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1)
제 331화
331화
전 대륙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갔다.
지난 며칠 사이 5개의 도시가 무너지고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전투훈련을 받지 못한 민간인이었다. 그들은 해골 군주의 언데드 군단원이 되어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을 공격했다.
때마침 북대륙의 아이오닉 교국에서 파견한 빛의 군세가 도착했다. 사특한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힘 앞에 해골 군주의 언데드 군단은 맥없이 물러나는 듯하였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자 상황이 반전됐다.
어둠 아래에서 빛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말도 안 됐다.
해가 저물었다고 신성력이 약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머지않아 그들은 깨달았다. 약해진 건 신성력이 아니다.
해골 군주의 언데드 군단이 강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빛의 군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이 물러나면 지키고 있던 많은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어둠에 잠식되어 영원한 안식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냐고?
당연히 두려웠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그래.
사명使命이었으니까.
그들이 섬기는 신의 뜻을 따르는 것이니까.
해골 군주가 그들을 비웃었다.
[필멸자들이여. 어리석구나. 그대들의 희생은 덧없다. 그대들의 기도가 신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교황 마이언 하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믿고 섬기는 신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여도 상관없다. 우리의 희생이 덧없다고 하여도 상관없다. 우리는 구원을 받고자 나선 것이 아니다. 우리를 향해 뻗어진 손을 붙잡기 위해 나선 것이니 감히 그 사악하고 간악한 혀로 농락하지 말지어다.”
해골 군주는 과거에 보았던 어떠한 인간들보다도 곧은 심지를 지닌 마이언 하워드에게 진심으로 크게 감탄했다.
[과연 그 심지가 얼마나 곧은지 궁금하구나.]“얼마든지 시험해도 좋다.”
마이언 하워드가 당당하게 말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던 검. 하지만 언제나 들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주의 검이오. 주의 뜻을 대신하는 단죄자이니.”
마이언 하워드는 과거 교황이 되기 전, 아니 성자로 불리기도 전에 성기사단 ‘솔라 나이트’의 단장이었다.
강맹한 신성력이 피어올라 검에 맺혔다. 동시에 일대가 빛의 알갱이로 가득 채워졌다.
[호오.]해골 군주가 빛의 알갱이로 손을 뻗었다.
웬만한 빛으로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 거대하고 짙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몸인데도 불구하고 손끝이 치지직- 타들어 간다. 과연 스스로를 ‘주의 검’, ‘주의 뜻을 대신하는 단죄자’라고 지칭할 만했다.
하지만.
[그대들이 신성력이라고 부르는 힘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그 사악하고 간악한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말지어다!”
[그 힘의 정체는 ……다.]“……!”
해골 군주는 진실을 밝혔다.
* * *
집으로 돌아온 제론은 곧바로 쥬페토를 만났다.
“아이오닉 교국의 요청이 있었다.”
상황이 꽤나 급박했던지 쥬페토는 인사조차 생략하고 본론을 꺼냈다.
“그전에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언데드킹의 침공과 대륙의 혼돈을 잠재운 신비인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
“예전에 몇 번 말해주셨어요.”
“동대륙의 언데드 군단이 그 언데드킹이라고 하더구나. 정확하게는 자칭 해골 군주라고.”
“해골 군주? 확실한 건가요?”
제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쥬페토는 그런 막내아들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곤 해골 군주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 스스로를 해골 군주라고 밝혔다더구나.”
“흐음. 해골 군주라.”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 보거라.”
“조금 악연이 있어요.”
서대륙에서 음모를 꾸몄던 데카론.
남대륙에서 음모를 꾸몄던 마이얀.
전부 해골 군주의 계약자였다. 단순히 우연에 불과했지만 제론은 해골 군주의 음모를 박살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젠간 부딪치게 될 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물론이죠. 고작 해골 바가지한테 제가 질 리가 없잖아요.”
제론은 피식 웃고선 일어섰다. 유모에게 말해 떠날 준비를 부탁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엄마는 보고 가려무나.”
“……저도 후환이 두려워요.”
제론이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쥬페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내아들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이 올려진 것처럼 보였다.
‘아비로서 꽝이군.’
* * *
이튿날 아침 제론과 일행들은 가장 가까운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 국경으로 향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했다. 제론 혼자서 움직이는 거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하는 게 빠르다.
‘그게 아니더라도 동대륙까지 가려면 나도 시간이 좀 걸리니까.’
대륙을 횡단하는 건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넉넉잡아 한 달이다.
쓰러질 각오로 필사적으로 달려간다면 절반 가깝게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멀쩡한 상태가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럼 의미가 없지.’
그래서 최대한 빠른 경로인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국왕의 허가는 이미 떨어졌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구동하는 마정석은 아이오닉 교국에서 지불한다고 하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해골 군주의 공격이 동대륙을 전부 어둠으로 물들이고 난 뒤에 어느 곳으로 향할지 불 보듯 뻔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중앙대륙 최동단으로 이동했다.
동대륙 경계를 넘자 사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빛 한 점 없는 것처럼 어둡게만 느껴지던 하늘이 그대로였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더욱 나빴다.
제론이 아스트랄의 차원을 감지하기 시작한 이후로 미들어스와 아스트랄을 분간하던 차원의 벽의 존재를 느꼈다.
지금은 그 차원의 벽이 전보다 얇아졌다.
루나가 말했던 것처럼 아스트랄의 존재들이 미들어스로 본신의 상태로 강림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지.’
종말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땅을 죽게 만들고 있는 이상 현상이 제일 근접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마법사들이 그 이상 현상을 막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땅이 죽어가는 것도, 해골 군주가 대륙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괴수와 거인족의 등장 역시 전부 종말의 일부라는 건가?’
제론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그가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전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혼자서는 막지 못한다.
지금은 해골 군주와의 악연을 끝내야 할 때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
동대륙의 경계를 넘어선 지 하루 뒤 제론과 일행들을 맞이하기 위한 사절단이 도착했다. 그들은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바로 출발하죠.”
“……알겠습니다.”
사절단과 함께 움직이며 동대륙의 상황에 대해 들었다.
거두절미하고 최악의 상황만 꼽자면, 동대륙의 오러 마스터 12인 중 절반이 죽어서 데스 나이트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사이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흑빛의 검은 생전의 그들보다 몇 배로 강력해진 위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래도 결국은 데스 나이트에 불과할 텐데요?”
“시무르 칸을 비롯한 몇 명의 오러 마스터가 실종상태입니다.”
즉, 데스 나이트를 상대할 전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제론은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중얼거렸다.
“시무르 칸?”
“예. 남대륙으로 향하였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뒤로는 저도 잘…….”
“나를 찾아서 갔던 건가.”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설마.
제론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시무르 칸이 제정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륙공통법을 어기면서까지 제론을 찾기 위해 남대륙으로 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근데 그 녀석 제정신이 아니잖아?’
정신이 똑바른 놈이었다면 옛날에 오른 왕국의 수도로 쳐들어 와서 레바테인 공작과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 * *
“하. 아무래도 안 되겠어. 돌아가자.”
“뭐?”
“돌아가자고.”
시무르 칸은 멍하니 부관을 봤다. 제론을 찾아 남대륙으로 온 지도 어언 몇 개월. 교총지부가 일으킨 성전 이후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의 소식이 뚝 끊겼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많이 화난 것으로 보이긴 했으나.
“너 뭐라고 했냐?”
“돌아가자고.”
“정말 죽…….”
“죽여. 죽여! 차라리 죽이라고!”
시무르 칸이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금붕어마냥 입만 뻥긋거렸다. 이윽고 부관은 털썩 주저앉다 못해 드러눕기까지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너…….”
“안 죽이면 내가 알아서 죽을 테니까 방해하지 마.”
부관은 드러누운 채 검을 꺼내 목으로 겨눴다.
시무르 칸이 재빨리 달려가 검을 쳐냈다.
부관의 독기가 잔뜩 깃든 눈빛이 그에게 향했다.
“내, 내가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냥 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면 왜 그랬어?”
“그, 그게…….”
시무르 칸은 자신이 왜 쩔쩔매는지 알지 못했다.
‘길치만 아니었어도!’
라고 애써 위안을 할 뿐이었다.
“그럼 돌아가자?”
“응. 응. 돌아가자. 제론인가 뭐시긴가 하는 녀석도 남대륙에 없는 것 같으니까 돌아가야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말만?”
“그럼……?”
“하. 이래서 남자들은 안 된다니까. 나 다리 아프니까 빨리 업어.”
시무르 칸은 반쯤 울상이 된 채 부관을 등에 업었다.
그렇게 동대륙으로의 귀환길이 시작되었다.
“야! 그쪽 아니라고!”
“미안.”
“그쪽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제론이 동대륙에 도착하기 며칠 전의 사건이었다.
* * *
며칠 뒤 아이오닉 교국의 진영에 도착했다.
교황 마이언 하워드가 제론을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마이언 하워드라고 하오.”
“제로니아 페리안입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곧바로 막사로 향했다.
각 군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두 사람이 빈 좌석에 앉자 현재 상황에 대한 전달을 시작했다. 그들은 제론에 대해 듣지 못했는지 정체가 궁금하다는 눈초리로 은근슬쩍 곁눈질했다.
잠시 후 회의가 끝나갈 무렵 한 지휘관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음? 말씀하시오.”
“저…… 누구입니까?”
그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제론에게 모였다.
사실 모두가 궁금했던 바였다.
마이언 하워드는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
“용사이오.”
“용사?!”
“전설에 나오는 그 용사勇士라고?”
지휘관들과 참모들이 웅성거렸다.
마이언 하워드가 말했다.
“손등을 보면 알 것이오.”
“성흔!”
“신께서 보내신 지상의 대리자!”
“오오! 신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아…….”
제론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감싸 쥐며 마이언 하워드를 노려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