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337)
제 337화
337화
로한은 카론의 말에 미간을 구겼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론에 가까웠다. 보라색 타워로 더욱 많은 괴수들이 모여들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거다. 한시라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말에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이상기후다. 농작물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토양관리니까. 갑자기 눈이 내리고 비가 쏟아지는데 농작물을 재배할 토양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올해는 비축해놓은 것이 있다고 해도 내년에는? 그 후에는? 능숙한 사냥꾼도 괴수와 몬스터가 들끓는 산과 숲에서 짐승을 사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무를 베어오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거다. 가만히 앉아서 종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굶어서, 얼어서 죽을 상황이다.”
“끄응.”
카론의 말에 로한은 반박하지 못했다. 구구절절 전부 다 맞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제론이 크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짝!
“너희 둘 다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자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으면 어떻게 해야 해? 둘 다 맞는 중간점으로 합의를 봐야지.”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밖에 없네.”
“맞아.”
카론과 로한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곤 열심히 대화했다.
그 대화를 듣던 제론은 멀뚱멀뚱 서 있다가 한쪽으로 빠졌다.
‘귀찮은 일은 질색이지.’
저 둘은 머리를 굴리며 지시하는 입장이고 자신은 열심히 칼질하는 쪽이다.
골치 아프게 듣고 있어 봐야 손해다.
잠시 후 카론과 로한이 제론을 찾았지만 그가 홀을 빠져나간 뒤였다.
* * *
슈롬벨 백작과 퓨리온 공작이 서로를 염탐했다.
저 두 명은 각자 서대륙과 북대륙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이는 퓨리온 공작이 훨씬 더 많았지만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다.
퓨리온 공작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며 회춘(?)을 했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서로를 염탐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에게 감탄했다. 또한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확실한 서열정리가 되었다.
윗서열인 퓨리온 공작이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묻는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가?”
“올해 49살이 됩니다.”
아랫서열인 슈롬벨 백작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퓨리온 공작은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옛날을 회상했다.
“내가 자네 나이에는 오러 소드나 겨우 뽑으면서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네. 그에 반해 자네는 오러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올랐으니 참으로 대단허이.”
“실례지만 연세가……?”
“올해 93살일세.”
슈롬벨 백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93살의 노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3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어질 모습이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젊어지셨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나도 모르네. 벽을 맞닥트렸을 때는 머리카락만 검어지더니 벽을 뚫고 난 뒤에서는 피부가 탱탱해지고 아침마다 힘이 용솟음치더군.”
“아……!”
아침마다 힘이 용솟음친다니!
남자로서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슈롬벨 백작의 낯빛이 어둡게 물들었다.
“흐음. 방법은 모르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대충 짐작이 되기는 하네만.”
“그게 무엇입니까?!”
“그 녀석을 따라다니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네.”
“……!”
제론을 말하는 것이다.
슈롬벨 백작은 그 사실을 곧바로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설산에서 야만족과 박 터지게 싸울 때보다 그 녀석과 함께 다니면서 더 강해지긴 했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랬던 것 같았다.
설산을 넘어오려는 야만족은 숫자가 더럽게 많긴 했지만 강하지는 않았다. 제일 강한 놈이 오러 익스퍼트 중급 정도였다. 그런 놈들과 싸워서 얻을 만한 깨달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몸풀기도 안 되는데 무슨.’
하지만 제론이 북대륙에 온 이후로 엄청나게 강한 녀석들과 치고받고 싸웠다.
때마침 야만족의 총공세까지 시작되었다.
‘강해지긴 했지.’
진전이 없던 때와 비교하면 몇 계단은 올라섰다고 자부해도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찝찝했다.
야만족이 설산을 넘어오려고 발악을 하긴 했지만 기가 막히게 제론이 나타나자 총공세를 펼쳤다. 악마까지 나타나서 난리를 쳤다.
‘서대륙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지.’
어째 제론이 가는 곳마다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
“두 분 다 여기 계셨네요.”
슈롬벨 백작이 미간을 좁힌 채 고민하려는 순간 제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자네 왔나?”
“더 젊어지셨네요.”
“자네 덕분이지.”
제론과 퓨리온 공작이 다정하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슈롬벨 백작은 괜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슈롬벨 백작님께서도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장인어른.”
“슈…….”
“장인어른!”
“끙. 장인어른께서도 잘 지내신 것 같네요.”
슈롬벨 백작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비록 무력은 3명 중에서 제일 아래였지만 다른 서열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그래. 내가 장인어른이다.”
내가 당신보다 우월하다는 눈빛으로 퓨리온 공작을 바라보자, 그가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묻는다.
“식은 올렸는가?”
“약혼도 아…….”
슈롬벨 백작이 손을 뻗어 제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얼마나 손이 빠르던지 제론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
“약혼식은 조만간 올릴 생각입니다.”
“올리지 않았다는 말이군. 그럼 아직은 기회가 있겠어.”
“제 딸과 수년 동안 살을 부대끼고 그랬는데 기회라니요?”
“전우로서 살을 부대끼긴 했겠지.”
제론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여기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슬쩍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발을 뗀 순간 퓨리온 공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 가만히 서 있으라고 붙잡았다.
‘내가 무슨 잘못이 많아서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하는 거지?’
제론은 두 사람의 설전을 듣다가 귀에서 피가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가끔씩 두 사람이 그에게 어떠냐며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혀를 깨물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론아. 로한아. 친구가 여기서 죽어가고 있다. 뭐 하고 있냐!’
반쯤 넋을 놓고 멍하니 아무거나 생각했다. 의식의 흐름이 저 위의 하늘까지 닿을 때쯤 지원군이 나타났다.
“제론아! ……아. 두 분께서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아다녔습니다.”
“페리안 백작께서 무슨 일로 우리를 찾아다니셨소?”
“험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쥬페토가 나타나자 퓨리온 공작이 묻고, 슈롬벨 백작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평소였다면 사돈이라고 손을 붙잡고 ‘얼씨구 좋다!’ 하겠지만 슈롬벨 백작이 홀 밖에 있는 이유가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시려고 하십니까?”
“갑자기 일이 생겨서…….”
“흠흠. 본 공작도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지금 각 왕국을 대표하는 분들께서 자리에 앉으신 채 두 분이 오시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또 도망치지 마시고 어서 함께 가시지요.”
쥬페토가 두 사람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자리가 영 부담스럽네만.”
“저도 뭐…… 밑에 애들이 알아서 잘할 텐데요.”
“그래도 두 분이 서대륙과 북대륙의 대표 아니십니까?”
답답한 심정이 심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였다.
슈롬벨 백작과 퓨리온 공작은 허망하게 고개를 떨어뜨린 채 쥬페토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제론은 드디어 속이 후련하게 뚫리는 기분으로 싱글벙글 미소가 지어졌다.
* * *
“……해서 이틀 뒤 출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흐음.”
퓨리온 공작이 팔짱을 낀 채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틀 뒤 출정이라.”
톡. 톡. 톡.
마음에 안 들어도 엄청나게 안 든다는 표시가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과 목소리에서 흘러나온다.
“…….”
“…….”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눈치를 봤다.
이 자리에는 일국의 왕들도 있었지만 상대가 폴른 제국의 전쟁영웅 퓨리온 공작이었다. 제국의 공작쯤 되는 위치는 왕국의 왕과 비등하거나 위에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무려 제국의 공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제국에서 온 공작이 있었다.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으음?”
“칼튼 제국의 반그레 공작입니다.”
“반그레 공작? 으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기억이…… 흐음.”
“하하. 서대륙의 전쟁영웅이신 퓨리온 공작님께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앙대륙에서는 작게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반그레 공작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정체는 과거에 칼튼 제국을 대표하는 오러 마스터 삼인방 중 하나였다.
황태자 후계자 전쟁 때 서자였던 4황자의 편에 서서 1황자의 목을 벤 당사자이기도 했다.
“아! 기억났어. 칼튼 제국의 4황자를 황제로 만든 충신. 그게 자네였군.”
“하하.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훈훈한 2명의 공작과 다르게 회관의 분위기는 삭막했다.
칼튼 제국의 치부였던 과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만큼 퓨리온 공작이 거물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반갑네.”
“다시 한번 영광입니다.”
“그래서 아까 뭐라고 했었지?”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라도 있으시냐고 여쭈었습니다.”
“아아.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걸리는 것이 있다네.”
“그러한 것이 있다면 시원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모두가 공작님의 눈치만 보고 있지 않습니까?”
“한 명은 안 보고 있는 거 같은데?”
“네?”
반그레 공작이 퓨리온 공작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슈롬벨 백작이 손을 살짝 들며 고개를 까딱인다.
‘북대륙의 수호자.’
슈롬벨 백작의 정체를 간파한 반그레 공작이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갯짓으로 인사했다.
“아무튼…… 내가 걸리는 건 말이야. 이틀 뒤 출정까지 각 대륙에서 넘어온 병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냐는 걸세.”
“흐음. 확실히 마음에 걸리실 만하군요.”
중앙대륙에서 모인 병력들은 그렇다 쳐도 타 대륙에서 온 병력들은 몇 달에 걸쳐 먼 거리를 넘어왔다. 고작 며칠 쉰다고 여독이 풀릴 리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나도 삭신이 쑤시고 그래. 그런데 병사들은 오죽하겠어? 그냥 넘어온 것도 아니고 괴수들과 싸우고, 몬스터랑 싸우고. 종말을 막겠다는 것도 좋다 이거야. 하지만 우리가 싸워야 할 때 힘도 못 쓰면 무슨 소용이야?”
“하하.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슈롬벨 백작이 퓨리온 공작의 말에 동의했다.
반그레 공작 역시 옳다 마땅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퓨리온 공작의 말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며칠 더 쉬자는 얘기였다.
그렇게 계획이 변경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제론이 두 친구를 찾아가 말했다.
“너희가 열심히 토론해봐야 결정은 위에서 내리는 거야. 이 어리석은 친구들아.”
“젠장.”
오