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2)
제 332화
332화
용사 제로니아 페리안.
당대의 교황인 마이언 하워드의 증언과 그의 손등에 새겨진 성흔이 증거였다.
잠깐의 소란이 있었으나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진정하고 묻는다.
“교황님께서 보증하신다면 믿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만…… 갑자기 용사라고 하시니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흐음. 그건 그렇소.”
“무엇보다도 한 가지 증거가 더 필요합니다.”
“한 가지 증거? 그게 무엇이오?”
“용사의 검은 어디 있습니까?”
“맞아! 전설의 용사에게는 용사의 검이 있다고 했어!”
“보여주십시오! 용사의 검을!”
“오오! 전설의 용사와 용사의 검! 전설로만 내려오는 그것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용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증거인 용사의 검.
당연하지만 제론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스윽.
마이언 하워드가 시선을 돌려 제론을 쳐다본다.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양반 뻔뻔한 거 봐.’
일은 자기가 저질러놓고 이쪽 보고 수습하라는 눈빛이다.
문제는 지휘관들과 참모들이었다.
‘응?’
어째서인지 기대감이 잔뜩 깃든 시선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의심의 기색은 눈곱만큼도 섞여 있지 않다.
‘설마 그거였나.’
용사의 검을 보여 달라는 진짜 이유.
저들은 자신이 용사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던 거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용사의 검’을!
제론은 사람들의 눈을 하나씩 마주쳤다.
성흔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거래였다.
‘나는 용사가 아니다.’
스르릉.
‘저주받은 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이것 역시 용사의 검이 아니었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희망.’
그래.
이들의 희망이라면 되어 줄 수 있다.
“오오! 그것이 용사의 검! 과연 전설에 나온 그대로구나!”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는 걸 보니 용사의 검이 틀림없어!”
“용사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막사 내부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다.
마이언 하워드가 그 흐름을 끊고 전투 준비를 지시한다.
“용사님께서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끄실 것이오. 더 이상 해골 군주를 두려워하지 마시오. 신께서 보내신 용사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니.”
“용사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사악한 해골 군주를 무찌릅시다!”
“우오오오!”
마이언 하워드와 제론을 제외한 모두가 나갔다.
제론은 진이 빠진 채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무엇이 말이오?”
“용사 말입니다. 용사.”
마이언 하워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깨달았는지 말한다.
“……아. 혹시 루나 님께 듣지 못하셨소?”
“루나 님?”
“루나 님께서 계시를 내리셨소. 그대가 당대의 용사님이라고 하셨소. 그 검도 ‘용사의 검’이라고 하셨고.”
“……!”
제론이 벌떡 일어나 막사를 나갔다. 마이언 하워드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등에 꽂히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런 개수작을 부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성흔에 힘을 불어넣었다.
성흔이 빛으로 물들며 루나와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성흔을 통한 연결은 위급한 상황에서만 하라고 말했…….
“제가 용사라고 하던데 무슨 말이죠?”
제론은 루나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질문 하나로 상황을 파악했는지 루나가 묘한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성흔은 용사의 증거예요. 모르셨나요?
“……그럼 용사의 검은 뭡니까?”
-용사에게는 당연히 용사의 검이 있죠. 모르셨나요?
“네. 몰랐네요. 전부 다.”
-저런.
루나의 혀를 차는 소리에 핏대가 두툼하게 올라왔다.
“민폐도 정도여야지. 제가 용사라는 건 그렇다 쳐도 이 검은 용사의 검이 아닌데 무슨 짓이에요?”
-난 가짜라고 한 적 없어요. 그 검은 용사의 검이 맞아요.
“뭐?”
-뭐는 반말이잖아요. 너 몇 살이에요?
“……요.”
-역시 귀엽다니까.
“놀리지 말고 용사의 검에 대해서 말이나 좀 해봐요.”
-허리에 차고 있는 검. 그거 용사의 검이에요. 먼 옛날 진짜 용사가 쓰던 검.
“맙소사.”
제론은 이마를 탁 쳤다.
* * *
“……그렇게 되었군요.”
-맞아요. 그럼 다음에는 꼭! 위급한! 상황이! ……오면 성흔으로 연결해줘요.
루나는 긴 이야기를 마치고 연결을 끊었다.
혼자 남은 제론은 루나의 이야기를 상기했다.
‘그러니까 해골 군주를 쓰러트린 신비인의 정체가 동대륙의 용사였다는 거잖아?’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여서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전설이 그러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과장되거나 와전되어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해골 군주가 부활했으니까 신비인도 실존했겠지.’
그 신비인의 정체가 용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북대륙에서 얻은 ‘저주받은 검’이 용사의 검이라니!
‘평범한 검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용사의 검이라고?’
신살의 기운이 깃들어 있던 검이다. 자신이 이 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루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수작을 부린 건 아니야.’
제론이 이 검을 얻은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북대륙에서 베헤못과 싸우며 사용하던 검이 망가졌고, 새 검이 필요했다.
타호른 왕실의 보고에 잠들어 있던 저주받은 검에 본능처럼 눈길이 향해서 가지고 나왔다.
그전까지 루나와 접촉을 한 적도 없으니 수작을 부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 정말로 우연이라는 건데. 대뜸 종말을 막아달라며 성흔을 새겨준다고 했을 때부터 계획한 건가?’
어쩐지 순순히 권능을 나눠준다고 했다.
솔직히 화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이번에는 넘어가 주지.”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주기로 했으니까.
뭔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루나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종말을 막아야 하는 건 맞다.
어느 세상에서도 가져본 적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 생겼다.
“……지켜야 하니까.”
제론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윽고 고개를 돌렸다. 사이한 기운이 몰려온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언데드 군단이 느껴진다.
일행들이 있는 천막으로 간 제론은 말했다.
“다들 준비해라.”
잠시 후 들려오는 나팔소리.
뿌우우!
해골 군주의 언데드 군단이 공격을 해 온다는 신호였다.
* * *
남대륙의 한 평야.
대부족 발자크의 대족장 발몽크는 외팔로 창을 들었다.
“크르릉.”
발몽크의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허연 입김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서 비산했다. 그의 독안獨眼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에이션트 드레이크를 응시했다.
“……악룡 다크니스!”
다크니스는 드레이크의 변종으로, 미들어스의 수호자와 비견되는 강력한 힘과 권능을 가진 마물 중의 마물이었다.
발몽크의 팔 하나와 눈 하나는 놈과 싸우다가 잃어버렸다. 그 대가로 녀석의 한쪽 눈을 가져갔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과 권능을 부리고 있었다.
크롸라라라라!
다크니스가 포효하자 하늘과 땅이 두려워하며 떨었다.
놈을 향해 덤벼드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돌로 변했다. 거대한 발에 짓밟혀 가루가 되었다. 마법 저항을 가진 기사들이 가루가 된 병사들의 시체를 뛰어넘어서 놈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날카로운 발톱에 산산조각 찢겨졌다.
마법사들의 포격은 다크니스의 마법 저항을 뚫지 못했다.
크오오오오!
다크니스가 길게 울자 어둠 속에서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지배당한 몬스터들이 진격했다.
“크릉. 여기가 끝인가?”
발몽크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 인간’이라면 다크니스를 상대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과거 오크와의 전쟁에서 연합군을 이끌었던 사령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죽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오.”
“크릉.”
발몽크가 고개를 젓는 순간 사령관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오고 있소.”
“크릉?”
발몽크가 사령관이 바라보는 곳으로 독안을 움직였다.
이내 독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가 오고 있었다.
“……정령?”
* * *
퓨리온 공작은 손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털어냈다.
짧은 턱수염에 검붉은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털어낼 여유가 없었다.
무려 100미터 크기의 거인족이 그를 향해 주먹을 내려치고 있었기에.
쾅-!
퓨리온 공작이 멀리 도약하자 거인족의 주먹이 땅을 박살 냈다.
“허허. 거인족이 큰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놈과는 처음 싸우는데.”
쿠오오오오!
붉은 눈의 거인족이 포효하며 땅에 꽂힌 주먹을 다시금 들어올린다.
“허. 아직도 기운차군.”
100미터의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빨랐다.
한 대라도 더 맞는다면 일어서지 못한다.
그 사실을 한 번의 뼈아픈 경험으로 깨달은 퓨리온 공작은 전력을 다해 피하며 틈이 날 때마다 반격했다.
“내 공격이 전혀 소용이 없는 것 같구먼.”
거인족은 트롤의 뺨을 여러 번 쳐도 될 정도로 재생력이 좋았다. 수십 개의 삽으로 땅을 파낸 것처럼 살점을 베어내도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회복했다.
다른 거인족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언제까지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오? 창피해서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슬슬 한계가 오고 있소.”
[지금 막 끝났다.]아티팩트에서 응답이 들려오며 하늘에서 거대한 그물이 떨어졌다.
100미터 거구의 거인족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쿵-!
“그 귀하다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그물이라니.”
퓨리온 공작은 그물에 엉켜 쓰러진 거인족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들이켰다.
* * *
슈롬벨 백작은 성벽을 향해 밀려오는 수많은 몬스터와 마물의 파도를 바라보던 도중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나마 북대륙이 다른 대륙보다는 낫군.”
“다른 대륙은 거인족과 괴수들 때문에 난리라고 하더군요.”
“듣자 하니 거인족과 괴수들은 성벽으로도 막지 못한다면서?”
“예. 괴수나 거인족이 한 마리라도 나타나면 하루아침에 도시가 무너진다고 합니다.”
“흐음. 그런 식으로 치면 저것도 비슷한 급 아니려나?”
“저 정도 숫자라면…… 비슷하긴 할 겁니다.”
슈롬벨 백작은 진지하게 북대륙이 다른 대륙보다 나은 건지 고심했다.
얼핏 눈짐작으로 세자면 수만 마리에 달한다.
고블린이나 놀 같은 약한 몬스터는 보이지도 않는다.
최소한 트롤 이상의 몬스터였다.
거기에다가 마물들의 정체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정말로 종말이 와도 이상하지 않겠어.”
“그나마 산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기만 해서 다행입니다.”
“다행이긴. 도망치면 바다로 몰릴 텐데.”
“뭐…… 바다로 뛰어들면 안 쫓아오지 않을까요?”
“자네, 수영은 할 줄 아는가?”
“못 합니다. 사령관님께서는요?”
“나도 못 한다네.”
“…….”
“…….”
“어떻게든 막아야겠군요.”
“지원군도 때마침 도착한 모양이군.”
슈롬벨 백작이 씨익 웃는다.
부관이 고개를 돌리자 초록빛 옷을 입은 엘프들이 성벽으로 올라가 밀려오는 몬스터와 마물의 파도를 향해 활시위를 겨눴다.
“어떻게든 막아보자고. 빌어먹을 종말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