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4)
제 334화
334화
제론과 해골 군주의 거리는 약 50미터에 달했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자 눈 깜빡할 사이에 그 간격이 손바닥 한 뼘으로 줄어들었다. 검을 휘둘러 해골 군주를 베어냈다. 뼈가 끊어지며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하지만 놈은 죽지 않았다.
아니.
죽지 않았다는 말에는 큰 어폐가 있었다.
이미 죽은 존재였으니까.
[과연 필멸자에서 초월자로 거듭난 존재답게 그 입놀림과 몸놀림이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 몸은 불사不死이니 무엇으로도 나를 멸하지 못한다!]해골 군주는 트롤처럼 하체를 재생시켰다.
하체가 재생하는 속도는 고작 트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초도 지나지 않아 처음처럼 완벽하게 재생되었으며, 동시에 죽음의 권능이 깃든 손길로 제론을 공격했다.
‘빠르다.’
신체를 재생시키는 속도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죽음의 권능이 깃든 손길은 제론의 감각권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코앞까지 치달아왔다.
고개를 돌려서 피하며 손목을 자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목을 잘라내지 못했다.
캉!
도리어 검이 튕겨 나가며 손아귀가 살짝 찢어져 욱신거리고 아팠다. 제론은 신법을 펼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군.’
제론은 해골 군주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베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처음의 공격과는 다르게 다음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이 튕겨 나가며 손아귀가 살짝 찢어졌다.
힘의 반발력을 완전히 흘려내지 못한 것이다.
그저 단단하다고만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고작 그게 전부였다면 해골 군주는 제론의 검을 튕겨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예상이 되는 것은.
‘마법.’
해골 군주는 흑마법사다. 하지만 그것이 꼭 흑마법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품고 있는 마나의 색깔이 흑색일 뿐 다른 계열의 마법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검이 손목을 베어내려고 할 때 느껴진 반발력.’
힘을 반사했다.
반사된 힘이 자신의 손아귀를 찢었다.
제론의 직관력은 그 사실을 찰나에 가까운 속도로 파악해냈다.
또한.
‘마법이 전부라면 내 공격을 무효화할 수 없어.’
완전한 강림이 아니었다고 해도 베헤못에게 유효타를 먹였다. 솔라에게도 통했던 공격이다. 하지만 해골 군주는 그러했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냈다.
‘권능.’
해골 군주는 악신 네크롬의 화신이다.
‘얇아진 차원의 벽.’
아스트랄에서 미들어스로 간섭할 수 있는 힘이 커지며 악신 네크롬이 해골 군주에게 많은 힘을 부여하고 있다. 그의 권능과 마법이 함께라면 화신 따위가 아니라 악신 네크롬을 상대한다고 가정하고 싸워야 한다.
생각이 종점에 도달한 순간 제론의 의식이 빨라지며 해골 군주의 뼈로 이루어진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려고 했다.
‘블링크다!’
목이 움켜쥐어지려는 순간 어깨로 손을 쳐내고 검으로 흉부를 갈랐다.
카가가가각!
검이 해골 군주의 갈비뼈를 톱으로 썰 듯 힘겹게 베어냈다.
[큭!]처음으로 해골 군주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재생력도 하체를 재생시킬 때처럼 빠르지 않았다.
[이건…… 신성? 신성이구나!]“별로 놀라지는 않네. 솔라가 다 말해줬나 봐?”
제론은 이죽거리며 해골 군주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검이 벤 것은 허공이었다. 해골 군주가 블링크로 20미터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야. 쫄았냐?”
[완성되지 못한 신성을 가진 초월자 주제에 감히 이 몸을 모욕해?!]제론의 도발에 해골 군주가 분노하며 그의 힘이 몇 배로 커졌다.
그런데 해골 군주의 힘 속에서 또 다른 존재의 힘이 느껴졌다.
‘악신 네크롬!’
해골 군주는 악신 네크롬의 화신이었다. 그의 힘을 끌어와 사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
제론은 신살의 힘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해골 군주의 힘은 그때까지도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제론이 해골 군주의 앞에 도착한 순간 신역이 두 존재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어둡고 음침한 세상이었다.
하늘의 해는 검은빛으로 타오르고 있었고, 대지는 죽음으로 물들어 사이한 기운을 수증기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동시에 제론의 검이 해골 군주의 두개골을 반으로 쪼갰다.
‘느낌이 없다.’
그 순간 땅에서 창백한 손들이 솟아나 제론의 다리를 강하게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검을 휘둘러 전부 베어냈으나 이것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전부 다 가짜다.’
제론은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았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미혹시키는 것들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그러자 또 다른 세상이 보였다. 아니. 느껴졌다.
어둡고 음침한 것은 동일했으나 불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저주의 기운.’
악신 네크롬은 네크로맨시의 시초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불길한 기운은 저주의 힘이었다. 같은 흑마법 계열이니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근본이 달랐다.
사고회로가 빠르게 굴러간다.
‘악신 네크롬이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다른 존재인가?’
아스트랄에 대해서는 미들어스에 알려진 바가 적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녀는 신화시대의 종막 이후로 많은 지식을 잃어버렸고, 미들어스에서는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제론은 현대와 무림의 지식을 기반으로 추측해냈다.
‘이름이 여럿일 수도 있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다른 신화에서 베누스라고 불렸으며, 또 다르게는 비너스라 지칭되었다.
‘애당초 같은 흑마법 계열인데 여러 신이 있을 이유가 없어.’
대륙공통어로 언어가 하나로 통합되어 모두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졌지만, 오래전에는 말과 언어가 달라서 서로의 것을 배우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악신 네크롬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들 1명에 불과할 터이나 신적인 존재라면 다르리라.
‘다른 이름. 다른 모습.’
제론은 뒤를 돌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해골 군주의 팔이 잘려 나간다.
[끄아아아악!]고통을 감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잘려 나간 팔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며 재생하지 못했다.
제론의 신성이 그의 사이한 힘을 갈라낸 것이다.
아니.
악신 네크롬의 신성을 뛰어넘었다.
[말도 안 돼!]“그런 상투적인 대사를 치는 건 보통 악당이 하는 짓거리인데?”
제론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오감을 통해 느꼈다.
뺨을 살포시 건드리는 바람결을 감지하고 몸에 각인된 본능대로 고개를 꺾거나 젖혀서 피했다. 때로는 흑마법으로 저주를 내리고, 사이한 존재를 불러와 혼란을 주려고 했지만 눈을 감은 이상 미혹되지 않았다.
마법폭격은 호신강기로 전부 막아냈다.
‘메이엔이 수십 명 있는 기분이군.’
수십 명의 메이엔이 각기 다른 마녀의 비술을 펼쳐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만큼 해골 군주의 힘은 강력했다.
다만 상대가 제론이라는 것이 큰 패착이다.
‘솔라를 베어냈을 때처럼.’
해골 군주의 공격은 아직도 제론의 호신강기를 두드리고 정신을 미혹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제론의 호신강기와 정신 방벽을 뚫지 못했다. 솔라와의 일전으로 제론은 한층 더 강해졌으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깊어졌다.
‘다시 한번.’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뱉어낸다.
10초를 세어도 부족한 시간 동안 호흡을 한다.
그때와 다르다.
달라야 한다.
솔라와 싸울 때보다 지금이 더욱 위험하다.
‘더욱 강하게.’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두 눈이 회색빛의 이채를 띠며 미들어스가 아닌 차원의 벽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바라본다.
해골 군주는 제론을 완성되지 못한 신성을 가진 초월자라고 지칭했다.
깔보기 위해 말한 것으로 보였지만 제론은 그것에서 실낱같이 가느다란 깨달음의 단초를 발견하고 놓치지 않았다.
‘나의 신성이 완성되는 순간 내가 베지 못할 것은 없어진다.’
그리고.
악신 네크롬의 힘을 빌려온 해골 군주 역시 완성된 신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제론은 검을 좌左에서 우右로, 그리고 몸을 빙글 돌리며 하나의 점點으로 내지른다.
해골 군주의 몸이 갈라지고, 차원의 벽을 뛰어넘어 악신 네크롬의 몸을 꿰뚫었다.
-……!
해골 군주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악신 네크롬이 아스트랄의 존재가 아니라면 이해하지 못할 신어神語를 지껄였다.
콰르릉!
신역에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론은 회색빛의 이채를 띤 눈으로 차원의 벽을 뛰어넘어 아스트랄의 세계를 응시했다. 가슴에 생긴 구멍에서 사이한 기운을 꿀렁꿀렁 쏟아내고 있는 악신 네크롬이 보인다.
놈의 검은 눈동자가 분노하며 타오른다.
이윽고 시선이 마주친다.
-……! ……!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론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려는 순간, 악신 네크롬의 뒤에서 수북한 털로 뒤덮인 손이 튀어나와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놈의 비명이 아스트랄의 세계를 크게 흔들었다. 비명이 얼마나 크던지 미들어스까지 울려 퍼졌다. 귀가 닫힌 이가 아니라면 듣지 못할 수가 없을 만큼 비명이 컸다.
-크하하하하!
“베헤못?”
-그렇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많은 시간이 지났을 텐데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이거 기쁘다고 해야 하는 건가? 크하하하하!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그런데 같은 편 아니었나?”
-같은 편? 우리가? 크하하하하하하!
베헤못의 웃음소리가 공간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제론이여. 우리는 각자의 욕망에 따라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는 존재다. 영락하였다가 다시 초월자가 된 그대라면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와 가까운 존재이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를 이해 못 해.”
-아니. 그대는 이미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전혀 다른 존재이기에.
쿠구구궁!
공간의 붕괴가 막바지에 이르러가자 베헤못이 아쉬워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하지만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때를 기약하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자.”
-무엇인가?
“지금의 너는 적인가?”
-흐음. 적은 아닌 것 같군.
베헤못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신역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해골 군주의 힘으로 생겨난 언데드가 다시금 안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해골 군주의 권속에 의해 죽임을 당해 언데드가 된 존재들은 여전히 살아서 숨 쉬는 모든 것을 해치려 성을 공격했다.
제론과 일행들은 살아남은 101명…… 아니, 32명의 별동대와 함께 성으로 돌아갔다.
언데드 군단과 싸웠다. 전투는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무려 10일에 걸친 전투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전쟁이 끝나자 성안을 가득 채운 통곡이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