느껴지는 빛의 알갱이가 모여 부러졌던 뼈를 연결시키고 상한 살과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킨다.
에르딘의 입에서는 여전히 신음에 가까운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표정과 낯빛은 점점 나아져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으. 으으.”
“후우. 끝났습니다.”
로건이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말했다. 이내 손바닥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에르딘의 다리를 탁! 치자 그가 몸을 움찔 떨곤 소리를 지른다. 치료의 신성 마법으로 부러졌던 다리가 회복되었지만 아직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끄, 끝났나요?”
“예. 끝났습니다. 뼈가 완전히 굳어지려면 한 시간 정도 필요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격하게 움직이시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네. 그 말만 3번째 듣네요.”
“저도 3번째 말하고 있습니다.”
로건과 에르딘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며칠간 제론과 일행들은 페리안 백작령을 비롯해 주변 영지를 돌아다니며 괴수와 싸우고 있었다. 아니, 괴수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가 보이면 몬스터와도 싸워야 했다.
지금에 와서 몬스터로 분류된 종은 그들에게 상대하기 힘든 적이 아니었다. 일격으로도 쓰러트릴 만큼 쉬웠다. 하지만 오러나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몬스터만 그러면 다행이지.”
에르딘은 힘겹게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그랬다.
괴수와 싸울 때도 오러나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못’했다.
“말콤!”
“헛!”
괴수와 싸우던 말콤이 다급하게 오러를 가라앉혔다.
위협적인 공격에 반사적으로 오러를 끌어 올렸던 것이다.
그 대신.
쾅-!
쩌렁쩌렁한 굉음과 함께 말콤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쿨럭!”
한 바가지의 피를 토한 말콤.
제론은 혀를 쯧 차고는 쟌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지.”
반쯤 퀭한 얼굴의 쟌느가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괴수가 말콤을 다시 공격하기 전에 달려가 목덜미에 매달려 단검을 마구 찔렀다. 하지만 오러가 깃들지 않은 단검이 괴수의 두껍고 단단한 가죽을 찢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씨!”
“오.”
제론이 짧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쟌느가 욕설을 섞었다는 건 궁지에 몰리기 직전밖에 없었다. 1시간 정도 쉬어서 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잘하고 있네. 그러면서 강해지는 거지.”
“근데 왜 내…… 오러를 사용하지 말고 싸우라는 거예요?”
에르딘이 말콤을 로건에게 던져주고 돌아와 묻는다.
“그걸 이제야 물어보냐?”
제론은 고개를 절레 내젓고선 말했다.
“오러는 일종의 편법이야. 편법에 의지하면 강해질 수가 없어.”
“오러가 편법이라고요?”
“흠. 너한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나.”
에르딘은 무시를 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이기지 못할 상대다.
괜히 대들었다가 처맞느니 그냥 참는 게 낫다.
“좋아. 쉽게 설명해줄게. 검을 그냥 휘두르는 것보다 오러를 싣고 휘두르는 게 더 강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야. 그래서 모두가 오러 연공법을 익히길 원하고, 천금 만금을 쏟아서라도 얻으려 하지.”
“그렇죠?”
“하지만 오러의 양은 무한한 게 아니야. 만약 적과 싸우던 도중 오러가 다 떨어지면 어떡할 거야?”
“그야 당연히…….”
“맨몸으로 싸워야 하지.”
에르딘이 말꼬리를 흐리자 제론이 뒤이어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러와 내공은 편법이 아니다. 하지만 무인이 온전히 내공에만 의존한다면 편법이나 다름없다.
“너 창 하나만 들고 몬스터와 싸운다면 이길 수 있지?”
“네.”
“그런데 왜 오러를 사용해?”
“그게 더 쉬우니까요.”
당연한 대답이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몬스터와 싸운다면 창을 수십 번 넘게 휘둘러야 하지만 내공을 담고 휘두르면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맞아. 오러를 사용한다면 강철처럼 단단한 몬스터도 베어낼 수 있지. 하지만 오러가 없다고 강철을 베어내지 못하냐? 아니야. 오러가 없을 때도 충분히 해왔어.”
경지에 오른 검사는 내공이 없이도 강철을 베어내는 검술을 지닌다.
“그런데 오러가 있을 때는 어때?”
“그야…….”
에르딘이 말꼬리를 흐린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뒤이어 나올 말이 뻔했기 때문이다.
“오러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기사와 의뢰를 수행하며 오랜 경험을 쌓은 용병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
“실제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을 오러도 없는 용병들이 쓰러트린 전례가 많아. 그런데 왜 마냥 오러에만 의존하냐는 거야.”
제론의 말투는 어느새 잔소리를 하는 것에 가까워졌지만 에르딘이나 쟌느, 말콤, 로레인이 놓치고 있는 바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내공은 힘을 더욱 강하게 증폭시켜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에만 의존하면 강도를 만난 어린아이의 손에 칼이 쥐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약적인 비유였지만 그만큼 위의 4명이 오러에만 의존한다는 걸 의미했다.
“오러는 또 다른 칼이야. 그걸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해. 하지만 모두 다 급성장을 해서 강해지는 바람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
“그럼 어떻게 해야 제 몸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나요?”
“지금처럼 굴러. 그러면 어느 순간 딱 느낌이 올 거야. 아! 이거구나! 하고 말이야.”
“아니. 공격 한 번 제대로 막지 못해서 다리가 부러지고 그러는데 무슨…….”
“그걸 왜 막아? 흘려보내도 되잖아. 피해도 되고. 내가 공격을 막으라고 했어? 나는 너에게 전부 알려줬어.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건 너야. 상대가 강해지고, 체구가 커지면 그에 걸맞게 싸움법도 달라져야 해. 처음에도 말했지만 나는 괴수와 싸우라고만 했어. 쓰러트리라는 게 아니라.”
제론이 날카롭게 말하자 에르딘의 표정이 검게 죽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어떻게든 괴수에게 공격을 성공하려고만 하지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 진짜.”
엄청 풀이 죽은 표정을 한 에르딘을 보던 제론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더니 일어나 괴수와 싸우고 있는 쟌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쟌느. 뒤로 물러나.”
“응? 나는 아직…….”
쟌느는 제론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말하던 것을 멈추고 잽싸게 괴수에게서 멀어졌다.
쿠어어!
괴수가 포효하며 울부짖는다. 얼핏 잔뜩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상대인 제론을 죽일 듯 노려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 한 번만 보여줄 거니까 다들 잘 봐.”
제론이 검을 뽑아 들고 괴수의 주먹을 검면으로 받아냈다. 동시에 검이 움직이자 괴수의 주먹이 검면에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따라왔다.
분명 그는 내공을 끌어올리지도 않았고 의념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몸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크게 원을 그린 검이 괴수의 주먹을 땅으로 향하게 했고, 깊숙이 파고들게 만들었다. 괴수가 당황해서 눈을 끔뻑거리는 사이 제론의 검이 괴수의 목젖을 찔렀다.
제아무리 세게 내려치고, 찌르고, 베어내도 뚫리지 않던 괴수의 가죽이 두부같이 물렁한 것처럼 갈라졌다.
그륵.
괴수가 피거품을 물고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로건에게 치료를 받던 말콤조차 고통이 아닌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게 만들 광경이었다.
“쯧.”
그러나 제론은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아는 에르딘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많이 화나셨나 보네.’
하지만 제론이 무슨 수법으로 괴수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고, 두껍고 단단한 가죽을 두부처럼 손쉽게 갈라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모여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 내일 이 시간까지 내가 어떤 방법으로 저걸 죽였는지 못 알아내면 앞으로 두 배의 강도로 수련시킬 거야.”
“……!”
“참고로 논외는 저 두 명뿐이야.”
제론이 로건과 메이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에르딘과 쟌느, 그리고 말콤과 로레인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 * *
발등에 불이 떨어진 4명은 제론이 사라지자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무공이나 검술 등 싸움의 방법에 대해 가장 지식이 부족한 로레인은 대부분의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저 헤에, 하며 입만 살짝 벌린 채 나머지 3명의 대화를 경청했다.
“……?”
“……!”
그녀로서는 알아듣지 못할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3명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들어도 듣지 못할 것처럼 인지가 되지 않았다.
물론 가끔 쉬운 단어가 나와서 알아들은 적도 있었다.
“회전은 아닐까요? 마지막에 손목을 비틀면서 검에 회전력을 더하면 위력이 증감하잖아요. 그러면 될 수도 있어요.”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닐 거야. 목에 매달려서 찌를 때 몇 번 그래 봤는데 전혀 통하지 않더라고.”
“흐음. 그럼 회전한 후 마지막에 힘을 집중시키고 폭발시키는 건요?”
“……가능성이 있긴 해.”
“하지만 주군께서 괴수의 목젖을 찌를 때 그런 전조가 없었습니다.”
“그 정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리가 있군요.”
라는 식의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대화였다.
나머지 대화들은 쉽게 듣지 못할 만큼 어려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로레인의 뇌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갔다.
물론 그 어려운 단어들이 오러 연공법을 익히고 있거나 무武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발 알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 정도로 심오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만약 앞에서 말한 모두를 더하고, 결을 노린 거라면 어떻습니까?”
“결? 흐음.”
“결이라. 결, 결. 결이라.”
말콤이 던진 ‘결’이라는 단어로 에르딘과 쟌느가 깊은 고심에 잠겼다.
‘결이라면 장작을 팰 때 말하는 그 결을 말하는 건가?’
장작을 팰 때 힘과 자세, 높이, 방법 등 전부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의 결을 노리는 것이다.
비단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형태를 갖고 있는 모든 것에는 결이 존재한다.
말인즉슨 괴수의 가죽에도 결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말한 것을 전부 더하고 결을 노렸다고 쳐도, 그게 가능해?”
그랬다.
모두의 가슴속에 은연중 자리 잡고 있던 의심의 정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