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0)
제 330화
330화
4명의 머리가 모여서 긴 토론을 이어가는 사이 제론은 집으로 돌아갔다.
마차로 이동하면 몇 달이 걸리는 거리를 2시간 만에 주파한 그는 떨떠름한 표정의 쥬페토와 만날 수 있었다.
“……왜 벌써 돌아왔느냐?”
“응? 제가 돌아온 게 싫으세요?”
제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쥬페토는 막내아들이 치사하게 엄마를 찾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얼른 표정을 싹 고쳤다.
“그럴 리가! 어제 새벽에 나갔는데 하루 만에 돌아올지 몰라서 당황해서 그랬단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라. 앉아서 이야기를 좀 하자꾸나.”
“흐음.”
“묻고 싶은 게 있단다.”
제론은 아빠의 표정이 진지해지자 엄마를 그만 찾고 앉았다.
쥬페토가 그런 막내아들 앞으로 한 장의 서신을 슥 밀었다.
제론이 그것을 들고 읽었다.
“……상황이 심각하네요.”
“후우. 동대륙, 서대륙, 남대륙, 북대륙 전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최대한 감춰보려고 한 모양이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거지.”
물과 맞닿아 있는 모든 땅이 검게 죽어가고 있다.
바다는 아직 푸르다고 하나 겉으로 보기만 그러할 뿐 실제로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바다도 땅처럼 변해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제론은 그러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지 않았다.
괜한 불안감만 조성하는 것이기에.
쥬페토가 막내아들의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을 보며 본론을 꺼냈다.
“예전에 네가 말했던 그자를 쓰러트린다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느냐?”
“네.”
“그렇다면 다행이로구나.”
제론의 담담한 대답에 쥬페토는 무언가를 깨달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 들지 않았다.
이왕 집에 왔으니 엄마를 보고 가라며 말했다.
“네 엄마가 떠나기 전에 인사도 안 하고 갔다며 많이 서운해하더구나.”
움찔.
제론은 그 어떠한 적들보다 엄마가 제일 무서웠다.
* * *
정확하게 24시간이 지나 돌아온 제론은 4개의 머리가 모여 산출해낸 대답을 들었다. 다들 한숨도 쉬지 않고 논의를 했는지 다크 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야.”
“아아!”
“젠장.”
“후우.”
“…….”
4명의 머리가 각기 다른 반응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4명 중 관건은 시무룩한 표정의 로레인이었다.
제론은 알지 못하지만 최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는 노력을 했던 그녀였기에 그만큼 실망도 큰 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틀린 건 아니니까 2배의 강도는 없던 걸로 하지.”
“오!”
“예스!”
“아자!”
“……!”
로레인을 제외한 3명의 반응에 제론은 살짝 심기가 불편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은 없었다.
‘말 그대로 아주 틀린 건 아니니까.’
무려 10분에 걸쳐 늘어놔야 할 정도로 긴 대답이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하지만 틀린 일부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무武라는 것이 원래 그랬다.
평범한 사람을 살인 흉기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무武다.
무림의 땡중들이나 말코들은 무武를 통해 득도得道의 길을 걸으려고 하지만, 결국 속세에서 멀어지지 못해 무림인으로 살아간다.
‘정말로 득도를 원했다면 면벽수련이나 했겠지.’
작게 혀를 찬 제론은 4명이 머리를 맞대 산출한 대답에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무기를 이해하고 일체화까지 시켰으면 정답이었을 거야.”
“예전에 말하셨던 신검합일을 말씀하는 거 맞죠?”
“맞아.”
“하지만 결국 무기는 무기라고 하셨고요.”
“그 말도 맞아.”
에르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녀석의 눈빛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라고 묻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심증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제론은 주먹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무기를 나의 신체 일부처럼 여기라는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지. 너희들이 말했던 모든 것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단계. 무기가 자신의 몸 일부처럼 느껴지는 그런 단계. 신검합일이라는 경지는 그것을 말하는 거야.”
무림에서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이론적으로 정립을 하자면 그러했다.
그러나 무림인들이 멍청해서 신검합일이라는 경지를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단지 이론적으로 접근해도 오르지 못하는 경지였기에 스스로 깨닫기를 원하며 뜬구름처럼 표현한 것이다.
이론은 결국 이론일 뿐이다.
“……그래서 너희를 열심히 굴렸던 거고.”
“꼴 받아서 굴린 게 아니었구나.”
“에르딘 앞으로 나와.”
감탄은 하지 못할망정 염병을 떠는 에르딘의 엉덩이를 발로 차 줬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괜찮겠지.
‘내 엉덩이는 아니니까.’
감히 자신의 뜻을 곡해하려 했던 죄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굴러. 너희가 그 이치를 깨달으려면 열심히 구르는 수밖에 없어.”
“결국은 괴수와 싸우라는 말이네요.”
“머리로 이해하려고만 하지 말고 몸으로 습득해.”
앞으로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제론은 뒷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이제 막 뛰기 시작하는 4명을 조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더더욱 조급해서는 안 된다. 신검합일의 경지뿐만이 아니라 무武는 천천히 쌓아가는 것이다.
‘나는 예외지만.’
자신의 재능이 특별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혈로血路다.
수많은 피를 흘리며 쌓은 무武였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기에 닿을 수 있던 것이다.
또한 이미 걸어온 길이라서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보거나 걷지 못한 길은 그 역시 알지 못한다.
탈마를 뛰어넘어 우화등선에 도달할 때처럼 말이다.
‘나 역시 아직 걷지 못한 길은 미지에 가깝지. 그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제론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높게 떠 있는데 어째서인지 빛 한 점 없는 것처럼 어둡게만 느껴졌다.
* * *
먼 옛날 언데드킹이라고 불리운 존재가 있었다.
전 대륙을 혼란으로 물들인 사악한 군주였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신비인이 나타나 사악한 군주를 물리치고 혼란을 잠재웠다고 알려졌으나 진실은 달랐다.
사악한 군주는 죽지 않았다. 죽은 몸이었기에 죽을 수 없는 존재였다.
[드디어 부활했구나.]언데드킹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그곳에서 검은 해골이 눈을 떴다. 그가 손을 크게 젓자 무덤 속에 봉인된 모든 사악한 것이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기운을 흘리는 해골이 납작 엎드려 그를 경배했다.
[고대부터 존재해온 누구보다 높고, 누구보다 낮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위대하고 천박한 존재시여. 부르셨나이까.] [때가 되었다. 나의 주인이신 네크롬께서 명하시되 마르헨 대륙을 죽음으로 덮으라 하셨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사악한 나의 군단장이여.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영원한 죽음으로 인도하라.]해골 군주의 명령에 언데드 군단이 군세를 일으켰다.
언데드킹의 무덤이 무너지며 세상 밖으로 언데드 군단이 빠져나갔다.
무덤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지만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병사들은 언데드 군단에 죽임을 당해 새로운 군단원이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언데드 군단의 소식이 퍼진 동대륙의 모든 국가가 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모았다.
북대륙의 아이오닉 교국에서 성기사단과 신병,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제들을 다급하게 파견했다. 하지만 언데드 군단의 규모는 하루가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또한 남대륙에서도 악룡 다크니스라고 불린 에이션트 드레이크가 부활하여 용족 군단을 이끌고 도시를 파괴했다. 이에 남대륙은 몇 달 전까지 전쟁을 치렀던 오크와 손을 잡고 악룡 다크니스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서대륙이라고 안전한 건 아니었다. 해골 군주나 악룡 다크니스 같은 존재가 군세를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거인족에 대한 전설이 가장 많은 곳이 서대륙이었다.
도시나 마을에 피해를 입히지 않은 거인족도 있으나, 이성을 잃고 광기에 물든 채 무차별적인 파괴행위를 저지르는 거인족이 많았다.
서대륙은 폴른 제국의 전쟁영웅 퓨리온 공작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결성해 거인족과 맞서 싸웠다.
북대륙 역시 들끓는 괴수와 싸우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앙대륙의 중심에는 입구가 존재하지 않은 보라색 타워가 높게 솟아났다.
* * *
보라색 타워를 감시하기 위해 병사들이 파견되었다.
전 대륙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는 갑자기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너무 평화로웠다.
“입구라도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 보는데 말이야.”
“흠. 얼마 전에 오러 마스터가 와서 한 번 입구를 만들어보겠다며 열심히 칼을 휘둘렀는데 끄떡도 없던데?”
“마법사들은?”
“파악할 수 없다고 하고는 돌아갔어.”
“하긴. 요즘 난리가 보통 난리도 아니고. 이런 곳에 있을 시간들이 있겠냐 싶긴 해. 우리야 운이 좋아서 편하게 저걸 감시하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갔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내 말이. 제발 저 이상한 타워에서 아무 일도 안 생겼으면 좋겠어.”
보라색 타워를 감시하는 병사들은 신께 빌고 또 빌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병사들의 소원을 무시하기라도 한 것처럼 몬스터들과 괴수들이 보라색 타워를 향해 몰려왔다.
“비상! 비상! 빨리 통신 구슬 연결해!”
“젠장! 마력이 동결됐어!”
“모, 몬스터가 근처까지 왔습니다!”
“하늘에서 괴…… 으악!”
보라색 타워를 감시하는 병사들이 전멸했다.
몬스터들과 괴수들은 목적을 완수한 것처럼 물러났다.
잠시 후 아인호르타하가 나타났다.
“얼마 남지 않았군.”
보라색 타워에 손바닥을 댄 그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 * *
제론은 평소처럼 일행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삐익.
매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자 하늘에서 매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제론이 손을 앞으로 뻗자 매가 활강하더니 가볍게 팔목에 앉았다.
매의 발목에 달린 통에서 쪽지를 꺼냈다.
쪽지에는 짧게.
-돌아와야겠구나.
……라고 써져 있다.
다른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꽤나 급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나.’
제론은 잠시 고민했다. 일행들의 수련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경지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수련을 시작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었다.
외부의 소식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가 돌아오라고 편지를 보냈다면 시급하다는 뜻이리라.
제론은 매를 날려 보내고 일행들에게 외쳤다.
“처리해. 바로 돌아간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아쉽네요.”
에르딘이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곧 내공조차 깃들지 않은 창이 괴수의 목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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