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5)
제 335화
335화
동대륙의 전쟁이 끝날 무렵 다른 대륙에서도 재앙이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재앙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다음 재앙이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당대의 교황 마이언 하워드는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슬픔을 억지로 잊어야 한다니 참으로 가혹한 시대로군.”
성안을 가득 채웠던 통곡이라는 진혼곡도 시간이 흐르며 점점 잦아져 갔다. 해골 군주가 종말의 마지막 재앙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마이언 하워드의 혼잣말처럼 슬픔을 억지로 잊으려고 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음 재앙이 언제 오냐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이상異常 현상이라고 일컬었지만 이제는 종말을 불러오는 재앙이라고 지칭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만약 제론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해골 군주의 손에 동대륙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으리라.
마이언 하워드의 그런 생각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해골 군주와 홀로 싸워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가 대륙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한 걸까?’
마이언 하워드는 해골 군주를 본 적이 있다. 전방에서 신성 마법을 사용해 아군을 지원하다 보면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여러 번!
그는 해골 군주가 사악하고 부정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발끝부터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신을 섬기는 종으로서 사악하고 부정한 존재를 마주쳤기에 갖게 된 두려움이 아니었다. 감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가 대단한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전 대륙에 닥쳐오는 모든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마이언 하워드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대비해야 한다.
루나 님께서 말씀하신 종말을 막기 위해서 전 대륙이 합심해야 한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마이언 하워드는 벌떡 일어섰다.
* * *
동대륙은 해골 군주의 공격으로 생겨난 혼란을 아직 잠재우지 못한 상태였지만 빠르게 뒷수습을 하며 전력戰力을 가다듬었다.
마찬가지로 아이오닉 교국의 신병들도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제론과 일행들은 중앙대륙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라섰다.
돌아갈 때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했다. 중앙대륙에서 동대륙으로 올 때처럼 며칠 만에 돌아가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아이오닉 교국의 지원을 받았다. 제론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준다는 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애당초 동대륙으로 온 이유가 아이오닉 교국의 요청 때문이었으니까.
“후우.”
몇 개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서 중앙대륙으로 돌아오자 공기가 확 달라졌다.
각 대륙마다 기후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다.
‘중앙대륙이 다른 대륙에 비해 조용해.’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대륙에서 10번의 사건 사고들이 터질 때 중앙대륙에서는 그 횟수가 3번이나 4번밖에 되지 않는다.
중앙대륙의 면적이 다른 대륙에 비해 살짝 좁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횟수였다.
재앙이 막 일어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비슷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었다.
‘그 이유가 뭘까?’
제론은 생각을 이어가며 다음 텔레포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 *
슈롬벨 백작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오른팔과 어깨를 치료받으며 하이 엘프의 말을 경청했다.
“흐음.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중앙대륙의 보라색 타워…… 그러니까 대륙을 갉아먹고 있는 저주의 매개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말이오?”
“맞아요.”
“쉽지 않은 일이겠군.”
하이 엘프는 부정하지 않았다.
저주의 매개체가 가진 힘 자체도 약하지 않을 텐데 그 정체를 파악당한 이상 파괴되지 않게 보호할 것이다.
“저주의 매개체라.”
슈롬벨 백작은 비교적 멀쩡한 왼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보라색 타워가 야만의 땅에도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야만족이 설산을 넘어오려고 했던 이유를 납득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소.”
“네.”
“야만의 땅, 아니 칼로파 대륙은 무슨 이유로 멸망한 것이오?”
“마르헨 대륙과 칼로파 대륙은 본래 하나였어요.”
무슨 이유로 멸망했냐는 질문에 다소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왔지만, 슈롬벨 백작은 하이 엘프의 말을 끊지 않았다.
다친 오른팔과 어깨를 치료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요.”
* * *
“허허.”
퓨리온 공작은 드워프 제사장의 말에 헛웃음을 크게 들이켰다.
북대륙에서 야만의 땅이라고 부르는 칼로파 대륙의 멸망이 신에 의해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에서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신이 맞긴 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런 짓을 하는 존재라면 신이 아니라 악마가 아닌가.’
물론 칼로파 대륙을 멸망시킨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긴 한다.
오만했던 인간들은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다.
수많은 존재를 붙잡아 끔찍하고 참혹한 실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득이 없자 인간들은 어리고 약한 신을 납치해서 그 존재를 해부하고 신들만의 전유물인 신성을 분석했다. 다른 신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찾아냈을 땐 어리고 약한 신은 소멸한 뒤였다.
분노한 신들은 신 가운데 신인 ‘그’를 찾아갔다.
인간들에 의해 벌어진 모든 일을 고했다.
‘그’는 노하며 그 자리에서 신화시대의 종막을 선고했다.
칼로파 대륙은 그로 인해 멸망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그대의 말대로라면 칼로파 대륙은 멸망했는데, 왜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던 것이오?”
“그들은 죄인들일세.”
퓨리온 공작이 눈썹을 꿈틀거리곤 말했다.
“멸망을 야기한 존재의 후손들이라는 거로군.”
“그렇지.”
“후우. 그렇다면 마르헨 대륙의 종말은 왜 시작되고 있는 것이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인위적이라고 알고 있다네.”
인위적人爲的.
누군가가 예정되지 않은 종말을 불러왔다는 뜻이다.
“어쨌든 재앙을 끝내기 위해서는 중앙대륙에 솟아난 저주의 매개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말씀은 확실하게 알아들었소.”
* * *
“그동안 고생 많으셨소.”
남대륙의 연합군 총사령관은 가느다란 숨결을 힘겹게 이어가는 발몽크에게 말했다.
발몽크의 숨이 곧 멎었다.
비록 수많은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였으나 그의 희생이 없었다면 다크니스를 물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였군.”
오크군과 전쟁을 할 때는 어떻게든 죽이고 싶었는데, 상황이 변하자 관계도 변했다.
그토록 위협적이었던 적이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발몽크에게 죽임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노가 솟아나지만 미워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는 적이었으나 훌륭한 전사였다.”
이제는 산 자가 아닌 그를 원망해서 뭐할까. 총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중앙대륙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이제 마지막 싸움만 남았나.”
종말을 막기 위해 남대륙 역시 중앙대륙으로 향할 것이다.
* * *
제론이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전 대륙에서는 여전히 재앙이 일어나고 있지만 하루 일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괴수가 나타나면 퇴치하고, 강해지길 원하는 일행들에게 단계별로 수련을 시켰다. 하지만 머지않아 큰 재앙이 닥쳐오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들어스와 아스트랄을 갈라놓은 차원의 벽이 점점 더 얇아져 갔다.
괴수들이 더욱 강해지고 신의 권능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는 특이점이 나타났다. 또 어떤 날에는 급격한 기후 이상 변화와 강물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현상이 벌어졌다.
급기야 검붉은색의 비가 내리기까지 했다.
“마치 피의 비가 내리는 것 같군.”
제론은 손을 뻗어 손바닥에 떨어지는 비를 받아냈다.
색이 검붉지만 사이한 기운이나 다른 불순물이 섞인 것은 아니었다.
‘미생물까지 파고들면 또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과학으로 대부분이 설명 가능한 현대와 다르게 이쪽 세상에서는 미신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검붉은색의 비는 상서롭지 못한 징조로 여긴다.
제론은 작게 한숨을 흘리고선 집무실로 향했다.
아빠가 오라고 해서 가던 도중이었다.
노크를 하자 들어오라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열심히 펜대를 놀리는 모습이 보인다.
“앉아라.”
“형은요?”
“영지 시찰을 보냈다.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걱정이 들더구나.”
“그냥 저를 보내시지 그랬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네 형같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는 게 좋아.”
“아빠가 가는 게 더 좋지 않아요?”
“……밀린 집무가 너무 많아서 형을 대신 보냈단다.”
제론은 키득 웃으며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에요?”
“꼭 일이 있어야 부르니? 아빠가 막내아들 좀 보고 싶다는데, 어?”
“1시간 전에 밥 먹을 때 봤잖아요.”
“1시간 만에 또 보고 싶을 수도 있지.”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쥬페토는 ‘하여간……’라고 하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리곤 20분 전에 도착한 편지를 내밀었다.
“네 앞으로 온 편지다.”
“음.”
편지 정도는 하녀를 통해서 전해도 되지 않냐고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아빠가 삐질 것 같아서 참았다.
“퓨리온 공작님이네요.”
편지의 발신인은 퓨리온 공작이었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조만간 중앙대륙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중앙대륙의 중심에 있는 보라색 타워가 이 모든 현상을 불러일으킨 매개체라고 하시더구나. 알고 있었느냐?”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어요.”
주워들은 게 워낙 많다 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전 대륙의 다음 행보도 대충 예상이 됐다.
“왕실에서는 뭐라고 해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더구나.”
“역시 그랬군요.”
제론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윽고 집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빠는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를 불러내는 건가?’
* * *
아인호르타하는 비를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옛 종족이 황금빛 눈동자를 움직여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가?]“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자.”
[그런 존재가 있다니 놀랍군.]황금빛 눈동자는 말하는 것과 다르게 마음속으로 그런 존재는 없을 거라고 부정했다.
예정된 날의 종말이 아닌 강제로 앞당겨졌다고 하지만 아스트랄의 신조차 막지 못하는 것이 바로 종말이다.
잠시 후 누군가 나타났다.
황금빛 눈동자가 잠깐이나마 크게 뜨여졌다. 그의 눈으로도 실체가 간파되지 않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아인호르타하가 앞으로 몇 발자국 나가며 반겼다.
“오랜만이다.”
“이상한 것을 데리고 다니네?”
손님이 옛 종족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아인호르타하가 대답했다.
“먼 옛날 미들어스의 수호자로 불리었던 존재다.”
“죽은 녀석을 데리고 다니는 나쁜 취미가 있었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